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규칙을 운운하던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는
<좀비랜드: 더블 탭>으로 돌아왔다.

그는 걱정이 많다. 조심성도 많다. 덕분에 좀비가 창궐했을 때도 자신만의 ‘법칙’을 따라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마침내 10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좀비랜드: 더블 탭>의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가 늘 운운하는 좀비 생존 규칙. 기자처럼 온갖 불행한 상상이 현실이 될까 불안한 관객이라면 그의 생존 규칙은 십계명과도 같았을 터. 이 자리를 빌려 영화 속에 등장한 여러 생존법을 정리해본다.

좀비랜드: 더블 탭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엠마 스톤,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아비게일 브레스린

개봉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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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 혹시나 바다에서 조난당하면 어떡하지ㅠㅠ
A. <캐스트 어웨이>(2000), <라이프 오브 파이>(2012)

<캐스트 어웨이>

문제. 무인도에 떨어졌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 해답을 <캐스트 어웨이>에서 만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큰 무기 ‘두 손’을 써 어떻게든 살아남는 척(톰 행크스). 생존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을 위해 윌슨이란 가상 인물까지 만든다.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은 불 켜는 과정. “그냥 나무 두 개 비비거나 부싯돌 쾅쾅 하면 되지 않아요?” 척도 문명인이니 그 정도 지식은 있다. 그럼에도 쉽게 불이 붙지 않는 것. 결국 열받아서 나무를 던졌는데, 그렇게 금이 간 나무로 하니 불이 붙는다. 그 이유는 바로 불씨와 불의 화력을 높이는 산소가 맞닿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 <캐스트 어웨이>를 봤다면 로빈슨 크루소까진 못해도 불의 마법사는 될 수 있다.

???: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내가 만든 것을 보라!

척은 그나마 섬에까지 닿았지, 파이(수라즈 샤르마)는 호랑이랑 같이 보트에서 살아야 한다. 호랑이랑 같이 조난되는 건 ‘천운’이라 할 만큼 드문 상황이지만 바다에 혼자 남겨지는 건 모를 일이다. 그러니 영화에 나오는 여러 꿀팁들은 꼭 기억해두자. 먼저 바닷물을 그냥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 왜냐, 바닷물은 염분이 많기 때문에 먹으면 탈수 증상이 오기 때문. 물이 이렇게 많은데 마실 수 없다니. 물이 없는 사막과 바닷물만 있는 바다 중 어느 쪽이 더 잔인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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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실생활에도 좋을 꿀팁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계속 움직이되 체력 고갈을 조심하라”. 무엇보다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 표류기의 탈을 쓴 인생 이야기다운 조언이다. 호랑이 리차드파커를 살리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파이의 독백은 나태해서도, 걱정에만 시달려도 안된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오줌 싸며 영역 표시하는 건 배우지 마시길.

별책부록. <올 이즈 로스트>(2013)

캐스트 어웨이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헬렌 헌트

개봉 200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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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개봉 2013.01.01. / 2018.04.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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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나 좀비들한테 쫓기면 어떡하지ㅠㅠ
A. <좀비랜드>(2009),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2003),  「세계대전Z (2006)

규칙 #1 심장 강화 운동

호러 장르에서 가장 대중적인 서브 장르 좀비 영화. 이러면 죽는다, 저러면 죽는다, 호러 영화 특유의 클리셰를 보는 맛이나 이걸 패러디하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에 유독 메타적인 유머가 많다. 이런 메타성을 응집시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좀비랜드>. 주인공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는 안전주의자답게 좀비로 점령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규칙을 정한다. 이번 속편의 부제인 ‘더블 탭’도 2번 규칙 확인 사살”을 의미한다. 한 10개 정도 되려나 싶지만, 33번 규칙까지 나오면 콜럼버스가 안전주의자인지, 그냥 극한의 소심남인지 헷갈린다.

<좀비랜드>의 생존 규칙들

다만 <좀비랜드>가 메타적 요소를 활용한 최초의 작품은 아니다. 이쪽에서 빼놓으면 아쉬운 작품이 소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세계대전Z(영화 <월드워Z>의 원작). 둘 다 맥스 브룩스가 좀비로 뒤덮힌 세계를 상정하고 집필한 소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제목처럼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정리한 가이드북,  세계대전Z는 인류가 좀비를 상대로 전쟁을 한 이후 관련자의 인터뷰를 담은 르포르타주 컨셉이다. 혹시나 언젠가 좀비의 습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면 집에 한 세트 구비해놔도 좋을 듯.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왼쪽)와 <세계대전Z>

별책부록.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월드워Z>(2013)

좀비랜드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스린

개봉 20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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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저자 맥스 브룩스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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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전 Z

저자 맥스 브룩스

출판 황금가지

발매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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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나 추운 곳에서 옷까지 홀딱 젖으면 어떡하지ㅠㅠ
A. <얼라이브>(1993),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아틱>(2017)

