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감독 강윤성
출연 김래원, 원진아, 진선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착함과 순진함 그 사이?
 
착한 조폭의 순정과 열정. 그리고 조폭보다 더 나쁜 사람들. 이쯤 되면 재료만 봐도 맛을 알 것 같은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폭력적인 설정은 줄이고, 현실 정치의 색깔을 양념 삼아 색다른 영화를 만들어 냈다. 익숙한 설정들을 안전하게 사용하되 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뽑아낸 연출이 오락 영화의 강점을 살린다. 착함과 마냥 순진함 사이에 서서 위태롭게 긴장을 유지하는 좋은 말로 순수한 영화.

이화정 <씨네21> 기자
조폭 시리즈의 귀환을 보는 듯, 이번엔 조폭 순정 멜로 
★★☆
조직의 보스에서 목포 시민의 영웅이 된 한국형 히어로 장세출의 ‘괴력’은 강윤성 감독의 전작 <범죄도시>에서 정의를 행하는 마동석의 맨손 액션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전작의 징글징글한 폭력의 도시에서 뚝 떨어진 친근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 조폭이 국회까지 가는 설정은, 조폭이 학교로, 절로 가서 펼치던 ‘조폭 코미디’의 귀환을 연상시킨다. 익숙한 설정이 주는 친근함 한편으로 진부함도 예상되는 지점. <범죄도시>의 기획이 액션 장르에 불러온 신선한 설정들을 돌아보면 다소 아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착한 조폭 vs 조폭 같은 정치인
★★☆
2000년대 초반 충무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조폭영화가 그만큼 빠르게 시들해진 데에는 별다른 모험 없는 자기 복제 때문이었다. 조폭 코미디 DNA를 품은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이러한 과거 조폭영화의 특징을 되풀이한다. 주인공의 갱생, 의리에 대한 판타지,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악의 등장(이 영화에선 정치인), ‘좋은 조폭 나쁜 조폭의 선 긋기, 구원을 기다리는 여성 캐릭터, 조폭 외양을 이용한 자학 개그 등 요소요소들이 너무나 빤해 빤하다고 말하는 게 빤해진다. 빤한 재료를 운용하는 방법과 극 전반에 실린 리듬감은 나쁘지 않다. 특히 <범죄도시>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캐릭터 조형술은 이번에도 좋다. 다만 <범죄도시> 경우 캐릭터 매력이 서사 구멍을 상쇄시킬 만큼 화력이 셌다면, 이번엔 그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 게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언제 적 영웅이세요?
★★☆
원작 웹툰은 목포 건달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정치 드라마다. 측은지심을 가진 인물이 사랑과 우정을 계기로 정치의 길에 들어서는 이야기는 현실 정치와 맞물려 설득력을 얻었다. 반면에 영화는 정치색을 대폭 줄이고 순정 로맨스와 조폭 코미디를 버무린 전형적인 오락 영화에 가깝다. 강윤성 감독은 전작 <범죄도시>(2017) 여세를 몰아 정공법의 상업 영화를 완성했다. 재밌게 만들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지만 원작이 지닌 색깔과 캐릭터의 개성이 휘발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조폭 영화의 그늘에 머물고 만다. 캐스팅도, 배우들의 연기도, 카메오 기용도 나쁘지 않은데 순박함만 남은 사랑꾼 건달의 갱생기는 민심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감독 강윤성

출연 김래원, 원진아, 진선규, 최귀화

개봉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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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4
감독 조시 쿨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애니 파츠

송경원 <씨네21> 기자
또 만들어?’로 시작했다가 또 만들길...’ 빌면서 끝난다.
★★★★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던 토이스토리가 돌아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이별을 했던 만큼 굳이 돌아와서 추억을 망치는 게 아닌가 걱정됐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돌아와서 다행이다. 우디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뒤 전작들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질문, 생명을 지닌 장난감들의 솔직한 마음에 대해 다시 묻는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깨알 같은 유머, 짜임새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수작. 디즈니가 잘하는 것들, 익숙한 것들이 최상의 폼으로 뭉쳤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 웃다가 울다가 찡했다가 마음까지 맑아지는, 감동의 파노라마.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함께한 모든 순간이 우리의 삶
★☆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쌓아 온 결과다. 마음속에 머물다 사라지고 다시 채워지는 소중한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누군가의 인생에 하나쯤 박혀있을 추억을 반드시 소환하고야 마는 이 시대의 동화가 마음을 뜨겁게 한다.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접어두어도 좋다. 이번에도 픽사는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관계와 책임, 사랑과 이별, 희생과 용기라는 삶의 극적인 순간들을 함께해 온 최고의 파트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무한한 감동 저 너머로
★★★★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상대는 언제나 <토이 스토리> 뿐이다. 완벽에 가까운 3편의 엔딩 이후 어떤 이야기가 더 가능할까. 괜한 덧칠은 아닐까.  다시 찾아온 속편은 그 기우를 무너뜨리며 시리즈의 새로운 정점에 오른다.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것의 책임, 관계의 소중함,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이 시리즈의 작법은 이미 완벽에 가깝다. 거기에 쓰레기가 되고 싶지 않은 장난감과,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은 쓰레기 사이의 실랑이라는 기막힌 설정이 이번 편의 재미를 책임진다. 3편의 메시지가 헤어짐의 순간을 인정하며 아름답고 성숙한 안녕을 고하는 태도였다면, 이번에는 떠나야 할 때를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한 것이다. 역시 근사한 마무리다. 이 시리즈에 경탄할 구석이 아직도 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반갑다 친구야!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엔딩을 선보이며 작별한 픽사의 인형들이 9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기쁘지만은 않았다. 아름답게 남아있는 추억에 흠집을 내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결론적으로 걱정도 팔자였다. 픽사가 그려내는 장난감들의 세계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창의적이며, 유려하고도, 놀랍다. 돌이켜보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내 이야기이고, 당신들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슬프고, 더 기쁘고, 뭉클했고, 더 울었다. 이번에도 영화는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토이 스토리> 1편이 나온 게 1995. 당시 엄마/아빠 손잡고 이 시리즈를 만났던 꼬마들이 자라 자신들의 자녀를 데리고 <토이 스토리 4>를 찾는 광경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좋은 유산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마스터피스로 향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
3편은 영화사에 꼽힐 만한 완벽한 엔딩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4편이 무리수는 아닐까 하는 우려는 재등장한 도자기 인형 보 핍과 새로운 캐릭터 포키가 말끔히 정리한다. 1,2편에서 주인공 우디의 연인 역할에 머물렀다가 시리즈에서 사라졌던 보 핍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로 발전했다. 외형부터 사고방식까지 달라진 변화는 남녀를 떠나 주체적인 삶을 제시한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포크였다가 장난감이 된 포키는 리틀 우디의 역할을 맡는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존재 이유를 찾는 과정이 4편의 유쾌한 핵심 동력이다. 이들을 통해 가장 큰 깨달음을 얻는 인물은 바로 우디이다. 사명감에 충실했던 장난감은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한다. 마냥 오지랖 넓은 착한 인형인 줄 알았던 우디가 어느새 우리보다 훌쩍 성장한 어른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 도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다음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토이 스토리>는 시리즈 자체가 아름다운 완전체다.

