“그 배우 있잖아. 아, 뭐더라. 거기서 XX로 나왔잖아.”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그 배우. 그 배우를 설명할 때는 ‘인생 캐릭터’를 동원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라면 인생 캐릭터를 하나 이상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에 따라 배우의 인생 캐릭터를 다르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니 재미 삼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인생 캐릭터를 정리해보자. 말하자면 '인생 캐릭터 월드컵'이라고나 할까.

*에디터가 주관적인 의견으로 각 배우의 인생 캐릭터 후보를 정하고 승자를 골라봤다.


장첸 VS. 승우

장첸의 승이다. <범죄도시>가 나오기 전까지 배우 윤계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한번에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나마 기억나는 캐릭터가 하정우와 함께 출연했던 <비스티 보이즈>의 승우 역이었다.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

출연 마동석, 윤계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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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티 보이즈

감독 윤종빈

출연 윤계상, 하정우, 윤진서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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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식 VS. 윤도준

차태식 승. 원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살인 용의자 도준을 기가 막히게 연기했다. 정신지체로 추측되는 어리숙한 모습도 완벽했다. 그렇지만 소미(김새론)를 구해낸 ‘아저씨’를 능가할 수는 없겠다.

아저씨

감독 이정범

출연 원빈, 김새론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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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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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 VS. 김우진

문제가 잘못됐다. 공유의 인생 캐릭터는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이다. <부산행>의 석우는 천만 관객을 넘겼고 <밀정>의 김우진은 750만 관객을 동원한 캐릭터지만, <도깨비> 김신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부산행

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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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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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감독 이응복

출연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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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VS. 박무영

공유의 변칙 후보 선정에서 짐작하듯 송중기의 인생 캐릭터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이다. <늑대소년>의 늑대소년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군함도>의 박무영 캐릭터도 나름 기억에 남지만 <태양의 후예>에 함께 출연한 송혜교와 결혼까지 했으니 송중기의 인생 캐릭터는 유시진이 맞겠다. 늑대소년과 박무영 둘 중에서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늑대소년이 인생 캐릭터다. 늑대소년은 묘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였다.

늑대소년

감독 조성희

출연 송중기, 박보영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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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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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감독 이응복, 백상훈

출연 송중기, 송혜교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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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 VS. 안혁모

마동석의 인생 캐릭터는… 어렵다, 어려워. <범죄도시> 마석도는 현재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이지만 <이웃사람>의 안혁모가 없었다면 지금의 마석도가 있었을까. 마석도는 형사이고 안혁모는 조폭이지만 위의 사진만 비교해봐도 매우 비슷해 보인다. 고민 끝에 안혁모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은?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

출연 마동석, 윤계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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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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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경 VS. 민

<아수라>의 한도경은 영화 개봉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기를 얻은 보기 드문 캐릭터다. <아수라>에 열광하는 팬들이 한도경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다. <비트>의 민은 청춘스타 정우성의 리즈시절 캐릭터다. 아재 에디터의 선택은 <비트>의 민이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라는 정우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비트>를 넘어서는 정우성 캐릭터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참고로 <아수라>와 <비트> 모두 김성수 감독의 영화다.

아수라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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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고소영

개봉 199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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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 VS. 정청 VS. 서도철 VS. 최철기

연기 잘하는 배우의 인생 캐릭터 선정이 이렇게 어렵다. 황정민의 인생 캐릭터는 후보 선정부터 만만치가 않다. <곡성>의 일광, <신세계>의 정청, <베테랑>의 서도철, <부당거래>의 최철기를 후보에 올려봤다. 이밖에 <국제시장> 덕수, <너는 내 운명> 김석중 등도 후보에 오를 만한다. 꼭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꼽으라면, <신세계>의 정청을 고르겠다. “헤이~ 브라더~” 이 대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두 영화 <베테랑>과 <부당거래>의 서도철과 최철기는 묘하게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한다. <곡성>의 일광은 황정민이 아니라면 쉽게 소화하기 힘들 캐릭터다.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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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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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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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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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배 VS. 지영민

