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우상> <생일>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을 배우, 바로 설경구다. <우상>과 <생일>, 두 작품을 통해 봄 극장가를 찾았고, 조진웅, 김사랑과 함께 출연한 <퍼펙트맨> 촬영을 마쳤으며, 현재는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다시 뭉친 <킹메이커>를 촬영 중이다. <박하사탕> 이후 현재까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다양한 작품으로 스크린을 찾은 설경구에 대한 소소한 사실을 정리해봤다.

우상

감독 이수진

출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개봉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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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감독 이종언

출연 설경구, 전도연

개봉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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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엔 배우보다 연출자가 되길 꿈꿨다.
설경구는 연기보다 연출에 먼저 관심을 뒀다. 어린 마음에 드라마 혹은 작품의 현장 스케치 속에서 “레디 액션!”을 외치는 감독이 멋있어 보여 연출자를 꿈꿨다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후 연극 무대에 올랐고, 첫 공연이 끝난 이후 엄청난 공허함을 느끼면서 연기에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 4학년 2학기 때 한양레퍼토리에 입단했고,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연 초기 멤버. ‘학전 독수리 5형제’의 멤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부터 2008년까지 무려 4000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막을 내린 후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 2018년 재공연이 확정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 설경구는 <지하철 1호선>의 초기 멤버다. 그를 무대 위로 세운 건 극단 ‘학전’을 창단한 김민기. 연극 포스터를 붙이던 신인 설경구의 모습이 무척 성실해 보여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2년간 <지하철 1호선>의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며 무대 위에 올랐다. 당시 그는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김윤석과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꽃잎>

-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 영화 데뷔를 치렀다.
설경구의 영화 데뷔작은 <꽃잎>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그린 영화로, 그는 극 중 소녀(이정현)을 찾아 헤매는 대학생을 연기했다. 설경구는 한 인터뷰를 통해 “연기를 너무 못해 장선우 감독님이 한 마디 하실 정도였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고 밝히며 <꽃잎> 출연 당시를 회상했다. <꽃잎> 출연 이후 설경구는 <러브 스토리> <처녀들의 저녁식사> <유령> 등에 작은 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 경력을 쌓았다.

꽃잎

감독 장선우

출연 이정현, 문성근, 이영란, 추상미, 설경구

개봉 199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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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 <박하사탕>으로 충무로 스타덤에 올랐다.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출연하며 충무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1999년 한국영화가 발견한 최고의 수확’이란 호칭을 얻었고, 그해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을 비롯한 국내 유수 시상식의 연기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여태까지도 자신의 대표작으로 <박하사탕>을 꼽는 설경구가 실은 오디션에서 미끄러질 뻔한 배우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첫 오디션에서 떨어졌으나, 이후 오디션 영상을 본 이창동 감독의 아내가 “이 사람이 김영호”라 말하며 그를 추천해 <박하사탕>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2차 오디션에서 설경구는 현장에서 빗을 빌려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을 연기했다.

<박하사탕>

-<박하사탕>을 촬영하며 목숨을 걸었다.
목숨을 걸 정도로 연기를 열심히 했다는 말이 아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을 촬영하며 정말 목숨을 걸었다. 설경구의 대표 명대사 중 하나인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신에서 그에게 다가오던 열차는 CG가 아니었다. 실제 달려오는 열차를 마주 보며 소리를 질러야 했고, 아슬아슬한 순간까지도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지 않아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박하사탕

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개봉 2000.01.01. / 2018.04.2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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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공공의 적>에 출연하기 위해 강우석 감독을 직접 찾아갔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고 있는 캐릭터, <공공의 적> 속 강철중이다. 설경구는 <공공의 적>에 출연하기 위해 강우석 감독을 직접 찾아갔다. 강우석 감독은 그에게 “왜 이 역할이 하고 싶냐”고 물었고, 설경구는 “그냥 하고 싶다”는 대답을 던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강우석 감독은 그에게 대뜸 술을 마시러 가자고 청했고, 두 사람의 출연 협상은 술자리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설경구를 술자리로 이끈 건 “술 버릇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강우석 감독의 테스트였다고. 주사가 없었던 설경구는 무사히 그의 테스트에 통과해 <공공의 적>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

공공의 적

감독 강우석

출연 설경구, 이성재

개봉 200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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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충무로의 2002년을 장악하신 분
‘2002년은 설경구의 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하사탕>으로 영화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설경구는 <공공의 적> <오아시스> <광복절 특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작왕으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공공의 적>을 통해 수상한 제3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을 비롯해, 설경구는 그해 열린 다수의 시상식에서 10개 넘는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오아시스

