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장면은 음악이 되고 음악은 이야기가 되어
★★★☆
러시아를 뒤흔들어 놓고 28살에 요절한 천재 뮤지션 빅토르 최의 이야기지만 전기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빅토르 최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애쓴다. 대신 1981년 레닌그라드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의 해방을 향한 갈망과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MTV 스타일의 감각적인 화면에 애니메이션이나 컬러 등을 끼얹은 자유분방한 방식은 말 그대로 ‘보는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고 치열해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청춘의 찰나. 음악을 매개로 현재의 관객들을 당시 청춘의 축제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뜨거웠던 한 시절에 보내는 러브레터
★★★☆
자유와 청춘을 노래하는 인물들은 좋은 소재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 역시 자유로워지는 기분을 선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초하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다. <레토>는 무난하게 해낸다. 빅토르 최라는 전설적 뮤지션을 조명하긴 하되 전기영화라기 보다 청춘, 음악, 사랑, 자유와 저항 같은 매력적인 요소들이 수놓아진 열정의 산물에 더 가깝다. 극소수 숏을 제외하고 내내 흑백 화면을 보여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그 어떤 컬러영화보다 다채롭고 감각적으로 보인다. 빅토르 최를 연기한, 유태오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목격하는 즐거움 역시 충만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현재의 청춘이 과거의 청춘을 향해 보내는 무한정 리스펙트. 애틋하고 귀엽다
★★★☆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어난 일이 아니다. 흑백의 화면 속, 불쑥 튀어나오는 이질감 가득한 해설자와 컬러 화면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가짜’임을 일깨워준다. 아주, 일부러, 작정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현재 어떤 이유건 ‘창작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있는 아티스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1970년대, 마찬가지로 동토의 땅 레닌그라드에서 창작의 의지를 제한받았던 뮤지션들을 돌아본다. 누군가에게는 젊음이라는 단어로, 사랑이라는 단어로, 또 뜨거운 여름같이 남아있는 그 ‘열정’의 상태를 고스란히 소환한다. 회고가 아닌 현재의 언어이자, 지금 가장 ‘힙’한 표현 방식이다. 그들의 젊음이 잊고 산 나의 한때로 치환되는 애틋하고 먹먹한 경험. 한번 아니라 두 번, 세 번 자꾸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들의 동작들. 독해가 필요 없는 어떤 정서의 언어라는 점에서 사랑해 마지않게 되는 영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흑백의 시대가 막을 수 없었던
★★★☆
자유를 향한 염원이 들끓었던 그때 그 시절, ‘러시아 록(rock)의 신화’ 빅토르 최가 통과한 여름(Leto ·레토)처럼 뜨거웠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 더 정확히 말하면 흑백의 시대에 맞섰던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모든 걸 기발한 형식 안에 담아, 당시 청춘들의 분위기를 재현한 게 특히나 인상적이다. 빛바랜 흑백 화면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MTV 스타일의 컬러풀한 영상은, 흑백의 시대가 막을 수 없었던 젊은 에너지들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하다. <레토>와 함께 연기 인생의 뜨거운 ‘여름’을 맞은 배우는 유태오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자주 재생될 얼굴이니 즐겨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