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vs 매켄로>

대부분의 영화에 악역이 있다면, 스포츠 영화엔 악역 대신 라이벌이 있다. 스포츠 영화의 라이벌은 때로는 주인공이 뛰어넘어야 하는 목표, 때로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동료로 그려지며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실제 스포츠 역사에도 숙명의 라이벌은 늘 존재했는데, 영화화된 스포츠계의 라이벌은 과연 누가 있을까. 영화로 만날 수 있는 역대급 라이벌들을 모아봤다.


<보리 vs 매켄로>

비외른 보리 / 존 매켄로

존 매켄로와 비외른 보리
Fact

1980년 윔블던 대회 결승전, 비외른 보리(스베리르 구드나손)와 존 매캔로(샤이아 라보프)가 만났다. 당시 비외른 보리는 호주 오픈 우승 1회, 프랑스 오픈 우승 4회, 윔블던 우승 4회, US 오픈 우승 3회를 달성한 테니스의 황제였다. 반면 존 매켄로는 이제 막 주목 받던,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신예였다. 매켄로가 1980년 윔블던 결승전 진출에 성공하면서 최고의 선수와 떠오르는 천재의 대결이 성사됐다.

<보리 vs 매켄로>
Film

영화는 제목처럼 보리와 매켄로에게 집중한다. 보리의 징크스나 매켄로의 악동 같은 성격을 묘사하고, 100여 분의 시간 중 23분을 결승전 경기를 재현하는 데 할애한다. 보리 역의 스베리르 구드나손과 매켄로 역의 샤이아 라보프는 촬영 5개월 전부터 테니스 연습과 체중 조절에 돌입하며 배역을 준비했다. 영화는 두 선수의 전혀 다른 성격과 승리를 향한 집념이라는 공통점을 함께 그리면서 스포츠 선수들이 갖는 심리적 부담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보리 vs 매켄로

감독 야누스 메츠

출연 샤이아 라보프, 스베리르 구드나손

개봉 2017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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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빌리 진 킹 / 바비 릭스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
Fact

1973년, 여성 테니스 랭킹 1위인 빌리 진 킹(엠마 스톤)은 테니스계의 성차별을 참지 못하고 여성 선수들과 새로운 협회를 세운다. 지극히 남성 중심인 테니스계는 이에 반발했고, 전 윔블던 우승자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는 은퇴를 철회하고 빌리 진 킹에게 대결을 신청, 남성의 우월함을 증명하려 한다. 빌리 진이 바비의 대결 신청을 받아들이며 1973년 9월 20일, 성의 자존심을 건 두 선수의 경기가 열린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Film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는 서로의 선수 인생을 건 라이벌 관계까진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기는 남녀 선수가 맞붙는다는 특수성, 당시 사회의 불평등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상징성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는 그 점에 주목해 테니스계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남녀 불평등을 속속들이 다룬다. 거기에 싱크로율 100%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호연도 일품이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엠마 스톤, 스티브 카렐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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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더 라이벌>

제임스 헌트 / 니키 라우다

니키 라우다와 제임스 헌트
Fact

F1(포뮬러 원)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은 시즌 최종 점수를 합산해 선정한다. 그래서 레이스를 10번 이상 완주해야 하고, 순위권에 들기 위해선 300km/h 이상의 속도로 경주를 펼쳐야 한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이 냉혹한 F1의 역사에서도 1976년 니키 라우다(다니엘 브륄)와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의 승부는 전설로 남았다. 실력은 호각세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선수는 데뷔 이래 라이벌 관계이자 서로의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자극제였다.

<러시: 더 라이벌>
Film

<러시: 더 라이벌>은 모터 스포츠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룬다. 당시 레이스 코스를 재현하고, 차량과 소품을 공수해 리얼리티까지 더했다. 속도감 넘치는 경주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니키 라우다에게 직접 자문을 구한 두 사람의 선수 생활은 숙명의 라이벌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극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다. 난봉꾼 기질에 한 성격하는 제임스 헌트를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와 냉철한 분석력과 집요함이 돋보이는 니키 라우다를 맡은 다니엘 브륄은 인생 연기를 보여준다.

