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신예 배우들을 만나는 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떠들썩한 작품들이 모인 최근 극장가 속 돋보이는 여자 신예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제각기 다른 개성, 다른 국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오스카의 화제작 <레이디 버드>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두터운 팬층을 지닌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 합류한 4명의 배우를 소개한다.


올리비아 쿡
Olivia Cooke,

<레디 플레이어 원>
사만다 에벨린 쿡/Art3mis 역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은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세계와 현실이 공존하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올리비아 쿡은 오아시스에서 ‘Art3mis’(아르테미스)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사만다 에빌린 쿡을 연기했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와 함께 오아시스의 창립자 제임스 도노반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가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를 찾고자 힘을 합치는 인물. 오아시스를 집어삼키려는 거대 기업 IOI의 횡포에 맞서는 강인한 소녀이기도 하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올리비아 쿡, 벤 멘델슨, 타이 쉐리던, 사이먼 페그, 마크 라이런스, T.J. 밀러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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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쿡은 1993년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주의 올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찰관, 어머니는 판매원인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8살 때부터 방과 후 지역 극장 워크숍에 참여하며 아마추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4살 때 에이전시의 눈에 들었고, 광고를 찍으며 얼굴을 알렸다. 연기 데뷔는 19살 때 했다. BBC의 <블랙아웃>(2012)에서 크리스토퍼 에클스리스턴의 딸 을 연기했다. 주목받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이듬해 출연한 TV 시리즈 <베이츠 모텔>(2013)에서부터다. <베이츠 모텔>은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 속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베이츠 모텔의 주인 노먼 베이츠의 과거를 조명한 드라마다. 그녀는 호흡기 질환 때문에 휴대용 산소통을 지니고 다니는 소녀 엠마를 연기했다. 노먼 베이츠(프레디 하이모어) 주변에서 가장 밝고, 당찬 행동을 일삼는 캐릭터다.

베이츠 모텔, 2013
위자, 2014

동글동글한 그녀의 얼굴은 러블리한 로맨스 장르와 딱 어울릴 듯 싶지만, 올리비아 쿡은 주로 서늘한 호러 영화로 필모를 채워왔다. <베이츠 모텔>에서의 똘똘한 연기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은 올리비아 쿡은 <더 시그널>(2014), <더 콰이어트 원>(2014), <위자>(2014), <서러브레드>(2017)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러 영화에서 활약했다.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한 성장영화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2015)에선 죽어가는 소녀레이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기도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제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올리비아 쿡의 차기작은 로맨스 드라마 <라이프 잇셀프>(2018), 전기 영화 <코팅 댄저>(2018)다.


오데야 러쉬
Odeya Rush

<해피 어게인>
레이시 웨스트맨 역

<레이디 버드>
제나 역

레이디 버드, 2018
해피 어게인, 2017

할리우드 유망주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오데야 러쉬는 무려 두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2018)에선 레이디 버드’(시얼샤 로넌)가 선망하는 동급생 제나로 분했다. 얼굴도 예쁜 데다 돈도 많은 제나는 틴에이저들 사이에선 남부러울 것 없는 캐릭터다. J.K. 시몬스, 줄리 델피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해피 어게인>(2017)에서는 레이시를 연기했다. 레이시는 품고 있는 상처를 나눌 사람이 없어 마음의 문을 닫은 캐릭터다. 비슷한 시기 작품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레이디 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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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어게인

감독 커트 보엘커

출연 J.K. 시몬스, 오데야 러쉬, 줄리 델피, 조쉬 위긴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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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인형 같은 외모를 지닌 오데야 러쉬는 이스라엘 하이파 출신이다. 이름 오데야는 히브리어로 ‘Thank God’이란 뜻을 지녔다. 일곱 남매 중 외동딸로, 위로 오빠 두 명이 있고, 아래론 2쌍의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앨라배마로 이주했고, 12살 때부터 상업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연기 데뷔는 2010. TV 시리즈 < 앤 오더>의 한 에피소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2년 뒤 스크린 데뷔작 <티모시 그린의 이상한 삶>(2012)에서부턴 분량 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로 앤 오더, 2010
더 기버, 기억전달자, 2014

