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조셉 마젤로, 마이크 마이어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위대한 뮤지션에 바치는 미완의 송가
★★★
이 특별한 뮤지션에 어울리는 섬세한 연출은 없다. 정교하게 만들어 낸 재현 드라마가 생각난다. 영화는 간데없고, 노래만 귀에 선연하다. 그래도 한방은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생이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는걸 목격한 후 듣는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당신이 이미 경험한 실황 영상과는 전혀 다른 감동이 된다. 퀸의 팬이든 아니든 혼신의 목소리로 뿜어내는 ‘We Are The Champion’이 들리는 순간 가슴이 터질 듯 두근대고, 두 눈은 뜨거워질 것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조셉 마젤로, 마이크 마이어스, 루시 보인턴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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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송경원 <씨네21> 기자
멋들어진 포장지를 까는 재미는 있다
★★★
30년 지기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모인 저녁,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모든 통화와 메시지를 공유하는 게임이 시작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상황극은 콘셉트만으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중반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흐름도 좋다. 다만 모든 비밀이 밝혀졌을 때 포장지에 비해 정작 속살이 다소 빈약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상황을 쥐락펴락 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잘 조율된 블랙코미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또 불륜
★★☆
내 휴대폰 속 은밀한 모든 것이 공개된다는 디지털시대 새로운 공포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엄청난 떡밥들로 대단한 사건들을 만들어낼 것 같았는데 결국 불륜이다. 노련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지만, 툭툭 튀어나오는 어색한 애드리브는 이야기의 맥을 끊어 버린다. 서로의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아찔함과 긴장감보다 허튼 웃음이 먼저 나오는 그냥 코미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휴대폰은 불신을 싣고
★★★
사랑하는 사람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 할까. 아니, 사랑이라 믿고 있는 그것은 사랑이긴 한 걸까. <완벽한 타인>은 인물들을 한정된 공간 안에 몰아넣고,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투영된 휴대폰을 통해 인간관계의 위선을 폭로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결은 천차만별인데, 리듬감 좋은 편집과 쫀쫀한 ‘말맛’과 배우들의 농익은 호흡에 힘입어 몰입감 높은 결과물로 재탄생 됐다. 흥미로운 형식에 비해 위기의 주된 동기가 전형적이고 메시지가 교훈적인 건 아쉬움이다.

완벽한 타인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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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제이미 리 커티스, 주디 그리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명분있는 부활
★★★☆
40년 만에 제대로 된 부활을 선언하는 속편 격 리부트. 원작의 강점을 충실히 계승해 슬래셔 무비의 새로운 클래식이 되고자 하는 야심,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 반영하는 명민함을 동시에 갖췄다. 어느덧 샷건을 든 노년 여성이 된 로리. 그를 비롯한 여성 삼대의 활약은 ‘파이널 걸’ 클리셰를 정조준한다. 특히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몸을 움찔하기도 힘들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오프닝 시퀀스, 클라이맥스가 품은 어떤 반전은 신선하고도 짜릿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무서운 살인마, 그 위에 더 무서운 여자들
★★★
<할로윈>은 1978년작 <할로윈>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전혀 다른 노선을 취한다. 악명 높은 살인자는 약한 상대를 노리는 시시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고, 생존자인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를 필두로 그의 딸과 손녀 즉 그동안 비명을 지르다 무참히 난도질 당하던 여성들이 희생양에서 벗어나 장르적 쾌감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호러영화의 바이블 중 하나로 꼽히는 전편을 뒤집으면서 해당 장르의 여성혐오적인 관습을 깨버리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할로윈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주디 그리어, 제이미 리 커티스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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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치기
감독 정가영
출연 정가영, 박종환, 형슬우

