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하늘에 묻는다
감독 허진호
출연 최민식, 한석규

송경원 <씨네21> 기자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
세종과 장영실 사이 우리가 몰랐던 끈끈한 관계가 있었다는 상상으로 출발한 영화. 세종실록에 실린 한 줄 기록을 기둥 삼아 인물의 관계라는 벽을 세우고, 애틋함이라는 지붕을 올린다. 사실상 멜로드라마라고 해도 좋을 이 진득한 이야기에 현실감을 제공하는 건 결국 대부분 배우의 몫이다. 세종과 장영실이란 캐릭터보다 배우 한석규와 최민식의 존재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흥미로운 결과물. 여전히 기획영화의 관습 안에 갇혀 있지만 종종 허진호의 호흡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꽤 있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절실하고 애틋하나 넘침 없이 담백하다
★★★☆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만들어 낸 조선 과학의 업적보다는 제도와 신분의 차이를 넘어 펼치는 두 사람의 깊은 우정에 집중한다. 역사에 남은 한 토막의 사실을 기반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쌓았지만, 멜로의 장인이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세심한 시선은 차분하면서도 조용하게 세종과 장영실의 감정을 담아내며 몰입을 돕는다. 눈빛 하나 목소리 하나도 허투루 내는 법 없이 오직 연기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진동시키는 최민식과 한석규는 격이 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을 묻는다
★★★
재능을 알아보고 마음을 읽는 것이 사랑의 한 모습이라면, 이 영화가 품은 진한 멜로의 기운은 의외로 타당하다. 궁금했던 만큼 장영실이 발명한 기술들을 조명하는 방식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소환되는 과학자 장영실의 면모보다, 선조 태종이 남긴 그늘에 괴로워하면서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를 놓지 않으려 했던 세종의 고뇌가 보다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꼈던 두 천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품격이 작품의 완성도를 견인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궁중의 봄날은 간다
★★★☆
예상대로 최민식-한석규 두 배우의 연기 배틀/시너지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신구의 묵직한 내공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천문>이 품은 가장 큰 놀라움은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다. 그것은 허진호의 인장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깊고 넓고 애잔한 동시에 서늘하게 그려냈던 허진호 감독은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마저)도 로맨스의 결로 풀어냈다. <천문>을 보며 아아, 사랑이야를 읊조리게 될 줄이야. 궁중의 봄날은 간다’ ‘조선의 크리스마스’, ‘세종-장영실의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역사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확장해 낸 상상력이 흥미롭고, 그 위에 두 위인의 업적을 놓치지 않고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종종 드러나는 웃음에 대한 강박, 세종대왕-장영실 감정선에 치중하느라 후반부 이야기의 섬세함이 깎이면서 결말의 인상이 흐릿한 점은 아쉽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감독 허진호

출연 최민식, 한석규

개봉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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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감독 톰 후퍼
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이드리스 엘바

송경원 <씨네21> 기자
생각보다 낯설고 의외로 금방 익숙해지는 받아쓰기
★★☆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캣츠>영화화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고양이의 매력을 표현한 만큼 독특한 율동과 다채로운 현대무용, 유명한 사운드트랙이 중심이 된다. 예고편부터 구설에 올랐던 어색한 CG와 의인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는 의외로 그렇게 깊지 않다. 낯설게 다가오긴 하지만 의외로 금방 익숙해진다. 문제는 지나치게 고지식한 방식으로 뮤지컬을 고스란히 옮기고자 애쓴다는 점.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그 언저리에서 어정쩡하게 헤맨다. 그럼에도 갖가지 구설에 올랐던 것에 비해 그럭저럭 볼 만하다. 1981년 뮤지컬 초연 쏟아졌던 혹평처럼 이미 <캣츠>를 향한 평가들은 유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점을 기억하시라.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극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아스트랄하다
★★
 아스트랄 고양이들을 당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동종업계 선배 장화 신은 고양이가 겁나 놀랠만한 비주얼이다. 대사의 대부분이 노래로 전달되는 송스루(Song-Through) 방식의 뮤지컬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이를 실어 나르는 캐릭터의 매력이 생명인데, CG로 구현된 비주얼이 기괴하면서 우스꽝스러운 탓에 좀처럼 마음을 주기 어렵다. 지컬이 결코 할 수 없는 클로즈업(세부묘사)’ 과다 사용한 것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카메라가 고양이들의 눈빛과 제스처에 다가갈수록 감정 이입이 되는 게 아니라, 흠칫하게 되는 역효과가 더 고약한 건 맹맹한 서사다. 기승전결의 확실한 스토리라인이 없는 것은 뮤지컬에서도 호오가 나뉘는 부분인데, 이를 너무 안이하게 각색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서 발단만 연신 구간 반복하는 느낌이다.

