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포스터. 영화를 단 한 장으로 소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포스터가 지니는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 그런데 요즘 따라 포스터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만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배우 이름을 빼먹어 수정한 것부터 표절 의심까지, 포스터에 관한 다양한 논란들을 모아보았다.


(좌) 수정 전 (우) 수정 후

오코예는 어디에? 
4월 개봉을 앞둔 올해 전 세계 최고 기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을 약 한 달 남기고 있던 지난 314일 공개된 공식 포스터는 공개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오코예 역을 맡은 다나이 구리라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 포스터 맨 오른쪽에는 <블랙 팬서>에서 와칸다를 수호하는 도라 밀라제의 수장으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고뇌하는 옆모습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그 어디에서도 다나이 구리라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 심지어 타노스로켓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조쉬 브롤린과 브래들리 쿠퍼까지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다나이 구리라의 이름이 빠지자 전 세계 팬들은 SNS를 통해 마블에게 항의와 비난이 담긴 메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마블은 인종&성차별(흑인 여성) 의혹을 받았으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마블은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다나이 구리라의 이름이 포함된 포스터를 다시 업로드했다. 이유에 관해선 여전히 노코멘트 중이다.


선정적이면 안 돼!  
위의 두 포스터에서 차이점을 찾아보시라. 언뜻 보아서는 크게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데이비드 O.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은 국내 개봉 당시 포스터가 임의로 수정되어 팬들 사이에 작은 논란을 빚어냈다.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와 제니퍼 로렌스의 상반신을 자세히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북미 포스터에서 두 여성은 가슴 라인이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국내 포스터는 약간 다르다.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선정성을 이유로 심의를 반려할 것을 우려해 CG로 수정했기 때문. 하지만 국내에서도 두 가지 버전의 포스터가 존재한다. 이는 두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네이버는 수정이 되지 않은 포스터를, 다음은 수정된 포스터를 메인 포스터로 걸어두었다.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 <아메리칸 허슬> 메인 포스터

좀 더 예쁘게…
모션 캡쳐의 달인, 앤디 서키스가 감독을 맡은 작품 <달링>의 포스터는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배경에 쓰인 큰 글씨가 없다는 점과 밝기가 좀 더 밝아졌다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으니. 바로 주인공 다이애나 역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의 외양이다. 국내 포스터 속 클레어 포이의 드레스는 피부색이 더 맑게 보이는 선명한 빨간 드레스로 바뀌어있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팔 부분을 자세히 보면 그녀의 주근깨는 온데간데없고, 울퉁불퉁한 팔의 근육도 매끈하게 바뀌어있다. 또한 얼굴의 잡티와 입술 색깔까지 수정되어있다. <달링> 국내 포스터는 예뻐야 한다는 지나친 여성성의 강조를 이유로 비판 받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좌) <앤트맨과 와스프> 메인 포스터 (우) <뺑반> 캐릭터 포스터

<뺑반>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
1월 개봉한 공효진, 조정석, 류준열 주연의 <뺑반>. <뺑반>은 작년 여름을 강타했던 마블사의 <앤트맨과 와스프> 포스터와의 유사성으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악역이었던 정재철 역을 맡은 조정석의 캐릭터 포스터가 더욱 그러하였다. 하얀 바탕에 붉은색으로 가로질러진 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캐릭터의 모습까지. 영화 제목이 오른쪽에 위치한 것과 선을 따라 배우의 이름이 쓰인 것까지 비슷해 보이는 건 에디터의 착각일까. 이에 대해 국내 영화 팬들과 마블 팬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뺑반 캐릭터 포스터 모음

<돈> 그리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류준열의 원탑 주연으로서 저력을 제대로 입증한 <>을 보면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금융 문제를 다루고 원톱 주연이라는 점 등 시나리오 면에서 유사한 작품으로도 언급되긴 하지만, 그보다 먼저 포스터가 공개된 직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노란색이 강조된 글씨들과 포스터 한가운데에 여유롭게 서있는 주인공, 흩날리는 화폐, 그 뒤로 배경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유사하다.


<자백>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최승호 PD의 첫 영화 연출작이자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영화 <자백>. 2012년 일어난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사건 대한 40개월간의 추적 기록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자백>은 개봉 당시 한 영화와의 포스터 표절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으니. 바로 2016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 책상 위로 흩어져있는 자료들과 이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두 영화는 사회의 비리를 추적하고 고발한다는 점, 추적하는 과정이 상당히 몰입감 높게 구성된 수작이라는 점에서도 닮은 꼴의 영화라 할 수 있다.


<베테랑> 그리고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6, 누적관객 1340만 명에 빛나는 영화 <베테랑> 역시 표절 논란을 겪은 바 있다. 2년 먼저 개봉한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포스터와 말이다. 카메라가 위에서 배우들을 내려다보며 찍은 구도와 더불어 배우들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차이가 있다면 베테랑은 글씨가 바닥에 있다는 정도? <나우 유 씨 미>3년 후 시퀄 <나우 유 씨 미 2>가 개봉했으며, <베테랑> 역시 속편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렸으나 현재까지 소식은 없다.

표절? 아니, 패러디!

이번엔 상당히 유사하지만 표절이 아닌 패러디의 범주에 든 포스터들을 소개하겠다.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을 수사하는 전직 형사를 그린 코미디 영화 <보안관>은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공개해 화제를 몰았다. 거기에 조진웅, 이성민, 김성균 세 남자가 영화 <신세계>를 유쾌하게 패러디한 <신나는 세계>도 있다. 진지한 두 영화를 유쾌하게 패러디한 센스가 돋보이는 포스터다.
 
마동석과 김영광의 케미가 돋보이는 <원더풀 고스트>도 패러디 포스터를 선보였다. 도자기 하면 떠오르는 영화 <사랑과 영혼>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것으로, 두 사람의 케미를 더욱 강조하는 좋은 패러디 포스터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좌) <범죄와의 전쟁> (우) <보안관> 패러디 포스터
(좌) <신세계> (우) <보안관> 패러디 포스터
(좌) <사랑과 영혼> (우) <원더풀 고스트> 패러디 포스터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