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닥터’를 잠시 내려놓고 발명가로 돌아왔다. 8월 22일 개봉한 <커런트 워>에서 그가 맡은 역은 토마스 에디슨. 천재 발명가, 혹은 세기의 사업가라는 극명한 평가를 받고 있는 토마스 에디슨의 비범함은 왠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찰떡같다. 그도 그런 것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유독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들을 자주 연기했기 때문. 그동안 그가 연기한 천재들을 소개한다.

- 커런트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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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폰소 고메즈-레존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섀넌, 니콜라스 홀트, 톰 홀랜드
개봉 2019.08.22.
실존했던 천재도 찰떡!
스티븐 호킹
<호킹>, 2004
제목 <호킹>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뜻한다. 2014년 에디 레드메인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면서 TV영화인 <호킹>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조금 낮은 편. 하지만 베네딕트의 팬이라면 그의 꽃미모가 빛난 작품으로 <호킹>을 자주 언급한다. 젊은 시절,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스티븐 호킹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세심하게 점차 진행되는 병의 증세로 표현했다.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담아낸 순진무구한 미소는 최근 그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표정. 그래서인지 뒤늦게 입덕한 사람에게 팬들이 자주 추천하는 영화 중 하나다.

-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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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필립 마틴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브랜든
개봉 미개봉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 2010
고흐는 자신의 화풍만큼이나 인상적인 인생을 살았다. 불우했던 삶, 작품에 대한 끝없는 고통, 너무나도 일찍 선택한 죽음까지. 그의 삶은 수많은 매체에서 재해석을 거듭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는 그래도 착실하게 반 고흐의 삶을 재현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 작품은 영국의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와 재현을 섞은 드라마다. 일평생 비루했고, 정신적인 문제도 많은 반 고흐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 특유의 동굴 목소리가 그의 철학을 설파하는 순간은 한 예술가의 고고한 영혼을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평소 인물의 행동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베네딕트답게 점점 불안한 심리에 빠져드는 반 고흐의 상태도 점층적으로 그려낸다.

-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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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앤드류 휴튼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미 파커, 에이단 맥카들
개봉 미개봉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 2014
시대를 잘못 타고난 천재. 앨런 튜링처럼 이 말에 적합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 해독에 투입돼 해독기를 완성했다. 나아가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현대적인 의미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그의 생애 중 에니그마 해독에 투입된 시기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앨런 튜링으로 선택했다. 처음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누가 봐도 앨런 튜링과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전혀 비슷한 이미지가 아니니까. 그러나 영화가 공개된 이후 그런 논란은 온전히 사라졌다. 앨런 튜링의 유족들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캐스팅은 완벽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극중 역사 왜곡 논란은 영화 개봉 이후 더 심해졌지만. 제대로 반영된 앨런 튜링의 언행이나 성격적 특징을 베네딕트가 완벽하게 스크린에 드러내 또 한 번 연기적 호평을 받았다.

- 이미테이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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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개봉 2015.02.17.
에디슨 토마스
<커런트 워>, 2017
<커런트 워>에서 베네딕트가 맡은 역할은 토마스 에디슨. 발명왕이자 제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산업화한 사업가로 유명하다. <커런트 워>가 집중한 시기는 ‘전기’를 가지고 ’직류 전기’를 내세운 에디슨과 ‘교류 전기’를 선택한 니콜라 테슬라가 대립하던 시기. 극중 에디슨은 과학자보다는 풍부한 아이디어가 무기인 전도유망한 사업가로서의 기질을 부각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여유롭게 상대의 술수를 받아내는 능구렁이 같은 모습과 상대의 도발에 거침없는 에너지를 내뿜는 승부사의 모습을 모두 소화해냈다. 베네딕트 본인도 토마스 에디슨을 연기하는 게 재밌었는지, 영화의 재촬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 커런트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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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폰소 고메즈-레존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섀넌, 니콜라스 홀트, 톰 홀랜드
개봉 2019.08.22.
줄리언 어산지
<제5계급>, 2013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천재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라 섣불리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은 실존 인물 중 천재급으로 유능하고 가장 도발적인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 팬들이 볼 때 가장 충격적인 비주얼이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 줄리언 어산지처럼 백금발로 염색을 했기 때문.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장면도 있지만, 긴 얼굴이 한층 더 돋보이는 순간도 이어진다. 거기에 <제5계급>에서 줄리언 어산지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실리를 챙기는 밉상으로 그려진다. 실제 어산지가 베네딕트에게 “영화 출연을 취소하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그래서 그 백금발이 어쩐지 더 못나 보이는 느낌이다. 요즘 닥터 스트레인지로 정의로운 이미지가 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좀 지겹다면 도전해볼만 작품이다.

- 제5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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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빌 콘돈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다니엘 브륄
개봉 미개봉
가상의 천재인물도 완벽하게!
셜록 홈즈
<셜록>, 2010~
명실상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출세작이자 히트작. <셜록>은 아서 도난 코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전 세계로 알린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연기한 셜록 홈즈는 극중 대사로 정확히 요약된다. “고기능 소시오패스”. 제작진의 훌륭한 재해석력을 토대로 배네딕트 특유의 저음 목소리와 영국 억양이 만나 더없이 매력적인 셜록이 탄생했다. 빼어난 추리력을 가졌지만 상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툭툭 내뱉는 모습이 밉지 않을 정도. 진짜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을 만큼 제멋대로였던 셜록이 왓슨(마틴 프리먼), 메리(아만다 어빙턴), 몰리(루이즈 브릴리)등을 만나며 변해가는 과정도 재미를 준다. 여러모로 베네딕트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 능력, 그 자신의 매력이 만개하는드라마라 할 수 있다.

- 셜록 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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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수 버추, 베릴 버추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토비 존스, 우나 스텁스, 루퍼트 그레이브즈, 루 브릴리, 마크 게티스, 앤드류 스캇, 아만다 애빙턴
방송 2017, 영국 BBC one

- 셜록: 유령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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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더글러스 맥키넌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개봉 2016.01.02.
스티븐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 2016
마법 쓰는 놈이 뭔 천재?! 그런데 마법을 배우기 전에도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천재가 맞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스트레인지가 음악을 듣고 발매 연도를 맞추는 장면, 왜 넣었을까. 그가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란 걸 강조하는 것이다. 에인션트 원은 왜 그 많은 제자 중에 스트레인지에게 생텀을 맡겼을까. 그가 그만큼 마법을 잘 쓰는 우수한 인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마법에서도, 의학에서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셈. 그래서 오만하고 다소 재수 없는 사람이긴 하다. 손을 다치고 마법에 입문한 후 점차 달라지는 모습이야말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재미. 이 배역도 처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캐스팅됐을 때 의아한 반응이 있었으나, 첫 스틸컷이 공개되자 베네딕트는 뭘 해도 찰떡처럼 소화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시작으로 5편의 영화에서 비중 있게 등장했는데, 지금은 베네딕트 아닌 닥터 스트레인지를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다.

- 닥터 스트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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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치웨텔 에지오포,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개봉 2016.10.26.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