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하트>는 극장 개봉 전, 국내 영화제에서 몇 번 얼굴을 비췄던 영화입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5회 마르끌레르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마주했죠. 우리에게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악당 '카일로 렌'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아이 엠 러브>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이탈리아 배우 알바 로르와처가 출연합니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로만 폴란스키의 뒤를 잇는, 떠오르는 이탈리아 신예 감독, 사베리오 코스탄조연출을 맡았고요. 이에 <인생은 아름다워>로 제71회 오스카 음악상을 수상한 니콜라 피오바니<몽상가들>의 촬영 감독 파비오 치안체티가 함께했습니다.

<헝그리 하트> 메인 예고편

이 사랑 영원할까
이 사랑 맞는걸까

영화는 미국인 남자 주드와 이탈리아 여자 미나가 좁은 화장실에 갇히는 귀여운 에피소드로 시작됩니다. 첫 만남에 강렬한 끌림을 느낀 둘. 연애를 하고, 아이가 생기고, 가정을 이루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임신한 후 점을 보고 온 미나는 자신의 아이가 인디고 차일드(인류 구원을 위해 다른 차원에서 온 아이)라 생각하게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육아를 시작합니다. 외부의 모든 것은 이라 생각하고 철저히 자신의 손 안에서 이뤄지는 양육 방식을 고집하죠. 열이 나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밖은 세균 덩어리라며 외출도 시키지 않습니다. 채식주의자인 미나는 아이에게 고기도 먹이지 않죠. 심각성을 느낀 주드가 온갖 방법으로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주드는 미나 몰래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가치관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인물들 내면의 헝그리 하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죠.

<헝그리 하트>는 장면 전환이 인상 깊은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툭 끊긴 듯, 장면이 급작스레 바뀔 때가 많은데요. 여러 장르의 영화들이 모인 것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면들이 나열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헝그리 하트> 특유의 뭉근한 긴장감이 형성되죠.

촬영 기법 또한 다양합니다. 흔들리는 장면도 있고 저화질로 찍은 듯한 장면도 있죠.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은 다큐멘터리 웹 시리즈를 만들며 영화계에 입문했는데요. 몇 장면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미나를 위에서 잡은 장면은 그녀를 더 말라보이게 만들면서 무언가에 억압된 듯한 그녀의 내면을 비춰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주드가 미나를 속이는 장면은 눈높이보다 앵글이 낮아 몰래 촬영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균형 잡혀있지 않은 화면들은 평온함을 유지하지 못한 가정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죠.

난 엄마야. 날 믿어. 내가 느끼는 걸 믿는 게 중요해.
이렇게 키우는 게 옳아. 느껴진다고.

<헝그리 하트>에서는 클로즈 업 씬도 많이 사용됩니다. 주로 화면을 채우는 건 미나의 알 수 없는 표정들인데요. 미나 역을 맡은 배우 알바 로르와처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아담 드라이버와 알바 로르와처는 제 71회 베니스 영화제의 남우 주연상과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여 주연상을 공동 수상한 경우는 13년 만이라고 하네요!) 알바 로르와처는 자신의 아들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아이라고 맹신하는 광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내는데요. 뛰어난 연기로 '미나'의 세계를 탄탄히 구축하여,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해는 가능한 그녀만의 '미나'를 만들어냈습니다.

잊지마. 우린 가족이야.

멀리서 보면 <헝그리 하트>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미나에겐 우리뿐이고 미나한텐 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어요.주드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미나의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가죠. 자신의 공허함을 아이에게 온전히 쏟아붓는 엄마 미나와 그런 미나가 못마땅한 주드의 어머니 ’. 미나와 앤이 지닌 서로 다른 방식의 완고한 모성애는 영화를 지탱하는 기둥이 됩니다.
 
극단적으로 자신의 방법만을 몰고 가는 세 사람. <헝그리 하트>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완전하다고 믿는 이 사랑, 영원할까?" 충분히 우리 일상으로 끌고 올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죠. 영화 속 주드와 미나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몇번을 되짚어봐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