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남자가 펼치는 돈 가방 쟁탈전. 4월 12일 개봉한 <머니백>은 단순한 스토리처럼 보인다. 실체는 조금 다르다. 돈 가방을 차지하려는 인물들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 전당포에 맡긴 총을 찾으려는 부패경찰 최형사(박희순), 정치 자금을 조달하려는 문의원(전광렬). 이처럼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캐릭터들이 무려 7명이다. 7개의 다른 스토리가 하나로 맞물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시간의 흐름도 일반적이지 않다. 보통 이런 형식을 다중 플롯(멀티 플롯), 비선형적 플롯이라고 부른다. <머니백>이 영향을 받았을 법한 영화들을 에디터의 시선에서 골라봤다.

머니백

감독 허준형

출연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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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치

Snatch, 2000

<스내치> 오프닝 장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 그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도 비슷한 장르 형식의 영화다. 다이아몬드와 불법 도박 권투이란 소재를 다룬 <스내치>는 루저에 가까운 주인공, 얼떨결에 찾아온 인생 역전의 기회, 인물끼리 얽히고설켜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등의 설정과 전개 등이 <머니백>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진지한데 멍청미 돋는 인물들 때문에 더 웃긴 유머 감각도 닮은 꼴이다. 무엇보다 브래드 피트, 베네치오 델 토로가 거침없이 망가졌던 <스내치>처럼 <머니백>에선 22년 만에 영화를 찍은 전광렬이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도 닮았다.

스내치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데니스 파리나, 비니 존스, 브래드 피트, 라드 세르베드지야, 제이슨 스타뎀

개봉 2000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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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1997

<재키 브라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대부분의 작품이 비선형적 플롯이긴 하다. <펄프 픽션>처럼 아예 다중 플롯을 택한 작품도 있고, <킬빌> 2부작이나 <저수지의 개들>처럼 플래시백으로 시간대를 섞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머니백>과 닮은 영화로는 <재키 브라운>이 떠올랐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범죄에 손을 대는 주인공, 중간에 붕 떠버린 돈을 찾기 위해 달려드는 인물들, 지극히 장르적인 색을 취하면서 인물들의 애환을 포착하는 등 <머니백>은 타란티노 감독의 ‘순한 맛’으로 꼽히는 이 영화와 닮았다.

재키 브라운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팜 그리어,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포스터, 브리짓 폰다, 마이클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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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넘버 슬레븐

Lucky Number Slevin , 2006

<럭키 넘버 슬레븐>

슬레븐(조쉬 하트넷)의 인생은 단단히 꼬였다. 친구 닉 피셔로 오해받아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보스(모건 프리먼)는 슬레븐에게 랍비(벤 킹슬리)의 아들을 죽이라고 하고, 랍비는 보스를 죽이라고 종용한다. 보스와 랍비는 뉴욕의 양대 마피아의 우두머리들이다.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대중을 설레게 한 조쉬 하트넷이 슬레븐 역을 맡아 상황을 타개하려고 무단히 애쓴다. 무고한 주인공이 범죄 조직에 추격을 받는다는 설정이 <머니백>과 유사하다. <럭키 넘버 슬레븐>은 복잡한 전개를 무기로 사방팔방 사건이 터지는 통에 다소 난잡하긴 하지만, 각 인물들의 상황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마지막 결말은 의외로 속 시원하다.

럭키 넘버 슬레븐

감독 폴 맥기건

출연 조쉬 하트넷, 모건 프리먼, 벤 킹슬리, 루시 리우, 스탠리 투치, 브루스 윌리스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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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2002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은 비선형적 스토리 라인을 적극적으로 한국 영화에 사용했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4편의 단편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로 본격 다중 플롯 범죄 영화에 도전했다. 범죄에 발을 들인 이들의 겪는 밑바닥 인생의 처절함, 인물들의 욕망, 장르적 쾌감과 액션을 빚어내 호평을 받았다. 전도연, 이혜영, 정재영 등 주연은 물론이고 신구, 류승범, 백일섭, 안길강, 정규수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최근 범죄 영화들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으로 흘러가면서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감독 류승완

출연 전도연, 이혜영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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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 2007

<스모킹 에이스>

한 사람의 목숨에 현상금이 걸렸다. <스모킹 에이스>는 현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이스라엘(제레미 피번)을 암살하려는 킬러와 그를 지켜야 하는 FBI의 대결을 그린다. 다른 다중플롯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다 하나의 결말로 다다른다면, <스모킹 에이스>는 ‘이스라엘의 목숨’이란 하나의 목표로 진행되는 단순명료, 깔끔한 맛을 준다. 등장인물들이 프로 킬러, FBI라는 것만 제외하면 하나의 목표로 달려드는 군상이 <머니백>과 가장 흡사하다.

스모킹 에이스

감독 조 카나한

출연 벤 애플렉, 제레미 피번, 라이언 레이놀즈, 앤디 가르시아, 앨리샤 키스, 레이 리오타

개봉 2007 영국, 프랑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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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

007, 1962~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건 배럴 장면

<007>? 뜬금없이 느껴질 테지만, <머니백>의 포스터는 <007> 시리즈를 차용했다. 양복을 입고 우아하게 권총을 조준하는 모습은 <007>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 ‘건 배럴’ 숏을 패러디한 것. 영화 자체는 <007> 시리즈의 화려한 규모와는 거리가 있지만,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한 패러디는 영화의 코믹함을 잘 표현했다. 자동권총이 아닌 극에 사용된 리볼버를 들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머니백> 캐릭터 포스터
007 스펙터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랄프 파인즈, 레아 세이두, 모니카 벨루치, 크리스토프 왈츠, 데이브 바티스타

개봉 2015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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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2015

<럭키>

<머니백>의 민재(김무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옆집 택배를 맡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인생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한다. 어디선가 민재처럼 불쌍한 인물을 본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럭키>의 재성(이준)이다. 무명 배우 생활에 지친 재성은 삶을 정리하던 중 주인집의 성화에 ‘씻고 죽자’는 생각으로 목욕탕에 간다. 거기서 킬러 형욱(유해진)이 비누를 밟고 넘어지자 열쇠 바꿔치기로 새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원작인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도 마찬가지. 이런 운명적인 사건은 ‘루저’들이 희망을 버릴 때야 찾아오니, 참 잔인하다.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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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2005

<달콤한 인생> 백사장(황정민)

<머니백>에서 임원희가 맡은 캐릭터는 백사장이다. 이 이름이 왜 이리 익숙한가 보니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에 특별출연한 황정민의 배역 이름이 백사장이었다. 임원희의 백사장도, 황정민의 백사장도 사채업자다. 어쩌면 <머니백>이니까 백을 붙여서 백사장이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임원희와 황정민의 이미지 차이나 두 영화에서 보이는 백사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재밌는 부분이다.

<머니백> 백사장(임원희)
달콤한 인생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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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