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감독 이석근
출연 박보영, 김영광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이렇게 쿨한 첫사랑 연대기라면
★★★
첫사랑의 기억이 대체로 아름다운 것은 지워야 할 것들과 간직해야 할 것들을 취사선택해 각색하고 윤색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승희(박보영)와 우연(김영광)의 사랑도 흔한 첫사랑의 서사처럼 아름답고 애틋하지만, 단지 서로에 대한 연민과 후회에 머물지 않는다. 엇갈리고 때론 일치하던 사랑의 타이밍은 서로를 의지해 자신을 견고하게 성장시킨 과정이 되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연대기이자 어른으로 가는 성장기다. 지질한 감정의 과잉 속에서 질척대지 않는 성숙한 어른들의 쿨한 첫사랑.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첫사랑과 보낸 한 시절, 우리가 성장한 시간 
★★★☆ 
썸머의 마음까지 충실하게 반영한 업그레이드 버전 <500일의 썸머>, 혹은 첫사랑 영화의 대표주자 <건축학개론>의 성숙한 동생 같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 안에는 진심과는 다르게 타이밍이 엇갈리고, 생각과는 다르게 발걸음이 엇갈리는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박보영의 사랑스러움은 말할 것 없거니와, 그간 김영광에게 배우로서 별다른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새롭게 다가갈 것이다. 중요한 건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 영화는 사랑했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은 함께 손잡고 소중한 시간을 통과한 상대방 덕분임을 깨닫는 남자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자기 연민과 방어에 허우적대는 주인공의 서사가 아닌 성숙한 태도로 첫사랑을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가 반갑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충무로 멜로, 죽지 않았다
★★★
<너의 결혼식>이 기존 첫사랑 소재 영화들과 살짝 다른 지점이 있다면, 첫사랑이라는 감정이 갈라지고 균열되는 순간을 포착해 낸 현실감각 때문일 것이다. 중반부까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류의 순애보적 사랑 방정식을 따라가던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6년째 연애중> 등이 보여준 현실 연애의 구질구질함으로 걸어 들어가 권태로운 감정까지 잡아낸다. 이 영화가 말하는 타이밍이란 단순히 사랑이 이루어지는 타이밍이 아니라, 손에 쥔 사랑을 지켜낼 타이밍’,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할 타이밍’, 그리고 너로 인해 내가 성장했음을 깨닫는 타이밍이다. 공감도 높은 서사가 기억 속 어딘가에 봉인돼 있던 감정을 적잖이 건드린다.

너의 결혼식

감독 이석근

출연 박보영, 김영광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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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차버린 스파이
감독 수잔나 포겔
출연 밀라 쿠니스, 케이트 맥키넌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B급 유머에서 온 스파이  
★★★
9개 도시를 도는 대규모 로케이션, 현란한 액션, 속고 속이는 심리전 등 최근 스파이 영화들이 보여준 경향은 다 품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뒤집어 버리는 결정적인 한 가지. B급 유머를 한껏 두른 두 여성 콤비의 능청스러운 면모가 극 한가운데 들어오면서, 기존 스파이 장르 외피를 과감하게 깨부순다. 화장실 유머를 줄이고, 개연성을 조금 더 살렸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케이트 맥키넌이 내뿜는 독보적 매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를 차버린 스파이

감독 수잔나 포겔

출연 밀라 쿠니스, 케이트 맥키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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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감독 캐빈 맥도널드
출연 휘트니 휴스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누가 휘트니를 파괴했는가
★★★☆
6년 전 세상을 떠난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 뮤지션에 대한 평범한 다큐처럼 시작하지만,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카메라는 그녀의 실제 삶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결국인 숨겨졌던 비통한 진실에 다다른다. 슈퍼스타는 어떻게 파괴되는가. <휘트니>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냉철한 기록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보고 싶은 그 얼굴, 듣고 싶은 그 목소리 
★★★
팝의 디바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외로웠던 꼬마 ‘니피’의 빛과 그림자. 생전 휘트니가 남긴 주옥같은 노래들과 영상만으로 어쩔 수없이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디바의 탄생은 예감했어도, 그 디바를 어떻게 잃을 것인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다큐. 인터뷰 영상이 주된 구성이다 보니 휘트니 자체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는 이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게 포착된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하는데, 휘트니의 가족과 측근이 직접 제작을 추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무언가를 더 보여줄 듯, 더 중요한 것을 질문하고 파헤치려는 듯하다가 애매하게 멈추는 다큐라는 한계도 남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휘트니라는 단 한 번의 영광, 다시 못 올 한 시대를 향한 경배
★★★
휘트니가 가수로, <보디가드>라는 전 세계적 흥행작을 통해 스크린 스타로 거둔 명성은 기록적이었다. 그렇게 정점의 자리에 올랐던 한 시대의 이 나락을 치닫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2012. <휘트니>는 생전 공개되지 않았던 방대한 자료와 측근들의 언어로 듣는, 휘트니의 몰락, 그 저간의 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천상의 목소리를 잃고 약물중독으로 쩍쩍 갈라지는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기까지, 병들어 가는 그녀의 시간을 지켜보는 건, 휘트니를 기억하는 모든 팬들에게 아픈 경험이다. 하지만 기어이 이 다큐멘터리는 그렇게 그녀를 이해하게 만들고, 밀쳐내 두었던 아름다운 그녀의 노래들을 꺼내들게 만든다.

