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조슈 브롤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죽지 않은 구강 액션
★★★☆
데드풀이 여타의 히어로들과 차별화되는 매력의 요체는, 청소년 관람등급을 걷어차고 위풍당당하게 ‘빨간 딱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 낄낄거리는 유유자적함에 있다. 다른 히어로들이 가족 관람가 등급을 의식해 넘지 못하는 ‘마지노선’이 이 캐릭터에겐 없다. 그래서 데드풀은 이번에도 거친 입담과 유혈 낭자한 액션과 성적 농담과 경쟁 히어로들 놀러 먹기로 자신의 ‘똘끼’를 발산한다. 다만, 이러한 매력이 1편에서 모두 방출한 것들이기에 신선도 면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그에 반해 서사는 전편처럼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발전한 속편이라고 하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방점을 찍어주는 장면들이 있어 미워할 수 없다. 살짝 지루한 전반부의 아쉬움을 ‘쿠키 영상’으로 기어코 만회해 내는 패기 역시 인정할 만.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여전히)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히어로
★★★
19금 히어로 버전 ‘가족의 탄생’. 블록버스터로서의 외피는 한층 커졌고,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잔재미 분야에는 확실히 더욱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두말할 것 없이 이 시리즈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연기하는 배우와, 뉘앙스를 정확히 이해하며 말맛 살리는 번역이라는 삼박자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최적의 결과물이다. 다만 저예산,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히어로 캐릭터라는 한계를 이런저런 재치로 극복하려던 정성은 전편에 비해 덜 보이거나 동어반복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디즈니를 난도질하는 슈퍼히어로
★★☆
가족이 모든 가치 중에 최고라는 디즈니적 교훈이 데드풀의 손에 들어갔다. 욕설이 난무하고 선혈이 낭자한 가족영화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데드풀 2>는 전편에 이어 주연 배우와 음악, 크레딧에 자막까지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웃기려고 작정하고 피를 뿜는다. 잔혹한 신체 훼손의 이미지에도 죄책감 없이 낄낄댈 수 있는 유일한 슈퍼히어로 무비는 인종차별과 성차별까지 농담의 재료로 아낌없이 태운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의 커리어마저 희생양으로 바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살신성인이 이번에도 활약한다.

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개봉 2018 미국

상세보기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송경원 <씨네 21> 기자
메타포의 그물로 건져 올린 상실의 시대
★★★★☆
두 남자와 한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보다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에 가까운, 미스터리 스릴러를 골자로 한다. 공허, 무력감, 분노, 상실감 등 청년 세대들의 주변을 유령처럼 배회하는 공기를 뭉쳐 세 인물로 빚어냈다. 죄의식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던 이창동이 다음 걸음을 디뎠다. 상태와 감정을 장면화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교본, 클래식이라 할 만하다. 간결한 스토리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밀도가 높은 장면들로 채워져 있고 빼어난 촬영에 대담한 음악이 더해져 뼛속까지 울린다. 다만 몇몇 지점은 다소 길고, 시대와 청년세대를 반영했다고 하기엔 인물도 공간도 어딘지 괴리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거장의 전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
★★★★
있다가도 없고, 없는 것 같은 데도 있다. 비닐하우스, 우물, 고양이, 남산타워, 전화, 판토마임… 많은 것들이 메타포로 기능하는 <버닝>의 오리무중은 ‘물증’은 보여주지 않고 ‘심증’만 계속 흘리는 것에 기인한다. 마침표나 느낌표 대신 물음표로 남는 세계. 이 기기묘묘한 세계 안에서 이창동은 원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요즘 세대 청춘들의 무력감과 분노를 ‘손에 잡히지 않게’ 그려낸다. 이쯤이면 미스터리를 품고 있어 미스터리 장르이기보다, 영화 자체가 수수께끼라서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서사 흡수율이 높지 않은 영화임에도, 끝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혹적으로 잡아낸 ‘영화적 순간들’이다. 특히 노을 진 파주의 벌판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여주인공 혜미(전종서)의 실루엣은 오래 두고 회자 될 명장면이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걸 선호하는 이창동 감독의 화법이 <마더>와 <곡성>을 매만진 홍경표 촬영감독의 영상을 만나 관객에게 던지는 호기심이라는 미끼.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시대를 덮은 불안과 허무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버닝>은 이런 물음으로부터 시작했다. 두 남녀와 이들 사이에 끼어든 낯선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은 바로 이 물음의 답을 찾는 과정이다. 군데군데 흔적을 남겨 어렴풋하게 짐작하려 하지만 이내 붉은 도화지에 검은 안료가 스미듯 어둠이 깔리는 벌판과 푸른 안개가 무겁게 내려앉은 새벽의 흐릿한 풍광처럼 영화적 황홀로 우리를 미로 속에 가둔다. 인간의 원죄를 심연까지 파고들며 질문을 던지던 이창동 감독이 이번에는 당신을 둘러싼 현실을 목도하라 한다. 전종서의 눈부신 데뷔와 스티븐 연의 변신도 의미 있지만,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연기로 불안과 허무가 가득한 청춘을 완벽하게 그려 낸 유아인에겐 어떤 식으로든 이 영화가 인생의 이정표로 남을 게 분명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절망적 공감
★★★★☆
8년 동안 기다렸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그 기다림만큼 흥미로운 텍스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원작이라고는 하나, 이야기의 원형적 모티브를 가져왔을 뿐 한국이라는 맥락에 충실하다. 이전까지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감독 자신이나 가족이나 스스로의 세대가 지닌 트라우마를 담았다면, <버닝>은 젊은 세대의 이야기. 감독은 그들에게 공감하지만, 그 밑바닥엔 깊은 절망과 좌절의 현실이 흐르고 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화면은 최근 한국 영화의 비주얼 중 단연 눈에 띄는 진경. 주인공 유아인이나 신인 전종서가 주로 언급되지만, 스티븐 연의 미묘한 뉘앙스 연기가 없었다면 <버닝>의 긴장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대한민국