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개봉 20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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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최초 천만 배우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설경구의 열연이 돋보였던 <실미도>는 최초로 국내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다. 설경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이후 설경구는 <해운대>를 통해 또 한 번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다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역도산> <공공의적2> <사랑을 놓치다>
(왼쪽부터) <그놈 목소리> <강철중: 공공의 적 1-1>
<살인자의 기억법>

-충무로 다이어트의 신이다.
설경구가 다이어트의 신이란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역도산>을 촬영하며 실존 인물 역도산을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28kg 늘렸고, 차기작인 <공공의 적2>를 촬영하기 전 <공공의 적> 출연 당시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복귀했다. 이후 출연작 <사랑을 놓치다>에선 조정 선수 우재를 연기하며 6kg을 감량했고, <그놈 목소리>에선 아들을 잃은 아버지 한경배를 연기하며 단식원에 들어가 10kg를 감량했다. 이후 출연작은 <강철중: 공공의 적1-1>. 다시 강철중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다시 13kg를 늘려야 했다. 그의 장기는 최근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할 때 다시 조명됐다. 원작 소설 속에서 70대 노인으로 묘사되는 김병수를 연기하기 위해 매일 아침 두 시간씩 1만 개의 줄넘기를 하고, 탄수화물을 멀리하며 체중을 감량한 것. 병수로 변신하며 설경구가 남긴 말이 인상 깊다. “분장의 완성은 배우가 하는 것이다”

- <박하사탕> 이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등록된 작품 수만 무려 44편. 1996년 데뷔 이후 올해까지 23년 동안 그가 출연해온 작품 수다. 개봉작을 내놓거나 차기작 촬영에 임하거나, <박하사탕>이 개봉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설경구는 늘 영화와 함께해왔다. <나의 독재자>의 연출을 맡은 이해준 감독의 말 한마디면 그를 향한 충무로의 신뢰가 설명될 것 같다. “설경구는 캐스팅하는 데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배우다”

‘설경구관’에서 인증샷을 남긴 설경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걸린 설경구 광고 시안

-지천명(知天命) 아이돌
지천명 아이돌은 이제 그를 말하는 또 다른 수식어가 됐다.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은 설경구도 섹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영화다. 포마드를 발라 올린 머리, 훤칠한 핏을 드러내는 슈트. 무엇보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게 일상이었던 그가 유독 현수(임시완) 앞에만 누구보다 약한 남자가 되는 부분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구겨진 아저씨 캐릭터에서 벗어나 ‘펴진 꾸’로 돌아온 그는 웬만한 아이돌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의 생일 기간 동안 CGV 왕십리 7관은 ‘설경구관’으로 운영됐고, 티켓엔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가 삽입됐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초대형 축하 광고가 걸리기도. 강남과 신촌 일대의 카페에선 그의 얼굴을 담은 컵홀더가 사용되기도 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cjes.tagram)

-2018년 생애 첫 팬미팅을 열었다.
설경구는 팬들에게 스윗하고 자상한 아이돌이기로 유명하다. 2018년 생애 첫 팬미팅을 열겠다 결심한 것도 “내년에 영화 개봉이 몰려있어 어떻게든 팬 얼굴을 한 번 더 보려는” 이유에서였다고. 1000석 규모로 진행된 그의 팬미팅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상의부터 양말까지 팬들이 보낸 선물을 차려입고 등장한 설경구는 자필로 손 편지를 준비하거나, 팬미팅이 끝난 후 팬들과 한 명 한 명 손 터치를 나누는 등의 세심한 행동으로 또 한 번 팬들을 감동시켰다.

-손등 브이를 주로 한다.
정말 사소한 사실이다. 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는 주로 손등 브이를 즐겨 한다. <우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당시에도,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출연 배우들과 무대 인사에 나섰을 때에도 손등 브이 포즈를 지었다. 정말 손등 브이를 즐겨 하는지 살펴보려 그의 사진을 뒤지다 <불한당>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땐 손바닥 브이를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한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궁금하다. 손등 브이 포즈에 대한 일화를 알고 있는 팬들이라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왼쪽부터) <퍼펙트맨> <킹메이커>

-차기작은 <퍼펙트맨>과 <킹메이커>
<우상>과 <생일> 이후 그는 <퍼펙트맨>과 <킹메이커>로 관객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먼저 <퍼펙트맨>은 돈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하는 속물 로펌 변호사와 퍼펙트한 인생을 꿈꾸는 건달, 극과 극의 인물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다. 설경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변호사 장수를 연기하며 조진웅과 호흡을 맞춘다. <킹메이커>는 <불한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가 김운범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치는 서창대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가 김운범을, 이선균이 서창대를 연기한다.

퍼펙트 맨

감독 용수

출연 설경구, 조진웅, 허준호, 김사랑, 진선규, 지승현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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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개봉 20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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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