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응답하라> 시리즈 등 한동안 유행이었던 복고 영화들을 볼 때만 해도 옛날엔 저랬구나 했다. 그런데 <너의 결혼식>에서 나오는 몇몇 아이템을 보고 ‘어? 저거 아는데’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바야흐로 2018년엔 어느새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의 일들도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를 기념하여(?) 한국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2000년대 유행템들을 찾아보았다.


<너의 결혼식>
# 아이리버 MP3
# 가로본능 핸드폰
# 앞·옆면 주머니 2~3개 달린 책가방
# 구운 CD

기대보다 많은 아이템들이 나오진 않았다. 우연(김영광)이 승희(박보영)에게 건네던 아이리버 MP3.  2000년대 초반 출시되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다른 회사 제품도 있었지만 워너비 MP3는 무조건 아이리버였다. 김영광은 극중 나온 아이리버 MP3가 학창시절 자신이 쓰던 것과 동일한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제 어디든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과 달리 예전엔 좋아하는 곡을 다운로드해 MP3에 넣어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끝이지만, 2000년대 학생들의 새로운 기기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다. 영화에도 등장했던 가로본능 핸드폰은 물론 모토로라 핫핑크 폰, PMP, 전자사전 기타 등등. 끝이 없었다.

영화에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아이템이지만 승희가 멨던 책가방도 학생들이 많이 메고 다녔던 디자인의 가방이었다. 앞주머니가 여럿 달려 수납공간이 용이한데다 천 가방이어서 무게도 가벼웠다. 사진 속 가방은 승희가 메던 가방은 아니지만 그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라다 짝퉁 가방이다. 우연이와 하숙생 친구들의 방에서 나온 구운 CD(CD-R) 뭉치들도 2000년대까지만 볼 수 있었던 아이템.

너의 결혼식

감독 이석근

출연 박보영, 김영광

개봉 2018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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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2 한일 월드컵
# Be The Reds
# 오 필승 코리아 

2000년대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건. 2002 한일 월드컵이다.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순간이다. 다 함께 광장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던 거리 응원 문화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다 같이 ‘Be The Reds!’가 적힌 빨간색 티를 입고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와 ‘대~한 민국! 짝짝짝짝짝!’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후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박지성 등 국내 축구선수들이 해외 리그에 진출하며, 유럽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났던 시기다. 축구 좋아하는 인아(손예진) 같은 여성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시류와 무관하지 않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순간 덕훈(김주혁)은 인아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아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축구는 서로의 공감대와 호감을 주고받는 주요 소재로 쓰였다.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정윤수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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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늑대의 유혹>
# 샤기컷
# 울프컷
# 카고 바지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샤기컷이 다시 유행이 되는 날이 있을까 싶다. 샤기컷은 머리에 가볍게 층을 내는 스타일이다. 뒷머리를 목까지 길게 기르는 울프컷도 샤기컷의 일종이다. 2000년대 핫스타로 떠올랐던 배우, 가수들은 죄다 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다. 요즘은 두발 자유가 당연했지만, 당시엔 귀밑 몇 cm까지 기를 수 있는 등 두발 규정이 있던 학교도 많았다. 앞머리, 구레나룻 옆머리 1, 2cm도 민감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학교에서 논다 하는 친구들일수록 층이 과감했다. 그래서 그 시기 즈음 만들어진 학원물에서 이 헤어스타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이 대디>의 싸움짱 승석(이준기)이도, <늑대의 유혹>에서 보는 사람 맴찢하게 만들던 태성(강동원)이도 샤기컷을 했었다. 사진 속 강동원이 입고 있는 주머니가 많이 달린 카고 바지도 그 시절 유행템!

플라이 대디

감독 최종태

출연 이문식, 이준기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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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유혹

감독 김태균

출연 조한선, 강동원, 이청아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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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표류기>
# 싸이월드 미니홈피
2000년대 1세대 소셜미디어였던 버디버디와 싸이월드. 버디버디는 요즘의 카톡, 싸이월드는 인스타그램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그 시절 싸이월드에는 요즘의 인스타그램 감성 못지않은 강력하고 소름 돋는 허세 글귀들이 난무했다. 감성 돋는 BGM 설정은 또 어땠고.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사이버 머니 도토리 충전에 열 올리곤 했다. <김씨 표류기>의 히키코모리 여자 김씨(정려원)가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내는 시간이 바로 미니홈피 관리다. 여자 김씨는 남의 사진을 도용해 자신인 척하며 미니홈피 세계 속 또 다른 자아로 인기인이 된다.

김씨 표류기

감독 이해준

출연 정재영, 정려원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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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를 합시다 3>
# 캔모아
# 베니건스
# 셀카 가능한 디카
# 마시마로(엽기토끼)
# 기타 등등

영화는 아니지만 최근 2000년대 유행한 아이템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드라마라 소개한다. 한때 중고딩들의 스타벅스 같은 존재였던 캔모아. 친구 3~4명이서 과일 빙수 하나 시켜도 식빵을 무한리필 할 수 있던 가성비 갑 체인점이었다. 아직도 몇 군데 남아있다고.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앉아있는 그네 의자는 경쟁률이 치열한 자리였다. 지금은 몰락했지만, 베니건스를 비롯한 패밀리 레스토랑도 2000년대 붐이었다. 기념할 날이면 가족·친구들과 찾았던 곳으로, 생일날 가면 알바생들이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릴 인증샷을 위해 셀카 기능 탑재한 디지털카메라도 인기. 인터넷 붐이었던 2000년대엔 플래시를 활용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대세였는데 이때 유행했던 캐릭터로 마시마로(엽기토끼), 우비소년, 뿌까 등이 있다. 당시 학생이었다면 이 캐릭터가 그려진 인형이나 완구 상품 하나쯤은 갖고 있었을 것이다. 

식샤를 합시다 3 : 비긴즈

연출 최규식, 정형건

출연 윤두준, 백진희, 병헌, 이주우, 안우연, 김동영, 서벽준, 노수산나, 신수항

방송 2018,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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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2000년대를 추억할만한 요소들을 찾아보았다. 바퀴 달린 신발 힐리스, 젤리슈즈,  러브장, 교환일기 등 아쉽지만 소개하지 못한 아이템이 많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기억력이 짧아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글을 쓰는 동안 고등학교 친구들 단톡방에 아이템 제보를 받았더니 졸지에 단톡방에 추억 파티가 열렸다. 이 포스트 댓글에도 그런 반응을 바래보며, 여러분이 기억하는 2000년대의 아이템들을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