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허한 빈속이 채워진다
★★★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찾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도시에 모인다. 마음 다치고 속이 허해지기 쉬운 날들이 이어지기 마련.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 제 몸 움직여 얻은 재료를 요리하고 먹는 혜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빈속이 차근차근 채워진다. 같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일본 영화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드라마가 강화되었다. 함께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친구들, 반찬을 챙겨주는 고모, 상처와 추억이 교차하는 엄마와의 기억까지. 고요했던 일본 버전과 다른 활기와 온기가 강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내 안의 작은 숲을 찾아서
★★★☆
땀 흘려 땅을 일구고, 열리고 떨어지는 것들을 소중하게 손에 담고 감사하게 쓰는 삶.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이 같은 풍경 안에서 모두 온전히 각자만의 작은 숲을 상상하고 만나게 된다. 꼼꼼한 계절 요리 레시피 같은 원작과는 다르게, 혜원(김태리)을 중심으로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확장하면서 선택하는 삶이라는 주제가 보다 분명하게 새겨진 각색이 좋다. 건강한 방식으로 정성껏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단단하게 심어주는, 어여쁘고 고마운 작품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작은 숲의 소확행
★★★★
삶을 결정한다는 만만치 않은 화두를, 소박하게 풀어낸 영화. 도시에서 상처 받은 젊은이들은 자연의 생명력 속에서 치유된다. 한국영화로선 매우 드물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김태리와 류준열, 그리고 신인 진기주의 케미가 좋다. 친절한 레시피와 함께 등장하는 음식들은 이 영화의 정서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 매우 식욕을 자극하니, 공복 때는 보지 마시길.
 
이화정 <씨네21> 기자

느림, 여유, 기다림의 기분좋은 체험
★★★
도심을 떠나 시작되는 <리틀 포레스트>의 공간이동은 그 자체로 유의미함을 선사한다. 재료를 정성껏 손질하여 예쁘게 담아 음미하며 먹는 그 작은 시간이 그간 우리에게 얼마나 허락되어 있었을까. 영화는 그 과정을 디테일하고 정성스럽게 보여주어 체험하게 해준다.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슬로무비가 선사하는 느림의 미학.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에 받아들이고 생동하는 배우 김태리의 연기가 혜원의 내적 성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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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감독 홍창표 출연 이승기, 심은경, 연우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너무 얕은 합
★★
공주의 배우자 찾기를 내세운 <궁합>의 전략과 타깃은 캐스팅에서부터 드러난다. 이승기와 연우진은 물론 보이그룹 샤이니의 최민호, 씨엔블루강민혁 등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남 연기자들을 대거 포진시켜 10대 팬들을 유혹한다. 남자 배우들의 갑작스러운 상반신 노출 등 팬서비스도 확실한 편. 다만 이 모든 걸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영화 자체가 지나치게 얕고 가볍다. 사랑 찾기라는 메인 줄기와 서브플롯으로 깔아 둔 세도가 다툼사이의 궁합 역시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시나리오 쓰기에서 지양해야 할 대사들이 다량 함유돼 있다. “사랑을 빼면 인생에 무엇이 남나요?” 같은 직접화법이 캐릭터의 감정을 오히려 앙상하게 만든다. <관상>을 잇는 역학 3부작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이 영화의 기대치를 높여버리는 부작용을 낳는 분위기인데, 차라리 10대 멜로물로 자체 분류했다면 더 득이지 않았을까.

궁합

감독 홍창표

출연 심은경, 이승기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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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제니퍼 로렌스, 일당백!
★★★
빈틈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 도미니크(제니퍼 로렌스)가 스파이로 거듭나는 과정이 다소 허무맹랑하고, 세부 묘사에서 엉성한 지점이 있으며,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편의적으로 소비되는 캐릭터도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스파이 무비에 관객이 기대하는 음모와 배신과 스릴과 반전이 나름 알맞게 배합돼 흥미를 유도한다. 관객과의 두뇌 게임을 즐겨보겠다는 에너지도 팽팽한 편.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키워낸 건, 제니퍼 로렌스의 매력이다. <헝거게임> 시리즈를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달린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러고 보니, 도미니크는 강한 생존력으로 권력에 맞섰던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분열된 자아 같기도.

