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 조던, 루피타 뇽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비브라늄보다 단단한 메시지
★★★
마블의 히어로들은 단련된 근육만큼이나 강력한 입담을 자랑했다. 어벤저스의 유머러스한 말싸움은 시리즈의 시그니처처럼 자리 잡았으나 <블랙 팬서>는 방향을 달리한다. 아프리카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거기에서 탄생한 흑인 영웅의 성장 서사로 인종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민다. 메시지의 무게가 묵직한 만큼 속도감은 다른 마블 시리즈에 비해 덜하지만 액션과 유머가 집중된 부산 시퀀스가 숨통을 틔어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의 가장 놀라운 색, 블랙
★★★☆
왕좌를 지켜내며 성장하는 영웅의 개별 서사로도, MCU의 전체적 균형과 각 시리즈의 연결성을 고려한 큰 그림 안에서 봐도 근사한 영화다. 마치 인종과 젠더, 차별과 혐오 등 이 시대가 가장 예민하게 안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수퍼히어로 영화가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는 듯하다. 그렇게 마블은 단순히 수십 년 전 코믹북 안의 내용을 스크린에 불러들이는 것을 넘어 현시대와 가장 적절하게 조응하는 영화들을 만들어내는 데 나날이 성공하고 있다. 마블은 이제 실망하는 게 더 어려운 브랜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 무비의 독창적 서사
★★★☆
이전까진 비브라늄의 원산지 정도로 언급되었던 와칸다 왕국을 주무대로,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들 중 가장 독자적이며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이국적 배경과 전설과 로맨스와 가족 서사 등이 스펙터클 액션과 적절히 어우러진다. 인종적 다양성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많은 비중을 두었다. 블랙 팬서에 맞서는 에릭 킬몽거 역의 마이클 B 조던이 인상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야심 큰 마블 솔로무비낯설거나 흥미롭거나
★★★
오락영화를 왜 정치적으로 해석하느냐는 일부의 불평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블랙팬서>는 정치적 은유가 다량 함유된, 마블 시리즈 중 가장 정치적인 영화다. 블랙팬서 이름의 기원이 실제 흑인 무장 단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인물들의 주요 대립 이유가 흑인 인권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빈민국의 외피를 쓰고 있는 최강국 와칸다라는 설정 역시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기득권의 편견을 뒤집는다. 성공한 오락 프랜차이즈 안에 심오한 은유들을 심은 이 영화의 노선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거대 야심이 마블 히어로 영화에 관객이 기대하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에서 살짝 어긋나 있기에 만족도 면에서 아슬아슬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많다. 한국 촬영 분량은 꽤 길다. 여주인공에게 한국말 구사능력까지 안겨 준 마블의 한국을 향한 팬서비스는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이 귀여움과 어설픔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기에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얘기는 못 하겠다.

블랙 팬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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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감독 노동석 출연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도주와 우정의 불협화음
★★☆
억울한 누명을 쓴 한 남자의 도주를 배경에 깔고, 그 남자의 과거 친구들을 끌어와 우정을 끼얹은 영화다. 일단 쫓고 쫓기는 도주극으로서는 일정 재미를 갖췄다. 아쉬움은 우정을 내세운 드라마 쪽이다. 영화 속 남자의 친구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그 사연을 이해받을 만한 합당한 알리바이를 부여받지 못했다. 남자의 도주가 친구들의 우정과 만나는 클라이맥스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사건이 촘촘하게 쌓여서 드러나는 결말이 아닌, 결말을 위한 결말이라는 점 역시 작품의 깊이를 상당 부분 갉아먹는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강동원 자체 매력은 살아있다. 연출이나 이야기의 힘이라기보다, 강동원 개인의 힘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득보다 실, 아쉬운 각색
★★☆
원작의 가장 중요한 줄기였던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 습관과 신뢰의 가치는 옅어졌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 원작을 재구성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대신 그 자리에 무엇을 채웠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도주극의 묘미와 스릴에 더 비중을 두려는 의도일 수 있겠으나 그리 성공적인 변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강동원의 캐릭터 변신 역시 그에게 꼭 맞는 옷은 아닌 듯하다. 러닝 타임 내내 힘겹게 뛰고 구르던 것보다 마지막 한 장면 속 그의 모습이 뇌리에 더 깊이 남는 것을 보면.

