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대한 개츠비.

이 작품만큼 여러 텍스트로 변환된 소설이 있을까요? 위대한 개츠비는 타임지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국 문학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소설입니다. 옛 연인 데이지를 찾기 위해 위대하게돌아온 개츠비를 그리고 있죠. 이렇게만 설명하면 단지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한데요. 만인에게 사랑받는 이 소설, 어떻게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을까요?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역사를 선명히 담아냅니다. 소설 속 1920년대가 어떤 시대냐고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바로 그 사이의 시기를 말하죠.

1922년 뉴욕. 도덕성 제로에 불법이 난무하며, 주가는 끝없이 치솟고 재즈가 유행하던.

소설 속에는 1차 대전 이후 미국에 찾아온 경제 호황 속에서 흥청망청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부자들은 돈을 펑펑 쓰며 ‘유럽 흉내’를 내느라 여념이 없었고, 경제 호황으로 벼락 부자를 꿈꾸게 된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이란 허황에 기대기 시작했죠.

위대한 개츠비개츠비는 아주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1920년대의 미국과 소설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죠.

우선 미국의 모습부터 살펴볼까요?

개츠비는 유서 깊은 집에서 태어난 금수저가 아닙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상류층 여성인 데이지와 같은 곳에 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대죠. 이 모습은 1차 대전 이후 국제무대에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미국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 세계에서 급부상하기 시작한 미국이란 나라를 혼란스러운 경제 호황 속 벼락부자가 되어 신흥 세력이 된 개츠비에 투영해냅니다.

<미드 나잇 인 파리>, 'F. 스콧 피츠제럴드'역의 톰 히들스턴과 '젤다 피츠제럴드'역의 알리슨 필

시야를 조금 더 좁혀볼까요? 이번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입니다.
 
위 스틸컷은 온갖 예술가들이 총출동해 반가웠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입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인데요. 스콧 피츠제럴드는 소설 속 닉이나 개츠비가 그랬던 것처럼 1차 세계대전에서 군인으로 전쟁을 경험합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당시 약혼녀였던 젤다에게 파혼당하죠. 다행히 첫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이 큰 성공을 거두며 결혼에 성공하게 되지만요. 가난했을 당시 톰 뷰캐넌에게 데이지를 빼앗기고, 다시 데이지를 찾겠다고 부자가 되어 돌아온 개츠비의 모습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모습과 겹쳐 보이지 않나요? 소설이 1923년과 1924, 실제로 스콧 피츠제럴드가 뉴욕 롱 아일랜드와 프랑스 세인트 라파엘을 오가며 쓴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선명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이 영화화되지 않을 수 없겠죠?

2013,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 토비 맥과이어…….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만 들어도 영화가 반짝반짝 빛나지 않나요?

<위대한 개츠비>는 바즈 루어만 감독만의 색이 아주 뚜렷한 작품입니다. 고전미와 현대미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세련된 의상, 감각적인 전개 방식, 폭죽을 팡팡 터뜨리는 파티 장면 등, 영화의 모든 장면이 화려하죠. 전작 <물랑 루즈>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는 공개된 후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여운이 영화의 화려함에 눌려 증발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141분의 긴 러닝타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 사이 놓여진 캐릭터들이 단면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그쳤다는 평도 많았고요. 원작을 그대로 녹인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거나 당혹스러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하면,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죠. 폭죽 속에서 잔을 들고 여유롭게 웃던 개츠비, 그의 첫 등장 장면은 절로 탄성을 부릅니다.


이쯤에서 영화만의 매력 포인트 찾아볼까요?

바즈 루어만의 재해석에 따라 힙합 뮤지션 '제이-지' 아래 탄생한 사운드 트랙은 개봉 후 오랜 시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 클럽에서 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한 파티 음악이나, 개츠비와 데이지의 아련한 상황 위로 흐르던 라나 델 레이의 애처로운 음색은 1920년대 재즈 시대를 완벽한 '현대판 개츠비'로 구현해냈죠.

영화 속 의상 또한 주목받았습니다. ‘프라다’, ‘브룩스 브라더스’, ‘티파니등이 참여하여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미 1996<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즈 루어만과 작업한 적이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함께했습니다. 보다 화려한 파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 고전적인 의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작하기도 했다네요.

<위대한 개츠비>는 제 66회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을, 8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미술상과 의상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서점에 가면 언제나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 아직까지 제목만 들어보셨다면 책이든 영화든 접해보길 권합니다. 뛰어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 ‘사랑에 대한 질문, 자신의 욕망만을 찾는 인물들……. 빠져들다 보면 왜 이 작품이 베스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