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감독 정지우
출연 김고은, 정해인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서늘하고 눅눅한 진짜 멜로
★★★☆ 
소리 없이 흐느낀다고 아픔이 작은 것은 아니다. 그저 수줍게 미소 지었다고 사랑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떠들썩하지 않아도 마음의 작은 떨림까지 담아낸 진짜 멜로.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설레는 감정을 되살리는 길잡이가 되고, PC통신, 삐삐, 공중전화 같은 소품들은 소중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기억이 된다. 사랑을 쌓아가는 시간이 더디고 서툴러 지금의 속도와 다르지만, 일상의 여백에 서늘하고 눅눅하게 내려앉은 감정을 바라보는 정지우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세심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감성만큼은 순도 99% 멜로
★★★
멜로 불모의 시대에 불현듯 날아든 반갑고 말간 작품. 의도치 않은 이유들로 엇갈림과 만남을 반복하는 주인공들의 사연과 감정, 그들을 둘러싼 주변 풍경들을 가만가만 쌓아올린다. 그 안에서 멜로 영화에 기대되는 감성은 충분히 발휘된다. 다만 90년대부터 다양한 시대를 짚어나가는 구성의 힘은 생각보다 약하고, 갈등의 심화와 해소까지 가는 길에 설득력이 부족한 감이 있다. 오히려 ‘라디오’라는 매개체를 살려 영화 전면에 대중가요를 과감하게 사용한 시도가 인상적. 영화 전체가 이들의 사연으로 꾸려진 ‘보이는 라디오’를 지향하는 인상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시대의 공기와, 지형을 만든 후 탄탄하게 쌓아올린 감정의 결
★★★★
1994년부터 2005년. 지금은 모르지만, 또 어떤 이들은 ‘추억’으로 불러오는 지난 시간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 축적된 공기로 들어가, 겹겹의 시간을 들추어내는 작업이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부터 보이는 라디오가 나오기까지, 그 10년은 없는 것도 많았던 시절이지만, 새롭게 생겨난 것도 많던 시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의 증폭이나 세기가 아마도 가장 컸던 시절.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미수와 현우의 감정 상태는 무언가 ‘장벽’이 있을 때 더 도드라진다. 말로 설명하자면, ‘안타까움’ ‘그리움’ ‘마음 졸임’같은 것들. 사람의 본질이야 비슷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의 반응 속도와 농도는 지금과는 다르다. 그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머릿속으로 계산하거나 방법을 찾지 않고 그저 온 힘을 다해 뛰어서라도 맞닿고 싶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정지우 감독은 그 미세한 마음을 어떻게 그리면 될지 너무도 잘 아는 감정의 세공술사다. 시대의 공기와 지형을 만든 후 탄탄하게 쌓아올린 감정의 결. 이런 멜로드라마를 보고 느끼는 건, 그 시절을 거쳐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정지우, 여전히 강력한 멜로의 장인
★★★☆
SNS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손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사랑은, 그래서 이전보다 더 견고한가.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 만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로 엇갈리지만, 쉽게 가닿을 수 없었기에 상대를 더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서로에게 더 두터워졌는지 모른다. 기억 속 어딘가에 무심히 버려져 봉인돼 있는 감정을 불러내는 영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관통한 학번에 특히 더 강력하게. 정지우 감독은 두 남녀가 호감을 느끼고 감정을 발전시켜나가는 순간의 공기와 미세한 감정 그래프를 집요하게 담아낸다. 가장 사랑하는 상대에게만큼은 후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감정의 진폭까지도. 김고은-정해인은 이 영화에서 멜로 그 자체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OST(유열, 이소라, 신승훈, 토이-윤상, 루시드 폴)가 극의 정서에 밀도 높게 봉사하는 동시에 두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주파수 역할을 한다. “바보처럼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서로를 그리워했었는지 모를세상 수많은 연인에게 전하는 손편지 같은, “, 사랑을 속삭이는 멜로.

