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해보는 기획. 올 한 해 영화계 이슈들을 돌아봤다. 1월부터 12월까지 어떤 영화들이 2019년을 달궜는지 살펴보자.


1월
<극한직업>으로 증명된 치킨의 민족

<극한직업>

올해의 첫 천만영화 <극한직업>. 연초부터 한국영화 성적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로 관객들을 빵빵 터뜨리며 입소문을 탄 영화. 배우들의 노련한 코믹 연기 못지않게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마형사(진선규)의 손에서 탄생한 왕갈비 통닭 비주얼. 치킨 CF를 연상케하는 장면들은 영화관 밖을 나서는 관객들을 치킨집으로 인도했다. 영화의 배경이 됐으며 실제 영화 속 메뉴를 판매 중인 수원의 통닭집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인은 역시 치킨의 민족이다.


2월
라미 말렉, 에오~로 오스카 남우주연상까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한 라미 말렉

2018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은 영화 흥행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알던 배우였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슈퍼스타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을 지켜보며 혹시, 설마 싶었다. 결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라미 말렉. 그는 시상식에서 루시 보인턴과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편의 영화로 커리어와 사랑. 두 가지를 다 잡았으니 그에게 2018년과 2019년은 최고의 해이지 않았을까 싶다.


3월
<캡틴 마블> 페미니즘과 엄복동

<캡틴마블>
<자전차왕 엄복동>

넷상의 여론이 이슈로 떠오르던 3월이었다. 여성 마블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이 개봉했다. 마블 팬들의 오랜 기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나오기 직전 개봉한 영화라 팬들의 기대감도 걱정도 컸던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보다 주연을 맡은 브리 라슨에 대한 비난 의견이 거셌다. <캡틴 마블> 관련 글엔 양극단으로 나뉜 댓글 싸움의 장이 열렸다. 한편 적은 관객 수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영화 같았던 <자전차왕 엄복동>이 ‘드립’으로 남았다. 영화의 최종 누적 관객수 172,212명을 1UBD(1엄복동)으로 환산해 단위로 만들어 다른 영화의 관객수나 어떤 영상의 조회수를 환산해 표현하는 드립이 유행했다.


4월
3000만큼 사랑해에 응답한 1300만 관객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도 전에 예매율로 이미 박스오피스를 터뜨려버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전 사전 예매로 이미 200만 관객수를 돌파하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개봉 초기엔 영화표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전편에서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엔딩 때문에 개봉하기 전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10여 년간 쌓아온 마블 히어로들의 서사를 정리하는 영화로 아이언맨의 마지막 순간까지 담겨 마블 팬들에게 찡한 장면들이 많았다. 그의 “3000만큼 사랑해라는 말에 1300만 명의 관객들이 응답했다.


5월
한국영화 사상 첫 황금종려상 수상 

칸 영화제황금종려상 수상한 봉준호 감독

봉준호가 해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5월 25일 한국영화, 한국 감독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날은 한국영화계 올해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봉준호 감독의 깜짝 수상 소식에 국내 관객들은 <기생충>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천만 관객을 이끌어내는 데 그 공을 톡톡히 했다.


6, 7월
장기 흥행 끝에 천만 이끈 <기생충>과 <알라딘>

<기생충>
<알라딘>

올해에는 천만 영화 두 편이 같은 시기 박스오피스에 오르던 순간도 있었다. <기생충>과 <알라딘>. 많은 관객수 못지않게 영화의 여러 요소들이 이슈가 됐다. <기생충>의 대사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등 인상적인 대사들은 유행어가 됐고 조여정,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의 배우들이 재조명됐다. 1020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은 <알라딘> 열풍도 흥미로웠다. 그들은 4DX, 싱어롱, 코스프레 등의 방식으로 영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에 커버 영상과 각종 관련 콘텐츠 등을 만들며 즐겼다.    


8월
시네필들의 1PICK, <벌새>

<벌새>

<기생충> 못지않게 해외영화제를 순례하며 트로피 수십 개를 수집한 독립영화 <벌새>. 신인 감독이 만든, 신인 배우들로 구성된 영화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다.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통해 14만 관객을 동원했다. N차 관람을 하며 영화를 즐기는 벌새단이라는 팬덤도 생겼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영화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장기상영에 힘을 보탰다.  


9월
곽철용 드립으로 재조명된 <타짜>

<타짜>

묻고 더블로 가! 뜬금없이 13년 전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김윤석, 조승우, 김혜수 등에 가려 비교적 조명되지 않았던 김응수의 곽철용 캐릭터가 10년이 지나 재평가됐다. 곽철용 등장 장면만 재편집한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그의 영화 속 대사와 장면들은 네티즌들의 ‘짤’로 재생산돼 무척이나 시의적절하게 사용됐다. 김응수는 13년 전 캐릭터로 수많은 인터뷰, 광고 러브콜을 받았다.


10월
영화로 다시 한번 뜨거워진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82년생 김지영>. 정유미와 공유가 캐스팅을 확정 지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갔다. 3년 전 출간된 원작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3년 후 영화화된 <82년생 김지영>은 360만 관객수를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비난받던 3년 전과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믿는다). 영화의 소재에 대해 무작정 거부감을 갖던 관객들도 영화에 공감을 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1월
<겨울왕국 2> 겨울까지 흥행할 줄 알고 가을에 개봉했나

<겨울왕국 2>

가을의 막바지 11월. <겨울왕국 2>가 개봉했다. 제목에 비해 조금 일찍 찾아왔나 싶었다. 괜한 우려였다. 지금까지 <겨울왕국> 열풍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1편만큼 흥행할까 싶었지만 1편을 뛰어넘는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알라딘>을 넘고 2019년 국내 관객 동원 3위에 올랐다.


12월
엣헴엣헴 신이나~ 펭수

펭수

올해를 강타한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펭수일 터. 슈퍼스타 펭수는 이제 EBS를 넘어 영화 홍보계에도 진출했다. 영화계가 펭수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은 셈. 연말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한국영화 두 편이 펭수와 콜라보레이션 했다. 펭수는 네이버 V무비에서 <백두산> 배우들과 함께 출연했으며 <천문: 하늘에 묻다>의 허진호 감독을 만나 오디션 보는 컨셉의 컨텐츠를 촬영했다. 최근엔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도 콜라보를 확정지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