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극장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멜로 영화가 오랜만에 개봉했습니다. 무려 멜로 여신, 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손예진이 주연이라는 점이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오랜만에 멜로 연기로 찾아온 것을 기념해, 손예진의 역대 멜로 영화, 드라마 속 얼굴들을 모았습니다.


연애소설(2002) - 수인 역
2000년대의 국내 극장가는 지금보다 많은 멜로, 로맨스 영화들이 쏟아졌던 시기입니다. 그 영화들 한가운데에 손예진이 있었죠. <연애소설>은 <취화선> 조연 출연 이후 첫 주연작이자,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영화입니다. 친구였던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 지환(차태현) 사이에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끼어들면서 흩어졌다, 시간이 흘러 다시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죠. 손예진은 병을 앓고 있지만, 밝은 웃음을 가진 수인을 연기했습니다. 손예진, 이은주, 차태현 풋풋한 세 배우의 조합이 아름다운 영화였죠. 

연애소설

감독 이한

출연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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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2003) - 지혜/주희 역
<클래식>에선 1인 2역을 소화하며, 영화를 보다 본격적으로 이끌어갑니다. 상민(조인성)과 캠퍼스 로맨스를 펼치는 장면에선 청순한 매력의 풋풋한 사랑 연기를, 1968년 엄마의 과거 첫사랑 이야기를 연기하는 대목에서는 엇갈린 사랑의 애틋함을 연기합니다. 비오는 날 상민의 겉옷을 우산 삼아 함께 쓰고 뛰는 장면, 앞이 보이지 않는 준하(조승우)와 다시 재회하는 장면 등 수많은 명장면을 남긴 영화입니다.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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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향기(2003) - 혜원 역
어릴 적 이 드라마를 봤던 에디터는 다른 건 기억 못해도 손예진이 '정말' 예뻤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사계절 로맨스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었던 윤석호 PD의 여름 시리즈였죠. 긴 머리와 하늘하늘한 패션으로 청순함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게다가 직업마저 플로리스트. 민우(송승헌)는 혜원(손예진)이 첫사랑과 닮아 강한 끌림을 느끼며 사랑에 빠집니다. <여름 향기>의 혜원의 모습은 만인이 꿈꾸는 첫사랑이라 해도 될 정도였죠.

여름 향기

감독 윤석호

출연 송승헌, 손예진, 류진, 한지혜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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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 일매 역
박제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첫사랑 이미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그녀 자신도 "이전까지 맡았던 캐릭터들은 너무 투명하다"며 "제 안의 퇴폐적인 색깔을 내고 싶었"던 시기라 말했죠. 여전히 누군가의 첫사랑이지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코믹 요소와 섹시한 매력으로 남자 주인공 태일(차태현)을 유혹하던 캐릭터였습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감독 오종록

출연 차태현, 손예진, 유동근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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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 수진 역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수진 역은 이전 캐릭터들보다 깊은 사랑의 감정을 요구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유달리 심한 수진의 건망증이 계기가 되어 만나게 된 철수(정우성)와 수진. 두 사람은 결혼 후 수진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죠. 점점 사라져가는 사랑의 기억을 애써 붙잡으며 사랑을 이어가는 절절한 멜로물입니다. 정우성과의 로맨스 케미가 무척이나 돋보였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감독 이재한

출연 정우성, 손예진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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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2005) - 주부 서영 역
아직 20대 중반밖에 안된 나이였지만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이어 또 한 번 유부녀 캐릭터를 맡습니다. 인수(배용준)의 아내와 서영(손예진)의 남편이 함께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서로의 배우자들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된 서영과 인수. 두 사람 역시 자신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사랑에 빠져선 안될 사람과 외도를 펼치는 손예진의 얼굴은 순애보가 가득했던 이전의 얼굴과 사뭇 다릅니다.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베드신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외출

감독 허진호

출연 배용준, 손예진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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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정석(2005) - 한지원 역
프로 작업남 민준(송일국)과 프로 작업녀 지원(손예진)의 작업 대결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 언제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이었던 그녀였던 터라 짙은 화장을 한 채 클럽에서 유혹하는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생소했습니다. 때론 순진무구한 척 뻔뻔하게 내숭도 떨죠. 흥행에도 성공했으며, 손예진의 이미지 변신도 인상적이었던 영화입니다.

작업의 정석

감독 오기환

출연 손예진, 송일국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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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2006) - 은호 역
'어른들의 멜로'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던 드라마.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지내던 부부가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으며, 감우성과 손예진의 섬세한 감성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때론 서툴고 바보 같으며, 상대의 떠남을 견디지 못해 히스테리까지 부리는 평범한 여자. 멜로 여신으로 불렸지만, 그간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랑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였기에 연기력과 작품성 면에서도 의미 있게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연애시대

감독 한지승

출연 감우성, 손예진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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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2008) - 인아 역
남편에게 "다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을 이렇게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어이없지만 반박 불가한 느낌마저 줍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남편을 둘 갖겠다 말하는 이 여자와 헤어져야 하는 게 맞지만, 헤어지기엔 손예진이 연기하는 인아 캐릭터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손예진이었기에 이해되고 용납 가능했다는 평이 주.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정윤수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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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2010) - 개인 역
그녀의 필모 중 예쁨을 버리고 망가짐을 선택한 유일무이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 대충 올려 묶은 머리, 뿔테 안경까지 동원해 아무리 안 예쁜 척해도 모태 미모를 감추긴 역부족이었지만요. 거기다 연애를 알지 못하고, 답답한 짝사랑만 이어가는 평범녀 캐릭터는 왠지 그녀와 착 달라붙지 않았습니다. 무난하고 뻔한 구성과 캐릭터 설정도 아쉬움의 이유였고요.

개인의 취향

감독 손형석, 노종찬

출연 손예진, 이민호, 김지석, 왕지혜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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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2011) - 여리 역
귀신을 보는 남다른 '촉' 때문에 생활이 공포인, 연애 한 번 못한 여자와 마술사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코믹 호러 로맨스입니다. 로맨틱한 순간마다 귀신이 튀어나오며 어둠의 기운이 여리(손예진)를 감싸지만, 여리의 톡톡 튀는 귀여운 캐릭터는 이 영화가 공포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임을 강조하죠.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강점 있는 손예진과 이민기의 연상연하 로맨스가 귀여웠습니다. 

오싹한 연애

감독 황인호

출연 손예진, 이민기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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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 - 수아 역
이후 손예진은 <해적>,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의 다른 장르 영화를 선택해왔는데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오랜만에 초기 작품 속 손예진의 모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대학생의 풋풋한 첫사랑의 모습, 너무 일찍 남편과 아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엄마의 안타까운 슬픔, 어떤 이유 때문인지 기억을 잃은 채 살아돌아와 다시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까지. 여태껏 관객들이 좋아했던 멜로 영화 속 손예진의 얼굴들이 총집합해 반갑게 느껴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독 이장훈

출연 소지섭, 손예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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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 진아 역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도 멜로 여신의 복귀를 알린 손예진. 3월 30일 첫 방송 예정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떠오르는 신예 배우 정해인과 연상연하 로맨스를 펼칩니다. 치명적인 멜로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밀회>의 안판석 PD의 신작이라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연출 안판석

출연 손예진, 정해인, 박혁권, 서정연, 정유진, 이주영, 장원형, 윤종석, 길해연, 오만석, 장소연, 이화룡, 주민경, 위하준, 오륭, 김종태, 이창훈

방송 2018,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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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손예진의 필모 속 멜로 연대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손예진의 베스트 캐릭터는 어떤 영화인가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