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2
감독 요아킴 뢰닝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미셸 파이퍼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옛날 옛적에를 벗어난 현대 동화
★★★
<말레피센트>(2014)가 고전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말레피센트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췄다면, 2편은 말레피센트의 뿌리를 찾아간다. 동화 비틀기를 무난히 완수했던 전편에서 나아가 시대를 읽는 새로운 판타지 동화가 되고자 하는 야심이 엿보인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증오와 혐오의 세상에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 모성에 대한 재해석을 화려한 볼거리에 녹였다. 어린이를 위한 현대 동화로 보기에는 무난하다. 모성애를 장착하고 훨훨 나는 안젤리나 졸리를 제외하고 다른 배우들의 개성이 전형적인 캐릭터에 묻힌 점이나 판타지 영화의 익숙한 장면 전개, 전복적인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결말이 성인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말레피센트 2

감독 요아킴 뢰닝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미셸 파이퍼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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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감독 전계수
출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흔들리고 위태로운 당신에게 내민 손
★★★
성차별, 고용 불안, 노인 빈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비롯해 직장 성희롱, 여성 혐오 등 일상을 옥죄는 모든 부조리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견고한 세상의 질서는 누군가에겐 고단하고 힘겨울 뿐이다. 이런 불안과 고독의 감정을 천우희의 얼굴에 담아 세심하게 펼쳐냈다. 흔들리고 위태롭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해 온 깊은 위로 같은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흔들림과 불안의 형상 
★★☆
감정의 흔들림, 불안이라는 상태를 여러 장치로 연결해간 묘사들이 세밀하고 안정적이다. 특정 사건 대신 주인공의 관계와 그가 겪는 감정들로 서사를 대신하는 시도도 오랜만이라 반갑다. 다만 주인공의 고통이 영화의 심미적 장치로 소비된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그를 둘러싼 명백한 폭력들이 사랑의 일종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동의하긴 어렵다. 천우희라는 좋은 캔버스에는 여러 감정의 진폭이 훌륭하게 펼쳐지지만, 영화는 종종 삐끗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불안과 상처를 탐색해 경로를 찾아나가는 작업
★★★
견고한 빌딩 안에 있지만, 고층은 서영(천우희)을 위협한다. 층이 올라갈 때마다, 아픈 기억과 계약직의 불안한 상황, 비밀 연애가 주는 죄의식 같은 것들이, 그녀의 일상을 미세하게 흔든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간신히 버티고있는 그녀보다, 어쩌면 건물 바깥에 매달려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 관우(정재광) 더 견고해 보인다. <버티고>는 서영에서 시작해, 이 사회의 30, 여성이 처한 ‘대명사’로서의 존재가 가지는 불안과 상처를 탐색하고 경로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멜로는 하나의 방법일 뿐, 그 시선이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오늘도 잘 버텨내셨습니까
★★☆
많은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나 멜로드라마는 작은  하나만으로도 작품 전체 분위기와 공감지수가 크게 갈린다. 그런 점에서 <버티고> 갸웃하게 하는 결들의 수가 조금 많다. 편집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거나 유연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순간이 있고, 음악 선곡과 이미지가 이야기에 착 들러붙지 않아 인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으며, 주인공 감정 변화를 위해 무리수로 쓰인 캐릭터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쉽게 휘발되지 않고 단단히 서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저마다의 이유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을 우리들의 일상을 새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 테다. 그 중심에 버텨내는 여자 천우희가 있다. 조금만 넘치거나 위축됐다면 설득력을 잃었을 주인공의 내면을 보편의 로 잘 다듬어 스크린 너머로 전달한다.

