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연, 신스틸러, 천만 요정, 충무로의 수문장… 이렇게 많은 수식어를 가졌지만, 배우 오달수는 여전히 신선하고 새롭다. 우리나라 최초 누적 관객 수 1억 돌파, 누적 관객 수 1위의 배우 오달수, 그의 인생을 속속들이 알아보자.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김지원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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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운명 #노력으로 버티기
JTBC 뉴스룸 출연 장면

오달수의 배우 입문 계기는? 바로 ‘아르바이트’다. 재수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부산 가마골소극장에 인쇄된 공연 전단지를 배달하러 간 오달수. 그곳에서 연극에 흥미가 생겨 소극장 청소도 하고 연극 포스터도 붙이고 하다가 무대에 오르게 됐다. 천생 배우인 오달수에게 찾아온 운명 같다고? 천만의 말씀. 형 하나, 누나 둘 사이에서 기죽어 살았고 아버지는 연극한다는 말에 ‘미친놈’이라고 타박했다. 거기에 1990년 <오구>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덜덜덜 떨었단다. 하필 <오구>는 인물이 한번 무대에 등장하면 퇴장이 없는 연극이었고, 그의 대사는 고작 “쓰리 고!” 하나뿐. 끝까지 무대에 있으되, 너무 튀지 않게 뭔가를 계속 연기해야 했다.

그렇게 한 달간 <오구> 공연을 했다. ‘내가 이거 끝나고 다시 연극하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다짐했는데, 이상하게도 부산에서 7년 동안 연극을 했다. 1997년 조광화 연출이 <남자충동> 초연을 올릴 거다, 극중 달수란 역이 있는데 너도 달수니까 한 번 해보자고 연락했다. 오달수는 그 말에 서울로 향했고, <남자충동>의 건달 달수 역으로 주목받았다. 2000년엔 자리 잡은 김에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창단했지만 2002년 월드컵 열풍에 휩쓸려 휘청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 2002년에 오달수는 영화계에 발을 딛게 된다.

2006년 <임차인> / 2012년 <키사라기 미키짱>

닮은꼴 영화 <대배우>

2016년 개봉한 <대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조연출 출신 석민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두 사람은 <올드보이>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석민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며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같이 나눴다. 20년 차 무명 연극배우라는 설정부터 극중 홀로 딸을 키우는 아버지(오달수는 2001년 이혼해 홀로 딸을 키웠다), 깐느박(박찬욱 감독의 별명)이나 국민배우 설강식(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을 조합한 이름) 등 오달수와 한국 영화계를 녹여냈다.

대배우

감독 석민우

출연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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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올드보이 #충무로의 얼굴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단역으로 스크린 데뷔했다. 그리고 <여섯 개의 시선>에 포함된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박찬욱 감독은 오달수의 연기를 보고 “정말 족보도 없는 연기에, 누군가와 비슷하다고 억지로 분류하기도 힘든 연기”라서 “오케이를 해야 하는지, 다시 찍어야 하는지 연출자로서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심지어 감독 자신이 폭소를 터뜨려서 NG가 나기도 했단다.

여섯 개의 시선

감독 임순례, 정재은, 여균동, 박진표, 박광수, 박찬욱

출연 조선경, 이설희, 전하은, 백종학, 변정수, 김문주, 이영희, 황오연, 전은혜, 김세동, 동효희, 김수민, 지진희, 정애연, 라마 칸찬 마야, 찬드라 꾸마리 구릉, 케이피 시토우라, 오달수, 정석규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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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그렇게 독특한 연기에 반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까지 연달아 오달수를 캐스팅했다. 철웅 역을 맡은 <올드보이>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흥행도 하면서 오달수는 금방 여기저기서 찾는 배우가 됐다. <효자동 이발사>, <마파도>, <주먹이 운다>, <달콤한 인생> 등에 이어 주연급 비중을 가진 <음란서생>과 충격적인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 <구타유발자들>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얼굴이 됐다.

