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황소
감독 김민호
출연 마동석, 송지효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100%의 마동석

마동석이라는 ‘특화된 캐릭터’의 100% 활용법. 제목 그대로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는 액션의 쾌감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바꿔 말하면 그 이상의 야심은 크게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히어로, 악당, 코믹 콤비까지 모든 캐릭터가 거의 정석에 가까운 스테레오 타입이다. 보호받아야 할 희생양으로 그려진 여성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 이는 비단 이 영화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고질적으로 아쉬운 면에 가깝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마동석
★★☆
마동석 근육이 캐릭터이고, 마동석 눈빛이 내러티브인, 영락없는 마동석 영화다. 그럴싸한 서사보다는, 적을 독고다이로 섬멸하는 마동석 주먹에서 오는 쾌감을 노린 영화라는 얘기다. 요즘 자주 거론되고 있는 마동석 이미지 소모론에 기대어 바라보자면, 최근 주연작인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보다는 관객이 마동석 영화에 기대하는 지점을 잘 건드린 쪽이다. 이는 마동석 개인기보다는 팀플레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돌이켜 보면 (마동석 장르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이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도, 그를 둘러싼 여러 캐릭터와의 화학작용 덕이었다. <범죄도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난 황소>에서는 김민재-박지환 콤비가 적절히 활약하며 마동석 어깨의 부담을 덜어준다. 반면 악당 캐릭터는 개성이 너무 과해서 살짝 아리송한 경우이고, 여성 캐릭터 활용은 따로 언급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납작하다. 어쨌든 이미지 피로감에 시달리는, 그럼에도 이를 견지해 나가겠다는 마동석이 앞으로 액션 영화 안에서 자신의 롤 세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적지 않은 힌트를 주는 영화라는 점에 <성난 황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여러 번 캐릭터 정점을 찍었기에, 더 신선한 걸 보여주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주변부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다 전투적으로 고민해서, 자신의 장점과 잘 엮어내는 데 있을 것이다. 한 우물을 열심히 파는 근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파는 영리함도 필요하다. 이를 마동석에게 기대해본다.

성난황소

감독 김민호

출연 마동석, 송지효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뷰티풀 데이즈
감독 윤재호
출연 이나영, 장동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이별과 재회,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
★★★☆
탈북 여성이 생존을 위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한 삶을 통해 이별과 재회,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비극적 현실에 던져진 고난과 희생의 길을 확인하는 대신 그녀의 현실적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초점을 맞춘 연출이 돋보인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나영은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인간이자 여성의 이야기를 성숙한 감정으로 깊이 있게 선보인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엄마’ 뒤에 가려진 탈북 여성의 역사 
★★★  
탈북여성의 아이러니한 삶을 그린 윤재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담 B>를 보면마담 B가 일상이 아닌 자신의 아픔을 감정적으로 토로하는 순간이 딱 한 장면 있다일기장을 보는 장면이다같은 감독의 작품이자어쩌면 실재인물인 마담 B'를 극화한 것 같은 <뷰티풀 데이즈>의 엄마(이나영)는 그 감정을 확대한 여성같다엄마인 이 여자는 분단의 역사탈북자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성으로 좁혀지는 소수에게 가해진 아주 특수한피해 사례이자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앉고 있지만감정을 입 밖으로 격하게 토로하지 않는다단 한번도 선택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지만그래도 묵묵히 살아내는 과정폭력과 파국으로 점철된 소재를 드라마틱하게 과장하는 대신담담하고 조용히 따라가는 절제된 연출이 인상적이다. <마담 B>의 여성까지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들을 되돌아보고 응원하게 해주는 시선이다

뷰티풀 데이즈

감독 윤재호

출연 이나영, 장동윤

개봉 2018.11.21.