송경원 <씨네21> 기자
술과 말. 아무 것도 아닌데 사랑스럽고 아무 것도 아니라서 음미하고픈.
★★★☆
술자리에서 술자리로 이어지는 음주문화 탐방기. 감독 본인이 직접 연기하는 상황극의 컨셉 자체는 대수로울 것 없지만 디테일만큼은 흠뻑 취할 만 하다. 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한 없이 협소한 시선은 솔직담백함과 불편함을 넘나드는데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할 마법은 역시 술이다. 주고받는 말의 리듬을 살려내는 취기의 힘. 실없는 농담과 의미 없는 대화 속에 슬쩍 찔러 넣는 진심들이 나른하게 번진다. 삶의 시시껄렁한 순간들을 곱게 포장한 뒤 무심하게 툭 던져주는 태도 역시 귀엽고 애틋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거침없이, 그럼에도 속을 알 수 없는 줄타기
★★★
실내포차에서 룸카페로, 그리고 다시 노래방으로 <밤치기>는, 지극히 한국적인 방문화 안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대화로 구성된다. 시나리오 취재를 핑계로 가영은, 아는 오빠 진혁을 불러내 그를 곤경에 빠뜨린다. ‘자위는 몇 번이나 하나’같은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실은 뻔뻔하고도 집요하게 하는데, 그게 제한된 그날 밤,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게임같은 것이라는데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발생한다. 단순히 남녀의 역할 바꾸기를 떠나서, 정가영 감독은 이 게임의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매 작품 적용시켜온 연출가다. 단편 <내가 어때 ㅎㅎ>,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장편 <비치온더비치> 등에서 보여주는 어쩌면 계산을 하지 않고 만들어진 그의 시나리오 작법이 이제는 하나의 ‘계산’처럼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 그 틀 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집요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켜보게 되는 감독의 도착이다.

밤치기

감독 정가영

출연 정가영, 박종환, 형슬우

개봉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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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우리 아이
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다나카 레나

이화정 <씨네21> 기자
아이와 어른의 고민이 같은 크기로 호응하는, 사려 깊은 시선
★★★★
재결합으로 인연을 맺은 가족들 사이에, 어떤 질서를 넘어서는 애정의 상관관계는 가능할까. <친애하는 우리 아이>는 그 관계망을 아주 예민하게 짚어 나가는 영화다. 어른이라고 해서 해답을 알지도 못하며,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 이 문제에서 빗겨나가는 것은 아니다. ‘친애하는’이라는 경어에 꼭 맞게, 영화는 ‘고집스런’ 아이의 투정이라고 치부할 태도 하나하나까지, 사려깊게 지켜 봐 준다. 그렇게 아주 오랜 마찰을 통해서 비로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미시마 유키코 감독과, 연결지어 <아주 긴 변명>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같은, 어쩌면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결을 이어받지만 또 다른 디테일을 확립해 나가는 감독들일 것이다. 그 어떤 일상적인 연기와도 연을 맺지 않을 것 같았던, 아사노 타다노부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하루의 무게를 짊어진 표정으로 서있고, 치실을 꺼내 거울 앞에서 이를 손질하는 모습. 이전이라면 야쿠소 코지같은 배우에게 허락되었을 것 같은 일상의 드라마를 그가 훌륭하게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는 감흥도 크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렇게 가족이 된다
★★★☆
가족이란 무엇인가. 영화가 넌지시 던지는 물음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실패한 남자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전 부인과 달리 가정적인 아내와 아내가 데려온 두 딸 아이를 잘 키우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일상을 흔드는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장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맺어졌던 구성원들을 차분히 관찰한다. 극적인 사건을 터뜨리기보다 전형적이기 쉬운 가족 캐릭터를 일일이 보듬은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친애해 마지않는 가족 영화를 탄생시켰다.

친애하는 우리 아이

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다나카 레나

개봉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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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봄
감독 권경원
출연 강기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야만의 시대에 대한 기록
★★★☆
<1987>이 두 청년의 무고한 죽음에 이은 시민들의 벅찬 승리에 대한 드라마라면, <1991, 봄>은 급격한 반동의 시기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록이다. 1991년 전경의 폭력 진압에 의해 대학생 강경대가 목숨을 잃은 후 시작된 거센 저항의 정국 속에서, 검찰은 이른바 ‘유서 대필 사건’을 통해 민주 세력에 역습을 가했고, 그 중심에 있었던 강기훈은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24년 만에 공권력의 조작과 날조가 밝혀지지만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죽었고 고통 받았으며 지금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1991, 봄>은 강기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 역사를 뒤돌아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강기훈이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의 잔잔한 선율은, 마치 그 세월을 위로하는 듯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1987>의 가장 슬픈 후일담
★★★
시시하고 가볍고 하찮아 보이게 사는 게 가장 어려웠던 사람들. 유신 독재라는 암흑의 시대는 수많은 청춘들의 젊음을 유기했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다 분신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로 22년간 지옥을 살아간 강기훈의 안타까운 사연이 강기훈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담겼다.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 <1987>의 가장 슬픈 후일담이자, 2014년 도래할 비극의 전조. 억울한 죽음들 앞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1991, 봄

