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감독 조던 필
출연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은유와 풍자만으로도 서늘하다
★★★
지금의 미국이 가진 모순과 내재한 여러 문제를 오직 상상력으로 빚은 이야기 속에 매끈하게 담아냈다. 드러내 말하지 않는데도 여러 장면과 대사 속에서 스며 나오는 시대에 대한 은유와 풍자는 그 자체로 서늘하다. 게다가 오직 장르적 관점으로도 더없이 훌륭한 스릴러 영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위트 있고 독창적인 거짓말
★★★☆
<겟 아웃>과 같은 통쾌함을 예상한 관객이라면 실망스럽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극 전반에 흘러내리는 복선들을 알아채기엔 ‘미국(United States)’을 대변하는 ‘우리(US)’라는 상징들이 지극히 ‘미국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개별적으로는 근사하지만 전체 서사와 잘 붙지 않는 메타포들이 있고, 도플갱어 세계에 대한 정보 또한 지나치게 생략된 감이 있다. 복선들이 결집하는 후반부 반전의 쾌감이 <겟 아웃>보다 미약하게 느껴진다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스>가 ‘소포모어 징크스’의 저주를 피해 간 작품이란 의견엔 동의한다. 이 영화엔 ‘뭔가 대단한 걸 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매혹적인 ‘뻥’들이 존재한다. <겟 아웃>이나 <어스> 같은 환상특급 류의 영화는 이야기가 얼마나 개연성 있느냐보다 거짓말을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는데, 조던 필은 이 ‘뻥’을 참 위트 있게 잘 친다. 만화나 소설 원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금의 할리우드에서 <어스> 같은 기묘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반가움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잘 만든 호러 영화 이상의 의미
★★★★
조던 필 감독은 데뷔작 <겟 아웃>(2017)에 이어 심리적 공포와 시각적 공포의 합리적 균형점을 제시한다. 자양분 삼은 레퍼런스 영화들과 풍부한 서브 텍스트를 읽어내는 즐거움, 공포에 녹아있는 블랙 유머의 조화도 여전하다. 정통 호러 음악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마이클 아벨스의 음악은 경지에 오른 듯하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 미국의 이중성을 집요하게 겨냥하는 조던 필은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호러를 또 한 번 완성한다. 그와 맞잡은 손을 놓기가 한동안 힘들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어스

감독 조던 필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루피타 뇽,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애나 디옵, 윈스턴 듀크, 팀 헤이덱커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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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 키스
감독 프랭키 첸
출연 왕대륙, 임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발랄하게 톡톡 튀는 하이틴 로맨스
★★★
프랭키 첸 감독과 주연 배우 왕대륙 콤비의 작품 <나의 소녀시대>(2015) 폭넓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다면,  영화는 그보다는 하이틴 로맨스라는 장르에 보다 충실하다. 연출 역시 즉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있다. 하지만 메가 히트를 기록한 원작의 아성에 눌리지 않고, 수많은 리메이크작과도 다른 영화만의 버전을 구축해 가는 뚝심이 있다. 조금 과하다 싶은 만화 원작 특유의 표현력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온 듯한 화법이 매력. 발랄하고 코믹한 하이틴 로맨스 장르의 틀에서 보자면 사랑스러운 영화다. 

장난스런 키스

감독 프랭키 첸

출연 왕대륙, 임윤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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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티
감독 구스타브 몰러
출연 야곱 세데르그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전화 스릴러
★★★
긴급 신고 센터라는 하나의 공간. 몇몇 주변 인물이 있긴 하지만, 화면 속에 등장하는 화자역시 한 명이다. 극도로 단순한 설정이지만, 전화선을 통해 벌어지는 대화만으로 긴장감 넘치는 반전의 스릴러를 선사한다. 그리고 여기엔, 신고 전화를 받는 경찰의 죄의식이 투영된다. 저예산 스릴러의 좋은 사례.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 몰입도는 대단하다.

송경원 영화 저널리스트
손이 말하고 침묵이 들려주는, 몰입의 기술
★★★☆
긴급전화센터의 경찰 아스게르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특정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더 길티>는 귀로 상상하는 영화다. 긴급 구조 전화센터라는 특색에 맞게 아스게르가 있는 센터 안의 풍경과 수화기 너머 사건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철저히 구분한 뒤 영리하게 활용한다. 종전에 없었던 실험적인 형식이라기보다는 영화의 탄생 이래 꾸준히 쌓아온 문법을 성실히 따르는 영화. 최신 그래픽의 현란한 영화에 점점 무뎌지던 요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승부한 <더 길티>를 보고 나면 고전영화가 관객에게 허락했던 풍성한 감각이 새삼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청각 하나로 오감을 진동하게 하는 법
★★★

시각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무뎌지고 귀에 들리는 음성이 날카롭게 꽂히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영화. 온몸의 감각이 소리에 몰두할 때 상상력까지 더해지며 묵직한 긴장감이 다가온다. 제한된 공간, 한정된 인물, 단순한 사건으로도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완벽한 연출이 관객의 오감을 진동하게 만든다.

