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속 틸다 스윈튼

‘천의 얼굴’ 틸다 스윈튼이 5월16일 개봉한 <서스페리아>로 국내 관객들을 찾아왔다. 1977년 제작된 동명 영화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동일 인물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신을 해왔던 틸다 스윈튼. <서스페리아>에서 그녀는 1인 2역을 연기, 한 영화에서까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틸다 스윈튼의 카멜레온 같은 면모는 비단 작품 속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스크린 밖에서도 여러 발언, 행동 등으로 스스로를 표현해왔다. 생애부터 가치관까지, 틸다 스윈튼의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작품 속 캐릭터는 아래 ‘틸다 스윈튼의 변신, 어디까지 봤니?’ 포스트를 통해 첨부한다)

서스페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

개봉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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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가문

틸다 스윈튼의 아버지 존 스윈튼

스코틀랜드 출신의 틸다 스윈튼은 명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녀의 가문에는 스코틀랜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브라운관에서 이미지 신호를 잡아내는 장치를 발명, ‘현대 텔레비전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아치볼드 스윈튼, 무한궤도를 사용한 장갑 전차를 개발한 어니스트 던롭 스윈튼 등이 있다. 그녀의 증조부 조지 스윈튼은 스코틀랜드의 국방부 장관, 아버지 존 스윈튼은 영국 왕실 작위까지 수여한 육군 장교였다. 자연스레 틸다 스윈튼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해 정치학, 사회학 등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졸업 이후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행위예술가

유리관 속에서 생활하는 행위 예술을 하고 있는 틸다 스윈튼.

틸다 스윈튼은 배우 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행위예술. 그녀는 1990년대부터 행위예술가로 활동했다. 수많은 영화제를 휩쓸며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올린 후에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아마도(The Maybe)’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유리 상자 안에서 8시간 동안 잠을 자는 행위예술이다. 관객들은 틸다 스윈튼을 바라보지만 수면을 취함으로써 정작 그녀는 관객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공연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의식을 실험해보는 것이라고. 이외에도 틸다 스윈튼은 의상 역사 학자 올리비아 살라드와 함께 패션을 소재로 한 행위예술 등을 보여줬다.

‘패션’을 소재로 한 행위예술을 하고 있는 틸다 스윈튼.

최고의 퍼포먼스는 당나귀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

행위예술가로서의 면모와 연장선상이다. 틸다 스윈튼은 ‘퍼포먼스(Performance)’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최고의 퍼포먼서는 누구일까? 바로 당나귀다. 그녀는 2011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인터뷰에서 “배우가 되는데 영감을 준 유일한 작품은 로버트 브레송 감독의 <당나귀 발타자르>다. 당나귀가 등장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나귀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Absolutey) 연기는 아닐 수 있어도. 대단한 퍼포먼스다”고 답했다.

당나귀 발타자르

감독 로베르 브레송

출연 안느 비아젬스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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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 열성팬

(왼쪽부터) 데이비드 보위 / 데이비드 보위의 상징과도 같은 번개 문양을 오마주한 틸다 스윈튼.

틸다 스윈튼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는 영국 글램록의 대부 데이비드 보위도 빼놓을 수 없다. 틸다 스윈튼은 인터뷰 등에서 직접 데이비드 보위의 열성팬임을 밝히며 그의 패션, 헤어스타일을 오마주한 화보도 여러 차례 공개했다. 2013년 데이비드 보위가 8년 만에 복귀했을 때는 그의 발표곡 중 하나인 ‘The stsrs(Are Out Tonight)’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 데이비드 보위와 부부를 연기하기도 했다. 2016년 데이비드 보위가 타계한 후에는 큰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The stsrs(Are Out Tonight)’ 뮤직비디오 속 데이비드 보위(맨 왼쪽), 틸다 스윈튼(맨 오른쪽)

K-POP을 좋아하는 흥부자

2013년 로저 이버트 영화제에서 춤을 추는 틸다 스윈튼(왼쪽).

무겁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자주 맡은 틸다 스윈튼. 그러나 그녀의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자무시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틸다 스윈튼과 호흡을 맞춘 톰 히들스턴. 그는 2017년 <쇼트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틸다는 실제로도 진지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아니다. 매우 유쾌한 사람이다.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나에게 와서 웃긴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곤 했다. ‘강남스타일’을 소개해 준 것도 그녀다. 아마 누구보다 일찍 K-POP에 빠졌을 것이다. 나를 위에 파티도 열어주었는데, 엄청났다. 놀 줄 아는 사람이다”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과 절친

<기생충> 칸영화제 상영 현장 (출처: <씨네21> 김현수 기자 인스타그램 @opticrom)

봉준호 감독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배우기도 하다. <설국열차>, <옥자>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틸다 스윈튼. 그녀는 매번 봉준호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국열차>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서도 “봉준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전생에 쌍둥이가 아니었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서로 잘 통한다고. 지난 5월21일 진행된 칸영화제 <기생충> 상영회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여행이 영어로 뭐지?
※ 간접광고의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여행 예약 애플리케이션 광고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틸다 스윈튼은 국내 광고에도 출연했다. 여행 예약 애플리케이션 광고다. 틸다 스윈튼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에인션트 원 콘셉트로 등장, 이시언과 함께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어로 “여행이 영어로 뭐지?”를 말하는 것이 킬링 파트.


예술을 하는 데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설국열차> 화보

틸다 스윈튼은 한국을 사랑하는 배우인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예술 활동에 있어서는 결코 국적을 따지지는 않는다. <설국열차> 한국 기자회견 당시, 틸다 스윈튼은 “한국 스태프들, 배우들과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국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국적을 전혀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교육 철학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속 트릴로니 교수(엠마 톰슨)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엠마 톰슨이 연기한 트릴로니 교수 역을 제안받은 바도 있다. 그러나 틸다 스윈튼은 “<해리 포터> 시리즈가 기숙 학교를 미화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스콧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런던에 있는 기숙 학교에 다녔다. 굉장히 외롭고 동떨어진 곳이었다. 기숙사는 어린이에게 매우 잔인한 환경이다. 어린이들은 부모 곁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며 솔직한 의견을 토로했다. 틸다 스윈튼은 2013년 거주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마을에 어떠한 시험이나 성적 체계도 존재하지 않는 학교를 설립, 이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틸다 스윈튼(가운데)과 그녀의 학교 학생들

패션 & 화보

각종 시상식, 행사에서의 틸다 스윈튼

마지막은 패셔니스타로서의 틸다 스윈튼의 모습이다. 각종 시상식, 행사 등에서 남다른 패션 센스를 자랑한 그녀. 화려한 드레스부터 정갈한 슈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2013년에는 <가디언지>에서 선정한 ‘베스트 드레서 50’에도 선정됐으며 여러 의류, 액세서리 브랜드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그녀를 메인 테마로 한 패션쇼(틸다 스윈튼과 유사한 느낌의 모델들로 구성된 쇼)까지 개최됐을 정도다. 끝으로 이 세상 멋이 아닌, 틸다 스윈튼의 화보들을 감상해보자.

메이크업 브랜드 ‘나스’ 화보
안경 브랜드 ‘젠틀 몬스터’ 화보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 화보
<보그 재팬> 화보

씨네21 www.cine21.com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