상세보기

영주
감독 차성덕
출연 김향기, 김호정, 유재명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성장은 딜레마를 안고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순한 도식 대신 인물이 처한 딜레마의 순간들을 주목하는 의지가 담겼다. 딜레마라는 감정선만으로 관객에게 인물을 설명해나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영화는 일단 그것을 해내려 한다. 특정 사건보다는, 원치 않는 때에 어른이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아직은 어른에게 넉넉히 보호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 원망스럽지만 동시에 좋아지는 마음 같은 것들이 극을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말을 좀 더 확장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성장의 순간에는 이전까지의 삶을 끌어안으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또렷이 새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영주

감독 차성덕

출연 김향기, 김호정, 유재명, 탕준상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툴리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두 여자 이야기 혹은….
★★★★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삶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로, 어떻게 보면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방식으로 전한다. 후반부 반전은, 장르적 장치로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얄팍한 수가 아니라, 벅찬 공감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진심 어린 설정이다.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배우의,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알면 알수록 놀라운 그 이름, 엄마

결혼과 임신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 놀라운 현실 감각을 견지하는 작품. 이 영화에서 마를로, 즉 여성의 몸은 여러 차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그것은 관음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피로와 물리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육체 그 자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간접 체험하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육체적 변화, 육아라는 심리적 압박은 상상 이상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견뎌내며 “I love Us”라 말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토닥임. 말 그대로 그들을 돌봐주고픈 마음에 <툴리>가 탄생한 것이다. 

툴리

감독 제이슨 라이트맨

출연 샤를리즈 테론, 맥켄지 데이비스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28세 미성년
감독 장 모
출연 니니, 왕대륙, 곽건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배우 니니가 다했다
★★☆
타임슬립(time slip)은 이제 너무 보편적으로 쓰이는 설정이라, 그 자체만으로는 큰 매력이 될 수 없다. 여주인공이 스물여덟과 열일곱의 시간을 오가는 <28세 미성년>은 이러한 고민을 배우 니니의 매력으로 돌파한다. 종종 개연성이 떨어지고 전개도 자주 덜컥거리지만, 이 모든 단점이 니니를 거치면서 희석되는 기이한 현상. 정말이지, 니니가 다했다. 왕대륙은 조연에 가까우니, 그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마케팅에 너무 현혹되지 말길.

28세 미성년

감독 장 모

출연 니니, 왕대륙, 곽건화

개봉 2018.11.21.

상세보기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도널드 트럼프, 마이클 무어, 힐러리 로댐 클린턴

송경원 <씨네21> 기자
트럼프’를 향한 조롱 대신 트럼프 시대를 용인한 미국에 대하여
★★★☆
마이클 무어에게 다큐멘터리란 최상의 프로파간다 도구다.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다. 그는 어떤 맥락으로 사실들을 조합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도대체 왜 트럼프가 당선되었나'는 의문에서 출발해서 어떻게 당선되었는가를 경유한 뒤 미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 문제를 짚고 미국 시민의 인식을 확장시키려 한다. 예전에 비해 목소리를 차분해졌지만 시야는 한층 넓어졌다. 각자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트럼프의 시대를 버텨내는 법에 관하여.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도널드 트럼프, 마이클 무어, 이반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힐러리 로댐 클린턴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베일리 어게인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송경원 <씨네21> 기자
준비된 이별에 대한 애견인들의 판타지
★★☆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하는 개 베일리가 4번의 각지 다른 견생을 거친 후 끝내 첫 번째 벗 이든과 만난다.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개 같은 내 인생>(1985), <하치 이야기>(2009)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연출했다. 휴먼 드라마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감독의 손길을 거친 만큼 안정적이다. ‘왜 태어났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로 끝나는 견생 판타지. 빤한 전개지만 공감할 준비가 된 관객들의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꽂히는 행복한 상상.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는 개로소이다
★★★☆
미국 작가 W. 브루스 카메론의 베스트셀러 소설 <개의 목적>(A Dog's Purpose)을 영화화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개 베일리가 네 번의 환생을 겪으면서 삶의 목적을 찾는 여정이 만만치 않은 감흥을 일으킨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개 같은 내 인생>(1985), <하치 이야기>(2009)에 이어 다시 한 번 재미와 감동을 황금비율로 조합한 가족 영화를 연출했다. 나아가서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 때문에 생사고락을 겪는 개의 존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웃음과 눈물, 교훈까지 확실하게 안겨주는 가족 영화 장인의 솜씨가 노련하면서도 포근하다.

