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품 세계로 이름이 나 있는 감독들이 있다. 그런 작품을 볼 때 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타로 변해버린다든지, 분필로 슥슥 그은 것 같은 곳을 미국이라고 한다든지 스토리부터 배경, 발언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게 없다. 오늘은 독특하지만 작품성만큼은 인정받는 감독들을 소개하려 한다. 밑으로 갈수록 독특함의 수위가 강해진다. 마지막엔 덤으로 특이한 감독까지 짤막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오늘은 글이 조금 길다. 그러니 서비스도 꼭 읽어주시길!
이번에 개봉한 영화 <킬링 디어>의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4위를 차지했다. 그는 197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17살이 되던 해 돌아가셨다. 자신은 영화광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는 란티모스. 그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로베르 브레송의 작품으로 처음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19세에 영화 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1년부터 6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사는 세 명의 십대 청소년들을 그린 영화 <송곳니>(2009)를 통해서 주목을 받게 된다.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 아래 고양이를 맹수로 가르치며 개처럼 짖는 법을 알려 주는 아버지와 이를 순종적으로 따르는 자식들의 모습은 뒤틀린 우화를 보여주는 듯 하다.
2015년에는 자신의 첫 영어 영화인 <더 랍스터>를 만들며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더 랍스터>는 디스토피아에서 펼쳐지는 블랙 코미디 영화로, 낯설고 기괴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조리극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 영화를 통해 칸 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제89회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더 랍스터>는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버리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우화같은 이 이야기를 통해 그는 홀로 살아가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킬링 디어>도 이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규칙을 가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는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을 더해 세계를 재창조한다. 하지만 그 재창조한 공간이 오히려 현실세계와 매우 닮아 있다. 그가 설정한 세계는 넓게 퍼져 있는 부조리를 한 군데 압축해서 보여준다. 란티모스가 제시한 세계에는 자체적으로 확립된 규칙이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규칙에 불복종하고, 처벌하는 내용을 보여준다. 그는 "규칙을 가지고 있단느 것은 사람들이 가끔 규칙을 어기는 것을 의미하며, 그건 곧 처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문제의식을 일부러 집어 넣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설정한 세계의 구조가 결말을 만들 뿐이다.
<킬링 디어>는 란티모스의 영화적 특징이 모두 녹아있는 작품이다. 단조롭고 설명적인 어조의 대사를 기반으로 섬뜩한 음모와 기이한 코미디를 오간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며 자신의 영화 장르를 규정했다. 직설적인 코미디, 스릴러, 호러 영화를 만드는 법은 모른다며 자신이 만들 줄 아는 영화들은 이런 영화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TV 드라마는 어떨까. 120분 안에 란티모스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온전히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가 만든 드라마는 찰리 브루커의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를 닮아 있을 것같다. 드라마 <블랙 미러>는 근미래,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그는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를 연출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이지만, <블랙 미러>의 제작자와 감독들과 만난 적이 있다. 재밌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이란 말로 TV 드라마 진출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의 차기작 영화 <더 페이버릿>은 18세기 초, 영국 앤 여왕의 총신이 되기 위해 사촌 지간인 애비게일(엠마 스톤)과 사라(레이첼 와이즈)가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로, 지금껏 만들었던 영화와는 약간 다르다. 그는 이제까지 만들어 왔떤 규율과 처벌의 형식과는 약간 다르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하지만 처벌과 비슷한 게 있는 것 같다."라며 장난끼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 송곳니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발리, 아게리키 파루리아
개봉 2009 그리스

