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감쪽같아? 영화에서 남장한 여배우들과 그 사연

한때 유행처럼 '남장여자' 소재 영화와 드라마들이 쏟아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엔 뜸하더니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남장한 여배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흥부>에서 천우희가 특별 출연으로 남장 캐릭터를 소화했던 것! 이번 포스팅에선 국내뿐 아니라 외국 영화까지 포함해 남장을 했던 여배우들과 그 사연을 모았습니다.

천우희
<흥부>

설 연휴 개봉작 <흥부>에 특별출연한 천우희. 그가 맡은 역할은 천재 작가 흥부(정우)의 집필 보조 제자 선출 역입니다. 여성은 글을 쓸 수 없던 조선시대, 글을 쓰기 위해 남장을 감행한 인물로 경쾌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입니다. 다소 여린 외모와 달리 강인한 면모가 돋보였습니다.

천우희

흥부

감독 조근현

출연 정우, 김주혁, 정진영

개봉 2017 대한민국

김규리
<미인도>

'조선시대 천재 화가 신윤복이 여자였다?'라는 상상력으로 시작한 영화로 김규리가 신윤복을 연기했습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도 비슷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문근영이 남장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죠. 영화에서 남장의 계기는 오빠 신윤복의 갑작스러운 자살. 어릴 때부터 신묘한 그림 솜씨로 신윤복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던 소녀는 오빠의 죽음 이후 남장한 채 신윤복으로 살아갑니다. 마음껏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것은 좋았으나,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여자가 되고 싶었던 윤복. 김규리는 천재 화가와 욕망하는 여성을 오가며 과하지 않은 남장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김규리

미인도

감독 전윤수

출연 김규리,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

개봉 2008 대한민국

이나영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이나영이 애 아빠라니.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변신이었습니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내용은 더 독특합니다.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되어버린 남자, 즉 트랜스젠더인 지현(이나영) 앞에 자신이 지현의 아들이라며 한 아이가 나타납니다. 알고 보니 생물학적 남자였던 대학시절 자기도 모르게 생긴 아이였던 것. 아이의 엄마와 새아빠는 출장 중이라 별수 없이 일주일간 아빠 변장을 시도. 원래 남자였다 여자가 되었는데 다시 남자 분장을 하게 된 웃프고도 복잡한 상황. 그러나 거뭇거뭇한 수염 정도만 붙인 이나영의 어설픈 남장 캐릭터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나영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감독 이광재

출연 이나영, 김지석, 김희수

개봉 2009 대한민국

아만다 바인즈
<쉬즈 더 맨>

말괄량이 소녀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즈)는 헤어진 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빠 세바스찬 행세를 하고 남자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남장을 한 소녀가 남고에 입학해 남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지만 아만다 바인즈의 남장 연기는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남장을 했다는 설정만 씌웠을 뿐 여자임이 뻔히 보였던 여타 다른 남장 캐릭터와 달리, 언뜻 보면 진짜 소년으로 믿을 법한 비주얼을 보여줬던 아만다 바인즈. 173cm의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였던 터라 근육 슈트로 몸매를 가리고, 구레나룻, 눈썹까지 세심하게 붙이며, 남자처럼 걷고 뛰고 말하기를 연습했습니다.

아만다 바인즈

쉬즈 더 맨

감독 앤디 픽맨

출연 아만다 바인즈, 채닝 테이텀

개봉 2006 미국

틸다 스윈튼
<올란도>

할리우드 변장술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틸다 스윈튼은 세 번이나 남장 연기를 펼쳤습니다. 연극 <맨 투 맨>에서는 남편의 신분증으로 살아가는 여성,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는 아예 남성 캐릭터 모차르트를 맡은 바 있는데요. 영화로는 <올란도>가 있습니다. 소년의 여성적 미모에 반해 "영원히 늙지 말고 죽지도 말라"는 엘리자베스 1세의 명령에 따라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400년을 살아가는 기이한 캐릭터로 등장했는데요. 틸다 스윈튼은 180cm나 되는 큰 키에 중성적 외모를 가진 탓에 실제로도 종종 남자로 오해받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옥자>의 틸다 스윈튼