골든슬럼버

감독 노동석

출연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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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감독 조근현 출연 정우, 김주혁, 정진영

송경원 <씨네21> 기자
익숙하고 안전하고 지루하게
★★☆
흥부전을 모티브로 만약의 역사를 다뤄본 상상. 작가 흥부는 잃어버린 형을 찾기 위해 소설을 쓴다. 거기에 개혁가인 동생 조혁, 야심가인 형 조항리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며 흥부전을 비튼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이미 여러 차례 봤던 상상력이고 그 방식마저 다소 투박해 진부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전반부의 유머, 풍자 코드와 후반부의 교조적인 드라마의 밸런스가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 이해는 가는데 공감은 되지 않는 드라마. 고 김주혁 배우의 분량만큼은 남다른 아우라로 다가온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흥부와 흥부전의 느슨한 상관관계
★★☆
변화하는 시대상. 개혁파와 민초들의 열망이 이루어진 <흥부>의 지향점은 <왕의 남자>(2005)<군도: 민란의 시대>(2014)와 꼭 닮아 있다. <흥부전>을 빌려 온 흥미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흥부><흥부전>의 결합이 다소 성긴 탓에, 후반부 흥부가 세상에 눈을 뜨고 각성해야 하는 시점의 폭발력이 약해 보인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따라가다가 감흥을 얻는다기보다, 그럴듯한 주제의식만이 부각되어 버린 결과다. 그럼에도 고 김주혁 배우가 남긴 한 장면에 대해서는 언급해야 한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따뜻한 웃음을 바탕으로 김주혁은 제야의 숨은 지도자 조혁의 모습을 창조해 낸다. “꿈꾸는 자들이 모이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는 대사와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김주혁의 모습이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리저리 토막 난 장면들
★★
거의 모든 신(Scene)과 신 사이에 2-3개의 신이 생략된 느낌이다. 토막 난 장면을 임의로 붙여 놓은 듯한 영화는, 결국 관객을 태우지 못하고 자기 혼자 달려간다. 공감이 들어설 문턱이 높다. 편집의 패착일까, 시나리오 문제일까, 연출의 한계일까. 어느 쪽이든 책임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 같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대부분 실패다. 천우희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만 한 분량과 캐릭터를 부여받지 못했고, 정진영은 전형적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정우는 좋다/나쁘다 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나마 감정을 강하게 붙드는 건, 백성들의 대변자 조혁을 연기한 김주혁. 조혁이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김주혁이 세상에 차마 전하지 못한 말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에 애틋함을 남긴다.

흥부

감독 조근현

출연 정우, 김주혁, 정진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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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감벽의 관
감독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목소리 출연 김선혜, 강수진, 이현진

송경원 <씨네21> 기자
때 되면 으레 찾아오는 명탐점 코난이라는 습관
★★☆
코난 시리즈의 11번째 극장판. 2007년 일본 개봉된 작품이 뒤늦게 국내에 소개됐다. 코난 극장판은 언젠가부터 연례행사처럼 여름과 겨울 국내 관객을 찾고 있는데, 사실 이건 코난 팬들을 위한 이벤트나 다름없다. 탐정물에서 멀어진 만큼 액션 어드벤처에 가까워진 일종의 이벤트. 오프닝은 꽤 인상적이 <루팡3>등 자잘한 패러디 등이 즐거움을 더하지만 뼈대가 되는 추리의 빈약함을 메우기엔 다소 모자라다. 여타 코난 극장판과 비교해 도드라지는 요소가 별로 없는 평균적인 작품. 시리즈의 특성 상 팬들의 만족도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

명탐정 코난 : 감벽의 관

감독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출연 김선혜, 강수진, 이현진, 이용신, 이정구

개봉 200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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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놀라운 하루
감독 리처드 데일, 리신 판, 피터 웨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경이로운 하루의 기록
★★★★
거대한 스케일의 촬영과 섬세한 편집을 통해 빚어낸, 웬만한 드라마보다 풍부한 서사를 지닌, 웬만한 스릴러보다 긴장하게 만드는, BBC의 자연 다큐멘터리. 인간이 배제된 지구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생존을 위해 동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행동과 모습들은 인간-관객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다. 극장에서 보시길 권한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경이로운 지구촌 24
★★★
2008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BBC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의 후속작. 전편이 지구의 1년을 다뤘다면, 10년 만에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은 낮과 밤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지구의 하루를 담아냈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바다 이구아나부터 토론토에 사는 라쿤까지 38종의 생명체가 등장해 지구라는 보금자리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정통 자연 다큐멘터리 형식이지만 개체들의 일상을 릴레이 경기처럼 엮은 편집과 영상의 완성도가 빼어나다.

지구: 놀라운 하루

감독 피터 웨버, 리처드 데일, 리신 판

출연 이제훈, 로버트 레드포드, 성룡

개봉 2017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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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룻거 하우어, 숀 영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SF 고전의 놀라운 생명력
★★★★☆
인간은 무엇인가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블레이드 러너>(1982)는 그 자체가 존재를 탐구해온 영화다. 지금까지 공개된 버전은 7. ‘파이널 컷은 개봉 버전과 다른 결말, 주인공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존재를 암시한 감독판’(1993)을 추가 수정한 최종판이다. 디지털 보정을 통해 나이테를 지운 SF 걸작은 여전히 빛나고 견고하다. 볼수록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찾는 진귀한 영화를 36년을 거쳐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또 고맙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할리우드 SF의 모던 클래식
★★★★★
SF를 이야기할 때 영원히 언급될 레퍼런스. 아날로그 테크놀로지가 빚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적 경지. 리플리컨트를 통해 반추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 가장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장르 영화.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준, 거대한 아우라의 예술 작품. 리들리 스콧이라는 장인의 강렬한 인장.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미래 도시의 묵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