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 맨
감독 이안
출연 윌 스미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혼을 담기엔 부족했던 복제, 미완의 도전
★★☆
나를 쫓는 또 다른 나. 복제인간은 이미 닳고 닳은 소재인데 이안 감독은 이를 다시금 복제한다. 플롯과 연출 모두 상투적이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끝자락에서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지점을 개척하고자 한 의지가 엿보인다. 덕분에 단순한 복제가 아닌 재탐색에 가깝지만 결과는 다소 애매모호하다. 장면 하나하나 구도와 색감에 차이를 두며 공들여 찍었고 몇몇 액션 신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작 <라이프 오브 파이>와는 달리 테크놀로지의 성취가 극적인 재미로 이어지진 못한다. 윌 스미스가 고군분투해보지만 그마저 이젠 신기한 구경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기술을 스토리텔링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이안 감독의 도전, 그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야기와 스케일의 불균형
★★☆
전설적인 요원 헨리(윌 스미스)는 은퇴 후 자신의 DNA를 복제한 젊은 요원에게 쫓긴다. 전성기 시절 헨리와 꼭 닮은 그는 취향과 습관까지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신체적인 능력을 훨씬 뛰어난 상황. 과거의 자신과 만난 헨리는 회한에 잠기는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격전을 벌여야 한다. 영화의 방점은 헨리의 고뇌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찍히는데, 1인칭 슈팅게임처럼 연출된 오토바이 추격 신이나 20대의 윌 스미스를 완벽하게 소환해낸 CG가 놀랍다. 그러나 평범하다 못해 밋밋한 이야기는 이안 감독과 윌 스미스의 이름을 생각했을 때 큰 아쉬움을 남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이안 감독의 태작, 윌 스미스의 평작
★★☆
윌 스미스가 CGI 기술로 재현한 젊은 시절의 자신과 싸우는 장면은 기대를 충족한다. 두 캐릭터가 벌이는 오토바이 추격전은 박진감 넘친다. 아쉬움이라면 20년 전 제작을 시도했던 영화가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점이다. 특수효과 문제는 너끈히 해결했으나 몸담았던 정부기관에게 위협받는 주인공과 조직 내부의 적, 클론이라는 소재를 별다른 변주 없이 다루는 영화는 참신함과 거리가 멀다.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인간 복제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도 안일하다. 이안 감독의 연출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전히 액션과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윌 스미스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SF 액션 영화.

제미니 맨

감독 이안

출연 윌 스미스

개봉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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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감독 정혁기
출연 엄태구, 혜리, 김희원

송경원 <씨네21> 기자
귀여운 구석도 있지만 대체로 헛스윙
★★☆
자신의 단편 <뎀프시롤:참회록>(2014) 장편화했다. 단편이 독특한 병맛 유머가 핵심이었던데 반해 장편은 드라마와 슬픈 정서에 좀 더 집중한다. 펀치 드렁크에 시달리는 복서가 망가진 꿈을 향해 내달리는 이야기는 전형적이다. 해맑은 신입 관원과의 알콩달콩 연애담에 힘을 싣고자 하는데 간간이 귀여운 구석이 있지만 경쾌하다기보다는 어설프고 뜬금없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꽤 있음에도 뭉뚱그린 장르부터 소재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를 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장점을 갈고닦은 단편과 단점을 가리고자 애쓴 장편의 차이.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잊히는 것들에 대하여
★★★
판소리, 낡은 필름 카메라, 스포츠가 아니라 다이어트 도구가 된 복싱. 변하는 세상에서 잊히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담았다. 펀치 드렁크를 앓는 병구(엄태구)의 마지막 꿈 ‘판소리 복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위로를 발견한다. 엄태구, 혜리, 김희원의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들며 펼치는 안정된 연기가 돋보이며, 특히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영규의 경쾌한 음악이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독특함
★★★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기발한 조합. 판소리 가락에 따라 보는 이의 마음도 어느덧 이 영화만의 기묘한 장단에 동참하게 된다. 단편을 장편화하면서 추가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는 결과적으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소년 코믹 만화의 결, 성장 스토리, 로맨스, 사라지는 것들을 보듬는 시선, 땀내 나는 도전기, 그 모든 걸 서서히 하나로 뭉쳐내는 독특한 세계. 

이화정 <씨네21> 기자
귀엽거나 웃기거나 아프거나 사랑스럽거나, 그래서 독보적인
★★★☆
세계 최초의 판소리 복서를 꿈꾸는 병구는 호기롭게 나아가고 싶지만, 과거에 발목 잡히고 미래는 꽉 막혀버린 갑갑하고도 슬픈 상황에 놓여 있다. 고장 난 가전제품과 연체료 고지서가 날아오는 체육관은 그런 병구와 꼭 닮은 공간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바뀔 것을 종용하는 사회.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이 묻어나지만, 영화는 병구의 지금을 슬퍼만 하지 않도록 결심한 듯 경쾌하게 나아간다. 독특한 개그 코드와 판소리 음악의 결합이 주는 신선함. 더불어 병구가 실존하는 듯 복싱 자세부터 그 속내까지, 어눌한 말투까지 체화한 엄태구의 연기가 영화를 사랑스럽고도 아름답게 만든다.

