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퇴물이라는 오명만 남은 왕년의 톱스타 고주연(김혜수). 그녀는 연하 애인의 외도에 상처 받고, ‘영원한 내 편이 될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임신은커녕 폐경이라는 사실만 듣게 된다. 그날 우연히 병원에서 낙태를 고민하는 중학생 단지(김현수)를 만난 그녀는 단지에게 그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키우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굿바이 싱글>은 그 지점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물간 톱스타의 가짜 임신이라는 소재는, 자연스럽게 주연과 단지의 우정에 집중하면서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진화한다. 사랑스러운 영화 <굿바이 싱글>의 매력 포인트를 꼽아봤다.

사랑스러운 김혜수가 돌아왔다

최근 우리가 만난 김혜수는 대개 해맑지 않았다. 영화 <차이나타운>에서는 버려진 아이들을 키워 어둠의 세계를 거느리는 엄마, 드라마 <시그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베테랑 경찰 차수현을 연기했다. 평소 김혜수의 화려한 이미지가 무색할 만큼, 두 사람은 누추하거나 단정했다.

이번엔 평소 낮은 목소리를 빼액! 뚫고 나오는 콧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김혜수가 분한 <굿바이 싱글>의 고주연은 사랑스러운 여자다. 그녀는 시상식 날 입술에 필러를 맞고 갑자기 행사에 불참하고,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자 연예인과 염문을 뿌리는 국민진상이라고 욕을 먹어도 생기를 잃지 않는다. 한 집에서 우정을 쌓아가는 중학생 단지가 주연을 맑은사람이라고 말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당장의 외로움을 채우겠다고 다짜고짜 아이를 갖겠다 선언해버리는 것조차 차라리 귀여워 보일 따름이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따끔하게 옳은 말을 돌려줄 줄 아는 톱스타,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거침없이 흔들리는 마요미의 하체를 보라!
으리으리한 마요미

세상엔 두 가지 영화가 있다. 마동석이 무서운 영화와 마동석이 귀여운 영화. <굿바이 싱글>은 후자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도 이보다 마요미의 진가가 잘 드러난 영화는 없었다. 끼부림의 향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영화에서 빵빵 터지는 순간은 마동석이 그 우람한 몸을 요리조리 튕기며 주변 사람들에게 너스레를 떨 때다. 마동석이 연기한 평구가 주연의 불알친구이자 20년 동안 함께한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는 만큼 <굿바이 싱글>에서 그의 비중은 김혜수만큼이나 막중하다. 

 
평구의 또 다른 매력은 그가 의리로 똘똘 뭉쳤다는 점이다. 평구는 스타일링은 물론 매니저 노릇까지 전담하며, 아무리 주연이 까탈을 부리고 사고를 쳐놔도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책임을 다한다. 바쁜 와중에도 가정에서는 상미(서현진)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도 100점이다. 도무지 단점이란 없는 남자다.


여성에 대한 진중한 시선

사실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들만으로는 <굿바이 싱글>을 자세히 알 수가 없다. 한물간 톱스타가 임신했다는 설정은 <굿바이 싱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서 더 나아가, 가짜 임신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아이를 가진 중학생 단지(김현수)와 함께 사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30살에 가까운 나이도 나이지만, 불황일지언정 휘황찬란한 명품 의상과 저택을 누리는 주연과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그림에 대한 재능을 뽐낼 기회도 갖지 못하는 단지의 격차는 상당하다. 하지만 <굿바이 싱글>은 그 간극을 보란 듯 좁혀놓으면서, 두 여자를 기꺼이 친구로 만든다.

<굿바이 싱글>이 값진 건, 주연과 단지의 우정만큼이나 가짜 임신 작전이 펼쳐지는 과정을 통해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주연은 미혼모로서 임신을 발표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단지는 사람들이 수군댈까봐 불어난 배를 가리면서 바깥을 돌아다녀야 한다. 둘 모두 미혼모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풍토로 인한 상황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진중한 테마가 바탕에 깔렸지만, 영화의 톤은 무겁거나 복잡하게 흐르지 않는다. <굿바이 싱글>을 말끔하고 사려 깊은 대중영화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다.


오해영에 정봉이까지, 풍성한 배우진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으면 편집한 부분들을 조금 더 넣는 건데.” 한 행사에서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이 던진 농담이다. <굿바이 싱글>에서는 아직 드라마 <또 오해영>으로 인기를 누리기 전 서현진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평구의 아내 상미 역을 맡았다. 영화 <도가니>(2011)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에 출연했던 2000년생 배우 김현수는 가난과 외로움에도 꿋꿋하게 자기 삶을 개척하는 단지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오과장이성민은 주연이 오랫동안 흠모해온 국민 아나운서 민호로 분했다. 근작 <손님>, <검사외전>과 달리 한껏 힘을 빼고 연기한 민호는 작은 역할이지만 때마다 영화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인물이다.

김태곤 감독은 한국 독립영화의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코미디 <족구왕>(2013)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한 바 있다. 이 작품의 인연으로 <족구왕>의 주역인 배우 안재홍, 황미영도 <굿바이 싱글>에 합류했다. 안재홍은 툴툴대도 할 건 다 해주는 츤데레 산부인과 의사 역으로 주연과 단지의 작전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 역의 황미영은 평구와 함께 묵묵히 주연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매니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