베일리 어게인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K.J. 아파, 브라이스 게이사르, 브릿 로버트슨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
감독 앤드류 플레밍
출연 폴 러드, 스티브 쿠건, 잭 고어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완전체 가족 코미디
★★★
가족 코미디 <아워 이디엇 브라더>(2011)에서 처남과 매형 사이로 등장했던 폴 러드와 스티브 쿠건이 연인으로 출연했다. ‘어른 아이에 가까운 두 남자가 열 살 손자를 돌본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각각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두 코미디 배우의 캐릭터 소화력이 대결을 떠올릴 만큼 흥미진진하다. 과도한 코미디로 흐르지 않고 이상적인 가정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균형을 잡는 연출도 적절하다. 분위기는 유쾌하게 주제는 묵직하게 녹여낸 코미디 영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다양한 가족사진도 의미를 더한다.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

감독 앤드류 플레밍

출연 폴 러드, 스티브 쿠건, 잭 고어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인 디 아일
감독 토머스 스터버
출연 산드라 휠러, 프란츠 로고스키, 피터 쿠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
이렇다 할 사건도, 영화적 장치나 플롯도 없다. 거대한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느슨하면서도 한적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인 디 아일>은 관객이 집중력을 떨어트리지 않고 일정 정도 끊임없이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일상에 대한 디테일 접근, 캐릭터의 고독한 내면에 대한 담담한 응시 그리고 현실과 일탈 사이의 긴장 관계들이 일견 심심해 보이는 영화의 기저에 흐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따뜻한
★★★★☆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다반사를 남다르게 풀어나간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대형마트의 운영 체계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인물들의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조율한다. 공간과 인물을 적재적소에서 부각하는 촬영, 프란츠 로고스키와 산드라 휠러, 피터 쿠스의 정확한 연기, 불현듯 감정의 파고를 만드는 클래식과 팝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각별하게 기능한다. 삶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법을 일러주는 지게차의 존재감도 막강하다. 인생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마음의 통로를 여는 영화.

인 디 아일

감독 토머스 스터버

출연 산드라 휠러, 프란츠 로고스키, 피터 쿠스

개봉 2018.11.22.

상세보기

택시 5
감독 프랑크 가스탐비드
출연 프랑크 가스탐비드, 말릭 벤틸라

송경원 <씨네21> 기자
마감시간 지난 택시의 저속 안전 주행
★★
설레발 형사와 수다쟁이 택시 드라이버가 전설의 택시를 타고 범죄조직을 소탕한다. 액션과 유머를 버무린 킬링타임 팝콘무비. 빤하고 성긴 이야기는 사실 <택시> 시리즈에서 별반 문제가 될 것 없다. 진짜 문제는 폭주해야 하는 액션영화임에도 전개, 위기, 해결까지 정해진 레일 위를 저속 안전운행한다는 점. 게다가 화장실 조크와 질 낮은 농담을 주렁주렁 장식처럼 달고 가려니 피곤함만 더해질 따름이다. <택시> 시리즈보다는 <분노의 질주>를 더 닮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나마 엔진도 따라주질 않는다. 끝내야 할 때를 놓친 채 좀비처럼 강제로 되살아나야만 하는 시리즈의 안타까움.

택시 5

감독 프랑크 가스탐비드

출연 프랑크 가스탐비드, 말릭 벤탈라, 베르나르 파시

개봉 2018.11.22.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