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브래드 피트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인간 내면을 향한 깊고도 깊은 시선
★★★★ 
쓸데없이 광활한 우주의 대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어 있다. 인류가 발 디딘 몇 개의 행성도 고작 이 넓은 공간의 점 하나에 불과하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우주처럼 인간의 내면도 공허한 물음표투성이다. 로이(브래드 피트)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우주로의 여정은 깊고 넓고 고독한 자신의 내면을 찾아 떠나는 여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쉽게 동요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심리적 고립 속에 사는 한 사람을 완벽하게 재생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압도적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새로운 기준점
★★★★
최근 등장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깊고 먼 우주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우주는 태양계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 로이의 내면과 공명한다. 여기에 존재하는 건 끝을 알 수 없는 공허함이다. 아무것도 없음. <애드 아스트라>를 지탱하는 것은 그 아득한 ‘무(無)’의 정서다. 영화는 상업적인 기획과 탁월한 예술적 성취 어딘가에 존재한다. 21세기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만한 작품. 이 고독한 여정의 충실한 안내자를 자처한 브래드 피트는, 올해 가장 강력한 주연상 후보로 거론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잃어버린 삶의 중력을 찾아서
★★★☆
카메라가 비추는 것은 광활한 우주이지만, 그 끝에서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건 한 인간의 심연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심박 수가 80을 넘지 않았던 한 남자가 자신의 근원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삶의 중력을 되찾는 일종의 성장담. 로드무비 형식도 띠고 있는 영화는 주인공이 가는 길 사이사이에 해결해야 할 다양한 허들/미션을 설치, 영화가 너무 무겁게 흐르는 것을 막아낸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퍼스트맨> 등이 이미 이 영화가 지닌 절대고독과 우주에서의 내면 찾기 등을 내밀하게 그려낸 탓에 아주 새롭다는 인상은 없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우주 영화라기보다, 최근 등장한 SF 우주물들의 장점을 흡수해 우아하게 중간 정산해 낸 작품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이 정도 만듦새의 중간 정산이라면 환영이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자로서 저평가돼 온 배우임을 다시금 증명해내는 영화이기도.

애드 아스트라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브래드 피트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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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감독 대니 보일
출연 히메쉬 파텔, 릴리 제임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흥미로운 설정과 풍성한 재료를 죽이는 안일한 조합
★★☆
모두가 비틀즈를 잊어버린 세상에서 홀로 유일하게 비틀즈의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 남자의 성공, 성장 스토리. 힘겹게 뮤지션의 꿈을 이어가던 잭은 자신만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노래를 발표하며 스타덤에 오른다. 아이디어는 재미있는데 구성이 지나치게 안전지향주의다. 영국문화의 각종 요소들을 활용하고 워킹타이틀 특유의 경쾌한 로맨스를 배치하여 21세기 도심 한가운데 순진한 동화를 이식시켰다. 문제는 동화의 레퍼토리가 상당히 안일하고 전형적인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 재미있는 재료를 제대로 활용을 못할 때 빗어지는 아쉬움.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참신한 설정에 위대한 음악을 담았는데 이야기는 평범
★★☆ 
비틀즈 노래를 나만 알고 있다면 이 얼마나 엄청난 행운인가. 영화는 참신한 발상에 말할 필요도 없는 비틀즈의 명곡들을 담아 예쁜 사랑 이야기를 펼쳐 냈다. 다만, 늘 곁에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잊히는 것들에 대한 경외, 부정한 성공에 대한 후회 같은 뻔한 스토리는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릴리 제임스, 케이트 맥키넌, 여기에 에드 시런까지 각자의 역할에 빛나는 조연들에 비해 주인공 히메쉬 파텔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도 영화의 아쉬운 점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비틀즈에 대한 워킹타이틀의 헌사
★★★☆
워킹타이틀 영화답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세상에 비틀즈의 음악이 사라졌다는 황당할 법한 상상을 공감할 만한 러브스토리로 잘 빚어냈다. 음악은 비틀즈의 노래가 흐를 테니 당연히 좋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선곡과 곡의 배치가 절묘하다. 캐스팅도 나무랄 데 없다. 주인공을 연기한 히메쉬 파텔의 등장은 <어바웃 타임>(2013)의 도널 글리슨을 떠올리게 한다. 파텔이 부르는 ‘yesterday’ ‘Let It Be’는 애잔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로맨스를 맡은 릴리 제임스, 코미디를 책임지는 케이트 맥키넌, 우정을 담당하는 에드 시런까지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중후반부가 평이하게 흐르긴 해도 비틀즈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고, 후반부에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해 아쉬움을 상쇄한다. 비틀즈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꿰뚫는 영리하고 따뜻한 영화. 잘 만든 음악 영화 칸에 넣어야 할 영화다.