- 더 랍스터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레이첼 와이즈, 콜린 파렐, 레아 세이두
개봉 2015 그리스,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 킬링 디어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개봉 2017 영국, 아일랜드, 미국
- 더 페이버릿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올리비아 콜맨, 니콜라스 홀트, 마크 게티스
개봉 2018 미국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의 영화는 신체 변형과 극단적인 그로테스크로 유명한데, <파편들>(1975), <열외인간>(1977)같은 영화들은 이러한 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적인 그로테스크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영화 <비디오드롬>(1983), <크래쉬>(1996)에서 나타나는 신체 개조는 테크놀로지의 폭력성과 인간에 대한 고찰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1943년 토론토에서 기자이자 편집자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전부 받았는데, 어린 나이에 그는 아버지처럼 섬뜩한 단편 소설을 쓰고 출간했으며, 12살이 될 때까지는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다. 크로넨버그는 토론토 대학에서 과학 학부로 입학했다가 일년 후에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초창기 그는 보기 힘들만큼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선보여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감독이었지만, 영화 <브루드>를 통해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이후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신이 육체를 간섭하는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분석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는데, 이 영화에서부터 이러한 그의 관심을 발견할 수 있다.
<비디오드롬>에서는 미디어에 중독된 인간을 충격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내 대중 매체를 비판했다. 그는 인간의 모순과 특이성을 정신분석학으로 탐구하고자 했고, 이를 기형적으로 표현했다. <크래쉬>에서는 부서진 자동차에 욕정하는 주인공을 다룸으로써 죽음 충동(타나토스)와 생 충동(에로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순적인 욕망을 포착했다. 그는 공포영화 장르에서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파리와 인간을 섞고, 인간과 텔레비전을 합치며, 부서진 자동차에서 성욕을 느끼는 인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그는 돌연변이나 기생충이 몸에서 튀어나오는 등 신체훼손, 변이 공포 장르의 선구자다. 그의 영화에선 육체에 대해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그는 육체에 대한 것을 굉장히 중시했다. "내 영화는 육체에 관심이 많다. 인간은 육체가 있기에 존재한다. 만약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이 현실을 벗어나려 한다면, 여러분은 폭력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도망만 치려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철학적인 말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예술과 죽음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추려봤다.
"영감을 위해 마약을 하진 않는다. 수 십년 전에 한 번 마약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내 영화에 필요한 건 마약이 아니라 명료함이었다."
"난 공포 영화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공포영화는 충돌하는 장르다.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삶의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만드는 영화, 그게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예술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병을 갖고 있다. 유한하다는 질병을 말이다. 죽음은 모든 공포의 시초다."
그는 수많은 명작 영화 감독을 거절한 바 있다. 영화 <탑건>과 <로보캅> 그리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제안이 왔었지만, 거절했다. 영화 <토탈 리콜>은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폴 버호벤이 영화를 맡기 전에 그는 대본까지 몇 권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토탈 리콜>은 폴 버호벤 감독이 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가 만든 <로보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 플라이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제프 골드브럼, 지나 데이비스, 존 게츠
개봉 1986 미국

- 크래쉬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제임스 스페이더, 홀리 헌터, 엘리어스 코티스
개봉 1996 캐나다, 영국

- 비디오드롬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제임스 우즈, 손자 스미츠, 데보라 해리
개봉 1983 캐나다, 미국

- 브루드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올리버 리드, 사만다 에가
개봉 1979 캐나다

- 파편들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폴 햄톤, 조 실버, 린 로우리
개봉 1975 캐나다

