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속도와 재미, 어느 것도 빈틈이 없다
★★★★
속도가 주는 쾌감, 서사의 완급이 주는 재미. 완벽한 카레이싱처럼 러닝타임 내내 빈틈이란 없다. 내면은 물론이고 겉모습까지 완벽하게 제 몸에 입혀야만 하는 크리스찬 베일과 언제나 믿음직한 맷 데이먼의 호연이 강렬하다. 포드주의라는 자본의 효용에 맞선 땀내 나는 순수와 열정이 시대의 낭만처럼 흐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빠르고, 거침없고, 무엇보다 재밌다
★★★★
전통의 룰에 반하는 새로운 무언가의 등장은 서부극의 테마 중 하나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현재 다양한 장르적 시도 안에서 이를 가장 잘 변주해내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레이싱 경주 자체가 중요하지만, 실은 자신의 전부를 걸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알다시피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은 거의 이 분야의 장인 같은 배우들이다. 빠르고, 거침없고, 매끈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다. 사전에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거뜬히 충족해내는 영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7000RPM으로 달려오는 실화
★★★★
페라리를 이겨야 하는 미션을 포드로부터 받아든 대신 자신들만의 레이스를 벌여보고자 한 셸비(맷 데이먼)와 마일스(크리스천 베일). 이들은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향한다. 스포츠카의 명가 페라리를 이기는 동시에 보수적인 포드 임원들의 협잡과 파워게임까지 뚫고 가야 하는 코스는 험난하지만 보는 이를 들끓게 만든다. 영화는 당장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고 싶게 만드는 사운드에 완벽을 추구하는 전문가들의 집념을 엔진으로 달았다. 집착 혹은 광기, 그것이 무엇이든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장인들만이 가닿는 경지는 심장을 7000RPM으로 요동치게 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탑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건드릴 수 있는 유혹이 널려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포드와 페라리의 드라마틱한 경쟁을 다루기보다, 카레이싱에 참여한 두 남자가 대기업 시스템 내 복잡한 역학관계 안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지에 감독의 관심이 기울어져 있다. 그러니까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믿는 자본주의자들과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고 믿는 두 남자의 대결이자, 직장이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미생’들의 이야기다. 제임스 맨골드라는 역량 있는 드라이버가, 중량감 넘치는 배우들을 연료로, 클래식한 드라마와 엔터적인 볼거리의 조화를 이뤄내며 박진감 넘치게 달린다. 152분이라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길어서 지루하다는 쪽보다, ‘체감 시간이 짧아서 놀랍다 쪽에 가깝다. 탑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포드 V 페라리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맷 데이먼

개봉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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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은 그녀
감독 허인무
출연 나문희, 김수안

송경원 <씨네21> 기자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눈물
★★☆
서로의 짐이 되었다가 끝내 버팀목으로 바뀌는 관계의 이름, 바로 가족이다. 부산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한 가족드라마. 유유자적 노년을 즐기던 말순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친손녀 공주와 진주를 돌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주가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이는데 심지어 말순에게 치매 증상까지 시작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신파로 돌진하는데 그게 또 먹힌다. 다소 진부한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나문희, 김수안 두 배우의 진솔한 연기의 힘이다.

감쪽같은 그녀

감독 허인무

출연 나문희, 김수안

개봉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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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크리스마스
감독 폴 페이그
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헨리 골딩

