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 쉽게 떼기 힘들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한 배우들 가운데 누군가는 왕성히 활동하는 뛰어난 연기자가 됐고, 누군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간혹 사건사고로 소식이 들리는 경우도 있다.
<증인>에 출연한 김향기의 경우는 어떨까. 2019년 스무살이 됐지만 교복 입은 모습이 익숙하다. 어린 시절부터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그녀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잘 자라준 김향기를 보며 시대별 여자 아역 배우의 간략한 계보를 살펴봤다.

-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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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한
출연 정우성, 김향기
개봉 2019.02.13.
1970~80년대
임예진 (1959년생)
10대 임예진은 대단했다. 1976년 이덕화와 출연한 <진짜 진짜 미안해>에서 특히 돋보였다. 이 영화의 흥행은 시리즈로 이어졌다. 지금 아역배우 임예진을 기억하는 이들은 아마도 40~50대 이상일 테다. 그 아래 세대는 1990년대 이후 주말연속극에 출연한 엄마, 이모, 고모 역의 임예진만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그 시절 임예진의 사진이 꽤 많이 올라왔다. 이 사진을 보고 혹시나 10대 임예진이 궁금해진다면 직접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 진짜 진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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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문여송
출연 이덕화, 임예진, 김보연
개봉 1976.11.20.
강수연(1966년생)
강수연의 최고 전성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성인 연기자 시절이다.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해외 영화제 수상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강수연은 1970년대 후반부터 <슬픔은 이제 그만>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등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KBS 청소년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채시라, 최재성, 하희라, 손창민, 조용원 등이 있다.
- 슬픔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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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준식
출연 강수연, 박근형, 한혜숙, 양춘
개봉 1978.12.09.
1980~90년대
이상아(1972년생)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6)부터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까지. 이상아는 독보적인 스타였다. 1980년대 중후반 이른바 ‘하이틴’ 문화에서 이상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위 ‘책받침 스타’였다. 참고로 하이틴(high teen)이라는 단어는 10대 후반 여고생을 뜻하는 (아마도 일본에서 건너온) 한국식 영어다. 영미권에서는 주로 영 어덜트(Young Adult)라고 쓴다. 이상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인 배우로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2006년 개봉한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특별 출연한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 길소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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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권택
출연 김지미, 강신성일
개봉 1986.04.05.
이미연(1971년생)
이미연 역시 이상아와 함께 하이틴 문화가 배출한 스타였다. 두 사람은 KBS에서 방영한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함께 출연했다. 이미연은 이 드라마로 스타덤에 오른다. 당시 <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청춘스타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상상초월이었다. 흥행감독 강우석이 10대 이미연을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나온 영화가 1989년 개봉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의 제목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당시로는 획기적인 기획의 영화였다고 볼 수 있다.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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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강우석
출연 이미연, 김보성
개봉 1989.07.29.
1990~2000년대
김민정(1982년생)
김민정은 여섯 살부터 배우를 시작했다. 주로 드라마 그것도 사극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지만 광고 모델로 얼굴을 더 많이 알렸다. 지금 당장 네이버 아니 유튜브에서 김민정을 검색해서 나오는 옛날 광고를 다시 보면 너무나 익숙하게 봤던 그녀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 당신이 30대가 이하라면 김민정의 어린 시절이 지금과 너무나 똑같아서 놀랄 수도 있다. 김민정이 아역 시절 출연한 영화는 많지 않다. 이준익 감독의 첫 연출작인 <키드캅>(1993)이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 키드 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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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준익
출연 이재석, 김민정
개봉 1993.07.17.
이재은(1980년생)
김민정과 이재은이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재은은 1986년 방영한 <토지>의 어린 최서희 역으로 많은 이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후 1990년대 TV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은 아역을 연기했다. (진짜) 브라운관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주로 KBS에서 방영한 대하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다. 그런 그가 성인이 되자마자 출연한 영화 <노랑머리>(1999)는 큰 충격이었다.

- 노랑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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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유민
출연 이재은, 김기연, 김형철
개봉 1999.06.26.
2000~2010년대
문근영(1987년생)
<가을동화>가 문근영의 출발점이다. 2000년 방영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송혜교의 아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명성왕후>를 거쳐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장화, 홍련>에 이어 <어린 신부>에 출연하면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을 부여 받았다.

- 어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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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호준
출연 김래원, 문근영
개봉 2004.04.02.
고아라(1990년생)
고아라는 2003년 방영한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을 통해 데뷔했다. 이옥림을 연기한 이 드라마가 꽤 인기를 얻었다. 시즌2까지 제작됐으니까. 이후 고아라는 드라마 <눈꽃>, <맨땅에 헤딩> 등에 출연한 뒤 한동안 일본 활동에 주력했다. 참고로 2000년대 중반 추억의 핸드폰 가운데 ‘고아라폰’이 있다. 고아라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휴대전화다.

- 성장드라마 반올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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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김정환, 박기현, 최세경, 김진환
출연 고아라, 서현석, 강석우, 이응경, 오연서, 박훈정, 현정은, 이은성, 김정민, 유아인
방송 2003, KBS2
2000~2010년에는 위에 언급한 배우들 이외에 박신혜, 박보영, 신세경도 눈에 띄는 아역 배우였다. 세 사람 모두 훌륭한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
2010년 이후
2010년 이후에는 김유정, 김새론, 김소현 등이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을 이어가는 배우들이다. 또 대중들이 기억하는 아역 배우로는 서신애, 갈소원, 김수안 등이 있다. 진지희 역시 이들과 같은 세대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