- 열외 인간
-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마릴린 챔버스, 프랭크 무어, 조 실버, 하워드 라이샤판, 패트리시아 게이지
개봉 1977 캐나다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 서는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라스 폰 트리에'가 아닐까 싶다. 1956년 덴마크 코펜하겐 출생으로 8살에 8미리 카메라를 구입하고, 10살에 감독이 되고 싶어 했다. 덴마크 영화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학생 신분으로 영화 <야상곡>(1980)과 <자유의 영상>(1982)을 제작했다. 그 영화들이 모두 뮌헨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해, 그는 주목할 만한 신예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는 덴마크 영화학교를 졸업했으나, 후에 '그곳에선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품이 충격적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출생 비화는 더욱 충격적이다. 1995년, 트리에의 어머니는 임종 직전 그의 아버지가 사실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트리에의 친아버지가 자신의 고용주라고 이야기하며 불륜을 저지른 이유까지 말해주었다. 그녀는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를 원했지만 자신의 남편은 예술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예술가 자식을 낳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때문에 저명한 덴마크 작곡가 가문의 일원이었던 자신의 상사와 순수히 '아이를 갖기 위해' 불륜을 저질렀다고 아들인 트리에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한국 막장 드라마 수준인 이야기를 어머니 임종 직전에 들은 트리에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전투적으로 자신의 친부를 찾아다녔다. 결국 어떤 늙은 독일인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친부는 '나는 그 아이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말하며 트리에를 거부했고, 결국 그 둘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인데, 이는 그의 집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리에의 부모는 누디스트여서 어렸을 때부터 누드 비치에 자주 갔다고 한다 또한 집에서 지켜야 할 규칙은 없었고, 따뜻하고 평범한 가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는 냉랭하고, 무관심했다. 부모는 강한 무신론자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란 트리에는 수많은 포비아(공포증)와 극심한 우울증을 반복적으로 앓고 있다. 그는 "영화 만들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두렵다"고 말하며 자신의 불안한 상태를 표출했다.
우울증 3부작 중 하나인 영화 <멜랑콜리아>는 그가 겪었던 우울증과 포비아에서 나온 것이다. 행성이 충돌해 모두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가 실제로 겪었던 공포증이다. 또한 그는 비행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때문에 한 번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 미국 배경 영화도 미국에서 찍지 못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도그빌>이다. 영화는 분필로 슥슥 그은 무대를 미국이라고 가정하고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왜 이렇게 세트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지만 아마 극심한 공포증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트리에의 영화 대다수 여주인공이 혹독한 역경을 겪는다. 영화 <안티크라이스트>와 <도그빌> 등 영화 속에서 여성은 참혹할 만큼 마구잡이로 다루어진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2000) 주연인 비요크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는 다시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와 트러블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를 통해 비요크는 제53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니콜 키드먼 역시 그와 트러블이 있었다. 트리에는 이에 대해 "나는 영화 <도그빌>에서 니콜을 고문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녀가 내가 좀, '터프'했다고 말한 건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무신론자다. "그의 창조물이 그렇게 위대하다면, 왜 하나님은 우리가 무릎을 꿇기를 원하실까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가 만든 공포 영화 <안티크라이스트>는 지구가 신이 아닌 사탄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는 아주 어릴 때 지구, 자연, 인간은 자비로운 신의 창조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며 신을 믿지 않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영화 <님포매니악>부터였다. 그는 영화를 3부작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유로파 3부작은 <범죄의 요소>, <에피데믹>, <유로파>이며 골든 하트 3부작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 <백치들>, <어둠 속의 댄서>다. 미국에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미국 3부작도 있다. <도그빌>, <만덜레이>, <워싱턴>이 미국 3부작이다. 자신의 우울증, 정신병을 바탕으로 한 우울증 3부작은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이 있다. 그 중 <님포매니악>은 여자 색정광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파격적인 정사신이 많이 나와 논란이 되었다. 어떤 기대(!)를 갖고 본 관객들 대부분이 '섹시하지 않고 오히려 공허해진다.'고 말해 이 영화가 포르노가 아닌 예술영화임을 증명했다.
그는 도그마95 선언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를 배격하고 영화의 순수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백치들>(1998)이다. 물론 현재는 서명을 한 4명의 감독 모두 도그마95 선언을 완전히 지키고 있진 않다. 사실상 도그마95는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트리에는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발언을 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인터뷰 도중 "난 정말 유태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나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왜냐면 우리 가족이 독일인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그의 친부가 독일인이다.) 히틀러는 몇 가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마지막에 그가 벙커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히틀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의 의도는 나치를 옹호하거나 찬양하려는 것이 아닌, 블랙코미디였다고 말하며 이후 비공식 인터뷰에서 나치가 아님을 꾸준히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는 칸 영화제에서 '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당했다.
사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대해 전부 이야기하려면 시리즈를 준비해야 할 정도다. 그는 영화계의 문제아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럼에도 그는 유럽의 불안감, 우울증 등 사회문제를 충격적으로 그려내며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세계에 보여줬다. 신작 <더 하우스 댓 잭 빌트>는 1970년대 주인공 잭이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되는 과정을 다섯 번의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었던 그이지만, 신작에서는 잔인함의 수위가 더 높아져 여성과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수위 높은 잔인함 때문에 상영 중 관객 100여명이 중간에 나가버렸다.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논란과는 별개로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도그빌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니콜 키드먼
개봉 2003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 님포매니악 볼륨1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샤이아 라보프, 샤를로뜨 갱스부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테이시 마틴
개봉 2013 덴마크,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영국

- 님포매니악 볼륨2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샤를로뜨 갱스부르, 샤이아 라보프, 우마 서먼
개봉 2013 덴마크,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 안티크라이스트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윌렘 대포, 샤를로뜨 갱스부르
개봉 2009 덴마크,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폴란드

