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감독 원신연
출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속은 후련하지만 
★★☆
선량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일본군의 잔인함에 대해 그와 같은 크기의 증오를 선사하는 것으로 영화의 쾌감을 전한다. 반면, 항일 독립군 투쟁사에서 최초로 거둔 대규모 승리의 의미와 목숨을 걸고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반일의 감정이 새롭게 커지는 시기에 관객의 마음은 더없이 후련하겠지만 역사적 사실이 의미의 해석보다 장르적 소재로만 활용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좋은 뜻에 걸맞는 방식에 대하여
★★☆
<봉오동전투>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일제에 항거했던 독립군의 의로움을 목이 터져라 외친다. 함성은 보는 이의 마음을 어느 쪽으로든 움직이게 할 만큼 처절하다. 분노를 끓어올리기 위해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동원하는데, 역사의 비극을 리얼하고 스펙터클하게 묘사하는 것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일본군에게 잔인하게 희생당한 목숨들을 실재에 가깝게 묘사할수록 분노의 온도는 더 높아지겠지만 애초에 영화의 목표인 기억해야 할 저항의 역사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폭력적인 자극만 남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시의적절한 등장, 시의적절하지 못한 캐릭터 운용
★★☆
전쟁 역사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여러 방법 중 안전하고도 익숙한 길을 간다. 유머와 가족애를 적당히 배합하고, 적으로 등장하는 집단에 악마성을 수혈한 후, 쉼 없는 전투 장면으로 감정에 불을 지피려 한다. 시기적으로 자꾸 곁눈질하게 되는 건 납작하게 구현된 일본인 캐릭터다. 이 영화의 일본군들은 피에 굶주린 살인 기계 아니면 무능한 겁쟁이다. 이것이 시국과 맞물려 누군가에겐 통쾌함을 선사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나 노골적이고 과잉인 캐릭터 접근은 원론적인 휴머니즘을 반복한다는 인상을 강화시킬 뿐, 봉오동 전투가 일궈 낸 개별적인 가치의 울림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낸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오는 감흥은 짜릿하다. 역사에 빚진 감정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을 잘 잡아낸 카메라 숏과 음향 등이 뭉클한 감정을 거든다.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특별출연은, 거의 일당백 수준. 짧게 등장해서 가장 강한 존재감을 스크린에 박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지략과 의지 갖춘 역사극
★★★☆
승리의 역사를 보는 쾌감이 있다. <명량>(2014) 김한민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맡아 에두르지 않고 대중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드라마는 신파 요소를 줄이면서 유머를 적절하게 가미했고 액션은 원신연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연출에 힘입어 다양하고 스펙터클하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물량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투 신도 장관이다. 유해진과 류준열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영호 촬영감독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실력도 제대로 빛을 발한다. 이분법적 캐릭터 묘사나 작위적 설정이 아쉽긴 해도 감정을 선도하는 영화는 아니다. ‘잊지 말자에 충실한 역사극이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살린 전쟁 영화.

봉오동 전투

감독 원신연

출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개봉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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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감독 송원근
출연 김복동, 한지민

송경원 <씨네21> 기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가.
★★★☆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뒤 인권, 평화운동가로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의 생애 마지막 가는 길을 담은 다큐멘터리.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가 부지런히 모은 영상을 바탕으로 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발자취를 재구성했다. 인물을 중심에 놓고 증언을 이어가는 구성 자체는 특별할 게 하나 없지만 때론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이미 소임을 다하는 경우도 있다.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한 개인의 삶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상처를 딛고 인권운동가로 각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투쟁기. ‘김복동은 누구인가에서 출발해서 우리 시대에 김복동은 어떤 존재로 기억되어야 하는지를 되물으며 끝을 맺는, 뜨거운 호소와 당부.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존재 자체가 증거이고, 이름 자체가 상징인 김복동
★★★
피해자로 세상에 등장했지만, 인권운동가로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 존재 자체가 증거이고, 삶 자체가 우리의 역사이고, 이름 자체가 상징이 된 김복동. <김복동>을 본다는 건 우리 역사의 슬픔을, 그리고 슬픔을 견뎌내려는 희망과 조응하는 일이다. 소녀상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 진실을 감추려는 아베 정부의 역사의식, 피해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선언했던 박근혜 정부가 남긴 후유증 등이 김복동의 27년 삶에 새겨져 스크린에 투영된다.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큰 작품.