더 길티

감독 구스타브 몰러

출연 야곱 세데르그렌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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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
감독 팀 버튼
출연 콜린 파렐, 마이클 키튼, 대니 드비토

송경원 <씨네21> 기자
디즈니와 팀 버튼, 양쪽 모두에게 안전하고 익숙하고 교활한 다시 쓰기
★★★
원작의 설정만 따오고 대부분 각색했다.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에 대해선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존 파브로 감독의 <정글북>(2016) 이후 가장 준수한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 하지만 동물권과 탐욕스러운 자본 등의 자기비판적 메시지는 종종 위선적으로 느껴지고 해결 과정 역시 지나치게 손쉽거나 대체로 순진하다. 팀 버튼 특유의 섬뜩한 포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타협한 인상이다. 환상적인 서커스 장면 등 눈은 즐거운 장면도 있지만 그럴수록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는, 엉거주춤한 동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결핍을 극복하고 마침내 날아 오르다
★★★
날 수 있지만 용기가 없는 아기 코끼리,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남매, 한쪽 팔과 아내까지 잃은 아버지, 그리고 형제란 이름의 서커스단을 이끌지만 실제는 혼자인 서커스단장 등 <덤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결핍의 존재들이다. 이들이 결핍을 극복하고 마침내 가족을 완성하는 이야기가 뭉클하고 따뜻하다. 원작의 설정만 가져왔기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겠다. 팀 버튼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은 기괴한 놀이동산과 대니 엘프만의 음악 정도다. 독특함을 내세우는 대신 모두가 만족할만한 편안한 장면들로 채운 것은 영리하지만 한편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디즈니 라이브 액션의 야심찬 모험
★★★
1941년 원작 애니메이션이 동물들의 이야기였다면, 디즈니 라이브 액션은 서커스와 사람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중심이 달라지다 보니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다룬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의 모양새다. 귀가 크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코끼리 덤보의 성장보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어느 정도 동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다. CG로 재탄생한 파란 눈 덤보의 야무진 표정, 원작의 분홍 코끼리 군무 장면과 주제가를 되살린 시도가 돋보인다. 서커스 장면 말고는 팀 버튼 감독의 이렇다 할 결정적 장면이 없어 아쉽지만 디즈니 라이브 액션 시리즈에서 꾸준히 소개하는 진취적인 여성(소녀) 캐릭터의 등장은 반갑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비판하며 자아 성찰 메시지를 담은 노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덤보

감독 팀 버튼

출연 에바 그린, 마이클 키튼, 콜린 파렐, 대니 드비토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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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호텔
감독 홍상수
출연 기주봉

송경원 <씨네21> 기자
노력하는 사람. 계속되는 재배치와 갱신. 그리고 여전한 떨림.
★★★★
한강변의 어느 호텔, 늙은 시인이 문득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헤어져 살고 있던 두 아들을 부른다. 호텔 옆방에는 헤어진 남자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두 여인이 있다. 눈 내리는 날 두 여인을 마주친 시인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이후 이토록 직접적으로 죽음을 직시한 홍상수 영화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공기는 죽음의 그림자에 쓸쓸히 침잠해 들어가는 대신 뒤끝 없이 맑은 울림으로 현재를 응시한다. 일상의 흔적과 자기 반영이 묻어나는 특유의 대사는 여전하지만 구조적으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새롭고 이색적이다. 세계의 지각변동 뒤에 찾아오는 어떤 정적의 시간.

