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면 연기력과 매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캐릭터를 보는 눈이다. 재능에 비해 아쉬운 작품 선택으로 안 풀리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능력이 약간 부족해도 좋은 작품들을 선택해 승승장구하는 배우들도 있다. 이번 포스팅은 하마터면 전자의 상황에 놓일 뻔했지만 다행히 인생 캐릭터를 얻을 기회를 놓치지 않은 배우들의 리스트를 모았다. 해외 매체 '루퍼'(Looper)에서 소개한 리스트를 참조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원래 다른 주인공 카일 리스 역으로 고려되던 배우였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슈왈제네거와의 만남에서 킬러 로봇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감명받아 터미네이터 역을 제안했다. 그러나 슈왈제네거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작 <코난 더 바바리안>보다 작은 역할인데다, 슈왈제네거는 “대중들이 그가 말할 필요가 없는 역할을 의도적으로 고른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영어가 서툴러서 그의 대사 장면이 잘렸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도 우려했다. 또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악당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영웅적인 주인공 역할을 원했다. 이에 카메론 감독은 “만약 당신이 T-800로 흥미로운 연기를 보여준다면 영웅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이 역할로 그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액션배우로 거듭났다.

터미네이터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랜스 헨릭슨

개봉 198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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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릭먼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로 잘 알려져 있는 앨런 릭먼. 그러나 <다이하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해리 포터>에서 그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이하드>는 앨런 릭먼의 첫 번째 장편 영화였다. 자비 없는 독일 테러리스트 악당 한스 구루버를 맡으며 할리우드에 존재감을 알렸다. 그러나 앨런 릭먼은 이 역할을 거의 놓칠 뻔했다. 처음 이 역할을 제안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게 대체 뭐야? 나는 액션영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으로 진지한 작품에 익숙해져 있던 그에게 대중 액션영화는 그리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릭먼의 에이전트가 이렇게 빨리 큰 역할로 제의를 받게 된 일은 행운이라고 설득해 출연하게 만들었다.  

다이 하드

감독 존 맥티어난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8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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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길버트 그레이프>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꽤 많은 팬을 얻긴 했지만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된 <타이타닉>을 빼고 디카프리오의 필모그래피를 논할 수 없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그를 <타이타닉>에서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당시 디카프리오는 <바스켓볼 다이어리>, <디스 보이스 라이프>처럼 불안하고 다크한, 극적인 캐릭터를 찾고 있었고 로맨틱한 멜로드라마는 연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카프리오를 설득시키고자 노력했다. 결국 디카프리오는 역할을 수락했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개봉 1998.02.20. / 2018.02.0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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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
<스타워즈> 오비완 캐노비 역의 이완 맥그리거도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합류를 제안했을 때 확신하지 못했다. 맥그리거는 처음엔 이 영화를 하기엔 자기 성격에 맞지 않을 것 같아 매우 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 루카스와 가까워지면서 그의 영화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텐트폴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맥그리거는 그의 ‘인디 정신’(?)을 높이 평가했고 그 때문에 이 역할을 선택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리암 니슨, 이완 맥그리거, 나탈리 포트만

개봉 1999.06.26. / 2012.02.0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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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파인즈
<쉰들러 리스트> 등 다소 무겁고 진지한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랄프 파인즈는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 역을 맡으며 어린 관객층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물론 분장 때문에 온전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볼드모트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 영화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고, 심지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처음 이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도 ‘나를 위한 역할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여동생에게 캐스팅 제의에 대해 말하고서야 이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다고 한다. 세 아이를 둔 여동생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꼭 해야 한다고 그를 설득했다고 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개봉 2001.12.14. / 2018.10.2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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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헴스워스는 인생 캐릭터 토르를 만나기 전에는 <홈 앤드 어웨이> 등 주로 TV시리즈에 출연해오던 배우였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에이전트로부터 마블이 토르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지만 6편 출연 계약 조건 때문에 출연을 조금 망설였다고 한다. 당시 계약한 영화가 많은 상태라 이 캐스팅을 놓칠 수도 있던 상황이었던 것. 다행히 크리스 헴스워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토르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인생 캐릭터가 됐다.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안소니 홉킨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캣 데닝스

개봉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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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렌스
제니퍼 로렌스를 할리우드 신인에서 주연급으로 성장하게 만들어 준 캐릭터는 단연 <헝거게임>의 캣니스 역이다. 강인하고 털털한 캐릭터는 제니퍼 로렌스 배우와도 찰떡이었다. 정작 제니퍼 로렌스는 처음 캣니스 역을 망설였다. 그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그녀는 원작 <헝거 게임>의 열렬한 팬이었고 이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수많은 원작 팬들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이 역할이 자신의 경력과 미래에 좋은 영향을 끼칠지 걱정하던 중 그녀의 어머니가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제니퍼 로렌스는 “이 시리즈는 팬들을 위해 만들 것”이라는 게리 로스 감독의 말을 듣고 역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고 한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감독 게리 로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엘리자베스 뱅크스, 우디 해럴슨, 스탠리 투치

개봉 2012.04.05. / 2012.03.23.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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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프랫
크리스 프랫은 성공적인 다이어트 덕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로드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고무줄 몸무게 대표 주자로 꼽히는 크리스 프랫. 역할을 제안받을 당시 TV 시트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코믹한 캐릭터 앤디 드와이어 역을 위해 통통한 몸매를 유지하던 때였다. 약 300파운드(136kg) 였다고 한다.  크리스 프랫은 근육과 식스팩 없는 몸 상태로 스타 로드를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크리스 프랫은 과거 <지 아이 조> 오디션에서 제작자들이 자신을 무관심하게 대했던 굴욕적인 경험이 떠올랐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0kg을 감량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리 페이스

개봉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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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스톤
그녀에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라라랜드>. 그러나 처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미아 역을 제안했을 때 엠마 스톤은 거절하려 했다. 당시 엠마 스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카바레>의 주연을 맡고 있었고 뮤지컬을 또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연 때문에 목 상태도 좋지 않아서 스스로 “또 뮤지컬을 한다면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생각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데이미언 셔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엠마 스톤과 두 번의 만남을 주선했고 몇 곡의 노래를 들려주며 어떻게 장면을 찍을지 설명하며 설득했다.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개봉 2016.12.07. / 2017.12.0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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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라슨
<캡틴 마블> 출연 전, <룸>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며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브리 라슨이지만 마블에 합류한 이후 그는 더욱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리 라슨은 이 역할을 선택할지에 대해 몇 달에 걸쳐 고민했다고 한다. 블록버스터 출연이 다양한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데 제약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 그녀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스스로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로만 남길 바란다.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면 언젠가 잠재적으로 나를 제한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 거절하지 않았고 마블의 여성 슈퍼히어로로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캡틴 마블

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출연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벤 멘델슨, 주드 로

개봉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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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