예스터데이

감독 대니 보일

출연 히메쉬 파텔, 릴리 제임스

개봉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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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집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출연 글렌 클로즈, 질리언 앤더슨, 맥스 아이언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추리보다는 사연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탐정의 명석한 사건 해결이 빛나는 범죄 수사극을 기대해선 안 된다. 대신 거대한 부를 소유했지만 비뚤어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 가문의 사연에 대한 드라마다. 그래서 영화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하기보다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럼에도 막판 반전과 엔딩은 사뭇 충격적. 글렌 클로즈, 질리언 앤더슨, 스테파니 마티니, 아너 니프시,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등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적인 기운이 영화를 이끄는 매력적인 요소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욕망과 애증의 관계도, 추리는 거들 뿐
★★★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대부호가 사망한 저택에서 범인을 찾아나가는 고전적인 서사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건 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주인공은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도와 사연 그 자체다. 작가 본인마저 범인이 누구인지 정하지 상태에서 집필했던 만큼 추리과정보다는 인물들의 심리 전개와 관계 묘사에 집중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다만 인물들의 사연을 말로 옮기려다 보니 전반적으로 밋밋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지점을 메우는 건 글렌 클로즈를 비롯한 명품 배우들의 검증된 연기. 추리물로서는 다소 맥이 빠질 수 있지만 묘사 자체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 가족은 뭐가 문제죠?
★★☆
타살로 의심되는 대부호의 사망 후 남겨진 가족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직접 사건을 들고 탐정을 찾은 손녀를 시작으로 젊고 아름답지만 불안한 부인,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한 아들들과 화가 나 있거나 무기력한 아이들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비뚤어진 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는 각자의 무대에 고립된 배우처럼 무언가를 숨기고 연기하는 인물들의 가면을 차근차근 벗겨낸다. 추리 소설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재미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특히 등장할 때마다 울리는 총성처럼 강렬한 동시에 위엄 있는 이디스를 완성한 글렌 클로즈의 존재감이 저택을 꽉 채우고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첫 영화화에 의의
★★☆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이 쓴 소설 중에서 가장 만족하는 작품이라고 꼽은 동명 원작을 처음 영화화했다대저택에서 백만장자 노인이 독살되고 가족 구성원이 용의자로 의심받는다원작자 애거서 크리스티가 설계한 대저택의 분위기와 비뚤어진 캐릭터들을 충실하게 옮기려고 했지만 파급력은 약한 편이다살해 동기를 가진 인물들과 그들 중에서 범인을 찾으려는 관객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일부 캐스트가 몰입을 방해하고캐스팅의 불균형을 불러온다원작이 들췄던 상류층과 욕망의 이면은 캐릭터 소개 정도에 그쳐 아쉽다원작을 읽지 못했다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흥미롭게 다가올 듯하다.

비뚤어진 집

감독 질스 파겟 브레너

출연 글렌 클로즈, 맥스 아이언스, 질리언 앤더슨,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스테파니 마티니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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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보이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출연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약, 삶의 굴레
★★★
약물에 빠진 소년은 중독-재활-재발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돈다. 이를 바라보는 소년의 아버지 눈가에 절망-기대-좌절이 도돌이표로 스민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셰프가 겪은 회고록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손을 대는 순간 삶의 굴레가 되는 약물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공익광고성으로 보일 수 있는 스토리를 의식해서인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뒤섞고, 감성적인 음악을 곳곳에 삽입해 관객의 시선을 붙들려 한다.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데, 그것이 이 영화가 딛고 서 있는 세계와 잘 어울리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잦은 편집과 감성적인 음악은 종종 이 비극의 서사를 뮤직비디오로 둔갑시킨다. 이견 없이 빠져드는 건 부자 관계를 연기한 스티브 카렐과 티모시 샬라메의 사실적인 연기다. 특히 위태롭게 흔들리는 소년의 심리가 티모시 샬라메가 지닌 특유의 분위기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뷰티풀 보이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출연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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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실버레이크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출연 앤드류 가필드, 라일리 코프

송경원 <씨네21> 기자
답 없는 미스터리. 출구 없는 환상. 공허함에 취한 청춘의 초상.
★★★★
LA 한구석,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남자가 실종된 이웃 여성을 찾아나간다. 8.90년대 대중문화와 음모론을 관통해나가는 남자의 여정은 20세기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 할만하다. 모든 시각적 이미지와 상징들이 과잉인데 그 넘쳐나는 에너지에 흠뻑 취한다. 최선을 다해 무기력을 유지하는 인물과 상황의 언밸런스가 묘한 광기를 자아낸다.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취한 듯 허상에 휘둘리는 과정 자체에 탐닉하는 영화, 불친절한 기이함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계속 흘끔거리게 되는 중력의 영화, 무언가에 단단히 미쳐야 만들 수 있는 종류의 자존감 넘치는 영화다.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앞으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감독이다. 장르의 특색들을 이 정도로 철저히 활용하면서 장르의 규범을 이 정도까지 철저히 능멸하는 감독의 패기에는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영화의 기묘한 실패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예측 불가능함이 만들어내는 재미
★★★☆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뉠 영화다. 실종된 이웃집 여성을 찾아 나선 백수 청년의 추적극은 누아르와 팜므파탈이라는 고전 요소로 시작해 펄프픽션과 도시 괴담으로 현혹하고, LA와 할리우드를 경유하면서 미국 대중문화와 쇼비즈니스의 이면을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로 전향한다. 할리우드 고전 영화와 대중음악, 게임, 잡지, 광고 등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문화를 감독이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스파이더맨이었던 앤드류 가필드의 출연은 필연적이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신이 흠뻑 흡수한 문화적 자양분을 토대로 재기 넘치는 미스터리를 완성한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의 존재감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출연 앤드류 가필드, 라일리 코프

개봉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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