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많습니다. 씨네플레이에서도 여러 주제로 실화 바탕의 영화들을 소개했었죠. 역사적 사회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들은 많이 알려지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실화 로맨스 영화들의 실제 이야기는 잘 안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화를 모티브 삼아 만든 4편의 영화들과 진짜 러브스토리를 소개합니다. 과연 영화보다 더욱 로맨틱할지, 아닐지 함께 보시죠!

※ 주의! 실화가 곧 스포일 수도 있음


<오직 사랑뿐>
국가의 독립까지 이뤄낸
흑인 왕자와 평범한 백인 여성의 사랑
영화 <오직 사랑뿐>

2월 8일 개봉한 <오직 사랑뿐>은 보츠와나 공화국 초대 대통령 세레체와 아프리카 최초 백인 퍼스트 레이디가 된 그의 아내 루스의 실화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을 지켜가는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실제 세레체, 루스 부부의 가족사진

실제 세레체, 루스 부부의 가족사진입니다. 일단 스틸컷 속 인물들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입니다. 1921년 베추아날란드(당시 영국 보호령)의 왕자로 태어난 세레체 카마는 4살 때 부족장이 되었지만 삼촌에게 부족의 통치를 맡기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교육을 받습니다.

영화 <오직 사랑뿐>

그러다 세레체가 1947년 스물여섯이 되던 해 한 선교회 댄스파티에서 두 살 연하 루스를 만납니다.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루스는 영국 육군 출신 아버지를 둔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약 1년간 연애 후 결혼을 약속합니다.

영화 <오직 사랑뿐>

아무리 왕자였어도 당시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결혼은 나라까지 들썩이게 만든 이슈였는데요. 루스의 아버지는 물론 영국 상류층 사람들까지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세레체의 삼촌과 부족 사람들도 당장 결혼을 무효화하고 베추아날란드로 돌아오라고 했죠. 결국 세레체는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부족들을 설득시켜 부족장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웃 영국령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영국의 보호령인 베추아날란드에 남아공이 직접 개입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영국에 세레체의 부족장 지위를 박탈하라고 요청합니다. 당시 심각한 전쟁 부채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로선 남아공의 다이아몬드와 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대로 부족장 지위를 박탈하고 베추아날란드에서 추방시킵니다.  

영화 <오직 사랑뿐>

이에 영국과 베추아날란드 안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반발이 일어 개인적 목적에 한해서 베추아날란드에서 살 수 있게 허락합니다. 그는 이런 결혼과 추방의 경험을 통해 독립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는데요. 결국 1961년 민주당을 창당하고, 베추아날란드의 총리가 됩니다. 1966년 보츠와나라는 이름으로 독립해 대통령이 됩니다.

오직 사랑뿐

감독 엠마 아산테

출연 데이빗 오예로워, 로자먼드 파이크

개봉 2016 영국

상세보기

<노트북>
원작자 아내의 조부모의 실제 사랑 이야기
영화 <노트북>

어린 시절 만나 평생 한 여자, 한 남자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노트북>. 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로맨스 소설의 대가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쓴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는데요. 어릴 적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나 제약 회사에 다녔던 그는 자신의 결혼식 다음날 아내의 조부모에게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를 듣고 책으로 내야겠다 결심합니다. '내 이야기를 쓰면 책 한 권 나온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레퍼토리가 그대로 실현돼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야기가 된 것!

영화 <노트북>의 실제 모델 부부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국인 커플 잭 포터와 그의 아내 필리스. 포터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매일같이 요양원에 방문했습니다. 결혼생활 내내 간직해 온 일기와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사랑했던 시간을 아내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죠. <노트북>에도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남자 주인공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들려줍니다.

영화 <노트북>

그들의 로맨스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1941년 10월 4일 댄스 홀에서 만난 두 사람. 사랑에 빠집니다.(<오직 사랑뿐>과 비슷합니다). 필리스가 먼저 다가와 춤을 권했죠. 그로부터 16개월 후 두 사람은 결혼합니다.

실제 부부의 결혼식 사진
영화 <노트북>
포터가 기록한 일기장

포터는 아내와 함께한 휴가와 일상, 서로가 나눈 사소한 대화들까지 기록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 인터뷰에서 필리스를 처음 만났던 날도 집에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때를 인생이 바뀐 것 같은 순간이었다 회상했죠.) 이때까지만 해도 이 둘은 이 기록들이 나중에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 정말 영화만큼 아름다운 실화입니다.

실제 모델 필리스(상) /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하)
노트북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개봉 2004 미국

상세보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구파도 감독의 고교 시절 실제 첫사랑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아름답게 소환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실화입니다. 구파도 감독은 본인이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이 소설은 구파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당연히 극중 인물은 모두 실존 인물에서 따왔는데요.

구파도 감독(좌) / 커징텅 연기한 가진동(우)

가진동이 연기한 '커징텅'은 구파도 감독의 본명이며, 천옌시가 연기한 '션자이'는 구파도 감독의 고등학교 때 첫사랑 이름입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커징텅의 친구들도 원래 모델이 있습니다. 아래 각 사진별 왼쪽이 실제 모습이고, 오른쪽이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입니다.

실제 모델이 된 친구들 사진과 영화 속 장면 비교 사진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극중 나오는 고등학교도 구파도 감독의 모교 징청 고등학교에서 촬영했는데요.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교복도 당시의 디자인으로 바꾸어 촬영했습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의 엔딩을 장식했던 결혼식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일. 극중 2005년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션자이처럼 감독의 첫사랑도 2005년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감독 구파도

출연 가진동, 천옌시

개봉 2011 대만

상세보기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내 사랑>의 실제 이야기
영화 <내 사랑>
영화 <내 사랑>의 실제 모델

영화 <내 사랑>은 캐나다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와 그의 남편 에버렛 루이스의 실화를 사랑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에이슬링 윌쉬 감독은 "예술가와 생선 장수, 사회에서 소외된 한 쌍이 만나 일생에 걸쳐 서로의 삶을 바꿔가는 사랑의 여정"을 담고 싶었다 말했는데요. 실제 스토리와 좀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영화 <내 사랑>

1903년 태어난 모드는 어린 나이에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습니다. 30대 중반쯤 오빠의 집을 상속받고, 이모와 함께 살기 위해 이사갑니다. 장애 때문에 일을 구하기 어려웠던 그녀. 전업주부 광고를 보고 지원해 일하게 됩니다. 그 광고는 어부 에버렛 루이스가 게재한 광고였습니다. 몇 주 후, 그들은 결혼합니다. 모드와 에버렛은 매일 모드가 그린 크리스마스카드를 팔았습니다. 모드가 유명해지자 에버렛이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동경했던 것들을 묘사한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렸던 모드. 여기까진 영화의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드 루이스가 그린 실제 그림들
영화 <내 사랑>

그녀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달리, 그들의 관계에는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에버렛은 그녀가 예술가로 살게끔 지원했지만 그녀를 거칠게 대했으며 심지어 신체적 학대도 했습니다. 영화에도 이런 대목이 조금 그려지긴 했죠. 그녀로선 에버렛과 함께 좁은 집에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에버렛이 모드의 그림이 인기 있다는 걸 알고, 그녀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그림만 그리게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영화에선 모드가 죽은 이후의 에버렛의 삶을 보여주지 않았는데요. 그는 모드가 죽은 이후 모드의 물품을 판 후 혼자 살다 강도에게 살해당합니다. 왠지 씁쓸한 결말이네요.

내 사랑

감독 에이슬링 월쉬

출연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개봉 2016 아일랜드, 캐나다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