감독 권경원

출연 강기훈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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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진격의 거인 2기: 각성의 포효
감독 마사시 코이즈카
출연 카지 유우키, 이시카와 유이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포효하는 캐릭터, 진격하는 이야기
★★★☆
2011년부터 인기를 모은 만화 <진격의 거인> 두 번째 극장판. 2014년 개봉한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이 25부작으로 구성된 TV 애니메이션 1기의 중반까지 이야기를 담았다면, 두 번째 극장판은 12부작인 2기의 내용을 모두 아우른다.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의 공격은 이어지고 짐승 거인, 초대형 거인, 갑옷 거인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보는 재미뿐 아니라 이야기에 의미를 더했다. 거인에 맞서는 병사들의 정체와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전개도 흥미진진하지만 거인화 능력을 얻은 주인공 예거가 거인들과 맞서는 장면은 대작의 풍모를 확인케 한다.

극장판 진격의 거인 2기: 각성의 포효

감독 마사시 코이즈카

출연 카지 유우키, 이시카와 유이, 이노우에 마리나, 시모노 히로, 코바야시 유우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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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로 간 아이들
감독 추상미
출연 추상미, 이송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심금을 울린다
★★★☆
한국 전쟁 당시 전쟁 고아들을 북한에 의해 폴란드로 보내졌다.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 하는 추상미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배우 이송과 함께 폴란드로 가, 당시 한국의 아이들을 돌보았던 선생님들을 만난다. 90살이 넘은 노인들은 그때를 회상하며 눈물 짓고, 역사의 낯선 진실과 대면한 감독과 배우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전쟁과 분단을 넘어 화해와 통일로 향해 가는 현재의 우리에겐 어쩌면 절실한 영화. 전쟁 난민이었던 당시의 아이들과, 탈북자 출신인 배우. 6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그들의 삶은 묘하게 겹쳐 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감독 추상미

출연 추상미, 이송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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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스터비
감독 리차드 라니
출연 로건 레먼, 헬레나 본햄 카터

송경원 <씨네21> 기자
군견 스터비처럼 성실한 서사, 올곧은 연출
★★★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함께 활약했던 개 ‘스터비’ 병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미군 훈련소로 흘러 들어온 강아지는 훈련장의 마스코트가 되었다가 프랑스 전장에 투입, 미군 역사 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군견이 된다. 이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성실한 연출이 마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스터비의 걸음을 닮았다. 전장에 피어난 동물과 사람의 우정. 과장이나 특별한 장식 없이 드라마 그 자체에 집중하는 애니메이션. 사연이 충분히 감동적이기에 적절한 선택처럼 보인다.

캡틴 스터비

감독 리차드 라니

출연 로건 레먼, 헬레나 본햄 카터, 제라르 드빠르디유

개봉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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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배미의 사랑
감독 장선우
출연 박중훈, 최명길, 유혜리

송경원 <씨네21> 기자
시대의 모든 것을 담아낸, 모범답안
★★★★☆
예민하고 작은 이야기를 깊게 들어가는 동시에 시대의 속살까지 제대로 녹여낸 영화는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두루 사용하여 90년대 한국을 관통한 걸작이다. 통속극, 멜로드라마를 뼈대로 이야기의 마디마다 압축된 도시화, 근대화 과정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것들의 얼룩이 마치 무늬처럼 새겨져 있다. 함께 뒤엉키고 고민하다가 끝내 통속의 한 가운데 털썩 주저앉아버린 그 때 우리의 이야기. 이 애처롭고 답답한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기는커녕 점점 더 선명해지는 중이다.

우묵배미의 사랑

감독 장선우

출연 박중훈, 최명길, 유혜리

개봉 1990.03.31. / 2018.10.3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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