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감독 리 워넬
출연 로건 마샬 그린

송경원 <씨네21> 기자
무엇을 보다 어떻게, 아는 맛이라 더 입맛이 당긴다.
★★★☆
좋은 의미에서 전형적이다. 전신마비가 된 남자가 외부의 도움을 얻어 초인적인 능력을 얻는다는 설정은 <로보캅>(1983)을 비롯한 SF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로봇 대신 인공지능을 차용해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합당한 액션 시퀀스를 구성한 것만으로도 상당히 새로워진다. 감시사회가 된 근 미래, 인공지능의 어두운 면 등 철학적 성찰을 양념처럼 뿌린 후 액션과 코미디를 넘나든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집중할 줄 아는 이야기, 경제적인 연출이 제대로 결합된 영리한 장르 영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명쾌하게 재미있다
★★★☆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를 명확하게 알고 달려간다는 건 블룸하우스 영화의 강점이다. 의외로 꽤 많은 영화들이 이걸 강점 삼지 못한다. 보여줄 게 확실하니 에두르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 직선으로 빠르게 나아간다. ‘분명 내 몸인데 내 몸 아닌 액션’이라는 컨셉트 활용이 빼어나다. 

업그레이드

감독 리 워넬

출연 로건 마샬 그린

개봉 2018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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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출연 쉐일린 우들리, 샘 클라플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이라는 지표
★★★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산악대원들의 실화를 <에베레스트>에 실감 나게 담아냈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이 이번엔 바다로 눈을 돌렸다. 역시 실화다. 바다 한가운데서 허리케인을 만난 연인의 이야기. 난파당한 요트에서 문을 여는 영화는 망망대해에서 펼쳐지는 41일간의 생존기와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진 후 여행에 오르는 과거를 교차로 편집해 보여주며 멜로와 재난을 오간다. 멜로 파트를 담당하는 과거 신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재난의 사각지대에 결박당한 인간의 맨얼굴과 삶의 의지다. 재난 속에서 성장해가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이 예쁘장하게 보이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쉐일린 우들리를 만나 몰입감을 높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힘을 보게 하는 여성 생존기
★★★☆
로맨스, 실화, 재난 영화 사이에서 표류하거나 방황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진다. 바다를 사랑한 남녀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생존 실화여서 감흥이 높다. 산악 영화 <에베레스트>(2015)를 비롯해 다수의 스릴러를 연출한 아이슬란드 출신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은 바다를 다양한 색과 형태로 보여주면서 감정의 파고를 만든다. <안녕, 헤이즐>(2014) 쉐일린 우들리와 <미 비 포유>(2016) 샘 클라플린도 익히 잘하는 로맨스 호흡법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찡하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출연 쉐일린 우들리, 샘 클라플린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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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잠
감독 정재은
출연 나카야마 미호, 김재욱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발자국
★★★
영화와 활자 매체의 속성은 분명 다르되, 이 영화의 경우에는 문학적이라는 표현이 퍽 어울린다. 단정한 문장으로 적힌 소설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읽는 기분을 선사한다. 통속극이지만 내피를 이루는 결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사랑의 과정 그리고 기억 이후에도 남은 감정의 온도. 감독은 이 이야기들을 ‘작가의 집’이라는 특정 공간 안에서 찬찬한 호흡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게 한다. 인물의 감정이 조금은 급작스럽다고 느낄만한 지점이 있지만, 감흥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공간과 함께 태동한, 공감각적 멜로
★★★
공간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공간 안에 책이 가득하고, 다시 서가에 꽂힌 인물들 하나의 이야기 같은. 공간과 인물이 그렇게 어우러진다. <나비잠> 마치 기분 좋은 낮잠을 후에 깨어나 보게 되는,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같은 연애담이다. 시한부 선고, 시한부 사랑 앞에서 그러나 악착같이 매달리고 아파하는 사랑이 유려한 필체로 그려진다. 멜로의 정서만을 꾹꾹 눌러 담은, 극장가에 흔치 않은 사랑 이야기의 도착.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너의 흔적을 남기는 방법
★★★
알츠하이머 소재가 멜로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건 한쪽은 그대로인데 한쪽의 기억과 추억만 유명무실해진다는 비극에 있을 것이다. 함께 쌓아 올린 추억이 사라지면 사랑은 어디로 갈까. <나비잠>은 조금 더 들어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주인공의 직업을 언어의 유실이 치명적인 작가로 설정했다. 인상적인 건 이러한 직업적 특징을 비극의 도구로 손쉽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기억의 흔적을 남기는 통로로 승화시킨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멜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글자 하나의 쓰임까지 섬세하게 포착해 의미를 부여한 연출 덕에 <나비잠>만의 결이 형성됐다. 극중극(劇中劇)이라는 서사적 구조와 채도와 명도를 고려해 구축한 공감각적 공간 디자인또한 <나비잠>이 흔하디흔한 최루성 멜로와 거리두기를 하는 요소다.

나비잠

감독 정재은

출연 나카야마 미호, 김재욱

개봉 2017 대한민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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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스 게임
감독 아론 소킨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송경원 <씨네21> 기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
베벌리힐스 포커 세계의 여왕이었던 몰리 블룸의 실화를 <소셜 네트워크>(2010)의 시나리오 작가 아론 소킨이 연출했다. 유명인사들을 상대로 고액의 포커 게임판을 운영했던 몰리는 성공과 추락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정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클래식한 연출로 성공과 추락의 드라마를 반복하는 가운데 감독이 주목하는 건 역시나 인물의 내면이다. 포커 세계를 지배했던 여인의 불안하고 우울한 면모가 절제된 연출로 차분히 그려진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안정적인 연기가 더해져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기본이 단단한 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실화 전문가와 명배우의 깔끔한 플레이
★★★
<소셜 네트워크>(2010) <머니볼>(2011) <스티브 잡스>(2015)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세 편의 영화로 이름난 시나리오 작가 아론 소킨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 이번에도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다. 올림픽 스키 유망주였던 몰리 블룸이 포커 게임판을 운영하기까지 인생 역경을 스포츠와 도박, 범죄를 연결해 흥미진진하게 전개한다. 아론 소킨 감독 특유의 깊이 있는 인물 분석과 입체적인 구성, 촘촘한 대사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강한 캐릭터를 매번 다르게 변주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탁월한 연기가 러닝타임 140분을 긴장감 넘치게 채운다

몰리스 게임

감독 아론 소킨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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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
감독 심찬양
출연 송의성, 이요셉, 심정용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사이
★★★☆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에 대한 오마주. 혹은 ‘Dark Knight’에 대한 패러디인 ‘Dark Night’의 정직한 번역. 어둔 밤이라 하니 꽤 무거운 제목 같지만, 이토록 발랄하고 기발한 영화도 흔치 않다. 일반 대중에게 폭넓게 평범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주류 영화의 규격화된 재미에 지친 관객이라면 취향 저격 당할 가능성이 높다. 슈퍼 히어로 무비에 대한 가장 진솔하고 순수한 접근. 거부하기 힘들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우리가 영화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영화동아리의 좌충우돌 고군분투 제작기를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영화에 대한 애정고백을 시도한다. 대중 상업영화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까지 영화에 대한 고민과 언어들이 장르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녹아든다. 기술적으론 투박하지만 용감한 시도와 참신한 발상이 넉넉히 이를 메운다. 영화에 대한 진심과 청춘의 고백, 순수한 열정의 세 박자. 짠하고 흥겹다.

어둔 밤

감독 심찬양

출연 송의성, 이요셉, 심정용, 오수경, 김상훈, 이재원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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