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영화 <미쓰백>으로 돌아온 이희준. 그는 백상아(한지민)의 과거를 알고 은근히 도와주는 형사 장섭 역으로 출연했다. 한지민과 아역 배우 김시아, 두 여성 배우 사이. 이희준은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의 캐릭터를 소개한다.

미쓰백

감독 이지원

출연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개봉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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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익
<약탈자들>(2008)

<약탈자들>. 가운데 흰 티를 입은 이희준.

이희준은 2004년 단편 영화 <누가 나를 찾아오는가>로 데뷔했다. 이후 <밀양>에서 단역, <그림자>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는 <약탈자들>. 장례식에 모인 동창들이 역사학자 상태(김태훈)의 뒷담화를 하는 영화다. 극중극 형식으로 영화 속 뒷담화에 따라 달라지는 상태의 이갸기가 진행된다. 성익 역을 맡은 이희준은 영화 도입부에서 특유의 말투로 극중 인물들은 물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태훈, 박병은, 이제훈 등이 출연하는 작품이라 배우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 형사
<부당거래>(2010)

<부당거래>

<부당거래>에서 이희준은 최철기(황정민) 반장의 부하인 남 형사 역으로 출연했다. 최철기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서 초반부 최철기의 승진 실패를 조롱하는 옆 팀 형사들과 싸우는 장면도 나온다. 비중은 많지 않으나 이희준의 ‘빡빡머리’를 볼 수 있다.


천재용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넝쿨째 굴러온 당신>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다가 주말드라마로 쐐기를 박았다. 배우 이희준을 메이저로 끌어올린 배역은 천재용. 방이숙(조윤희)와 천생연분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인기를 얻었다. 방영 당시 “천방커플(천재용-방이숙) 분량을 늘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었을 정도. 재벌 2세지만 이희준 본인의 털털한 이미지와 천재용의 ‘츤데레’적인 성격이 잘 맞아떨어져 성실하고 능력 있는, 그러면서도 밉지 않은 인물을 완성했다.

이숙(조윤희)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과 이숙이 한때 좋아했던 규현(강동호)에게 보이는 온도차.

노승주
<화차>(2012)

<화차>

‘흔남’ 이희준은 <화차>의 노승주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아내 차경선(김민희)의 빚 때문에 어머니마저 잃고 결국 이혼을 선택한 남자. 언뜻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역할을 이희준은 담담하게 설득시킨다. 분노하지만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해 흔들리는 눈동자와 어떤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얼굴이 말한다. 경선의 삶처럼, 자신도 역시 삶을 챙겨야 하는 한 인간이라고.

<화차>

무정한
드라마 <직장의 신>(2013)

<직장의 신>

영화에서 ‘신스틸러’, 드라마에선 ‘매력 남주’가 이희준의 주특기. 드라마 <직장의 신> 무정한 팀장 역이 그렇다. 드라마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상사라고 설명하는 캐릭터를 위해 이희준은 빙긋 웃는 얼굴과 상대를 지긋이 바라보는 습관을 내세웠다. 약간은 투박한 말투가 무정한의 속이 꽉 찬 언어들을 빛내줬다. “한 직장에서 이렇게 오래 함께 일한 사이를 간접 체험하면서 팀워크의 의미도 다시 되새겼다”는 그는 이 드라마로 모든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착한 상사의 상징이 됐다.  

<직장의 신> 촬영현장의 이희준

김창만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

<유나의 거리>

이희준이 “연기를 한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한 드라마. 이희준은 상대가 누구든 다정다감한 김창만 역을 맡아 ‘순수남’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해사한 미소와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로 홀로 세상에 서야 했던 김창만의 선한 마음을 표현해냈다. 때때로 과한 오지랖 때문에 유나(김옥빈)와 부딪치지만 결국 교제에 성공한다. <유나의 거리>는 50부작 드라마답게 이희준 연기의 다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 말미 창만이 보여주는 성숙한 모습은 이희준의 진중한 연기력의 방점을 찍는다.


창욱
<해무>(2014)

<해무>

<해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관객들에게 이희준이란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선족을 밀항시키는 전진호의 선원 창욱 역을 맡았는데, 극중 여성에 대한 과한 집착은 그간 이희준의 선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이희준은 거의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며 김윤석, 김상호, 문성근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수 출신 노숙자라는 설정을 반영하고자 실제 노숙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틈만 나면 여수를 찾았다고.

(왼쪽부터) <해무> 모션 포스터 동영상, 영화 속 장면.

운철
<최악의 하루>(2016)

<최악의 하루>. 현재(맨위)와 과거(위) 장면.

<최악의 하루>에서 이희준이 연기한 운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데, 웃긴다. 한때 은희(한예리)와 불륜을 저질렀다가 이혼 위기를 맞았는데, 다시 은희를 찾아온다. 이희준의 세심하고 친절한 캐릭터 연기와 운철이란 배역의 시너지가 빛난다. “진실이 어떻게 진심을 이겨요?” 같은 촌철살인 대사도 그의 입에서 나올 땐 사뭇 쓴웃음이 지어진다. 특별출연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최악의 하루>

윤상삼
<1987>(2017)

<1987>

실존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희준은 <1987> 윤상삼 연기에 더욱 공들였다. 6월 항쟁을 그리는 모자이크화 같은 <1987>에서 그의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그 인물의 성취를 알았기에 이희준은 당시 촛불시위에도 참가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매섭게 상대를 노려보는 눈빛, 권력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올곧은 성품의 인간이 갖은 분노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최환 검사(하정우)에게 증거를 받아낸 것도, 오연상(이현균) 의사의 증언에 의문점을 발견한 것도 윤상삼이다.

병훈
<병훈의 하루>(2018)

<병훈의 하루>

이희준이 직접 연출, 출연한 단편 영화. 앞서 쟁쟁한 작품들을 언급하고 이 단편 영화를 소개하는 건 병훈이 곧 이희준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 <병훈의 하루>의 병훈은 공황장애를 앓는 남자다. 이희준도 5년 전쯤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렸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단편을 통해 우리는 배우 이희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병훈이 작지만 자신에겐 큰 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배우 이희준도 크게 한걸음 나아간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