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 쉰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권태로운 표정의 세일즈맨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 분)이 있습니다. 물건을 팔기 위해 장거리 출장을 나서지만 별 소득은 없고 어째 그가 팔겠다고 들고 다니는 물건도 신통찮아 보입니다. 그가 요즘 팔고 있는 건 한 번에 여러 잔의 밀크셰이크를 만들 수 있는 멀티 믹서인데, 식당 주인들의 반응으로 봐선 꼭 필요한 물건 같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손님이 없어서 한가하거나 손님이 많다 싶어도 손님이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거든요.

그러던 차, 그는 손님으로 북적대는 한 식당을 만납니다. 마치 자석처럼 주변 사람들을 모두 끌어당기며 한 대도 팔기 힘들었던 밀크셰이크 믹서를 무려 여섯 대나 주문한 그 집의 이름은 바로 <맥도날드>였죠. <맥도날드>를 본 레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접시와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로 음식을 싸서 먹는다는 것도 획기적인 데다가 30초 안에 음식이 만들어져 나올 수 있게 만든 주방 시스템은 지금까지 그가 본 식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거든요.

레이는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식당의 주인인 맥도날드 형제에게 이 시스템을 프랜차이즈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처음엔 망설이던 맥도날드 형제도 레이의 계속된 설득에 넘어가고 그때부터 새로운 햄버거(정확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햄버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입니다. 햄버거의 기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몽골 음식 ‘타타르 스테이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에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던 몽골 유목민의 한 부족이었던 타타르족은 고기를 익혀 먹을 시간도 없었고 불을 피울 여건도 안됐기 때문에 생고기를 주로 먹었습니다. 그러다 들소 고기를 말안장 아래 넣어뒀는데 달리느라 안장이 움직이면서 고기가 저절로 부드러워진 걸 발견하고 여기에 소금, 후추 등의 간을 해서 먹었다는 거죠. (이 음식은 지금까지 타르타르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 육회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고기뿐만 아니라 농어나 연어 등의 생선을 잘게 다져서 양념해 만들기도 합니다.)

이후 쿠빌라이 칸이 모스크바를 점령하면서 이 요리법은 러시아로 전해졌고, 다시 독일 상인들에 의해 17세기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 전해지게 됩니다. 이들은 고기를 익혀 먹기 시작했고, 지역의 이름을 따서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를 만들었죠. 그리고 이 메뉴는 독일 출신의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에 전해지게 됩니다. 비로소 햄버거(Hamburg+er: 함부르크에서 온 것)가 탄생하는 순간이죠. 햄버거는 몽골에서 시작해 러시아와 독일을 거쳐 발전하고 미국에서 유행하게 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네요. 햄버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는 이라고 불리는 햄버거 빵인데, 이것을 처음 만든 사람이 월터 앤더슨이라는 미국인이에요. 그는 1921년 햄버거 체인점 화이트 캐슬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죠. 이쯤 되면 햄버거를 미국 음식이라고 불러도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네요.

이제 <맥도날드>는 전 세계인 누구나 아는 거대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이 됐습니다. 그 영향력 또한 막강해져서 각국의 통화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의 현지 통화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비교하는 빅맥지수도 등장하게 됐고요. 레이 크록이 그토록 놀라워하고 혁신적이라고 느꼈던 스피디 시스템은 이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동시에 비난을 받기도 하는 시스템이 됐습니다.

조지 리처가 쓴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라는 책을 보면 패스트푸드 시스템의 특성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맥도날드화’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패티의 사이즈와 번을 굽는 정도와 색깔, 피클의 개수와 케첩의 양까지 표준화, 규격화한 시스템이 일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지만, 반복 노동으로 인한 개인의 창의성 고갈과 획일화, 인간의 기계화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거죠. 이 문제점들은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식당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입니다. 레이의 맥도날드 인수 과정은 그저 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니까요.

영화 초반에는 오랜만에 맥도날드 햄버거가 먹고 싶은데...’ 하면서 봤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레이의 행동을 보며 맥도날드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지금의 맥도날드가 있기까지 레이 크록의 역할은 아주 큽니다. 햄버거를 더 맛있게 만들어서 빠르게 제공하고 싶었던 맥도날드 형제에게 그가 다가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맥도날드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는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했을 뿐이고, 그의 추진력으로 인해 맥도날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유쾌하지 않은 이 기분은 뭘까요? 이 기분을 아무래도 햄버거를 먹으며 달래봐야겠습니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천편일률적인 햄버거가 아니라 내가 만든 패티에 좋아하는 채소를 넣어 만드는 나만의 수제 버거로 말이죠.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나라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음식을 정성 들여 만들고 그것을 즐기자는 ‘슬로푸드’가 대세인 요즘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햄버거는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슬로 푸드운동이 일어난 계기 역시 1986년 이탈리아에 미국의 맥도날드가 진출하자 이탈리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대 운동을 벌인 게 발단이었죠.

이제 햄버거는 고열량, 고염도를 지닌 비만의 주범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수제 버거를 판매하는 식당이 늘면서 햄버거도 건강하게 먹자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질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 햄버거라면 특별히 몸에 나쁠 것도 없습니다. 햄버거를 만들 때는 고기로 만든 패티에 토마토, 양파가 기본이지만 여기에 좋아하는 건 뭐든 더 넣어도 좋아요. 나만의 버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수제버거의 매력이니까요.

수제버거

재료
쇠고기(다진 것) 200g, 돼지고기(다진 것) 200g, 우스터소스 1/2 큰 술, 양파 1, 달걀 1, 식빵 1, 우유 50ml, 소금과 후추 약간, 햄버거빵 2, 토마토 1, 양상추, 치즈 2, 우스터소스 2큰술, 토마토케첩 2큰술 
 

만들기
1. 양파는 다진 뒤, 약간 갈색이 나게 볶아서 수분이 날아가도록 완전히 펼쳐서 식힌다.
2. 식빵은 우유에 넣고 충분히 불어나도록 적신다.
3. 볼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담고, 우스터소스, 소금, 후추, 달걀, 1의 양파, 2의 식빵을 모두 넣고 오래 치댄다.
4. 끈기 있게 치댄 뒤 손으로 동글 납작하게 만들어서 잘 달군 프라이팬에 앞뒤로 굽는다.
5. 햄버거빵을 반으로 자른 뒤 양쪽 우스터소스와 토마토케첩을 섞은 소스를 바르고 양상추-치즈-4의 패티- 토마토- 양상추 순으로 올린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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