판소리 복서

감독 정혁기

출연 엄태구, 혜리, 김희원

개봉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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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자이언트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빈 디젤, 엘리 마리엔탈

송경원 <씨네21> 기자
세월의 구애를 받지 않는 숨겨진 걸작
★★★★☆
20년이 지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깔끔해진 화면으로 다시 돌아왔다. 냉전시대에 대한 통찰과 신랄한 정치풍자, 소년의 순수한 시선과 뜨거운 모험의 심장을 함께 지닌 애니메이션.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유머와 감성이 묻어나는 작화가 온기를 더한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성장 동화와 낯선 존재와의 교감, 모험담의 종합판인데 진부함과 언제나 통하는 진심은 결국 한 끗 차이다. 다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메시지 끝에 터지는 진한 눈물.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한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증오의 시대를 향한 희망의 온기
★★★★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시대, 강대국 간의 경쟁은 서로를 향한 끝없는 증오로 번진다. 변질된 이성과 과장된 두려움에 대한 비판을 외계에서 온 로봇과 소년의 우정과 모험을 통해 담아냈다. <인크레더블>(2004), <라따뚜이>(2007) 등을 통해 독특한 애니메이션 세계를 구축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데뷔작으로 공감과 이해, 희생과 감사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따뜻하게 담아낸 걸작.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로봇 애니메이션의 걸작
★★★★
아홉 살 소년과 거대 로봇의 우정을 다룬 워너브러더스 애니메이션.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동화 <아이언 맨>을 각색해 브래드 버드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작품이다. 언뜻 어린이 영화처럼 보여도 195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이념에 사로잡힌 미국 정부를 겨냥한 정치 풍자극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공격받는 로봇의 이야기는 혐오와 차별에 관한 우화로도 읽힌다. 철학적 메시지를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의미심장한 대사,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표현해 20년이 지났어도 영혼이 통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영원히 언급될 걸작이다.

아이언 자이언트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엘리 마리엔탈, 빈 디젤, 크리스토퍼 맥도날드

개봉 2000.05.00. / 2019.10.0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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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감독 크리스 버틀러
(목소리) 출연 휴 잭맨, 조 샐다나,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라이카스튜디오의 명성 잇는 모험 애니메이션
★★★☆
<코렐라인: 비밀의 문>(2006) <쿠보와 전설의 악기>(2016) 등 미국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라이카 스튜디오의 신작. 전설의 동물 빅풋을 캐릭터화해서 주목도를 높이고 대륙을 횡단하는 탐험극 구조에 갈고닦은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놓는다. 캐릭터 라이징과 장면 구현이 워낙 뛰어나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고전적인 모험 활극의 유쾌한 재미를 계승하면서 시대성과 재치, 유머를 고르게 살린 통찰력이 놀랍다. 시리즈를 기대해봄직하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감독 크리스 버틀러

출연 휴 잭맨, 조 샐다나,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엠마 톰슨

개봉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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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의 티타임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앗킨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철의 여인들
★★★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 네 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앗킨스, 조안 플로라이트는 연기예술공헌으로 영국 왕실로부터 여성 기사(Dame) 작위를 받은 배우들이다. 로저 미첼 감독은 네 배우를 불러 모으는 대신에 그들이 모임을 갖는 자리를 찾아가 일과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격의 없는 대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네 배우의 회고와 함께 데뷔 시절과 전성기 모습, 대표작들이 자료 화면으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영국 문화 예술을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현답을 들으면서 배우와 비범한 배우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여성 배우를 진정성 있게 다룬 흔치 않은 다큐멘터리다.

여배우들의 티타임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앗킨스, 조안 플로라이트

개봉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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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웃
감독 이상훈
출연 오지호, 오광록, 손다솜

송경원 <씨네21> 기자
착한 것과 어설픈 것은 다르다
★★
평범한 마을에 오지랖 넓은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노숙생활을 하는 남자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사연이 고민 상담소처럼 이어진다. 무난하고 안전한 방식이지만 다소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이 몰입을 방해한다. 각 사연은 물론 캐릭터에 따른 배우들의 연기도 편차가 있어 들쭉날쭉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따뜻하고 착한 영화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아쉽다.

수상한 이웃

감독 이상훈

출연 오지호, 오광록, 손다솜, 성모, 유다미, 안지환, 영민, 강희

개봉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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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용의자
감독 고명성
출연 김상경, 허성태, 박선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방 안에 가둔 시대의 광기
★★★
시인 백두환 살인사건을 둘러싼 스릴러. 처음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연상시키지만, 하나둘씩 비밀이 드러나면서 일제 강점기와 전쟁과 반공 시기를 관통하는 역사가 드러난다. 완벽하게 톤이 조절되진 않았지만 배우들의 앙상블은 훌륭한 편이다. 이야기의 흡인력이 미덕인데, 그 속도감을 위해 초반에 좀 더 가속페달을 밟았으면 좋았을 듯하다.

열두 번째 용의자

감독 고명성

출연 김상경, 허성태, 박선영, 김동영

개봉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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