송경원 <씨네21> 기자
때 되면 생각나는 돌림노래처럼
★★☆
가수를 꿈꾸며 집에서 탈출한 케이트는 어느 날 자원봉사를 하던 톰을 만난다.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전형적인 로맨스물. 삶에 지친 케이트가 주변의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성실하게 그려나간다. 익숙해서 더 납득이 가는 이야기. 서두르지 않고 검증된 길을 가는 안정적인 연출. 에밀리아 클라크와 헨리 골딩의 호흡은 상상 이상으로 좋다. 무엇이든 허락되는 크리스마스이기에 가능한 시즌 한정 특별 메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시의적절한 크리스마스 영화
★★★
<러브 액츄얼리>(2003)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하지만 지금 시기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영화다. 무조건적인 낭만과 판타지를 추구하기보다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와 캐릭터 구성으로 크리스마스 영화의 외연을 넓힌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젊은 여성이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로맨스 공식에 녹이면서 이민자, 성적 소수자,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편견 없이 평등한 시선에서 다룬다. 제목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명곡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를 비롯해 조지 마이클의 노래들로 채운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와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한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송경원 <씨네21> 기자
소소하고 소박하며 여전히 따뜻한 가운데, 문득 본질에 가닿는 손길
★★★☆
파비안느는 배우이자 엄마다. 항상 배우로서의 자신을 우선시하는 엄마와 이기적인 엄마가 못내 섭섭한 딸 사이에 크고 작은 불화가 쌓여간다. 가족의 의미와 범주를 탐문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번째 외국어 영화. 깊숙이 파고들기보다는 약간의 거리두기를 한 채 예술과 가족, 요약하면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낸다. 관계의 본질, 경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거리도 자연스레 좁혀지지만 상황 자체가 다소 양식적인 면도 없지 않다. 소박한 가운데 의외로 경쾌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족부터 예술까지. 세상 모든 관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질문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오해와 진실 사이, 숨겨진 진심
★★★☆
가장 친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오해로 쌓인 서운함이 해소되지 못하고 균열을 벌리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균열의 틈새를 메우며 진심이 진실이란 제 모양을 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은 예나 다름없이 날카롭다. 예술가의 고독과 예민함을 제 것으로 온전하게 품은 까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도 영화를 빛나게 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연기라는 진심, 삶이라는 거짓
★★★
진심과 진실은 구별된다. 배우라는 직업군의 아이러니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캐릭터의 진심을 꾀하되, 그 자신의 모습이 진실에서 멀어질수록 매혹적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이는 인생의 속성과도 일부 닮아있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인생이라는 아이러니를 탐험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로운 인장 같은 작품. 감독이 전혀 다른 문화권의 배우들과 함께 하며 발생하는 낯선 긴장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것이 영화에 아주 긍정적인 효과만을 낸 것 같지는 않다. 까뜨린느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의 저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게 작품을 감싼다. 감독의 개성보다 배우의 개성이 먼저 두드러지는, 흔치 않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묵은 감정의 화해라는 해법이 도출되기까지
★★★☆
프로페셔널한 배우 파비안느는 자신의 탤런트를 물려받지 못한  뤼미르가 성에 차지 않는다엄마인 파비안느는 그래도 자신의 딸을 애정하지만 표현엔 서툴렀다엄마의 후광으로 정이 고픈 딸은 그런 엄마가 야속하다한편으로 엄마와 달리 배우 자질이 없다는  알고 일찌감치  길에서 멀어진 후배로서의 입장에서 볼 때 엄마는 욕심 많은 배우이자피하고 싶은 존재다파비안느의 자서전을 매개로 다시 만난 모녀의 신경전은 그래서 마치 복잡한 함수를 푸는  미묘하기만 하다풀리지 않는 시험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동안주변 인물들이 문제를  꼬기도정답에 다가갈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묵은 감정의 화해라는 답이 도출되기까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조심스럽고 어렵지만  답을 찾아가는 어려움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까뜨린느 드뇌브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의 연기가 마치 매직같이 펼쳐지는데프랑스와 할리우드 배우가 프랑스에서 불어와 영어로 연기를 하는데 마치 다다미방에 앉아 일본어로 감정을 토로하는  같은 기시감이 든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린 배우 연기 지도의 탁월함은 역시 여전하며그가  영화로 건네는 인생의 생각 지점은 두고두고 곱씹게  것 같다. 그렇게 고레에다의 인장 같은 영화가  한편 만들어졌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까뜨린느 드뇌브!
★★★☆
가족이란 그물망에 전착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관심사는 국경과 언어를 가리지 않는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 진실 거짓(을 연기하는 진실)’에 걸쳐진 배우의 삶이라는 배우론 관련 주제가 더해지면서 여러모로 그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을 안긴다. 배우들의 능력을 최적으로 끌어내는데 재능이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카트리니 드뇌브가 쌓아놓은 배우로서의 관록을 영화 속 영화라는 설정까지 동원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고레에다 영화는 늘 고레에다의 영화였는데, 이번 작품은 고레에다보다 드뇌브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그의 세계가 확장된 것과는 별개로 깊이감에서의 활력은 기존 작품에 비해 다소 흐릿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개봉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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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송경원 <씨네21> 기자
고전 추리물의 완벽에 가까운 복원.
★★★☆
라이언 존슨 감독이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촘촘한 플롯을 충실히 이어받았다. 85세 생일에 자살한 추리소설의 대가가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저택에 갇힌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고딕 풍의 고풍스러운 무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탐정, 정교하게 안배된 트릭까지 흠결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매끄럽다. 영리한 각본과 섬세한 연출, 심지어 눈이 즐거운 미장센마저 미스터리 추리 영화의 모범답안 같다. 거기에 현시점의 사회문제도 은근히 풍자하는 센스도 갖췄다. 마음을 흔드는 캐릭터들의 사연은 화룡점정.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추리소설의 ‘뉴타입’
★★★☆
이 영화의 가장 큰 놀라움은 일단, 원작 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 다락방에서 먼지 쌓인 미스터리 소설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가공해 관객과의 즐거운 두뇌싸움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황홀하다. 시대 배경을 굳이 과거로 옮기지 않고, 역으로 2020년을 앞둔 현재 그대로의 상황을 제시해 발생하는 재미를 활용했다. 작게는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사회, 광의적으로는 ‘누리고 있던 당연한 특권을 위협받을 때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들을 과감하게 전복하는 캐스팅도 재미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허를 찌르는 추리극
★★★☆
정통 추리극의 묘를 살리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설계 방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전반부는 유명 미스터리 작가의 죽음,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용의 선상에 오른 부유층 가족들, 명탐정의 등장까지 추리극의 기본 구성을 다지는데 주력한다후반부는 사건의 이면을 들추면서 라이언 존슨 감독의 해박한 추리 지식과 날 선 현실 풍자가 합을 맞춘 연출력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캐릭터를 누르는 우를 범하지 않고 알맞게 조율된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중에서 사건의 중심에 놓인 간병인을 연기한 아나 디 아르마스의 연기가 가장 흥미롭다.