<더 기버: 기억전달자>(2014)에선 주인공의 신비스러운 첫사랑을 연기했고, <구스범스>(2015)에선 잭 블랙과 함께 몬스터들에 맞서는 강인한 소녀를 연기했다. 두 영화로 단번에 주목을 받은 그녀는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인디 영화에서도 활약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했다. 2016년엔 본인이 직접 연출과 각본, 주연을 도맡은 단편 영화 <Thanks>를 내놓으며 색다른 재능을 펼치기도. 2017년엔 무려 5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남은 차기작은 2편. 피어스 브로스넌, 가이 피어스 등과 함께 출연한 <스피닝 맨>(2018), 뮤지컬 영화 <덤플린>(2018)으로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에스더 가렐
Esther Garrel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마르치아 역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에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올리버(아미 해머)의 사랑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엘리오에게 마음을 내줬던 마르치아의 사랑도 있었다. 우리 사귀는 사이 맞지?”라는 마르치아의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엘리오. 그 순간의 정적에 마르치아의 그해 여름이 무너져내린다. 마르치아는 프랑스의 떠오르는 배우 에스더 가렐이 연기했다. 응축된 씁쓸함이 담긴 눈빛에서 그녀의 연기 내공이 겹쳐진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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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가렐과 에스더 가렐 / 루이스 가렐과 필립 가렐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성에 눈길이 갈 것. 에스더 가렐은 배우 모리스 가렐의 손녀이자 감독 필립 가렐의, 배우 루이스 가렐의 여동생이다. 날 때부터 영화와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그녀는 아버지의 연출작 <와일드 이노선스>(2001)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데뷔를 치렀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7년 뒤. 루이스 가렐, 레아 세이두 주연 영화 <아름다운 연인들>(2008) 속 조연 출연을 시작으로, 매춘부를 연기한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2011), 임신한 10대 소녀를 연기한 <17 걸스>(2011) 등으로 유수 영화제를 순항하며 주목을 받았다.

러버 포 어 데이, 2017

2017년은 배우로서 그녀가 우뚝 성장한 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의 활약도 그렇지만, 작년 칸에서 공개되었던 그녀의 주연작 <러버 포 어 데이>(2017)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아버지 필립 가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서, 그녀는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 잔느를 연기한다. <러버 포 어 데이>는 프랑스의 저명 영화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17 올해의 영화 오르기도 했다. 에스더 가렐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후속편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시퀄> 외 두 작품으로 스크린에 컴백할 예정이다.


케일리 스패니
Cailee Spaeny

<퍼시픽 림: 업라이징>
아마라 나마니 역

천재 신입 아마라 나마니를 연기한 케일리 스패니는 단연 <퍼시픽 림: 업라이징>(2018)의 발견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얼굴. 당연하다. 케일리 스패니는 두터운 팬층을 지닌 메이저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로 장편 영화 데뷔를 치른 슈퍼 신인이다. 1998년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난 그녀는 2016년 싱글 앨범 ‘FALLIN’발표하며 가수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이전 연기 경력이라곤 같은 해 단편 영화 <카운팅 투 1000>(2016)에 출연한 게 전부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감독 스티븐 S. 드나이트

출연 스콧 이스트우드, 존 보예가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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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앨범 ‘FALLIN’

그야말로 올해의 럭키 신인으로 손꼽히는 그녀지만,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 캐스팅되기 전엔 4년 동안 오디션장을 전전했다고. 엄마와 함께 미니 밴을 타고 25시간 동안 집과 LA를 오고가는 고생 어린 시간을 견뎌야 했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촬영차 호주로 떠난 것이 그녀의 첫 해외여행이라고.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촬영 첫날 찍은 첫 장면을 꼽았다. 처음 발을 디딘 타국, 모든 게 낯설었던 촬영 현장에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존 보예가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그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바로 그녀의 차기작이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의 삶을 다룬 전기 드라마 <온 더 베이시스 오브 섹스>(2018)에 출연했고, 미국의 제46대 부통령 딕 체니의 전기영화 <백시트>(2018)에도 출연했다. 딕 체니의 아내 린 체니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성인 린 체니는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했다. 현재는 스릴러 <배드 타임 앳 더 엘 로얄>(2018)을 촬영 중이다. 크리스 헴스워스, 다코타 존슨, 제프 브리지스 등이 출연한다. 단번에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인재임이 틀림없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