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소소하고 소박하며 여전히 따뜻한 가운데, 문득 본질에 가닿는 손길
★★★☆
파비안느는 배우이자 엄마다. 항상 배우로서의 자신을 우선시하는 엄마와 이기적인 엄마가 못내 섭섭한 딸 사이에 크고 작은 불화가 쌓여간다. 가족의 의미와 범주를 탐문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번째 외국어 영화. 깊숙이 파고들기보다는 약간의 거리두기를 한 채 예술과 가족, 요약하면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낸다. 관계의 본질, 경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거리도 자연스레 좁혀지지만 상황 자체가 다소 양식적인 면도 없지 않다. 소박한 가운데 의외로 경쾌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족부터 예술까지. 세상 모든 관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질문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오해와 진실 사이, 숨겨진 진심
★★★☆
가장 친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오해로 쌓인 서운함이 해소되지 못하고 균열을 벌리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균열의 틈새를 메우며 진심이 진실이란 제 모양을 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은 예나 다름없이 날카롭다. 예술가의 고독과 예민함을 제 것으로 온전하게 품은 까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도 영화를 빛나게 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연기라는 진심, 삶이라는 거짓
★★★
진심과 진실은 구별된다. 배우라는 직업군의 아이러니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캐릭터의 진심을 꾀하되, 그 자신의 모습이 진실에서 멀어질수록 매혹적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이는 인생의 속성과도 일부 닮아있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인생이라는 아이러니를 탐험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로운 인장 같은 작품. 감독이 전혀 다른 문화권의 배우들과 함께 하며 발생하는 낯선 긴장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것이 영화에 아주 긍정적인 효과만을 낸 것 같지는 않다. 까뜨린느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의 저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게 작품을 감싼다. 감독의 개성보다 배우의 개성이 먼저 두드러지는, 흔치 않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묵은 감정의 화해라는 해법이 도출되기까지
★★★☆
프로페셔널한 배우 파비안느는 자신의 탤런트를 물려받지 못한 딸 뤼미르가 성에 차지 않는다. 엄마인 파비안느는 그래도 자신의 딸을 애정하지만 표현엔 서툴렀다. 엄마의 후광으로 정이 고픈 딸은 그런 엄마가 야속하다. 한편으로 엄마와 달리 배우 자질이 없다는 걸 알고 일찌감치 그 길에서 멀어진 후배로서의 입장에서 볼 때 엄마는 욕심 많은 배우이자, 피하고 싶은 존재다. 파비안느의 자서전을 매개로 다시 만난 모녀의 신경전은 그래서 마치 복잡한 함수를 푸는 듯 미묘하기만 하다. 풀리지 않는 시험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동안, 주변 인물들이 문제를 더 꼬기도, 정답에 다가갈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묵은 감정의 화해라는 답이 도출되기까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꽤 조심스럽고 어렵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어려움이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의 연기가 마치 매직같이 펼쳐지는데, 프랑스와 할리우드 배우가 프랑스에서 불어와 영어로 연기를 하는데 마치 다다미방에 앉아 일본어로 감정을 토로하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린 배우 연기 지도의 탁월함은 역시 여전하며, 그가 이 영화로 건네는 인생의 생각 지점은 두고두고 곱씹게 될 것 같다. 그렇게 고레에다의 인장 같은 영화가 또 한편 만들어졌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오, 까뜨린느 드뇌브!
★★★☆
가족이란 그물망에 전착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관심사는 국경과 언어를 가리지 않는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 ‘진실’과 ‘거짓(을 연기하는 진실)’에 걸쳐진 배우의 삶이라는 ‘배우론’ 관련 주제가 더해지면서 여러모로 그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을 안긴다. 배우들의 능력을 최적으로 끌어내는데 재능이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카트리니 드뇌브가 쌓아놓은 배우로서의 관록을 영화 속 영화라는 설정까지 동원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고레에다 영화는 늘 고레에다의 영화였는데, 이번 작품은 고레에다보다 드뇌브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그의 세계가 확장된 것과는 별개로 깊이감에서의 활력은 기존 작품에 비해 다소 흐릿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