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영화 포스터들을 비교해 보는 것은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CineMaterial'은 각종 영화 포스터, 표지, 로고 등의 이미지를 수집해놓은 해외 웹사이트다. 어떤 영화의 다양한 버전의 포스터들을 한눈에 구경하기 좋다. 이 사이트에 등록된 영화 포스터들 중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의 해외 버전 포스터들을 모았다.  


<기생충> 국내 포스터(왼쪽 위), 프랑스 버전 포스터(나머지)

<기생충>
최근 국내 영화 중 가장 강렬했던 포스터는 단연 <기생충>일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눈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인 듯한 모자이크 처리는 기괴함을 자아냈다. 구석에 배치돼있는 다리는 누구의 것일지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랑스 버전 포스터를 보자. 맨 위 오른쪽 포스터가 가장 흥미롭다. 연교(조여정)네 가족이 포스터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흐리게 처리가 돼있다. 반면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그려져있지만 밝고 선명하다. 연교네 가족들의 자리를 서서히 채워가려는 기택네 가족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래쪽에 있는 두 포스터는 두 가족의 데칼코마니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기생충>의 원제는 <데칼코마니>였다. 오른쪽 포스터는 붉은 색감을 넣어 조금 더 호러 영화 분위기를 풍긴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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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극한직업> 국내 포스터, 중국 버전 포스터

<극한직업>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2019년 가장 흥행한 영화 <극한직업>의 포스터는 평범했다. 영화의 장르를 가늠할 수 있는 나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비주얼이긴 했다. 중국 버전 포스터는 영화 주요 내용을 보다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닭을 잡을 것인가 범인을 잡을 것인가'라는 카피에서 착안해 이미지화시킨 게 분명하다. 진선규, 류승룡, 이하늬가 총을 잡고 있고 양 끝에 있는 공명과 이동휘는 총 대신 치킨을 잡고 있다. 진선규가 치킨을 잡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포스터 한가운데 치킨집 로고 같은 닭 그림도 그려져있다. 이 포스터의 첫인상은? 마치 신속 배달을 강조한 한 장의 배달 치킨집 전단지 느낌이다.

극한직업

감독 이병헌

출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개봉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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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버닝> 국내 포스터, 네덜란드 버전 포스터, 러시아 버전 포스터, 일본 버전 포스터

<버닝>
국내 버전과 네덜란드 버전 포스터가 비슷한 듯 달라 흥미롭다. 국내 버전에서는 세 인물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네덜란드 버전에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네덜란드 버전 포스터 속 세 배우의 모습은 흡사 전국 가지의 비닐하우스 털러 가는 범죄 영화 속 인물들처럼 보인다. 친절하기로 유명한 일본 버전 포스터. <버닝>도 다르지 않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와 장면을 한 포스터 안에 담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영화 속 인물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배우들의 표정이 담긴 러시아 버전 포스터의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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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국내 포스터(왼쪽 위), 프랑스 버전 포스터(나머지)

<공작>
인물 중심적인 국내 메인 포스터와 달리 프랑스 포스터는 심플하다. 국내 버전은 믿고 보는 흥행 배우들의 면면을 앞세워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프랑스 버전 포스터에는 생소한 국내 배우들의 면면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흥미로워하는 소재인 남북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배우가 들어간 포스터는 얼굴보다 실루엣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진중하고 묵직한 분위기의 스파이 영화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공작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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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걸캅스> 국내 포스터, 베트남 버전 포스터

<걸캅스>
<걸캅스>의 국내 영화 포스터는 국내 버디 코미디 형사물의 포스터 공식을 그대로 따른 흔한 유형의 포스터였다. 베트남 버전의 포스터는 좀 귀엽다. 배우들의 얼굴과 그림을 합성해 귀여움과 유쾌함을 더했다. 수영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국내 포스터와는 다른 점이다.

걸캅스

감독 정다원

출연 라미란, 이성경

개봉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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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클레어의 카메라> 국내 포스터, 미국 버전 포스터

<클레어의 카메라>
프랑스 칸의 비치를 배경으로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가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담긴 감성적인 한국 포스터. 미국 버전 포스터는 한 장의 일러스트 엽서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은 장면을 활용한 것 같지만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좌우 반전돼 있었다. 인물을 둘러싼 원 테두리를 따라 쓰인 배우 이름의 위치에 맞추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쪽 구석에 영화 속 신 스틸러였던 개의 모습을 넣어 귀여움을 더했다.

클레어의 카메라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개봉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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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PMC:더 벙커> 국내 포스터, 미국 버전 포스터

<PMC: 더 벙커>
한국 포스터는 표정으로 말하고 미국 포스터는 사건으로 말한다. 하정우, 이선균의 얼굴을 되도록이면 크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재 가루가 묻어 시커멓고 잔뜩 심각한 얼굴에서 주인공들의 생존을 위한 극한 사투를 예감케 한다. 반면 미국 버전 포스터는 어느 하나 얼굴이 안 보인다. <PMC: 더 벙커>는 관람자가 마치 게임처럼 느끼게끔 하기 위해 1인칭 시점 전투 화면 연출을 시도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버전 포스터가 영화를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물론 미국 버전 포스터 속 전투 장면도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이미지라 아쉬움이 남는다.

PMC: 더 벙커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 이선균

개봉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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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