나이브스 아웃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 제이미 리 커티스, 토니 콜렛, 마이클 섀넌, 돈 존슨, 키스 스탠필드, 캐서린 랭포드, 제이든 마텔, 크리스토퍼 플러머

개봉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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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감독 강유가람
출연 삼숙, 니키, 영화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태원원래의 지형도로 손목 잡아끌고 가는 영화
★★★
이태원에서 우리가   있는 가봤던 곳의 장막을 한 겹 뚫고 들어가 이태원의 원래의 지형으로 손잡고 끌고 들어 주는 영화. 30 터줏대감 삼숙나키영화라는  여성의거칠고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애환이 깃든 대사 하나하나가 그 길잡이가 되어 둔다삶이  역사이자파워풀한 울림이 되는 여성서사라는 점에서 <마담 B> 주인공이 연상되는 여성들과의 흥미진진한 만남눈길을 떼기 힘든 흡입력!

이태원

감독 강유가람

출연 삼숙, 나키, 영화

개봉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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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감독 신양중
출연 김인권, 이나라, 서태화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이런 성인물이 아직 통하겠습니까?

10년 차 부부가 겪는 일탈과 유혹을 그린 성인 코미디. 은행원, 큐레이터 직업을 가진 두 주인공을 내세워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블랙 코미디를 꾀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불륜 묘사에 치중할 뿐 상황 설정이나 인물의 행동과 동기에 대해선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촬영, 음악, 분장은 극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인권, 이나라, 서태화 등 역량 있는 배우들이라 해도 막무가내식 성인 영화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감독 신양중

출연 김인권, 서태화, 이나라

개봉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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