버티고

감독 전계수

출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개봉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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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송경원 <씨네21> 기자
모두의 무관심과 약간의 비겁함에 대한 경고와 반성.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
아베 정권의 사학비리를 파헤치는 기자의 활약을 따라가는 저널리즘 영화. 탐사보도 과정 자체보다는 인간적 고뇌에 주목한다. 집단의 압력과 개인의 양심 사이 고뇌하는 내각정보 조사실 관료 스기하라의 비중이 꽤 크다. 망가진 미디어 환경과 정치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결합했을 때 권력이 어디까지 부패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짜 뉴스, 민간인 사찰, 대안언론 기능을 하는 SNS 등 이웃나라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남 일 같지 않다. 단순한 사회고발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변화를 바라는 종류의 영화. 괜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차분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문제적 영화, 적나라한 현실
★★★☆
오늘날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로서의 저널리즘은 여전히 가능한가. 개인의 불행이라는 담보 앞에서 정의란 모든 경우에 타당하기만 한가. 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하다시피 한 시대에 내부 고발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안전한 마무리 대신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결말 앞에서, 우리 모두는 영화가 던지는 이 모든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에서 날아왔지만 전 세계에 통용 가능한 문제적 영화, 적나라한 현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가짜 뉴스 시대에 당도한
★★☆
일본 가케 학원 스캔들에서 출발한 이 영화의 숨은 주역은 아베 총리다. 그러나 영화에 담긴 가짜 뉴스 유포, 민간인 사찰, 댓글 부대의 여론 조작은 한국에서도 동시 상영되고 있는 문제이기에 옆 나라 구경하듯 바라보게 되지는 않는다. 여러모로 야심이 크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하며, 주제를 향해 내달리는 대담함도 있는 영화다. 다만 그 야심을 실어 나르는 방식이 다소 경직된 인상이다. 다큐가 아닌 극영화라는 포맷을 택한 만큼, 조금 더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설정과 이야기를 쌓을 필요가 있었을 텐데,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분위기에 기대버린다. 여러 가지 사건이 펼쳐지지만, 그것이 잠시 제시되고 들어갈 뿐 각각의 사건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극적인 긴장으로 연결되는 게 미약하다. 이물감 없이 일본 작품에 안착한 심은경의 변신이 반갑다.

신문기자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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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심플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존 게츠, 프란시스 맥도맨드, 댄 헤다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네오느와르의 걸작
★★★★
사립탐정, 팜므파탈, 불륜, 청부살인…. 누아르 장르를 대표하는 클리셰를 추려, 코엔 형제는 그들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결합해 불후의 데뷔작을 만들어낸다. 놀라운 장르 장악력으로 관객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코엔 형제의 솜씨는 이 영화에서 시작한다. 필견.

블러드 심플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존 게츠, 프란시스 맥도맨드, 댄 헤다야, M. 에멧 월쉬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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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즈
감독 톰 하퍼
출연 제시 버클리, 줄리 월터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패기 넘치는 음악 영화
★★★☆
고만고만한 음악 영화가 아니다. 뮤지션의 꿈을 가진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스타 탄생 영화지만 자신만의 목소리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들려준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사는 주인공이 컨트리 스타를 꿈꾼다는 동기 설정이 흥미롭고, 거칠고 철없던 젊은 여성이 엄마와 어린 자녀들의 영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마음을 흔든다. 컨트리의 본질부터 주인공의 심경까지 담아낸 음악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노래와 연기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제시 버클리와 엄마와 조력자라는 역할을 넘어서는 대배우 줄리 월터스의 폭넓은 호흡은 여성 영화의 자리까지 만들어낸다. 예상대로 흘러가나 싶은 순간마다 자기 길을 찾아가는 분별력이 가장 큰 미덕이다. 여성, 음악 영화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작.

와일드 로즈

감독 톰 하퍼

출연 줄리 월터스, 제시 버클리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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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범의 고백
감독 리누스 드 파올리
출연 아담 일드 로웨더, 파울리나 갈라즈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논쟁적 고백
★★☆
은둔자 젊은이가 털어놓는 논쟁적 고백. 감독은 그를 연민하기도 비난하기도 힘든 논쟁적 지점으로 관객을 몰고 간다. 음산하고 차가운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여러 장르를 오가는 감독의 솜씨는 뛰어나지만 몇몇 장면은 끔찍하다.

토막살인범의 고백

감독 리누스 드 파올리

출연 아담 일드 로웨더, 파울리나 갈라즈카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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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위위
감독 박범준
출연 선우선, 심형탁

송경원 <씨네21> 기자
냥집사들을 위한 힐링과 판타지 사이
★★☆
배우 선우선이 동거 중인 열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12일 여행을 떠난다. 딱히 이야기할 것도 없지만 실은 별로 필요 없기도 하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과 고집이 있는 고양이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걸로 대부분의 시간이 알아서 채워진다. 그걸로 족하다면 만족스러운 영화지만 완성도 면에선 모자란 구석이 많다.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기획된 상황극에 가깝다.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시점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교감하고자 하는 태도를 믿고 싶어진다.

오늘도 위위

감독 박범준

출연 선우선, 심형탁

개봉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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