<얼라이브>

비단 영화만이 아니다. “등반대가 폭설을 만나 동굴(혹은 펜션)에 들어갔는데…”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조난 이야기는 호러에서 휴먼 드라마까지 모두 아우른다. 그만큼 폭설과 추위에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는 위대할 수도, 섬뜩할 수도 있다. 이 분야 1등 자리는 늘 <얼라이브>가 지키고 있다. 비행기 추락으로 안데스산맥에 고립된 승객들의 이야기, 일명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 사고를 그리고 있다. 이 사건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얼라이브>의 생존 방법이 너무 잔인하다면, 이 영화의 장면도 눈뜨고 못 봤을 것이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을 생매장한 존(톰 하디)에게 복수하려 한다. “이미 죽어봤”다지만 그렇다고 추위가 그를 피해가진 않는다. 살기 위해 그는 죽은 말의 배를 가르고 그 속으로 비운다. 그리고 껴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 알몸으로 그 속에 파고든다. 문제. 휴가 옷을 다 벗은 이유는? 여기서 “알몸은 세상에 처음 나온 태아의 상태로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는 것을 회귀 본능으로 빗대…”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문과거나 평론 좀 읽는 씨네필이고, 대답하지 않지만 ‘당연히 옷이 축축하게 젖었으니까 그렇지, 그런 걸 물어봐’라는 눈빛을 보낸다면 이과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안 벗어도 되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를 받으려고 벗었다는 게 정설 (아님)
현지에선 이런 장난감도 발매했다.

두 영화에서 추위가 언젠가 지나갈 시련이라면, <아틱>은 얘기가 다르다. 북극에 조난당한지 한참 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는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버린다. 하지만 또 추락한 헬기의 운전자(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가 다치자 그는 운전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만의 안식처를 떠나 임시 기지를 찾아나선다. <아틱>의 묘미는 이제 막 조난 당한 사람이 아닌, 조난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인물에 집중하는 것. 북극 생활에 익숙한 오버가드라도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건 당연히 모험이다. 어쩐지 도시에 익숙해져 권태에 빠진 누군가를 보는 듯해 마음이 짠하다. 왠지 한니발, 아니 매즈 미켈슨이라면 할 것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반전이라면 반전.

그남자가 북극에서 살아남는 법

별책부록. <식스 빌로우>(2017), <더 그레이>(2012)

얼라이브

감독 프랭크 마샬

출연 에단 호크, 빈센트 스파노, 조쉬 해밀턴

개봉 199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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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윌 폴터, 도널 글리슨

개봉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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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틱

감독 조 페나

출연 매즈 미켈슨, 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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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막 한복판에 떨어지면 어떡하지ㅠㅠ
A. <웨이 백>(2010)

이런 곳에서 도망쳤는데
이런 곳이 계속되는 영화가 있다?

혹한이 있다면 당연히 폭염도 있어야 하는 법. 폭염 영화는 정글이나 사막 등 설정만 갖다 붙이면 어느  곳이든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웨이백> 같은 영화도 나오곤 한다. <웨이백>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로, 추운 시베리아에서 도망쳐나왔는데 집으로 향하는 길은 사막 한복판과 밀림이 이어진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악조건이 이어지는 셈.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이니 이들의 생존 방법을 유심히 기억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 홀로 사막에>

<웨이 백> 못지 않게 환경이 잔인한 영화라면 <나 홀로 사막에>가 있다. 원래 제목은 더키(Dirkie)인데, 인터내셔널 제목으로 로스트 인 더 데저트로 사용됐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나 홀로 사막에>가 됐다. 사막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주인공이라 ‘나 홀로’라는 발랄한 제목이 붙었으나, 영화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처절하다. 아이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 흰개미를 먹고, 코브라에게 공격을 당해 고통스러워 하는 등 안타까운 장면이 연이어진다. 영화 내용이야 씁쓸한 전개로 가득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화답게 사막에서의 생존에 대한 묘사는 꽤 잘돼있다. 참고로 이 영화에 나오는 부시맨은 <부시맨> 시리즈의 그 배우가 맞다. <나 홀로 사막에>를 연출한 제이미 유이스가 <부시맨> 연출자. 더키를 연기한 와이난드 유이스는 그의 아들이다.

웨이 백

감독 피터 위어

출연 에드 해리스, 짐 스터게스, 시얼샤 로넌, 콜린 파렐

개봉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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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모래의 여자>(1964), <더 캐년>(2009), <127시간>(2011)


Q. 에이, 설마 제가 우주 미아가 될까요?^^;;
A. <마션>(2015) 

지구 최고의 엘리트였던 내가 깨어나보니 농사꾼?

팬들이 부르길 ‘고립 전문가’ 맷 데이먼. 그 정점을 찍은 건 <마션>의 마크 와트니 역. 화성의 모래 폭풍에 휘말린 그는 화성에 혼자 남겨지고, 남은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 지구에서 구조대를 보내줄 때까지 버텨야 한다. NASA 직원답게 프로페셔널한 접근 방법이 포인트. 생명체가 전무한 화성에서 감자로 농사를 지어 생활을 유지하는 과정은 ‘이풍당당’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정제시킬 수 있는 비도 화성엔 없으니 수소와 산소를 태워서 물을 만든다, 이런 접근 방법부터가 남다른 인재임을 보여준다. 뭐, 그래도 <마션>의 가장 꿀팁은 전 세계가 보고 있어도 결코 주눅 들지 말라는 것 아닐까. 생중계 메시지 창에 (삐익-)을 띄우는 마크처럼. 

그래도 아스키 코드를 사용하면서 엘리트임을 인증
물론 이런 일도 있지만.

별책부록. <패신저스>(2017), <그래비티>(2013)

마션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틴 위그, 제시카 차스테인, 맷 데이먼, 케이트 마라, 제프 다니엘스, 세바스찬 스탠

개봉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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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