김복동

감독 송원근

출연 김복동, 한지민

개봉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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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버드 2: 독수리 왕국의 침공
감독 서럽 밴 오먼
(목소리) 출연 제이슨 서디키스, 조시 게드, 대니 맥브라이드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전편보다 배가된 재미
★★★
1 <앵그리 버드 더 무비>(2016)에서 이야기를 이어받아 알차게 꾸린 2. 전편의 적을 힘을 합쳐야 하는 새로운 동지로 바꾼 설정도 좋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쭉쭉 뻗어 나가는 시원한 전개나 상황에 맞춰 절묘하게 흘러나오는 올드팝은 시리즈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앵그리 버드와 드림 팀이 독수리 왕국 이글랜드 잠입 작전을 벌이는 시퀀스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를 갖췄고 박진감 넘친다. 늘어난 캐릭터만큼 웃음 폭탄을 투하하는 횟수도 잦아졌고 성공률도 높다. 모바일 게임의 강자였던 앵그리 버드는 흥겨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착실하게 안착했다.

앵그리 버드 2: 독수리 왕국의 침공

감독 서럽 밴 오먼

출연 아콰피나, 피터 딘클리지, 제이슨 서디키스, 조시 게드, 대니 맥브라이드

개봉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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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행
감독 임흥순
출연 강유진, 김경주, 김광옥

이화정 <씨네21> 기자
당신들의 험난한 려행기’. 듣고 위로할 차례 
★★★
북한이탈주민은 분단의 시대가 만들어낸 이방인이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10명의 탈북 여성이 이방인으로 겪어온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마치 10개의 화면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 같다. 개개인의 삶의 백그라운드로, 분단의 역사 속 위로받지 못했던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위로공단>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척박한 현실을 모자이크 한 임흥순 감독은,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활기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이 려행지를 떠도는 이방인이 아닌, 이곳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려행

감독 임흥순

출연 강유진, 김경주, 김광옥, 김미경, 김복주, 양수혜, 이설미, 이윤서, 이향, 한영란

개봉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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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
감독 랜달 라이트
출연 데이비드 호크니

송경원 <씨네21> 기자
친절하고 교과서적인 호크니전() 도슨트 관람
★★☆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다큐멘터리. 개인으로서의 호크니와 작가 호크니, 두 개의 기둥을 세운 뒤 성실하게 쌓아올린다.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호크니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고 꼼꼼한 해설 덕분에 호크니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다만 관객의 참여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자 하는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보면 다소 일방적이고 밋밋한 구성이 아쉽다. 정석이라면 정석이지만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가 다소 경직된 인상으로 남는다.

호크니

감독 랜달 라이트

출연 데이비드 호크니

개봉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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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수님이 싫다
감독 오쿠야마 히로시
출연 사토 유라, 오오쿠마 리키, 채드 멀레인

송경원 <씨네21> 기자
절제할수록 짙어지는 여운과 잔향
★★★☆
성장담이 이토록 많은 건 그만큼 공감의 폭이 넓은 강력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 빤한 이야기를 개성 있게 전달하긴 쉽지 않다. <예수님이 싫다>는 그걸 해낸 드문 영화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이자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각본, 촬영, 편집을 모두 소화하며 자신의 체험과 그 시절의 감각을 온전히 전달한다. 시골로 전학을 간 소년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작은 예수님을 만난다는 설정은 독특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기발한 소재나 상상에 기대지 않고 담백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접근 방식에 있다. 동심을 함부로 단정 짓는 대신 거리를 둔 채 담담히 지켜봐 주는 영화. 추억, 동심, 향수 등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것들에 대한 통찰이 돋보인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

감독 오쿠야마 히로시

출연 사토 유라, 오오쿠마 리키, 채드 멀레인

개봉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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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오아시스
감독 마츠모토 카나, 나카무라 카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하라다 토모요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온기
★★★
2011년 개봉 당시에는 일본 슬로우 무비의 후발대 축에 놓여 있어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면이 없지 않다. 운행자의 시점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도쿄로 들어가는 인상적인 오프닝을 비롯해 도심 고속도로, 옛날 극장, 동물원이라는 일상 공간의 선별이 유기적이면서 신중하다. 고바야시 사토미의 다부진 걸음걸이가 세 에피소드를 잇는 가드 역할을 하는 가운데, 그와 우연히 만난 인물들이 리시브하듯 주고받는 속 깊은 대화가 상담 치료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고민의 무게를 나누는 방법이나 담백한 대사가 서서히 감정의 오아시스를 만든다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갓 데뷔한 쿠로키 하루의 앳된 얼굴을 볼 수 있다.

도쿄 오아시스

감독 마츠모토 카나, 나카무라 카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하라다 토모요, 쿠로키 하루

개봉 2011.12.01. / 2019.08.0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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