강변호텔

감독 홍상수

출연 기주봉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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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와 슬기
감독 박영주
출연 정다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비밀과 거짓말
★★★
처음엔 여고생들 사이의 소소한 갈등을 그린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 긴장감 흐르는 드라마로 진행된다. 어느 평범한 소녀가 계속 이름을 바꿔가는, 아니 바꿔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라인이지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곱씹게 만든다. ‘정체성에 대해 독특한 방식으로 질문하는 성장 영화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자아를 잃은 십 대의 표정을 집요하게 쫓다
★★★
무표정의, 잔뜩 주눅이 든 선희(정다은)가 웃는 순간은 희박하다. 무심코 건넨 의미 없는 말이라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칭찬을 해줄 때다. 선희는 그 순간을 갈구하고, 그 찰나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에 거짓말이 자꾸 얹혀지고 불어나, 진짜의 선희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기까지, 선희는 그 행동의 심각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선희와 슬기>는 자아를 잃어가는 십 대 성장기 소녀의 내면을 쫓아가는 집요함이 인상적인 영화다. 그럼에도 영화가 길을 잃은 선희에게, 슬기가 아닌 선희를 되찾아 갈 작은 실마리를 제시해 주거나, 따뜻한 손길을 건네줬더라면 인물이 좀 더 생동감을 얻고, 영화의 긍정적 추진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선희와 슬기

감독 박영주

출연 정다은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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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도미닉 웨스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도발적 허스토리'
★★★
박제된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 욕망을 좇으며 운명을 쟁취한 여성 서사는 자체로 현시대와 공명하는 측면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게 관객을 찾아온 도발적 허스토리'. 당당한 인정 투쟁의 아이콘 콜레트의 삶이 무난하게 펼쳐진다. 바꿔 말하면 이는 소재와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에 비해 조금은 미온적인 전개라는 뜻이기도 하다. 보다 과감한 연출을 시도해도 좋았을 것이다. 역할에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유 의지를 향한 순수한 관능과 다부진 목소리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쓰고 춤추고 부정하며
★★★
<
콜레트>에서는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남편의 고스트라이터를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자 분투하는 콜레트를 비롯해 그의 연인, 친구, 조력자들은 흔히 시대와 불화했다고 표현하는 여자들이다. 글을 쓰거나 춤을 추고, 자유 연애를 하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그들에게 향하던 당대의 편견은 지금도 여전하기에 그것을 뛰어넘는 여성들이 주는 쾌감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콜레트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도미닉 웨스트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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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틱
감독 조 페나
출연 매즈 미켈슨, 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삶이여
★★★☆

북극에 조난된 한 남성의 생존기. 익숙한 설정이다. 이를 차별화시키려는 <아틱>의 승부수는 뭘까. 영화는 주인공의 전사나 개인 정보 등을 과감하게 자르고, 조난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과거 회상 신을 허용하지 않으며, 인물이 왜 이곳에 갇혔는가 하는 사정도 알려주지 않을뿐더러, 대사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북극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외로 ‘밀실극’의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승부수는 매즈 미켈슨이다. <더 헌트>에서 이미 증명한 자질이지만, 이 체격 좋은 배우는 외모를 배반하는 묘한 감수성을 품고 있어서 자신이 극 중 배역에 부여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이시키는데 탁월하다. <아틱>은 감독이 거세한 과감한 설정들이, 배우가 지닌 자질과 만나 생존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군더더기 없이 명징하게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생존 영화의 현명한 선택
★★★☆
주인공의 조난 과정이나 사연을 생략한 채 오직 생존에 집중한다. 기존 생존 영화와 차별점이면서 다른 길을 보여주려는 작전은 주효했다. 조난자가 또 다른 조난자를 살리기 위해 행동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조난자 두 명, 북극곰이 전부라고 할 만큼 단출한 구성이지만 극한의 북극과 매즈 미켈슨의 극한 연기가 맞붙으며 오로라처럼 황홀경을 만들어낸다. 이들을 온전히 담아낸 촬영도 깔끔하다. 스펙터클한 생존기에 함몰되지 않고 단순함의 미학을 실현하면서 감동을 증폭하는 영리한 영화

아틱

감독 조 페나

출연 매즈 미켈슨, 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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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감독 벳시 웨스트, 줄리 코헨
출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긴즈버그에게로 가는 임파워링 안내서
★★★
영화는 긴즈버그 대법관을 인물 다큐멘터리의 정석대로 그려낸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어머니와 남편과의 관계, 친구와 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공적인 영역이 아닌 곳에서의 내밀한 모습을 조명하는 한편 그가 다루었던 소송을 통해 사회 진보에 기여한 업적을 복기한다. 화법이 다소 평범하지만 실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워낙 의미 깊다 보니 비범한 순간들을 빚어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비롯해 직장 내 성차별과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던 불평등을 타파해온 긴즈버그 대법관이 어째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는지 안내하기에 영화는 부족함이 없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감독 벳시 웨스트, 줄리 코헨

출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개봉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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