토이 스토리 4

감독 조시 쿨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안 쿠삭, 애니 파츠, 키아누 리브스, 토니 헤일

개봉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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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
출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루카 치코바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 시대의 예수
★★★★
라짜로 역을 맡은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얼굴과, 마술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영화. 신약성서의 모티브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이 땅의 가난한 자들에 대해 바라본다. 제목의 '행복한'이라는 형용사가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라짜로의 순수한 영혼은 그런 시비를 잠재우는 힘을 지닌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선, 사실적인 우화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알리체 로바허 감독의 신작. 이탈리아의 역사, 사회문제를 통찰한 뒤 독특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냈다. 다분히 동화적인 접근이지만 기반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냉철히 포착하는 리얼리즘의 흐름 아래 놓인다. 초월적이라 할 만큼 순수한 라짜로를 통해 구조적 모순을 부각시킨다. 오래된 것들로부터 발견하는 미래. 보이지 않는 것, 인식하지 못했던 진실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영화의 힘. 라짜로 역의 라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선보이는 순백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행복한 라짜로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

출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루카 치코바니

개봉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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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마티유 카소비츠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아한 가족 막장극
★★★
감독의 전작 <아무르>에서 느슨하게 이어지되 속편으로 완벽히 조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 구성을 통해 감독은 시니어 세대의 현실적 문제, 또한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각 세대 가족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포장된 우아함은 벗겨지고, 위선은 폭로된다. 가족의 일원이 된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전체 세대를 관조하는 방식이 날카로움을 더한다. 하네케 식의 ‘우아한 가족 막장극’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하네케의 가족에게 침투한 SNS, 차갑게 쓸쓸하다 
★★★
<해피엔드>는 프랑스 칼레 지역을 배경으로 말썽 많은 한 부르주아 가족의 소동극을 그린다. 아내와 사별한 아버지 조지(장 루이 트랭티냥)와 부동산 중개업자 딸(이자벨 위페르), 두 번 결혼한 의사 토마스(마티외 카소비츠), 조지의 12살 난 손녀딸 에브(판틴 하두인) 등. 함께 살지만 각자 SNS와 소통하는 것이 전부다. 스마트폰의 채팅창이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첫 장면부터 <해피엔드>는 ‘미하엘 하네케의 것’임을 의심하게 만드는 시도. 하네케는 변화하는 시대, 각자의 소통 방식이 된 SNS 역시 이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관찰한다. 영화는 이 광경에 어떤 가치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길고 오래, 또 때로 멀리서 지켜보고, 그것이 결국 차갑고 쓸쓸한 이 시대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해피엔드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팡틴 아흐뒤엥, 마티유 카소비츠

개봉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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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여름
감독 이원영
출연 우지현, 이건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 여름, 가장 어두운 바다
★★☆
서서히 감정이 끌리며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퀴어 시네마. 호모포비아 사회에서 그들은 고통을 겪고 힘든 선택들을 해야 한다. 몇몇 장면들이 지닌 울림이 있고 관객에게 감성적으로 파고들지만, 전체적으로 볼 땐 톤의 일관성에서 약간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혹독한 계절이 지나면
★★☆
두 청춘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퀴어 영화. 대학에서 영화작업을 같이하면서 여러 명이 모여 사는 집에 함께 살게 된 두 남자의 관계 변화를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서로를 향한 뜨거운 감정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이들의 사이가 알려지면서 주변은 혐오의 감정이 들끓는다. 영화가 무게를 싣는 지점도 여기부터다. 꿈을 실현해나가던 학교가 폭력적인 장소로 돌변하고, 열정을 나누던 동거인들이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은 성소수자에게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략과 상징, 음악이 효과적이기 보다 거칠게 작용하고 사랑을 묘사하는 방식은 진부함을 피해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편견을 정면으로 다루는 태도는 진실성을 얻는다

검은 여름

감독 이원영

출연 우지현, 이건우

개봉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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