하정우 역시 황정민처럼 인생 캐릭터 후보에 오를 작품이 많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최형배,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죄와 벌>의 강림, <더 테러 라이브>의 윤영화, <터널>의 정수도 있다. 좀더 과거로 가면 <황해>의 김구남과 <추격자>의 지영민이 떠오른다. 황정민과 달리 두 개의 캐릭터로 압축해봤다. ‘4885 지영민’ 대 ‘살아있네 최형배’. 에디터의 의견은? 최형배가 하정우의 인생 캐릭터인 것 같다. 지영민을 인생 캐릭터로 세울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는 유행한 명대사가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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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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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구 VS. 광해

황정민, 하정우처럼 이병헌 역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인생 캐릭터 뽑기가 어렵다. <내부자들>의 안상구가 최근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흥행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수혁 병장도 후보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안상구와 광해/하선으로 압축해봤다. <악마를 보았다>와 <달콤한 인생>도 자꾸만 눈에 밟힌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떠오른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역시 안상구 아닐까. 옥상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내부자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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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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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구 VS. 곽철우

곽도원의 캐릭터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범석 검사 역으로 대중에게 인상을 제대로 남겼다. 이후 <변호인> 등을 거쳐 <곡성>의 종구와 최근 <강철비>의 곽철우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에디터는 <곡성>의 종구를 그의 인생 캐릭터로 선정했다.

강철비

감독 양우석

출연 정우성, 곽도원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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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제 VS. 정태성

<검사외전>의 한치원도 아니고 <마스터>의 김재명도 아닌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를 후보에 올려봤다. 정태성이라는 캐릭터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정태성은 <늑대의 유혹>에 등장한다. 최부제와 정태성의 대결은 말하자면 ‘사제복 대 우산 신’이다. <늑대의 유혹>이 무려 14년 전이라 최부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1987>의 이한열과 <군도: 민란의 시대>의 조윤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이긴 하다.

검은 사제들

감독 장재현

출연 김윤석, 강동원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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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유혹

감독 김태균

출연 조한선, 강동원, 이청아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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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욱 VS. 고광렬

형욱은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럭키>의 캐릭터다. 유해진의 단독 주연작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인생 캐릭터 후보에 오를 만한다. 고광렬은 <타짜>에 등장하는 설명이 필요없는 캐릭터다. 잉? 설명이 필요없는 캐릭터라고? 승패는 결정됐다. 유해진의 인생 캐릭터는 고광렬인 걸로.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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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감독 최동훈

출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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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VS. 면정학

유해진이 연기한 <타짜>의 고광렬 덕분에 김윤석의 아귀가 떠올랐다. 아귀에 버금가는 캐릭터는 <황해>의 면정학이 아닐까 싶다. 카리스마만 따지만 면정학이 더 무게감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아귀가 더 기억에 남는다. <타짜>는 이래저래 인생 캐릭터의 집합소인 듯하다. 고니 역의 조승우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황해

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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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VS. 오대수

감히 최민식의 인생 캐릭터를 논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한번 해본다.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한 <명량>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다. 그럼에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속 오대수를 최민식의 인생 캐릭터로 꼽고 싶다. 장도리 신 하나으로도 이 캐릭터는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최익현도 후보에 오를 만한 캐릭터다.

명량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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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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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석 VS. 박두만

감히 최민식의 인생 캐릭터를 에디터 마음대로 선정하고 보니 송강호의 인생 캐릭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변호인>의 송우석과 <살인의 추억> 박두만을 후보에 올렸다. 최민식의 경우처럼 관객수는 중요한 게 아니다. 송강호가 없는 <살인의 추억>은 지금 와서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송강호가 없는 <변호인>도 상상하기 힘들지만 어디까지나 이 인생 캐릭터 선정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을 인생 캐릭터로 꼽아본다. 이밖에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밀양> <박쥐> <괴물> 등 인생 캐릭터를 만든 작품이 차고 넘치는 배우다.

변호인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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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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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충무로 대표 남자배우들의 인생 캐릭터를 꼽아봤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는 극히 주관적인 선정이라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각자 생각하는 다른 인생 캐릭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되겠다. '인생 캐릭터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젠 여러분들 차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