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은 이나영의 생일입니다. 요즘에 그녀를 떠올리면 모 의류 광고 모델, 혹은 원빈의 아내가 제일 먼저 생각나긴 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예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떠오르며 아쉬움이 남는데요. 그녀의 생일을 맞이해 CF로만 보기 아쉬운 영화배우로서의 이나영의 얼굴들을 살펴봅니다.


연예계 데뷔
잡지 모델,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연예계 입문
1990년대 중반 길거리 캐스팅으로 잡지 모델로 데뷔한 이나영. 새내기 모델 시절 친구와 쇼핑 나왔다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는데요. '잠뱅이' CF 모델이 그녀의 첫 데뷔. 당시 박진영, 윤상, 김동률 등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합니다. 


에이지
데뷔작인 일본 영화에서 노출 신을 거부한 이유
이나영의 영화 데뷔작은 특이하게도 일본 영화였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톱스타였던 나가부치 쯔요시와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일본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구로츠치 미츠오 감독은 한국의 신인 여배우를 찾던 중 이나영의 프로필을 보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같은 밝고 투명한 향기가 난다"며 캐스팅했는데요. 그러나 영화사 측은 이나영에게 촬영 기간 동안 모든 스케줄을 비울 것, 노출 신에 응해야 하며, 170cm인 이나영에게 키가 작아야(165cm)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습니다. 이에 이나영은 일본인의 눈요기를 위해 옷 벗고 싶지 않고, 자신의 종교적 이유 때문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노출 신을 강하게 거부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시나리오에 있던 몇 차례의 베드신은 모두 삭제되었고, 극중 중요한 대목인 뒷모습 노출 신만 찍었다고 합니다.

에이지

감독 구로츠치 미츠오

출연 이나영, 나가부치 쯔요시

개봉 1999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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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자기 감성대로 연기하는 배우
그는 여타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청순함과는 거리가 먼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다소 마니악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채팅 게임에서 만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은 <후아유>. 그래서 더욱 이나영에게 잘 어울렸죠. 개봉 당시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드 니로처럼 자기 감성대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이후 필모를 봤을 때, 확실히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한 듯 보입니다.

후 아 유

감독 최호

출연 조승우, 이나영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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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인생 캐릭터와의 만남
아마 이나영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사랑받은 작품과 캐릭터가 아닐까요.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2000년대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히며, 폐인을 양성하기도 했죠. 아직도 이 드라마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일반적인 TV 드라마와 다른 시각으로 남녀 간의 사랑에 접근했으며, 이나영은 선역도 악역도 아닌, 경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했습니다. 가장 이나영스러운 캐릭터.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와는 <아일랜드>로 다시 한 번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도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죠.

네 멋대로 해라

감독 박성수

출연 양동근, 이나영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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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완전 정복
엉뚱하고 웃긴 캐릭터
이나영의 엉뚱 발랄한 매력이 돋보였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별 볼일 없는 외모(처럼 보이지는 않지만)에 엉뚱한 성격의 9급 공무원 영주.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지나치게 캐릭터에 몰입해 끙끙 앓는 타입의 연기자였지만, 이 영화만큼은 빈둥거리며 찍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가장 편안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영어 완전 정복

감독 김성수

출연 이나영, 장혁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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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이은주, 전도연, 김혜수를 제치고 여우주연상 수상
또 한 번 선머슴 같은 캐릭터로 독특한 로맨스 영화를 선택한 이나영. 주업이 라디오 사연 응모이고, 부업이 바텐더인 것부터 독특합니다. 이나영의 4차원스러운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는 이 영화로 2004년 2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 당시 경쟁 후보는 <주홍글씨>의 이은주, <인어공주>의 전도연, <얼굴 없는 미녀>의 김혜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깜짝 수상에 놀란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었죠.

아는 여자

감독 장진

출연 정재영, 이나영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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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필모 중 최다 관객 수
이나영과 강동원, 예쁜 비주얼의 두 배우를 기용했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뤘던 영화였습니다. 전직 유명 가수였지만 10대 시절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해 3번의 자살 시도를 했던, 상처 깊은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그녀는 촬영이 끝났을 때 웃음이 없어졌을 정도로 깊이 몰입했었다고 합니다. 작품 중 유일하게 3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기도 하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

출연 강동원, 이나영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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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
자살 신 찍다 정신을 잃었던
몽유병 걸린 역할로 또 한번 독특한 캐릭터로 분한 이나영. 김기덕 감독은 2012년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해 위험했던 촬영 현장 일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이나영이 목을 매는 장면을 찍던 중에 그녀의 움직임이 멈춰버린 것. 다급하게 응급조치를 해 위험을 모면했다고 합니다. 정작 이나영은 정신을 잃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비몽

감독 김기덕

출연 오다기리 죠, 이나영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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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Plan. B>, <하울링>

도망자 Plan. B, 하울링
이후 5년간의 공백기
<아일랜드> 이후 드라마로는 6년 만에 <도망자 Plan. B>로 복귀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선보였는데요. 긴 팔과 다리로 능숙한 액션 연기는 물론 로맨스 연기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2012년에 개봉한 <하울링>은 그녀의 가장 최근 주연작(단편 영화 제외)입니다. 이후 2015년 원빈과 결혼하면서, 부부가 함께 오래도록 작품 복귀를 하지 않았죠. 

하울링

감독 유하

출연 송강호, 이나영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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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해 차기작을 확정지으며 5년의 공백기를 끝내게 되었는데요, 복귀작은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입니다.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재회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의 메시지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이나영은 엄청난 고통의 기억을 품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엄마를 연기합니다. 지난해 말 촬영을 마쳤으며,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나영이 배우로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