- 멜랑콜리아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커스틴 던스트, 샤를로뜨 갱스부르
개봉 2011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야상곡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솔브요르그 호이펠트
개봉 1980 덴마크
고어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는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1975)로 유명하다. 히노 히데시 감독의 <혈육의 꽃>(1985)이나 스르쟌 스파소예비치 감독의 <세르비안 필름>(2010), 루게로 데오다토 감독의 <홀로코스트>(1980) 등 <살로 소돔의 120일>보다 특이한 영화들은 많지만 파시즘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그의 인생과 연결해서 영화를 보면 그의 작품이 단순히 잔인한 영화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영화지만 로튼 토마토 지수 73%, IMdb 6.0점으로 그 작품성까지 인정 받아 마지막으로 소개할 감독으로 선정했다.
파졸리니는 명성과 악명을 함께 떨친 천재 감독이었다. 1922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카를로 알베르토 파졸리니는 이탈리아 군대의 중위였으며 어머니 수산나 콜루시는 농민 집안 출신의 교사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오랜 귀족 혈통을 자부했으며, 귀족이 아닌 어머니를 무시했다. 파졸리니의 아버지는 도박 빚으로 체포되어 어머니가 그와 그의 동생을 데리고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 해, 파시즘에 설득당해 파시스트가 되고 만다. 아버지를 증오했던 파졸리니는 자신의 영화에 공통적으로 파시즘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됐으나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달아났다. 하지만 레지스탕스였던 그의 동생은 전쟁을 피하지 못하고 파르티잔 내부 분쟁에 휘말려 사망했다. 자신은 도망쳤지만 동생은 결국 그 안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 그는 아버지와 반대로 좌파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이탈리아 공상단 당원이었으나 10대 소년과의 동성애 혐의로 퇴출되었다. 좌파와 우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파졸리니는 영화감독이 된다.
파졸리니는 7살에 처음 시를 써 19살에 시집을 내고, 이후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할만큼 창작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빈민가 생활을 적나라하게 쓴 소설 '폭력적인 삶'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첫 영화는 <아카토네>로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었다. 로마에서 포주로 사는 밑바닥 인생을 묘사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대부분 프로가 아닌 일반인을 배우로 쓰며,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그는 영화 <라고파그>에서 처음 모독적인 표현을 사용해 경찰에 검거되었고, 그 이후 이와 같은 문제로 수차례 감옥에 드나들었다. 그는 꾸준히 문제적인 작품들을 내놓았고, <살로 소돔의 120일>에서는 맑시즘, 파시즘, SM, 스카톨로지 등 예민하고 충격적인 소재를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 어느 때보다 논란이 되었다.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살해당한다. 17세 소년인 펠로시가 범행을 자백해 체포되었으나,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그의 사체는 금속봉으로 보이는 물건에 의해 뼈가 골절되고 고환이 으스러져있었다. 몸은 조각나 불 타 있었다. 부검 보고서에 의하면 사후에 태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파졸리니의 죽음은 마피아의 보복 살해 스타일과 매우 유사했으며, 무엇보다 17세 소년 한 사람이 벌인 짓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2005년 펠로시는 파졸리니 감독이 그의 영화와 정치에 반대하는 정치 단체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되었다.
그는 동성애자였으며, 무신론자였지만 성경 마태복음을 그대로 옮긴 영화 <마태복음>을 제작해 제 2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극적이거나 영화적인 요소 없이 성경을 그대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옮겨 예수를 가장 정확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무신론자였지만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카톨릭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당시 카톨릭을 '시민을 억압하는 도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파시스트의 아들이자 반파시스트였고, 좌파와 우파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으며, 무신론자이자 카톨릭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 살로 소돔의 120일
-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출연 파올로 보나첼리
개봉 1975 이탈리아, 프랑스

- 마태복음
-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출연 엔리케 이라조퀴, 마르게리타 카루소, 수잔나 파솔리니
개봉 1964 프랑스, 이탈리아

- 아카토네
-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출연 프랑코 치티
개봉 1961 이탈리아

