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익숙하고 안전하고 지루하게
★★☆
‘흥부전’을 모티브로 만약의 역사를 다뤄본 상상. 작가 흥부는 잃어버린 형을 찾기 위해 소설을 쓴다. 거기에 개혁가인 동생 조혁, 야심가인 형 조항리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며 흥부전을 비튼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이미 여러 차례 봤던 상상력이고 그 방식마저 다소 투박해 진부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전반부의 유머, 풍자 코드와 후반부의 교조적인 드라마의 밸런스가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 이해는 가는데 공감은 되지 않는 드라마. 고 김주혁 배우의 분량만큼은 남다른 아우라로 다가온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흥부와 흥부전의 느슨한 상관관계
★★☆
변화하는 시대상. 개혁파와 민초들의 열망이 이루어진 <흥부>의 지향점은 <왕의 남자>(2005)나 <군도: 민란의 시대>(2014)와 꼭 닮아 있다. <흥부전>을 빌려 온 흥미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흥부>와 <흥부전>의 결합이 다소 성긴 탓에, 후반부 흥부가 세상에 눈을 뜨고 각성해야 하는 시점의 폭발력이 약해 보인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따라가다가 감흥을 얻는다기보다, 그럴듯한 주제의식만이 부각되어 버린 결과다. 그럼에도 고 김주혁 배우가 남긴 한 장면에 대해서는 언급해야 한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따뜻한 웃음을 바탕으로 김주혁은 제야의 숨은 지도자 조혁의 모습을 창조해 낸다. “꿈꾸는 자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는 대사와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김주혁의 모습이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리저리 토막 난 장면들
★★
거의 모든 신(Scene)과 신 사이에 2-3개의 신이 생략된 느낌이다. 토막 난 장면을 임의로 붙여 놓은 듯한 영화는, 결국 관객을 태우지 못하고 자기 혼자 달려간다. 공감이 들어설 문턱이 높다. 편집의 패착일까, 시나리오 문제일까, 연출의 한계일까. 어느 쪽이든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 같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대부분 실패다. 천우희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만 한 분량과 캐릭터를 부여받지 못했고, 정진영은 전형적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정우는 좋다/나쁘다 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나마 감정을 강하게 붙드는 건, 백성들의 대변자 조혁을 연기한 김주혁. 조혁이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김주혁이 세상에 차마 전하지 못한 말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에 애틋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