레드 스패로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튼, 제레미 아이언스,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메리 루이스 파커, 샬롯 램플링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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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트럼프 시대에 날리는 기품 있는 펀치
★★★★
같은 상황을 두고 누구를 조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내부고발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포스트>는 지금과 같은 인물 선택은 어떤 면에서 탁월한지, 그 선택이 왜 중요했는지를 두 시간여 동안 여실히 증명한다. 언제나 옳지 않을 수도,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론은 계속해서 권력을 견제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트럼프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출 베테랑, 연기 베테랑들이 완벽에 가깝게 조율한 하모니 같은 이 영화는 너무 매끈한 게 흠처럼 보일 지경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필요할 때 필요한 자리에서 필요한 일을 한다는 것
★★★☆
펜타곤 리포트를 고발한 '워싱턴 포스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재현 드라마는 아니다. 언론의 쓸모와 책임이라는 상식을 기반으로 윤리와 양심이 실종되어가는 오늘의 미국을 향해 호소한다. 탁월한(혹은 영악한) 점은 여성 CEO의 성장과 각성을 뼈대로 삼아 관객의 동의를 구한다는 것. 뭘 이렇게까지 도식적으로 찍었을까 싶을 만큼 거의 모든 쇼트들이 정확하다. 언론의 사명과 윤리, 여성을 향한 압박과 이를 떨쳐낸 용기까지. 스필버그가 목적을 가지고 목소리를 드높이면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 모두가 알지만 어쩌면 그래서 게을렀던, 지금 필요한 이야기.

더 포스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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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감독 신재호 출연 정려원, 임창정, 정상훈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열지 말았어야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해도 최순실이듯, 신동엽 감독(<내 사랑 싸가지> <치외법권> 등 연출)이 신재호로 이름을 바꿔 달아도 DNA는 바뀌지 않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는 그것이 개그 소재로 소비될 뿐, 풍자에 닿지 못한다. 철지난 화장실 유머와 여성 외모 비하 개그는 안타깝기도. 사회현상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바람과 달리 <게이트>수가 얕은 코미디일 뿐이다.

게이트

감독 신재호

출연 정려원, 임창정, 정상훈, 이경영, 이문식, 김도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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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독 히로키 류이치 출연 야마다 료스케, 니시다 토시유키, 칸이치로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영화
★★★
일본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원작 에피소드 중에서 세 가지 에피소드를 옮겼다. 원작의 애틋한 사연을 두 시간에 담으려다 보니 원작 팬들이라면 전개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고민 상담 편지와 그로 인해 희망을 찾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영화에서도 위력을 발휘해 잔잔한 위로를 건네준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자극을 덜어낸, 편안한 상담소 역할
★★★
원한, 복수, 살인이 전무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가장 순화된 형태의 이야기다. 오히려 누군가 귀기울여주고 함께 고민해준다면 기적이 가능하다는 희망가다.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로 엮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소박한 잡화점의 구현으로 무리하지 않은 편안한 상담소가 만들어졌다. 영화는 경험, 나이에 상관없이 진심을 다한다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바로 상담과 치료가 달라지는 지점이다. 고심해 써내려간 편지 문구 하나하나에 위안을 얻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독 히로키 류이치

출연 야마다 료스케, 무라카미 니지로, 칸이치로, 니시다 토시유키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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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감독 모토히로 카츠유키 출연 사토 타케루, 아야노 고, 하마베 미나미

송경원 <씨네21> 기자
그나마 준수한 코스프레
★★☆
쏟아지는 만화 원작의 일본영화 중에서 약간 다른 결을 선보인다. 사쿠라이 가몬의 동명 원작만화는 간결한 묘사 가운데 다소 어둡고 진지한데 영화에 이런 분위기를 십분 살리려 애쓴다. 다만 그 방식이 불사의 인간이란 소재를 활용한 고어, 혹은 총격 액션에 머문다는 점이 아쉽다. 이야기의 부피가 크다 보니 캐릭터는 간략화하는데, 그렇게 얻는 시간을 액션에 온전히 할애한다.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은 편.

아인

감독 모토히로 카츠유키

출연 사토 타케루, 아야노 고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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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위대한 모험 2
감독 뤽 자케 내레이션 장현성, 장준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진짜 펭귄 이야기
★★★☆
영화 속 디지털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종종 등장하지만, 진짜 펭귄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시길. 12년 전 전편이 주었던 커다란 감동은 여전히 그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혹독한 자연과 싸워가며 생명의 섭리를 이어가는 황제펭귄들의 모습은, 도시에 갇혀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우리들을 일깨운다.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갖춘 다큐멘터리. 감동적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전편에서 나아가지 못한 모험
★★☆
2005년 자연 다큐멘터리 흥행 돌풍을 일으킨 프랑스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의 후속편. 전편이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의 자식 사랑을 보여줬다면, 2편은 생존법을 배워나가는 어린 황제펭귄에게 초점을 맞춘다. 황제펭귄의 고단한 생존 방식은 여전히 많은 깨달음을 주지만, 전편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만 구성이 아쉽다.

펭귄-위대한 모험 2

감독 뤽 자케

출연 장현성, 장준서

개봉 2016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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