유열의 음악앨범

감독 정지우

출연 김고은, 정해인

개봉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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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송경원 <씨네21> 기자
시대의 주름을 펼쳐 다린, 회상의 영화. 그 시절 바랐던 걸 이제야 들려주는, 환상의 영화.
★★★☆
시대의 기억과 개인의 시간을 살포시 겹친 후 나지막이 읊조린다. 세상은 언제나 내 기대보다 나에게 무심했다고. <벌새>는 누군가 기억하는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감각’을 다루는 영화다. 따뜻하고 불안한, 모순된 감정들은 순차적으로 오지 않고 곳곳에 동시에 흩어져 있다가 문득 되살아난다. 감독은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그 시절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들을 촘촘히 되새기는 가운데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이야기로 연결시킨다. 누구나 한번은 거쳐 갔을 시절에 대한 기시감, 일상을 포착하는 섬세한 관찰력, 그리고 배우들의 차분한 온도. 상처를 밀어내고 지우는 대신 끌어안으면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넌지시 일러준다.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아름답고 슬픈 오늘을 쌓아가는 것, 살아간다는 것
★★★★☆ 
일상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만남. 영화 <벌새>는 가장 보편적인 삶의 궤적을 좇지만, 관계의 작은 변화와 감정의 미세한 진폭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아름답고 때로는 슬픈 오늘을 쌓으며 서로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것, 하루를 내디딜 때마다 몸에 밴 시대의 내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것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누구나 문득 영화 속 어느 날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특별하고 놀라운 경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삶, 고단하고 아름다운 날갯짓을 멈출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것
★★★★
대한민국, 1994년,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 은희(박지후)를 설명할 수 있는 조건들만 본다면, 특수한 표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벌새>는 개인과 한 가족에서 출발해 한 시절의 공기를 담고 끝내 영화를 보는 모두의 마음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발휘하는 보편성의 힘은 놀라울 정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바람, 새롭게 맺고 다시 단절되는 관계들, 크고 작은 일상의 균열들을 경험하고 상처 입다가 다시 누군가의 온기로 회복하는 기쁨, 세상이 돌아가는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의 옅은 열패감…<벌새>는 그 모든 순간을 통과하는 인물들의 마음 그 자체다. 세밀한 관찰이자, 마음을 휘어잡는 기록이다. 삶이라는 고단하고 아름다운 날갯짓을 긍정하는 노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평범한 소녀가 대서사시
★★★★☆
1994, 중학생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던 세상에서 은희(박지후) 어떻게든 삶을 이해해보려고 애를 쓴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 영화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벌새>보기 드물게 탁월하다. 틀에 박힌 아파트 풍경이나 폭력과 무관심, 애정이 뒤섞인 특별할 없는 가족에게서조차 신비로운 순간을 추출해낸다. 영화는 모든 평범한 소녀들을 호명하며 종국에는 그들을 은희 하나로 엮어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은희가 감응하는 한국 사회의 징후, 영지라는 길잡이 항해사를 만나 다행
★★★★☆
<벌새>는 나도 궁금했고, 아마도 당신도 궁금했을 테고, 은희도 그렇게 궁금했던 세상의 풍경을 마치 타임워프 안경을 끼고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다. 한문학원 김영지 선생님(김새벽)은 은희에게 의문 부호로 이루어진 세계에 예고 없이 등장해 길을 일러주는 ‘항해사’ 역할을 한다. 강남과 강북, 빈부의 차이가 드러나는 ‘어른’의 세계에서, 길을 헤매지 않도록, 다그치거나 주입하지 않고 친구처럼 조곤조곤 일러주는 존재. 은희가 응시하는 시선 속에 김영지 선생님이 있어줘서, 다행이다. 그렇게 은희는 그녀가 전해준 에너지, 자양분을 통해 성장해 나갈 거라는 믿음에 안도가 전해진다. 데뷔작을 통해 놀라운 세계관, 더불어 단단한 여성의 시선을 보여준 김보라 감독의 출현은 그 자체로 한국영화의 사건으로, 더 좋은 미래로 기록될 만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개인의 경험담이 보편의 감성으로 확장되는 마법
★★★★
1994은희(박지후)라는 소녀의 일상을 느린 걸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은희의 1년 성장사일 뿐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란 걸 눈치채게 되는 순간이 온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 슬픔을 안긴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경유하며 우리가 무엇을 잊고 지내는지, 시대의 참사가 개인의 삶에 어떤 테두리를 남기는가를 바라본다. 은희의 이름을 지우고 그곳에 자신의 이름을 대입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일상의 공기와 에피소드를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포착해 구현해 낸 연출 덕분이다. 한 개인의 경험담이 다수 관객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마법. 1994년 대한민국에서 한 소녀가 겪는 내밀한 일상이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이기도 할 테다.

벌새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개봉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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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감독 뤽 베송
출연 사샤 루스, 킬리언 머피, 루크 에반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간간히 멋진 펀치를 날리긴 하지만 패턴이 하나라서 금방 읽히는, 왕년 챔피언의 고군분투.
★★☆
이중생활을 하며 임무를 수행 중인 KGB 정예요원 안나의 꿈은 단 하나, 자유로운 삶이다. 그런 안나 앞에 미국 CIA요원 레너드가 등장하며 사건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플래시백을 통해 숨겨진 과거와 비밀을 밝혀나가는 구조를 취하는데, 초반 몇 차례는 효과적이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금방 질린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첩보물의 긴장감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마저 낡은 느낌이다. 캐릭터를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간간히 선보이는 위트 있는 상황들이 그나마 위안이다.

안나

감독 뤽 베송

출연 킬리언 머피, 루크 에반스, 헬렌 미렌, 사샤 루스

개봉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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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감독 토마스 틸쉬, 닐스 볼브링커
출연 토어스텔 블루메, 알프레도 브릴렘보그, 후베르트 클룸프너

송경원 <씨네21> 기자
사람을 향하는 건축의 꿈, 도시가 자라나는 시간
★★★
1919년 발터 그로피우스가 예술종합학교 바우하우스를 설립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건축 디자인에 대한 바우하우스의 이상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찬찬히 되짚어보는 다큐멘터리. 인간을 중심에 놓은 건축은 스웨덴 스톡홀롬에 있는 학교, 콜롬비아의 실외 에스컬레이터 등 실제 사례들로 이어진다. 개념과 비전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웬만한 극영화보다 극적이다. 이해하기 쉬운데 재미도 있는, 인문학 베스트셀러 같은 영화.

바우하우스

감독 토마스 틸쉬, 닐스 볼브링커

출연 알프레도 브릴렘보그, 후베르트 클룸프너, 로잔 보쉬, 토어스텐 블루메, 반 보 레-멘첼

개봉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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