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레디 플레이어 원>도, 장동건, 류승룡 주연의 <7년의 밤>도 꺾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흥행 감독도, 스타급 캐스팅도 없는 한국산 공포 영화 <곤지암>.  호기심 가는 소재와 참신한 기획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성공했는데요. <곤지암>처럼 스타 배우 없이 흥행 성공한 영화들을 모았습니다. 어떤 영화가 있을까요?

※ 관객 수, 흥행 순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입니다. (국내 영화만 집계한 순위입니다.)


<곤지암>

관객 수
2,295,502명 (4/10 기준)

흥행 순위
154위
* 153위는 김대우 감독, 한석규 X 이범수의 <음란서생> *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공포영화 관객 수 1위를 기록 중인 <장화, 홍련>의 314만 6217명을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영화에서 공포체험을 떠났던 7명의 멤버들을 맡았던 배우들 모두 이번 영화가 첫 주연작입니다. 정범식 감독은 “기성 배우들의 경우 캐릭터보다 그 인물의 아우라나 과거가 투영되어 몰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생소한 신인들을 기용했다”고 밝혔는데요. 체험 공포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배역명을 배우들의 실명으로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배우들의 이름을 보다 쉽게 기억하는 효과까지!

위하준
(왼쪽부터)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왼쪽부터)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

이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그나마 익숙한 얼굴은 위하준 정도. <차이나타운>에서 엄태구 아역으로 데뷔해 <박열>, <반드시 잡는다> 등에서 조연으로 등장했으며, 최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동생으로 나와 눈도장 찍었습니다. 박성훈은 연극배우 출신으로 <질투의 화신> 등 몇몇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나온 경력 있는 신인 배우입니다. 박지현, 오아영도 영화, 드라마를 총합해도 5개 정도의 필모그래피뿐인 신인. 문예원, 이승욱, 유제윤은 이 영화가 데뷔작입니다. 이승욱은 개인 사정으로 돌연 연기 활동을 중단하며, 영화의 공식 홍보 활동에도 참석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곤지암

감독 정범식

출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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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관객 수
7,363,139명

흥행 순위
27위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에 무려 강동원이 특별출연이었던 <1987>이 28위! *

한국 영화계에서 드물게 여성 신인배우+여성 중년 배우 ‘떼주물’로, 흥행몰이까지 성공했습니다. 1980년대 추억을 소환하여 폭넓은 관객층의 감성을 건드렸으며, 각각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린 신인+중견 배우들의 연기 ‘콜라보’가 돋보이는 영화였죠. 할리우드, 베트남, 일본에서 리메이크도 준비 중입니다. 강형철 감독은 “캐스팅의 첫 번째 조건은 과거 인물과 현재 인물의 싱크로율이었기 때문에 어린 배우를 찾기 위해 4개월간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고  말했는데요.

(왼쪽부터) 심은경, 강소라
(왼쪽부터) 민효린, 천우희, 박진주
(왼쪽부터) 남보라, 김보미, 김민영

심은경은 <써니>를 통해 상업 영화의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작에서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강소라와 민효린, 남보라는 <써니>의 캐릭터들로 주목받았습니다. 김보미, 김민영도 이 영화로 얼굴을 알리며 배우의 입지를 단단히 했죠. 요즘 여러 작품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박진주는 당시 카메라에 서본 적 없는 신인이었습니다. 로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고. 천우희는 7공주 멤버는 아니었지만, 일명 ‘본드녀’라 불린 캐릭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충무로 기대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과속 스캔들>을 통해 신인이었던 박보영과 왕석현을 발굴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던 강형철 감독입니다. 그는 신작 <스윙키즈>에서도 도경수와 박혜수를 선택했습니다. 도경수는 아이돌 출신으로 월드스타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신인에 가깝죠. 박혜수 역시 드라마로 인지도를 얻었지만 영화 배우로는 익숙한 배우가 아닙니다.

써니

감독 강형철

출연 유호정, 심은경, 강소라, 고수희, 김민영, 홍진희, 박진주, 이연경,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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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관객 수
3,587,182명

흥행 순위
89위
* 정우성의 <신의 한 수>가 90위, 장동건의 <태풍>이 91위인데! *

스타 감독도, 이름있는 배우도 출연하지 않았지만 개봉일부터 17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로 높은 흥행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에 대한 반발심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맞물려, 역시 일제강점기 시기를 다룬 <동주>와 함께 흥행을 이끌어냈습니다. 12억 원의 관객 투자와 배우들의 재능기부로 14년 만에 완성된 영화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신인으로 채워졌는데요.

강하나
(왼쪽부터) 최리, 서미지

주인공이었던 배우 강하나는 재일 동포 4세 출신으로 극단을 운영 중인 어머니 영향으로 4살 무렵부터 연기를 했지만, <귀향>이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조정래 감독은 “뛰어난 일본어 구사력과 위안부 문제 해결 향한 진심,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상적인 무녀 연기를 펼쳤던 최리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의 조연, 개봉 예정작인 <순이>에도 캐스팅되며 충무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고 있죠. 한두 편의 단역으로 출연했던 서미지도 공개 오디션 당시 캐스팅되지 못하면 스태프로 일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살랐다고 합니다.

귀향

감독 조정래

출연 강하나, 최리, 손숙, 황화순, 정무성, 서미지, 류신, 임성철, 오지혜, 정인기, 김민수, 이승현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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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관객 수
6,081,480명

흥행 순위
45위
* 강동원 X 유해진의 <전우치>가 46위! *

영화의 주연 배우 라인업 중 유일하게 스타성 있던 배우는 주진모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상 주진모의 역할은 여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정도였을 뿐, 영화의 화제성과 흥행의 중심에는 김아중이 있었죠. 극중 성형 전 특수 분장, 성형 후 ‘뷰티풀 걸’로의 드라마틱한 변신, 직접 부른 주제가까지 모두 화제였죠. 김아중이 맡은 캐릭터는 고소영, 김희선, 이나영, 수애 등 많은 여배우들이 거절했다고 알려졌는데요. 2005년 <광식이 동생 광태> 등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린 김아중은 이 작품을 계기로 인생 캐릭터를 얻으며, 주연 배우로 자리 잡습니다.

미녀는 괴로워

감독 김용화

출연 주진모, 김아중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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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관객 수
10,513,715명


흥행 순위
14위
* 강동원 X 황정민 <검사외전>이 15위! *

<왕의 남자>는 천만 돌파 영화 가운데 역대 최장상영 기간을 소요한 영화입니다. 입소문과 N차 관람 팬층의 열광적 지지 덕분이지요.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등 이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긴 했으나, 흥행을 책임질 톱스타 배우들은 아니었죠. 이 영화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배우는 신인 배우였던 이준기. <발레 교습소>, <호텔 비너스>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 방영했던 드라마 <마이 걸>에 출연하며 이제 막 얼굴을 알리던 신인이었죠. 그러나 <왕의 남자>를 통해 여자보다 아름다운 여장을 한 채 가련한 공길 캐릭터를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합니다. 1차 오디션에서 덤블링, 2차에서 장구, 3차에서 공길이 할만한 동작들(물구나무)을 보여주며 배역을 따냈다고 하네요!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출연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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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박스오피스 200위에 든 200편의 한국 영화 중 신예 배우들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이렇게 5편 정도였습니다. 스타급 배우들에 기대지 않아서 그런지, 기존 흥행 한국영화 공식에서 벗어난 색다른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작품에서 신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