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감독 홍승완
출연 문소리, 박형식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상식이 원칙이라는 진리
★★★☆
건조한 법의 언어에 감정을 담아 상식의 말로 풀어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기댄 것은 오직 상식이라는 일상의 감정이다. 법을 아는 자들보다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순박한 이야기가 다소 교훈적이지만, 강자와 약자에 다른 잣대를 내미는 현재 사회에 대한 경종으로 충분하다. 탄탄한 법정 공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느슨한 논리는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법정의 무거운 분위기를 군데군데 섞인 위트로 걷어내는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합리적 의심이라는 용기
★★★☆
개인의 시민 의식과 윤리, 올바르다고 느끼지 않는 것에 대고 ‘싫다’라고 말할 용기에 대해 말하는 고마운 영화. 배심원들의 분투와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재판장의 고심까지 두루 넓힌 시선이 좋다. 그 안에서 관객은 인간이 인간을 처벌한다는 무게를 깨닫고, 법의 존재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꽤 많은 우연에 기대는 흐름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만하지만, 영화가 지닌 메시지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법조인들에게 추천합니다
★★★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참으로 편하고 쉽게 풀어냈다. 법조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법정의 문턱도 영리하게 낮췄다. 진실에 접근하는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법의 존재 이유와 편견을 향한 메시지도 쏙쏙 잘 뽑아냈다. 다만 사건 검증 과정에 무리수가 적지 않고, 결말을 위해 검사나 변호사의 능력을 너무 기능적으로 희생시켰다는 혐의가 있다. 법정극의 미덕은 쫀쫀하고 치밀한 구성이라 여기는 관객일수록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 배심원을 연기한 8인 배우들의 호흡이 조화롭고 문소리의 존재감도 발군이지만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피고인을 연기한 서현우다. <배심원들>에서 생성되는 몇몇 강렬하고도 영화적인 순간들은 대부분 이 배우의 표정에서 출발하고 닫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상식이 통하는 상업 영화
★★★☆
제목은 평범해도 비범한 법정 코미디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사법제도를 돌아보는 실화 바탕 영화이기도 하다. 배심제라는 소재로 기존의 한국 법정 영화와 차별화를 꾀하고, 배심원으로 선발된 시민들의 활약을 소동극 형식으로 그려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심원들 캐릭터의 구성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다. 감정에 기대거나 과하게 친절한 부분도 있지만 영화의 큰 장점은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적극적인 연출이다. 홍승완 감독은 배심원석 한자리를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의견을 묻는다. 극중 배심원들의 선택과 결정만큼이나 ‘나의 생각’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자연스레 느끼게 만든다. 법이란 무엇인가를 재정의 하는 대사들도 곱씹어볼 만하다.

배심원들

감독 홍승완

출연 문소리, 박형식

개봉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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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감독 이원태
출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고명만 바뀌고 맛은 그대로인 마동석표 액션
★★☆
선하냐 악하냐의 차이만 있을 뿐 마동석표 액션영화의 패턴은 매번 유사하다. 그런데도 마동석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격한 타격감은 액션영화의 미덕을 충분히 살린다. 뻔해 보이는 범죄 액션물이 독특한 관계 설정과 개성 있는 캐릭터를 더해 흥미롭게 탈바꿈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김무열과 김성규가 있다. 두 배우가 만들어 낸 입체적 캐릭터가 예상 가능한 장르물의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 후반부 급격하게 무너진 개연성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끝까지 독한 싸움
★★★
조직폭력배 두목, 형사, 연쇄살인마는 장르적으로 이미 피로도가 높은 캐릭터다. 그런데 이들을 한 데 엉겨 붙게 만든 <악인전>의 조합은 의외로 신선하다. 희생자의 범주, 권선징악 구도, 범죄 액션 장르 내에서 마동석이 소비되온 이미지까지 익숙한 장치들을 조금씩 비껴가고 변주하며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모든 배우들이 제 몫을 다하는 가운데 살인마 K를 연기한 김성규가 발군. <범죄도시>가 진선규를 알렸다면, 이번엔 김성규의 차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진정한 살인미소’란 이런 것
★★★
깡패가 형사랑 악마를 잡는이야기를 깡패 vs 형사 vs 살인마삼각형 구도로 엮었다. 콘셉트가 매우 명확하다. 설정도 신선하다.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짜나가는 치밀함이나 인물을 움직이는 동기 등이 콘셉트를 따라잡지 못해 자주 덜컹거린다. 이 콘셉트를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역설적이게도 캐릭터 운신의 폭을 갉아먹기도 한다. 마동석이 보여주는 살인미소 만큼은 의심이 여지없이 짜릿하다. 연예매체들이 습관처럼 사용해 온 살인미소 수사적 표현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이 영화에서 마동석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기보다, 마블리 활동하느라 잠시 포맷해 뒀던 살벌한 악역 이미지를 다시 꺼냄으로써 앞으로의 활동 반경을 영리하게 넓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마동석이 끝을 보는 범죄 오락 액션 영화
★★★
깡패와 경찰이 악마를 잡는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다음은 ‘어떻게’가 관건인데 영화는 꽤 영리한 전략을 취한다. 제목에서 읽히듯 범죄조직 보스, 강력계 형사, 연쇄살인마를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나쁜 놈들의 병렬 구조로 놓고 대립시킨다. 나쁜 놈 둘이 더 나쁜 놈을 쫓기로 담합하면서 의외의 긴장과 재미가 발생한다. 나머지는 익숙한 범죄 액션의 상황 연출이고 허점도 드러나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메워나간다. 마동석 영화로 보면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선인과 악인, 액션과 코미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역할과 맞붙는 작심이 일군 결과다. 값지다.