러시 : 더 라이벌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올리비아 와일드, 다니엘 브륄,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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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최동원 / 선동열

선동열과 최동원
Fact

1987년 5월 16일, 롯데 자이언트와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당시 천재 투수로 추앙받던 롯데의 최동원(조승우)과 해태의 선동열(양동근)이 선발로 출전,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라 모든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전까지 1승 1패를 기록했기에 팬들에겐 5월 16일 부산에서 열릴 경기가 과연 한국 최고의 투수는 누구인가 결정짓는 빅매치가 됐다.

<퍼펙트 게임>
Film

프로야구의 부흥기 1980년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선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을 그려 야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최동원 역에 조승우, 선동열 역의 양동근의 열연에 야구를 모르는 관객이 봐도 손끝이 저릿저릿할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각색 과정에서 실제 두 선수가 겪은 사실과도 다른 부분, 다소 과장된 야구 경기 묘사 방식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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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무하마드 알리 / 조지 포먼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
Fact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프로 복서 무하마드 알리(윌 스미스)는 22살에 세계 헤비급 챔피언 소니 리스톤을 쓰러뜨려 일약 스타로 거듭난다. 하지만 베트남전 징집 거부를 빌미로 프로 복서 자격을 박탈당해 왕성히 활동해야 할 20대 후반의 삶을 허송세월하게 된다. 3년 후, 무죄 판결을 받은 알리는 자신처럼 24살 젊은 나이로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조지 포먼과 맞붙게 된다. 압도적인 펀치력의 인파이터 조지 포먼, 이미 30대에 접어든 무하마드 알리의 대결은 복싱 역사에 길이 기록될 명승부를 남겼다.

마이클 만 감독, 조지 포먼 역의 찰스 셔포드, 알리 역의 윌 스미스
Film

<라스트 모히칸>, <히트>, <인사이더>를 연출한 마이클 만은 사실성을 중요시한 감독답게 <알리>의 복싱 시합을 리얼하게 그린다. 무하마드 알리가 재기하기까지에 집중한 만큼 조지 포먼과의 경기는후반부에야 등장한다. 알리 역을 맡은 윌 스미스가 16kg를 증량하고 실제 복싱 선수들의 운동법을 소화한 노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알리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한 윌 스미스는 블록버스터 배우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알리

감독 마이클 만

출연 윌 스미스

개봉 200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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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전차>

해럴드 에이브라함 / 에릭 리델

해럴드 에이브라함과 에릭 리델
Fact

1924년 파리 올림픽, 영국 올림픽 대표팀의 해럴드 에이브라함(벤 크로스)과 에릭 리델(이안 찰슨)은 금메달 수상이 유력한 육상선수다. 에이브라함은 유대인이란 혈통 때문에 차별을 받아왔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유대인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을 공론화하려 한다. 에릭 리델은 어릴 적부터 운동에 재능을 보여 ‘스코틀랜드의 바람’이란 별명까지 얻은 선교사다.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올림픽 대표팀으로 선발됐고, 100m 경기에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주목 받는 두 선수의 대결은 대중들에게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경기일이 하필 일요일로 잡히기 전까지는.

에릭 리델 역의 이안 찰슨, 에이브라함 역의 벤 크로스(<불의 전차> 촬영 현장).
Film

휴 허드슨 감독의 <불의 전차>는 ‘스포츠 정신’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영화 중 하나다. 그야말로 노력으로 한 국가의 대표가 된 두 선수의 신념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지만, 금메달은 언제나 한 사람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이벌이 반드시 외부의 적만은 아니란 시각도 참신하고, 종교적 휴일인 일요일에 열릴 경기 출전을 두고 고민하는 에릭 리델의 고뇌 역시 다른 영화에서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지점이다. 대표팀이 해변가를 달려가는 오프닝과 그 장면 위에 깔리는 테마곡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불의 전차

감독 휴 허드슨

출연 벤 크로스, 이안 찰슨, 니콜라스 파렐, 나이젤 하버스, 다니엘 제롤

개봉 1981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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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