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데뷔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채워온 배우 권율. 그가 이번엔 영화 <챔피언>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그간 작품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데뷔 전부터 현재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모아보았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를 꿈꿨다

그 나이 때 여느 보통의 사내아이들이 그렇듯 권율도 축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차범근 축구교실에 가입했고, 중학교 진학 후에도 축구부에서 열심히 공을 찼다. 하지만 왜소한 체격으로 선수의 꿈이 좌절됐고, 이후로는 축구를 취미로만 즐기기로 했다. 한때는 축구 전문 기자, 해설가를 꿈꾸기도 했다.


배우 최명길의 조카다

권율의 이모는 배우 최명길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데뷔 당시에는 최명길의 조카인 것을 숨겼다. 이모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웠던 마음과 함께 최명길의 조카로 주목받길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게 그는 데뷔 후 6년간 가족관계를 숨겨오다 지난 2013년 한 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황금 인맥의 소유자

이모가 배우였던 덕분에 그의 가족들은 자주 모여 최명길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함께 얘기를 나눠왔고, 이것이 일상이 되며 축구의 꿈을 접은 고등학생에게 ‘연기자’라는 직업은 자연스레 마음 한켠을  차지하게 됐다. 배우로 진로를 정한 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데 이때 룸메이트들이 대단하다. 1학년 1학기 때는 1년 선배 하정우와, 1학년 2학기 때는 동기 현빈과 함께 살며 친분을 쌓았다. 연예계에서 가장 친한 배우는 윤계상. 현재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기도 한 두 사람은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통해 인연을 맺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절친하게 지내고 있다.


동기들보다 데뷔가 늦었던 이유는?

현빈, 하정우, 정경호 등 같은 과 선후배와 동기들이 일찍이 데뷔해 배우의 길을 걸을 동안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20대 초반, 연기파 배우를 꿈꾸며 여러 기획사에서 오는 제안을 모두 거절한 것. 이후 그는 군대에 갔고, 제대 후 현실적인 안목을 갖게 된 그는 소속사에 들어간다. 데뷔작은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 앳된 얼굴을 무기 삼아 26살의 나이에 그는 전혀 무리 없이 고등학생을 연기한다.

달려라 고등어

감독 김용재, 최영훈

출연 이민호, 문채원, 권율, 정윤조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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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얻게 된 새로운 이름

권율의 본명은 권세인이다. 사람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기고 영화 <피에타>부터 권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배우로 2차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하고 싶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개명을 결심했다는 그의 새로운 이름은 지금의 소속사 대표가 받아온 것인데, 공교롭게도 당시 영화 <명량>의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인물로 권율 장군이 있다. <명량>에도 등장하는데 배우 남경읍이 연기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남긴 발자취들

<명량>, <한번 더 해피엔딩>
<달빛궁궐>, <미옥>
<박열>, <귓속말>

<비스티 보이즈> 속 호스트, <내 깡패같은 애인> 속 깡패,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속 짝퉁 소방차 멤버, <피에타> 속 보험금을 위해 자신의 두 손목을 자르는 남자, <잉투기> 속 대책 없는 백수. 그가 맡아온 영화 속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왕세종>, <내게 거짓말을 해봐>, <브레인>, <우와한 녀> 등 여러 작품들 속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는 2014년 배우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을 만난다. 누적 관객 수 170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 속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아들 이회 역할을 맡게 된 것. 이 작품을 통해 1700만 명의 관객들뿐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의 눈에 든 그는 주연급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특히 2016년은 가히 권율의 해라고 부를 만한데,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 속 매력 터지는 조연 구해준을 시작으로 영화 <사냥>,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영화 <최악의 하루>,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까지 쉬지 않고 대중들을 찾아왔다.

지난해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서 ‘조선일보’ 기자 이석 역할을 맡아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자랑했고, <미옥>에서는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공명을 연기하며 그간 본 적 없는 강렬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화룡점정은 드라마 <귓속말> 속 악랄한 변호사 강정일이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받듯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지난해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에서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품게 안게 된다.

명량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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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해피엔딩

감독 권성창

출연 장나라, 정경호, 권율, 유인나, 유다인, 서인영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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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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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감독 이명우

출연 권율, 이보영, 이상윤, 박세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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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작은 영화 <챔피언>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그가 이번에 선택한 인물은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해볼 만한 역할은 다 해본 것 아닌가 싶었는데, <챔피언>의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의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진기는 말 많고, 임기응변에 능하고,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코믹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처음인데,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챔피언> 속 진기의 모습이 평소 권율의 모습과 닮은 지점이 많다고 얘기한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올바름의 정석인듯한 그에게 이런 반전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니. 그만큼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 아닐까. 지금까지 보여준 10년 동안의 얼굴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권율의 얼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챔피언

감독 김용완

출연 마동석, 권율, 한예리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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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