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해즈 폴른>

어떤 사람들은 재개봉 영화냐고 묻는다. 아니다. 당연히 신작이다. <엔젤 해즈 폴른>은 2013년 <백악관 최후의 날>, 2016년 <런던 해즈 폴른>에서 이어지는 시리즈다. 어쩐지 대박났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없는데, 어느새 3편으로 삼부작을 완성한 기묘한 시리즈. <해즈 폴른> 시리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엔젤 해즈 폴른>을 포함한 삼부작의 비하인들 스토리를 가볍게 다뤄보겠다.


1. 그래도 흥행 시리즈

영화가 3편까지 나온다? 당연히 그 전 영화들이 그만큼 흥행했기 때문이다. <해즈 폴른> 시리즈도 <엔젤 해즈 폴른> 이전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제작비와 흥행성적을 찾아보면 모두 대박급 성적은 아니었으나 본전은 뽑고 다음 편 제작을 해봄직한 성적임은 확실했다. 참고로 할리우드 영화는 제작비의 두 배를 벌어야 제작비를 회수한 본전이고, 그 이후 성적이 진짜 수익이라 할 수 있다.

<백악관 최후의 날>

먼저 1편 <백악관 최후의 날>. 2013년 제작한 시리즈의 1편은 약 7천만 달러를 들여 제작했다.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가 주연으로 출연했고, 북미 개봉 첫 주 <크루즈 패밀리>에 밀려 2위에 안착했다. 끝까지 1위 탈환에는 실패하지만 장기간 10위권에서 머물렀다. 최종 월드 와이드 성적은 약 1억 7천만 달러. 대충 본전은 뽑았다 정도라 할 수 있다.

<런던 해즈 폴른>

1편의 제작비에서 조금 삭감한 6천만 달러로 제작한 2편 <런던 해즈 폴른>. 역시 북미 개봉 당시 2위로 출발선에 섰다. 1편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에 밀렸는데, 2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벽에 막혔으니 참 기묘한 운명. 그러나 전작처럼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고, 월드 와이드 성적 2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리즈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제작비는 낮아졌으나 수익은 늘었으니 가성비는 더 좋았던 셈.

<엔젤 해즈 폴른>

이번 3편 <엔젤 해즈 폴른>은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제작비는 4천만 달러. 그리고 아론 에크하트가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그러나 대진운은 더없이 좋았다. 1위를 지키고 있는 <굿 보이즈>를 밀어내고 시리즈 최초 1위로 박스오피스에 데뷔. 개봉 2주차까지 1위를 유지하며 <해즈 폴른> ‘숨덕’들의 존재를 느끼기 충분했다. 해외 상영을 진행 중인 현재 월드 와이즈 기록은 1억 3천만 달러. 객관적 수치로는 미묘하지만 낮아진 제작비에 비하면 오히려 대박에 가깝다.


2. 제목은 왜 이렇게 됐을까

<해즈 폴른> 삼부작 한국 포스터

이쯤에서 하나 궁금한 게 생겼을 수 있다. 왜 1편의 한국 개봉명만 <백악관 최후의 날>일까. 2편은 왜 <런던 최후의 날>이 아닐까. 여기엔 웃지못할 일화가 숨어있으니, 일부러 속편임을 감추려는 마케팅 때문. <백악관 최후의 날>은 한국에서 18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관심이 쏠린 탓도 있고, 3주 후에 개봉한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소재가 겹쳤던 탓도 있다. 

그래서 2편이 개봉할 때, 홍보사에선 이 영화가 <백악관 최후의 날> 속편이란 걸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관객들이 ‘속편이니까 전편을 봐야할 하지 않을까’ 같은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책이었다. 그래서 원제를 그대로 사용한 <런던 해즈 폴른>을 선택한 것. 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런던 해즈 폴른>은 한국 관객 73만 명을 기록하며 시리즈의 명운을 뒤바꿨다.


3. 삼부작에 대한 비하인드

<해즈 폴른> 시리즈는 각 영화마다 전편과 미묘하게 이어지는 요소가 있다. 앨런 트럼불(모건 프리먼)의 지위 상승이 대표적.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그는 하원의장으로 등장하는데, 2편 <런던 해즈 폴른>에선 부통령 자리를 위임받는다. 그리고 이번 <엔젤 해즈 폴른>은 트럼불이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시작한다. <딥 임팩트>와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이후 모건 프리먼의 세 번째 대통령 연기. 

<백악관 최후의 날> 모건 하원의장
<런던 해즈 폴른> 모건 부통령
<엔젤 해즈 폴른> 모건 대통령

모건 프리먼은 이전부터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었음을 시인했다. <해즈 폴른> 시리즈에 대해서도 돈 때문에 찍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엔젤 해즈 폴른>을 두고 “3편이라 1편보다 돈을 더 줬다” 언급할 정도. 하지만 “성공적인 시리즈”,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일하고 있으니 완벽하다”고 언급하며 촬영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벤자민 아서 역으로 출연한 아론 에크하트는 2편에서 하차했다.

아론 에크하트가 <엔젤 해즈 폴른>에 출연하지 않으면서 제라드 버틀러와 모건 프리먼만 시리즈 개근 배우가 됐다. <해즈 폴른> 시리즈는 사실 주연 배우는 그대로인데, 매 편 감독과 배급사가 바뀐 독특한 케이스. 


<엔젤 해즈 폴른>

<엔젤 해즈 폴른>은 어쩌면 제라드 버틀러와 모건 프리먼 콤비의 마지막 <해즈 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라드 버틀러는 <엔젤 해즈 폴른>이 더 어둡고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고 설명하며 <해즈 폴른>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엔젤 해즈 폴른>을 <로건>에 비교하기도 했다고.

1편 <백악관 최후의 날>은 전직 특수요원들을 상대로 “만일 자신이 백악관을 공격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고 인터뷰한 내용을 참고했다. 이 영화 공개 이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실제로 악화됐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북한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누구도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어서 북한이 흥미로웠다고.


린 제이콥스 역으로 출연한 안젤라 바셋

안젤라 바셋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린 제이콥스 역을 맡았다. 출연 이유는 단 하나. 모건 프리먼과 함께 연기하고 싶어서. 반면 원래 시나리오에선 이 배역이 남자였지만, 안톤 후쿠아 감독이 안젤라 바셋을 만나고 여자로 바꾸었다.


릭 윤

한국계 배우 릭 윤은 <007 어나더 데이>에 이어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도 북한 테러리스트를 맡았다. 정작 그 자신은 워싱턴 D.C. 출신이라고.


<런던 해즈 폴른>은 스케줄 문제로 모건 프리먼과 제라드 버틀러가 함께 촬영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백악관 복도 장면도 실제 배우가 아니라 대역을 세워서 찍은 장면.

<런던 해즈 폴른>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헬기로 가!”(Get to the chopper), “여기 있어, 돌아올게(Stay Here, I'll Be Back)”이란 대사로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오마주했다. 각각 <프레데터>와 <터미네이터 2>에서 그가 한 유명한 대사다. 


<엔젤 해즈 폴른>

<엔젤 해즈 폴른>은 원래 더 빨리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제라드 버틀러가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입으면서 제작이 지연됐다.

엔젤 해즈 폴른

감독 릭 로먼 워

출연 모건 프리먼, 제라드 버틀러

개봉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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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해즈 폴른

감독 바박 나자피

출연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

개봉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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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후의 날

감독 안톤 후쿠아

출연 제라드 버틀러, 멜리사 레오, 아론 에크하트, 라다 미첼, 모건 프리먼, 릭윤

개봉 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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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