휘트니

감독 캐빈 맥도널드

출연 휘트니 휴스턴

개봉 2018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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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감
감독 김인선
출연 엄태구, 이재인, 서정연

송경원 <씨네21> 기자
빤한데도 착실하게 스며드는 성장담
★★★☆
하나뿐인 아버지를 잃은 소녀와 사기꾼 삼촌의 티격태격 생활담. 철없는 사기꾼이 조숙한 소녀와 생활하는 와중에 성장한다는 구성 자체는 익숙하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나 억지스러운 상황 하나 없이 차근차근 잔재미들을 추구하는 장면들이 매끄럽고 담백하게 이어진다. 덕분에 훈훈한 미소와 함께 천천히 공감을 일으킨다. 성장을 목표로 하지도, 정해진 어른스러움에 대한 강박도 없기에 더 미더운 성장담. 간만에 만나는 밉지 않은 철없음. 그 귀여움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너도 나도 한 뼘 자라 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어바웃 어 어른
★★★☆     
어른이 아이를 이용하고 아이는 어른의 도움을 활용한다. 아빠의 죽음 후 갑자기 등장한 사기꾼 삼촌 재민, 그리고 위탁시설에 들어가지 않으려 재민의 사기행각을 알고도 그와 함께 사는 조카 경언. <어른도감> 마뜩지 않은 이들의 결탁이 불협화음에서 시작해 괜찮은 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과장하지 않고도 코믹과 감동 두 가지를 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하는 드라마. 소소하게 코믹하고, 어느 정도 냉정하고, 그래서 쿨한, 좀체 보기 힘든 만듦새다. 멀리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탄탄한 전개와 <어바웃 어 보이>의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어른도감

감독 김인선

출연 엄태구, 이재인, 서정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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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
출연 하마츠 타카유키, 슈하마 하루미, 마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발하게 웃기는 아이디어
★★★☆
얼마간 눈을 의심할 정도로 어리둥절하다가, 영화의 ‘진짜’ 얼굴을 만나며 박장대소하다가, 생각할수록 놀라운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며 극장을 나오게 되는 경험. 티켓 파워 있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도, 이름난 연출가가 아니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는 이토록 참신한 결과물을 만든다. 기획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영화. 마냥 폭소만 터지게 만드는 작품은 아니다. 여기에는 영화 만들기라는 즐거운 고단함을 위로하는 애수마저 깃들어 있다. 딱 35분만 인내하시라. 이후에는 아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속 깊은 좀비 코미디
★★★☆
좀비 영화는 이렇게 진화한다. 좀비 영화 촬영 현장에 실제 좀비가 출몰하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진다. 원 테이크로 촬영한 37분의 영화 속 영화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영화 밖 이야기를 시작한다. 앞서 본 영화 속 영화의 미심쩍은 부분들이 풀리면서 박장대소가 터져 나오는 상황의 연속이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촬영 현장 구성원 각자의 애환을 재치 있는 코미디로 풀어낸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연출이 무시무시하면서도 애정 깊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

출연 하마츠 타카유키, 슈하마 하루미, 마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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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틸
감독 메튜 터리
출연 브리터니 애쉬워스, 그레고리 피투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좀비 시대의 사랑
★★☆
화학 테러를 통해 황폐해진 지구. 소수의 생존자와 좀비가 된 인간들의 전쟁터가 된다. 여기서 <호스틸>은 좀비 호러와 순애보 로맨스라는, 양립하기 힘들 것 같은 두 장르를 접합시킨다. 그 방식이 잦은 회상 장면이기에 흐름이 끊기는 느낌도 있지만, 모든 것은 엔딩의 애절한 감정으로 봉합된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조난 공포의 새로운 활로
★★★☆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분투하는 여성의 극한 생존기. 황무지에서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해 괴물과 홀로 대치하는 현재 상황과 주인공의 과거사를 오가며 이야기의 밀도와 긴장감을 높인다. 차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교차 편집을 동력 삼아 조난 공포 영화 이상의 장르적 성취를 이룬다. 2017년 열린 15회 뉴욕 호러 필름 페스티벌에서 남녀 주연상, 베스트 SF, 음향상, 특수 효과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호스틸

감독 메튜 터리

출연 브리터니 애쉬워스, 그레고리 피투시

개봉 201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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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
감독 바시코 베도슈빌리, 이반 프숀킨, 안드레이 콜핀
(한국어 목소리) 출연 장은숙, 장경희, 이민하

송경원 <씨네21> 기자
발상은 좋으나 70분은 버겁다.
★★☆
러시아 TV 애니메이션 <픽시>의 첫 번째 극장판. 전자제품을 수리하며 사는 요정 픽시들이 일으키는 한바탕 소란을 담았다. 물건을 수리하기 위해 먼저 고장을 내기 시작한 말썽꾼 요정과 이를 수습하기 위한 친구들의 모험. 아동 애니메이션인 만큼 이야기가 쉽고 교훈적인 결말도 잊지 않는다. 다만 단순하고 밋밋한 구성을 상쇄할만한 매력 포인트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픽시

감독 바시코 베도슈빌리, 이반 프숀킨, 안드레이 콜핀

출연 장은숙, 장경희, 이민하, 이자옥, 조예신, 한경화, 최원형, 안종덕

개봉 2017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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