올란도

감독 샐리 포터

출연 틸다 스윈튼

개봉 1993 영국,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기네스 펠트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시대적 배경인 1593년엔 여자가 연극 무대에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배우의 꿈을 꾸던 귀족의 딸 바이올라(기네스 펠트로)는 결국 남장을 하고 오디션을 봅니다. 바이올라를 깊이 사랑하게 된 신인 작가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이올라는 로미오 역할을 맡게 되죠. 기네스 펠트로는 이 영화로 71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습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기네스 펠트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감독 존 매든

출연 기네스 팰트로, 조셉 파인즈, 제프리 러쉬, 콜린 퍼스, 벤 애플렉, 주디 덴치

개봉 1998 미국

원영의
<금지옥엽>

홍콩에도 남장 여자 영화가 있습니다. 홍콩 최고 여가수 로즈(류자링)의 열렬한 팬이었던 평범한 소녀 자영(원영의). 오직 우상인 로즈를 보기 위해 음반 제작사 남자 신인가수 선발대회에 지원합니다. 오빠의 도움으로 남자로 변장한 채로요. 결국 꿈에 그리던 자신의 우상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음반 제작사인 샘(장국영)은 남자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에게 끌립니다. 어째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카페 사장님 공유와 남장한 여자 직원 윤은혜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네요.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 불리는 장국영과 남장여자로 연기를 펼친 원영의의 조합이 흥미롭습니다.

원영의

금지옥엽

감독 진가신

출연 장국영, 원영의, 유가령

개봉 1994 홍콩

캐서린 헵번
<실비아 스칼렛>

여자인 에디터도 심쿵하게 만든 이 미남 배우는 누구인가요?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만 총 4번을 수상했으며 고전 미녀 여배우로 손꼽히는 캐서린 헵번입니다. 남장을 하고 순회극단 단원으로 들어갔다 남자 단원과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특별한 분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남성적 매력을 물씬 풍겼습니다.

캐서린 헵번

실비아 스칼렛

감독 조지 큐커

출연 캐서린 헵번, 캐리 그랜트, 브라이언 아언

개봉 1935 미국

줄리 앤드류스
<빅터 빅토리아>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으로 유명한 줄리 앤드류스도 남장 연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남장여자 배역은 조금 복잡한 설정인데요. 식당에서 만난 화려한 외모의 게이가 어떤 제안합니다. 여장을 한 게이 귀족 행세 연기를 해보라고요. 빅토리아(줄리 앤드류스)의 연기는 지방 나이트클럽에서 크게 히트합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설정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

빅터 빅토리아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출연 줄리 앤드류스, 제임스 가너, 로버트 프레스턴

개봉 1982 영국, 미국

힐러리 스웽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절도 혐의로 수배 중인 티나 브랜던(힐러리 스웽크)은 수배를 피해 장난삼아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술집에서 치한으로부터 한 여자를 구해주고, 그 인연으로 그녀의 집에서 함께 머물게 되는데요. 그동안 남자로서의 본능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힐러리 스웽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힐러리 스웽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감독 킴벌리 피어스

출연 힐러리 스웽크, 클로에 세비니, 피터 사스가드, 브렌단 섹스톤, 알리슨 폴란드, 알리샤 고랜슨, 맷 맥가그레스, 로브 캠벨

개봉 1999 미국

케이트 블란쳇
<아임 낫 데어>

총 6명의 배우들이 전설적인 포크 가수 밥 딜런을 연기해야 하는 이색적인 설정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뻔히 남성인 실존 인물에 여성 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는 밥 딜런의 여러 아이덴티티 중 음악적 변신으로 비난받는 뮤지션을 연기했는데요. 토드 헤인즈 감독은 처음부터 이 역에 여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깡마른 외모의 밥 딜런이 갖고 있던 기묘한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랐기 때문이었죠.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변신. 이 정도면 배우가 누군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