악인전

감독 이원태

출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개봉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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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송경원 <씨네21> 기자
위협과 매혹 사이를 방황하는 불안, 불온, 불편
★★★☆
감정을 이미지로 옮기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해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다리오 아르젠토의 클래식 호러 <서스페리아>를 재해석, 새로 쌓아 올린다. 뼈대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 지었다고 봐도 좋다. 이번 영화의 핵심 정서는 아마도 ‘불안’과 ‘충격’이 아닐까 싶다. 불균질한 톤의 장면들을 수시로 충돌하고 이야기와 정서는 하나로 통합되길 거부한다. 지나치게 많은 은유와 갈라진 서사, 노골적인 상징이 거슬리긴 하지만 장면마다 불안, 불온, 불편한 기운들이 넘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매순간 기대를 배신한 끝에 다다른 악몽은 누군가에겐 매혹으로, 누군가에겐 애매한 불쾌감으로 남을 것이다.

서스페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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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 기욤 까네, 빈센트 맥케인

이화정 <씨네21> 기자
변화에 직면한 사람과 시간들. 나도 뛰어들고 싶은 논쟁
★★★ ☆
<논-픽션>의 인물들 모두 어떤 변화를 감지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는 변하고, 자신만을 사랑할거라 믿었던 상대는 변심한다. 스스로도 인지하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안들. <논-픽션>은 이 예민한 논쟁에 뛰어든다. 영화는 이 문제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물들의 지적 대화로 풀어낸다. 갈팔질팡 캐릭터들이 가진 아이러니한 고민을 가감없이 담아낸 결과, 올리비에 아사야스 영화 중 가장 코믹한 토론의 장이 열린다. 당신은 어떤 입장인가? 이들의 난상토론에 나도 함께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실질적 대사들의 향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을 변화시키는 말들
★★★☆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동시대를 향해 여러 가지 화두를 동시다발로 던진다. 방식은 토론이다. 프랑스 지식인층의 입을 빌려 디지털 시대의 출판부터 예술과 정치, 중년의 사생활까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펼쳐놓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대화가 유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함부로 비난하거나 윽박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줄리엣 비노쉬는 열띤 논의 틈에서 코미디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우아하게 해낸다. 누구나 쓰고 이야기하는 시대에 진실과 위선 사이를 오가는 우리의 언어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논-픽션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 기욤 까네, 빈센트 맥케인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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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감독 패디 브레스내치
출연 사라 그린, 모 던포드

송경원 <씨네21> 기자
호소하지 않아서 더욱 격렬하게 진동하는 슬픔과 분노. 인간의 존엄에 관하여.
★★★☆
임대주택에서 쫓겨난 젊은 엄마 로지의 고된 일상을 따라간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차가운 겨울을 배경으로 홈리스가 되어버린 평범한 가족의 어려움을 담담히 그린다. 카메라가 담담하고 냉정하게 거리를 둘수록 억울함과 분노는 더욱 크게 공명한다. 정서적으로는 다르덴 형제의 그늘에 있고, 호소하는 방식은 켄 로치의 영화들이 연상된다. 시스템이 개인을 외면할 때 응당 가져야 하는 들끓는 감정들이 화면과 관객 사이에 넘실댄다. 연민과 동정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아는 차분한 시선이 돋보인다.

로지

감독 패디 브레스내치

출연 사라 그린, 모 던포드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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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두 명의 히어로
감독 나가사키 켄지
(목소리) 출연 야마시타 다이키, 오카모토 노부히코, 미야케 켄타

송경원 <씨네21> 기자
어떻게 해도 기본은 하는, 왕도물의 힘
★★★
일본 만화잡지 소년 점프의 차세대 왕자를 노리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극장판. TV판 2기와 3기 사이를 배경으로 올마이트의 과거를 알 수 있는 외전 스토리. 고퀄리티 작화로 정평이 난 본즈에서 제작한 만큼 수준금의 작화와 액션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원작을 알면 훨씬 재밌지만 단독작품으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야기. 욕심 부리지 않고 (인기)캐릭터에만 집중할 줄 아는 영리한 기획.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두 명의 히어로

감독 나가사키 켄지

출연 야마시타 다이키, 오카모토 노부히코, 사쿠라 아야네, 이시카와 카이토, 미야케 켄타, 시다 미라이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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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랜드
감독 아르튀르 드 팽, 알렉시스 두코드
(목소리) 출연 이창민, 고구인, 박성영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인간적인 몬스터라니
★★★
놀이공원 몬스터랜드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다.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장이고 몬스터들은 직급 체계에 따라 일하는 노동자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계층, 세대, 종, 노사 갈등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성인 관객이라면 무서울 정도로 공감할 대목이 많다. 몬스터를 귀엽게 의인화한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몬스터의 특성과 개성을 자연스럽게 살린 캐릭터는 독특하면서도 더없이 인간적이다. 심도 있는 소재와 재기 발랄한 설정, 효과적인 음악이 두드러지는 데 반해 갈등을 해결하는 후반부는 가족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마무리가 아쉽지만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보기에는 무난하다.

몬스터 랜드

감독 아르튀르 드 팽, 알렉시스 두코드

출연 이창민, 고구인, 박성영, 서반석, 이다은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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