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분명 영화 상영은 끝났는데
극장 안 관객들이 요지부동 자리를
지키고 앉아 집에
갈 생각을 않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마다 "아, 뭔가 또 있구나" 싶어
은근슬쩍 다시 자리에 앉아 본 경험,
꼭 한번 쯤은 있었을 겁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에
후일담 형식의 짤막한 영상이
또 등장하는 걸 보기 위해서죠.

특히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경우에
그런 영상이 꼭 등장하곤 합니다.

길고 긴 엔딩 크레딧이 끝나길 꾹 참고
기다리면 속편에 등장할
캐릭터, 혹은 줄거리를
간략하게 언급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K-언어로 의역하면 '떡밥'

어떤 영화의 경우에는
에필로그 형태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추가 영상들이
상영되어왔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리고 왜 하필 그것을
'쿠키 영상' 이라고 부르는지도
궁금하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한 번 직접 먹어봤;;;
아니 찾아봤습니다.

쿠키 영상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일단
가장 유명한 쿠키 영상들,
맛보기로 만나보고 가겠습니다.

#쿠키뉴스의 쿠키영상 아님 주의

순위 매기는 걸 참 좋아하는
'와치모조닷컴' 이란 사이트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 속 엔드크레딧 영상 10개를
골라봤는데요.

10. <아이언맨>의 닉 퓨리 등장
9. <캐리비안의 해적>
유령으로 변한 원숭이
8. <엑스맨: 울버린의 탄생>
목 잘린 데드풀 등장
7. <분노의 질주6>
제이슨 스타뎀 속편 출연 언급
6. <더 그레이>의 늑대와의 전쟁 언급
5. <토르: 다크월드>의 악당 컬렉터 등장
4. <엑스맨: 최후의 전쟁>
자비에 교수 등장
3.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테세렉트 등장
2. <새벽의 저주>의 희망 없는 엔딩
1. <어벤져스>의 타나토스 등장

자, 리스트를 보면 기억나시나요?

'쿠키 영상'이란,
이처럼 영화가 다 끝난 다음에
속편 예고, 에필로그, NG,
농담(outtakes, gag reel) 등의
내용이 담긴
추가 영상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post-credits scene'
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보너스신, 엔드크레딧신, 태그, 스팅어,
크레딧 쿠키
다른 이름으로도 부르곤 한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는 그걸 '쿠키 영상'이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죠.
그래서 조금 서치를 해본 결과,

현재까지 남아있는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영화 <와일드 씽>을 소개하면서
엔딩크레딧에 추가된 장면을
'크레딧 쿠키'라고 지칭한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물론 많이 쓰였겠지만
누가 왜 먼저 썼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것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쿠키 영상'이라고
직역해 부르는 것이죠.
해외에서는 이를
'엔드크레딧신'이라고 편의상 지칭합니다.

그런데

<베테랑> 엔딩 크레딧 영상

특정한 이야기가 담겨 있진 않더라도
<베테랑>의 엔딩 크레딧 영상의 경우처럼
실제 배우들의 크레딧 자체를
재치있게 보여주는 영상도
'엔딩크레딧 영상'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쿠키 영상은 뭔가요?

쿠키 영상의 시초는
1903년에 만들어진
단편 <대열차강도>입니다.

영화가 끝났자마자
죽었던 강도 캐릭터가 다시 등장해서는
관객들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이 삽입됐는데
당시 이를 본 관객들에게는
충격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 관객들이 이해하는
쿠키 영상의 개념을 처음 활용한 영화는
1963년작 <007 위기일발> 입니다.

007 위기일발

감독 테렌스 영

출연 숀 코네리

개봉 1963 영국

상세보기

이 영화에서는
엔딩크레딧 이후에
"제임스 본드는 다음편에 돌아온다."
라는 자막이 뜨며 영화가 끝났죠.

바로 속편의 예고가
처음 등장한
나름의 쿠키영상이었던 셈입니다.

그 다음으로
엔딩크레딧 영상이 삽입된 영화는
1979년작 <The Muppet Movie>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엔딩크레딧 영상을
처음으로 영화 전개와는 무관하게
코믹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추가'했죠.

아무래도
최근 관객들에게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속
엔드 크레딧 쿠키 영상들이
가장 익숙하고 또 인상적이겠죠?

마블 영화 엔드크레딧 영상 모음

마블 영화들은
이 쿠키 영상을
코믹함을 전달하기 위한
에필로그 형태의 메이킹 영상보다는

속편의 예고를 부각시키는
이야기가 담긴 영상으로 주로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코믹효과와
속편의 예고효과를 동시에
추구한 쿠키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데드풀> 입니다. 

네가 내 쿠키 영상 안 보고 나갔니?
데드풀

감독 팀 밀러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2016 미국

상세보기

어떤 영상인지는
다들 너무 잘 아실 테니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쿠키영상은 영화의
연장이자 마무리

쿠키 영상을 소개할 때,
한국 관객이라면 꼭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쿠키영상계의 레전드라 부를만한
대표적인 영화죠.

바로
액션스타 '성룡'의 영화들입니다.

차이니즈조디악 '성룡의 버기롤링 영상'

성룡의 영화들에는 언제나
위의 액션 촬영 영상과 같은
메이킹 필름 혹은 NG 영상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마블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최근 엔딩 크레딧 쿠키 영상의
개념을 확장해서
아예 짧은 단편영화로
제작해 시리즈 영화 사이 사이를
메꿔주는 재미 요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사람들은
'마블 원 샷'
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영상들을
시리즈로 제작해 DVD와
블루레이 등에 삽입했죠.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엔딩크레딧 영상은

엔딩크레딧 자체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상과

우리가 흔히 '쿠키 영상'이라고 부르는
속편예고 추가 영상이

사실상 같은 이름과 의미를 지닌
영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를 위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영화의 세계,
씨네플레이와 함께 즐겨주시길~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