<음란서생>, <구타유발자들>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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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

감독 추창민

출연 이정진, 이문식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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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

감독 김대우

출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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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이 말하는 오달수

오달수 선배는 누구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도둑들> 최동훈 감독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올드보이>의 오달수와 <복수는 나의 것>의 오광록을 보고)
감독인 내가 봐도 문화적 충격이 컸다. 아니, 어떻게 저런 배우들하고 작업을 했나 하는 생각에. 
<베테랑> 류승완 감독

내 영화 중에서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오달수의 연기를 가장 좋아한다. <아가씨>에 오달수가 출연하지 않은 걸 나중에야 알았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뜨겁고 인간적인 모습을 갖되, 왠지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사람, 그리고 외형적으로는 정감 가는 이미지를 찾았다. 달수 선배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에서 그런 면이 다분히 있다.
<터널> 김성훈 감독

믿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형이다.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내 인생 살면서 몇 명이나 있을까.
<베테랑> 황정민

<암살>로 처음 작업했다. 서로 눈을 보고 대사를 주고받고 하는데 신뢰감 같은 게 느껴졌다.
<암살> 하정우

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다 내주는 사람이다.
<조선명탐정> 김명민

오달수의 눈을 보면 도화지 같아서 모든 걸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대배우> 이경영

내가 ‘내’를 토닥거려야지. 내도 내를 싫어하면 누가 나를 알아봐 주나.
오달수


#괴물 #신스틸러 #천만요정
<우아한 세계>

2006년, 오달수는 <괴물>에 출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괴물>의 주인공(?) 괴물 목소리를 맡아 첫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흥행 기록은 하나 세웠는데, 이후 작품들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손익분기는 넘어도 ‘대박’은 드물었다. 그래도 <우아한 세계>의 현수, <그림자 살인>의 오영달, <박쥐>의 영두, <방자전>의 마노인 등 묵묵히, 열심히 스크린을 지켰다. 틈틈이 고향인 무대로 돌아가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개장수 서필 역으로 출연했다.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김명민의 다소 무거운 이미지가 오달수 특유의 감초 이미지와 만나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영화는 478만 명을 기록했고,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과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시리즈를 이어왔다. 이때부터 그의 숨은 흥행력이 폭발한다.

<도둑들>

흥행 천재 최동훈 감독과 오달수가 만난 <도둑들>은 2012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2013년은 연초 <7번방의 선물>로 1200만 관객을 돌파, 연말 <변호인>으로 1130만 관객을 기록했다. 2014년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누구도 예상 못한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국제시장>이 1426만 관객이란 성적을 거뒀다. 곧이어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퓨전 사극 시리즈의 기반을 다졌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으로 각각 1270만, 1341만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자연스럽게 배우 오달수에게 ‘천만 요정’이란 별명이 생겨났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7번방의 선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암살>, <터널>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화보 (<국제시장>) / 2015년 7월 '하이컷' 화보
오달수의 흥행들 (2018년 1월 기준)

- 우리나라 최초 누적 관객 수 1억 명 돌파, 현재 약 1억 8천만 명으로 2억 돌파 예정

- 누적 관객 수 1위, 주연작 누적 관객 수 2위

- 천만 돌파 영화 8편 (<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신과함께-죄와 벌>)

- 4년 연속 천만영화 달성 배우 (2012년 <도둑들>, 2013 <7번방의 선물>, 2014 <국제시장>, 2015 <암살>·<베테랑>)

- <암살>과 <베테랑>의 성적으로 14일 만에 천만 돌파 두 편 달성.

- 1억 관객 돌파 최단 기록 보유 (2002년 스크린 데뷔 후 12년 만인 2014년에 달성)


오달수가 기억하는 순간들
너 연극 한 번 해봐라

부산 연희단거리패의 일원이 공연 전단지 배달 온 오달수에게 한 말. 이 말을 듣고 연극을 하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촬영을 해야 하는데,
스케줄이 어떻게 되세요?

오달수를 처음 만난 박찬욱 감독이 물어본 말. 연극배우인 자신에게 스케줄을 물어본 사람이 처음이었다고.


너 회사 있냐?

<올드보이> 촬영 이후 최민식이 오달수에게 물어본 말.
‘회사’(소속사)를 물어본 사람이 처음이었고, 이후 최민식이 직접 자신의 회사를 소개시켜줬다고.


오달수 캐스팅은 술 한 잔이면 된다

정이 약하기로 유명한 오달수를 두고 영화계에서 애정을 담아 하는 말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2층에서도
제 얼굴 표정이 보인다고 하더라

연극할 당시 실제로 들었다는 말.


오달수는 지금도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컨트롤> <이웃사촌>을 준비 중이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도 출연을 예고했다. 이 드라마에선 이선균, 송새벽, 나문희, 오달수가 한 가족으로 출연한단다. 매번 같은 오달수지만, 누구와 호흡을 맞추는지에 따라 늘 다른 오달수. 2018년에도 이 무한한 배우를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