- 라고파그
-
감독 장 뤽 고다르, 우고 그레고레티,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출연 에드몬다 알디니, 마리아 베르나르디니, 로라 베티, 마리오 시프리아니, 에토레 가로포로, 비토리오 라 파글리아, 토마스 밀리안, 오손 웰즈
개봉 1963 이탈리아, 프랑스
Uwe Boll
이 감독을 소개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베 볼은 영화 감독이자 식당 경영자로 독일 베르멜스키르첸에서 태어났다. 쾰른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아마추어 복서 출신이다. 게임 원작 영화를 주로 제작했다. 그의 작품은 개연성, 흐름, 캐릭터 삼박자 모두 안 좋기로 유명하다. 영화 <레저렉션 2>(2000)의 경우 2001년 1월 13일 한국에 극장 개봉을 했으나 87명이라는 놀라운 관객수를 기록했다.
영화 <포스탈>은 비디오 게임 '포스탈'을 원작으로 하며, <펄프 픽션>(1994), <폴링 다운>(1997) 등 유명 영화들을 패러디했다. 원작 게임 '포스탈'은 북미 PC 게임 잡지 중 유명한 'CGW'에서 0점을 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원작의 퀄리티가 이정도기 때문에 영화 역시 질이 좋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부시와 빈 라덴이 손잡고 달리는 장면이다. 이정도면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올거라 생각한다. 데뷔 때부터 이런 영화를 만들어 악명을 떨쳤던 우베 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영화를 만들려 했으나 그의 악명을 익히 들었던 블리자드는 당연히 거절했다. 우베 볼은 인터뷰에 나와 자신이 직접 블리자드에 넣었던 일화를 이야기했는데, 부사장 폴 샘스가 "특히 당신한테는 절대 영화 판권을 팔지 않겠다.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온라인 게임인데 게임 수입에 악영향을 끼칠 영화를 내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그가 직접 고백했다.
우베 볼은 엠파이어 매거진의 '역대 최악의 영화 50편' 목록에 <하우스 오브 더 데드>와 <어론 인 더 다크> 두 편을 올린 유일한 감독이다.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평론가들에게 '입 닥치게 만들기' 권투 시합을 제안했다. 그의 제작사는 우베 볼이 5명의 비평가들과 각각 10 라운드의 권투 시합을 할 것이라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자격을 얻기 위해서 비평가들은 2005년에 우베 볼에 대한 극도로 부정적인 비푱을 두 개 이상 써야만 했다. 이 시합은 영화 <레이징 볼>에 기록되는데, 그가 전승했다. 비평가들과 복싱을 한 뒤 전부 이겼을 때, 그는 링 위에서 "사람들이 머리를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봤지? 그들은 내 영화를 좋아해!"라고 외쳤다.
그는 <램페이지 3>를 제작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지만 6375달러로 마감했다. 목표액 10만 달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모이자, 그는 유튜브에 욕설 섞인 동영상을 올리며 다시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영상의 제목은 'fuck you all'이다. 하지만 <램페이지 3>는 제작되었다.
게임 영화를 주로 만들지만 '비디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감독 우베 볼. 하지만 그의 작품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램페이지 2 - 워싱턴 심판의 날>은 IMdb 6.2점,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7.29점으로 예상외로 높다. 이라크 전쟁, 총기 난사, 의료 보험 문제 등 미국 정부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의 '세금피난처 펀드' 덕분이었다. 영화 <왕의 이름으로>(2007)같은 작품은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가공할 만한 제작비가 든 영화지만, 역시나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그에게 세금피난처 펀드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세금피난처 펀드는 독일에서 만드는 모든 영화의 세금을 탕감하며, 심지어 빌린 돈으로 영화에 투자해도 수수료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였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에만 세금을 내며, 실패하면 세금이 감면된다. 우베 볼은 이 덕분에 영화에 투자한 금액의 50%를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었고, 투자자들 역시 이를 믿고 우베 볼에게 투자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이 조세법이 악용되자, 결국 정부는 이를 폐지했다. 그는 현재 감독 일에서 은퇴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악평을 받았던 감독 시절과 달리 레스토랑은 꽤나 좋은 평을 받고 있다.

- 램페이지 2 - 워싱턴 심판의 날
-
감독 우베 볼
출연 로슬린 먼로, 브렌단 플레처, 마이크 도퍼드
개봉 2014 캐나다, 독일

- 램페이지3: 백악관 심판의 날
-
감독 우베 볼
출연 브렌단 플레처, 브루스 블레인, 로레타 월시
개봉 2016 미국
- 레이징 볼
-
감독 댄 리 웨스트
출연 우베 볼
개봉 2010 캐나다, 독일, 스페인, 미국

- 포스탈
-
감독 우베 볼
출연 잭 워드, 데이브 폴리
개봉 2007 미국, 캐나다, 독일

- 어론 인 더 다크
-
감독 우베 볼
출연 크리스찬 슬레이터, 타라 레이드, 스티븐 도프
개봉 2005 캐나다, 독일, 미국

- 하우스 오브 더 데드
-
감독 우베 볼
출연 조나단 체리, 티론 레잇소, 클린트 하워드
개봉 2003 독일, 캐나다, 미국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