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대형 배우들도 넘기 힘든 해외 영화제 장벽. 이를 신인 시절에, 그것도 데뷔작으로 넘어버린 배우들이 있다. 첫 작품으로 국내의 인정을 받는 건 물론,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배우들. 감독, 주연 배우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 세계 25관왕의 기록을 세운 <벌새>의 개봉을 맞아, 데뷔작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조승우
<춘향뎐>, 제5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왼쪽부터) 제53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이효정, 임권택 감독, 조승우.

조승우의 데뷔작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몽룡 역에 캐스팅됐다. 더 대단한 사실은 따로 있다. <춘향뎐>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조승우는 몽룡의 복장을 하고 칸영화제 레드 카펫 포토존에 서서 전 세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춘향뎐

감독 임권택

출연 이효정, 조승우

개봉 200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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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
<봄> 제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봄>에 출연한 이유영.

이유영의 데뷔작 <봄>은 국내 개봉 전, 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으로 먼저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허드렛일을 전전하던 민경(이유영)이 제 삶을 포기하려는 조각가 준구(박용우)의 모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봄>은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제23회 아리조나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해외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놀라운 성과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이유영이 제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것. 한국 배우로선 최초의 수상이다.

감독 조근현

출연 박용우, 김서형, 이유영

개봉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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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인
<우리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부문

<우리들>에서 선 역을 맡은 최수인.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왼쪽)과 최수인.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 그 과정의 시행착오에서 오는 마음의 파동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한 <우리들>은 윤가은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이 작품으로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윤가은 감독과 동행한 이가 있었으니, 역시 데뷔작으로 베를린에 발을 들인 <우리들>의 ‘선’을 연기한 아역 배우 최수인이다. 여느 아이처럼 한없이 맑다가도, 단번에 서운함과 배신감, 두려움으로 얼룩지는 최수인의 얼굴은 선의 복잡한 속내를 선명히 투영해낸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깊이 있는 연기는 전 세계인을 깜짝 놀래키기 충분했다.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개봉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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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아가씨>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아가씨>에 출연한 김태리.
(왼쪽부터) 제69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이 미리 알아본 충무로 톱배우의 떡잎. 김태리의 장편 데뷔작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다. 세상 물정 다 아는 히데코(김민희)의 마음마저 뒤흔들어놓은 하녀, 숙희를 연기했다. <아가씨>는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은 신인 김태리를 캐스팅한 이유로 “주눅 들거나 그러지 않는 면을 높이 샀다”고 밝힌 바 있다. 데뷔작으로 생애 첫 칸 레드 카펫에 선 김태리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후에 인터뷰를 통해 “유럽 자체에 처음 와봤고 칸영화제도 실감 나지 않아 얼떨떨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센세이션 한 데뷔 이후, ‘김태리’는 뛰어난 신인배우를 지칭하는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아가씨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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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
<버닝>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버닝>에서 해미를 연기한 전종서(가운데).
제71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전종서(가운데).

‘제2의 김태리’라고 불렸던 배우, 바로 <버닝>의 전종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예 배우가 8년 만에 공개된 이창동 감독의 신작 속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단 사실이 이 작품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했음은 분명하다. 전종서는 <버닝>에서도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해미를 완벽히 소화하며 평단에 눈도장을 찍었다. 알고 보면 소속사를 만나고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간 영화가 <버닝>이었다고. <버닝>은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전종서 역시 함께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아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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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
<마녀> 제22회 판타지아영화제 슈발누아경쟁 여우주연상 수상

(왼쪽부터) <마녀>, 제22회 판타지아영화제 슈발누아경쟁 여우주연상 수상한 김다미 (사진 매니지먼트AND)

2018년 ‘올해의 발견’이란 수식어를 싹쓸이한 배우, <마녀>의 김다미다. 김다미는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마녀>의 주인공, 자윤 역에 캐스팅됐다. 그간 충무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한국형 슈퍼히어로 캐릭터인데다, 러닝타임 내내 극을 이끌어야 했던 원톱 주연물. 김다미는 흔들림 없는 연기로 오래 기억될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벨기에에서 열리는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이 영화가 거둔 빛나는 성과 중 하나라면 김다미의 수상. 캐나다에서 개최된 제22회 판타지아영화제에서 김다미는 슈발누아경쟁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마녀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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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벌새>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PLUS 부문 대상, 제18회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

<벌새>에서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왼쪽부터)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벌새>의 배우 이승연, 박지후, 김보라 감독, 배우 김새벽.

장편 데뷔작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한 명 더 있다. <벌새>의 박지후다.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벌새>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미세한 균열이 일어난 은희(박지후)의 일상을 조명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펼치는 소녀 은희. 보고 난 후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에 머무는 은희를 만들어낸 박지후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14PLUS 부문 대상을 수상한 <벌새>는 이후 시애틀국제영화제, 로스엔젤레스아시안퍼시픽영화제 등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25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그중 하나는 박지후의 몫. 박지후는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18회 트라이베카 필름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연소 기록까지 함께 세웠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벌새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개봉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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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