캣츠

감독 톰 후퍼

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이드리스 엘바, 주디 덴치, 이안 맥켈런, 제이슨 데룰로, 제임스 코든, 레이 윈스턴, 레벨 윌슨,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개봉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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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
감독 줄리안 슈나벨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가 본 것
★★★☆
빈센트 미넬리의 <열정의 랩소디>(1956), 모리스 피알라의 <반 고흐>(1991), 구로사와 아키라의 <>(1990) 중 한 에피소드 그리고 최근 <러빙 빈센트>(2017)까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적잖은 영화들이 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의 공기를 가장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은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고흐, 영혼의 문에서>일 것이다. 고흐의 시점 숏을 수시로 구사하는 이 영화는, 그가 과연 무엇을 보았고 그것을 캔버스에 그려냈는지 보여주려 노력한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고흐 역을 맡은 윌렘 데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캐릭터를 재창조하며, 그 모습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의 예수 연기를 연상시킨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전기 영화의 새로운 화법
★★★☆
지금까지 반 고흐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이전 영화들이 주로 천재의 광기 어린 삶을 극적으로 다뤘다면, 줄리언 슈나벨 감독은 화가 고흐의 예술혼을 스크린에 투영한다. 그의 마지막 일상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과 나누는 굵직한 대화 장면은 고흐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인물을 다루는 자유로운 시선, 고흐가 화폭에 담고자 했던 자연 풍경을 서정적인 영상으로 재현한 솜씨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생애 최고의 배역을 맡기 위해 기다린 듯한 윌렘 데포의 얼굴과 연기는 고흐의 감정을 통찰력 있게 드러낸다. 감독과 배우를 넘어선 진짜 예술가들이 완성한 예술가에 관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감독 줄리안 슈나벨

출연 윌렘 대포, 루퍼트 프렌드,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개봉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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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라이프
감독 폴 다노
출연 캐리 멀리건, 제이크 질렌할, 에드 옥슨볼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이라는 굴레, 개인의 마음
★★★☆
짐짓 별일 없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갖 균열이 일어나 붕괴되고 있는 일상의 마음들에 대하여. 부모가 각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동안 그 상황을 바라보는 소년의 반응을 차분하게 담아내는 것만으로 영화는 조금 특별한 결을 갖게 된다. 시대와 공간 배경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애초에 이 영화의 방향은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각자의 이유로 안쓰럽고 이해 가능한 세 캐릭터를 향해 기울어 있었던 듯하다. 연기만큼이나 인상적인 폴 다노의 장편 연출 데뷔작.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다노 감독의 인상적인 포트레이트
★★★☆
연기 잘하는 배우의 연출 데뷔작은 기대치가 높고 기준치도 올라간다. 배우 폴 다노의 첫 연출작은 앞의 두 가지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두 잣대를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뛰어나다.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리처드 포드의 원작 소설이 지닌 문학성을 살리면서 1960년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미국 가족의 초상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사념이 끼어들 틈 없이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력, 거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기품을 불어 넣은 배우들의 연기가 견고하다. 캐리 멀리건의 헌신적인 연기도 뛰어나지만 십 대 아들 역을 맡은 에드 옥슨볼드의 외유내강 연기력은 폴 다노의 뒤를 잇는 듯하다.

와일드라이프

감독 폴 다노

출연 제이크 질렌할, 캐리 멀리건, 에드 옥슨볼드

개봉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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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번째 구름
감독 정성일
출연 임권택

송경원 <씨네21> 기자
임권택의 육체, 정성일의 시선, 영화의 영혼
★★★☆
임권택 영화의 비밀을 탐구하기 위해 그의 백두 번째 영화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사나이. <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의 기다리는 시간을 담아낸 <녹차의 중력>에 이어 영화 현장에서의 임권택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두 편의 영화는 한 몸인 동시에 전혀 다른 화법을 선보인다. 존경과 헌신을 바탕으로 백두 번째 작품이 탄생하는 현장의 여정을 담아내지만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영화라는 기적을 중심으로 나누는 치열한 대화에 가깝다. 문자와 영상, 영화의 안과 밖으로 이뤄진 네 개의 세계는 때때로 연결되었다가 충돌하고 멀어졌다가 교차하며 불꽃을 피워낸다. 불꽃의 이름은 곧 영화다. <천당의 밤과 안개>(2017)에서부터 시작된 영화 현장에 대한 탐색이 여기까지 당도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백두 번 현장에서 건져 올린 임권택 감독의 에너지
★★★
무려 백두 번째다. 숫자에서 위용이 느껴진다. 연출가 정성일은 지난 30년간 평론가로 지켜본 한 아티스트의 102번째 현장인 <화장>의 촬영장을 직접 기록하고, 임권택 영화의 미학과 힘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평론가로 글로 풀어낸 접근법과 다르지만, 그 호기심의 시작과 경외감의 시각은 다르지 않다. 전작 <녹차의 중력>은 임권택 감독의 모습을 감독의 부인 아들, 감독 자신의 모습 등을 통한 다양한 신과 형식의 구성으로 기술했다면, 후속편인 <백두 번째 구름>은 오롯이 <화장> 현장에서 임권택 감독의 말과 동작에 집중한다. 감독을 향한 궁극의 찬사이자, 한국영화에서도 지극히 보기 힘든 유의미한 기록이다.

백두 번째 구름

감독 정성일

출연 임권택

개봉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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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코기
감독 벤 스타센, 빈센트 케스텔루트
(목소리) 출연 심규혁, 김리흔, 엄상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영국 왕실견의 깜찍발랄 소동극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반려견 웰시코기를 모티프로 한 동물 애니메이션. 여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왕실 1등견이 궁을 벗어나면서 겪는 모험을 그렸다. 철없던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깨닫는 평범한 이야기를 견공 캐릭터들의 귀여움과 개성, 매끄러운 전개로 풀어나간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부부 등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가 주는 재미와 기여도 크다.

프린스 코기

감독 벤 스타센, 빈센트 케스텔루트

출연 심규혁, 김리흔, 엄상현, 김혜성, 김현지, 김옥경

개봉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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