상세보기

트립 투 스페인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븐 쿠건, 롭 브라이든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먹고 대화하고 사랑하라
★★★☆
10BBC 시트콤으로 시작한 <트립 투>시리즈의 세 번째 극장판.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을 여행하는 코미디 배우 겸 대본 작가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콤비 플레이가 중심이다. 스페인의 풍광과 음식이 곁들여지지만 이들이 여행지 곳곳에서 주고받는 영국식 만담이야말로 <트립 투> 시리즈의 특징이자 일반적인 여행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40대에서 50대에 접어든 두 주인공의 구성진 입담은 더욱 깊고 진해졌다. 시리즈 연출을 맡아온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일과 사랑, 가정 문제로 고민하는 두 중년의 고달픔을 은근슬쩍 비추면서도 여행의 정취와 코미디의 균형을 유지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들의 세 번째 여행
★★☆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롭 브라이든과 스티븐 쿠건과 함께 세 번째 여행을 떠난다.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이번 여행지는 스페인. 여전히 수다스러운 그들의 여행엔, 스페인 각 지역의 음식들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한다. 이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시리즈 특유의 익숙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듯. 두 남자의 수다는 여전히 정신없긴 하다.

트립 투 스페인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개봉 2017 영국

상세보기

안녕, 나의 소녀
감독 사준의
출연 류이호, 송운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개성이 아쉽다
★★☆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타임슬립 설정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고백하지 못해 아쉬웠던 첫사랑과, <나의 소녀시대>의 복고 정서를 적절하게 배합하면 <안녕, 나의 소녀>가 될까. 그러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가 예상 가능한 선에서 편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첫사랑 코드와 복고 정서 역시 기존 대만 청춘물들과의 차별화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자체적인 개성이 약한 만큼, 재미도 감흥의 파급력도 낮은 편. 타이틀롤을 맡은 류이호의 자체 매력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안녕, 나의 소녀

감독 사준의

출연 류이호, 송운화

개봉 2017 대만

상세보기

5.18 힌츠페터 스토리
감독 장영주
출연 위르겐 힌츠페터, 조성하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기록의 힘
★★★☆
2017년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로 널리 알려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다큐멘터리. 2003KBS 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805월 푸른 눈의 목격자>를 연출한 장영주 PD가 당시 영상에 힌츠페터의 생전 인터뷰, 힌츠페터가 촬영한 기록 영상, 관련자 인터뷰를 더해 아픈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되새기게 한다. 참상의 현장에서 언론인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했던 힌츠페터와 15년 가까이 힌츠페터를 조명한 장영주 PD, 두 언론인의 올바른 보도 정신이 빚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

감독 장영주

출연 위르겐 힌츠페터, 조성하

개봉 2018 대한민국

상세보기

청년 마르크스
감독 라울 펙
출연 오거스트 딜, 스테판 코나스케, 빅키 크리엡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넓고 얇게 훑어보는 ‘공산당 선언’ 입문서
★★★
1943년부터 1948년까지 5년간 20대 후반의 마르크스의 사상과 삶의 궤적을 담은 일종의 연대기. 마르크스와 앵겔스가 교환한 서신을 바탕으로 마르크스가 남긴 말과 글을 긁어모아 감독의 비전으로 소화한 뒤 친절하게 정리한다. 마르크스와 앵겔스의 아내들이 그들의 사상에 끼친 영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흥미롭다. 자료는 풍성하지만 대상에 대한 긍정의 신호가 너무 강해 인물이 입체적으로 그리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성실하고 친절한 만큼 밋밋해진 전기영화.

청년 마르크스

감독 라울 펙

출연 오거스트 딜, 스테판 코나스케, 빅키 크리엡스, 올리비에 구르메

개봉 2017 프랑스, 벨기에, 독일

상세보기

파리 오페라
감독 장 스테판 브롱
출연 스테판 리스너, 벤자민 마일피드, 필립 조르당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막후 풍경
★★★☆
오페라 한 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다큐멘터리. 단순히 비하인드 신을 스케치하는 것을 넘어, 파업이나 해고를 둘러싼 상황, 관람료와 대중성에 대한 고민 등 공연의 물적 토대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우른다. 최근 공연의 주변 모습이나 아티스트에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종종 개봉했는데,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풍경을 담은 작품은 <파리 오페라> 아닐까 싶다.

파리 오페라

감독 장 스테판 브롱

출연 스테판 리스너, 벤자민 마일피드, 필립 조르당

개봉 2017 스위스, 프랑스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