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2020년에도 할리우드의 카메라는 꺼지지 않고 돌아갈 예정이다. 많은 배우들이 신작을 들고 스크린을 찾아오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하면 좋을, 할리우드를 이끌어 갈 차세대 배우들이 있다. 3-4년 사이 작품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할리우드에서 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배우 5명을 모았다. 모르는 배우가 있다면 이름을 기억해 두시길!


아나 디 아르마스 Ana de Armas
<007 노 타임 투 다이>, <블론드>
<007 노 타임 투 다이>

작은 얼굴에 큰 눈이 인상적인 쿠바 출신의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스페인에서 배우로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는 2015<노크 노크>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이후 <익스포즈>, <핸즈 오브 스톤> 등 여러 작품에 조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 국내 영화 팬들에게 얼굴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작품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잡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의 안드로이드 연인 조이를 연기했다. 최근 미스터리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에서 피살당한 피해자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정성스레 간병했던 이민자 마르타 역을 맡아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분 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아나 디 아르마스의 활약은 2020년에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유명 시리즈 영화인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캐스팅되었기 때문. CIA 요원 팔로마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며, 본드 걸 캐릭터이지만 전형적인 타입의 본드 걸과는 달리 개성 있고 주체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나이브스 아웃>에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와 다시 한번 더 호흡을 맞춘다. 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영화 <블론드>도 있다. <블론드>는 스타 마릴린 먼로 화려한 삶 뒤에 가려져 있던 노마 진 모텐슨-마릴린 먼로의 본명이다-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크레이그가 부상을 입어 <007> 촬영이 연기되는 바람에 <블론드> 상당 부분을 먼저 찍었어야 했다. 두 캐릭터의 신체적 특징과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촬영하는데 힘들었다. 예를 들면 금요일 새벽에 <블론드>를 찍고 월요일 런던에서 <007>을 촬영하는 것 같았다. 마릴린 먼로의 몸을 가진 본드 걸이 된 기분이었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나이브스 아웃>, <블론드> 촬영 현장

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작은 아씨들>,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

황량하고 건조한 시선, 찰나에 뒤바뀌는 욕망에 가득 찬 눈빛. <레이디 맥베스>에서 보여준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22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금기를 깨고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하며 양극단의 분위기를 손쉽게 오가는 캐서린의 얼굴은 그해 전 세계 비평가들을 상대로 만장일치 극찬을 이끌어냈다. 그 연기에 매료된 이 중엔 박찬욱 감독도 있었으니. <레이디 맥베스>의 플로렌스 퓨의 연기를 본 박찬욱은 곧바로 자신의 차기작이었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주연 자리에 그녀를 캐스팅하는데 성공한다. 배우 출신의 스파이 찰리를 연기하며 극 전체를 이끌어간 플로렌스 퓨.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에서도 원톱 주연에 다름없는 비중과 연기력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점쳐지고 있는 중이다.
 
기세를 몰아 플로렌스 퓨는 두 작품을 통해 2020년 다양성과 상업성을 모두 거머쥘 예정이다. 국내 스크린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작은 아씨들>이다. 배우 겸 감독 그레타 거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원작 동명 소설의 8번째 리메이크 버전으로, 1995년 위노나 라이더 주연으로 제작된 바 있다. 플로렌스 퓨는 커스틴 던스트에 이어 마치 가의 막내 에이미 마치 역을 맡았다. 또한 인기의 상징인 히어로 영화에도 출연한다. MCU 인기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의 첫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에서 옐레나 벨로바를 연기한다. 트레일러 속 짧은 출연임에도 강렬한 액션신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알렸다.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나도 반갑다, 동생이라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레드룸 출신의 또 다른 블랙 위도우인 것으로 추측된다.

(왼쪽부터) <작은 아씨들>, <리틀 드러머 걸>

조지 맥케이 George MacKay
<1917>
<1917>

연기 경력 17년 차. 하지만 인지도는 신예에 가까운 영국 배우 조지 맥케이. 독특한 페이스와 연기력, 강한 영국 억양이 매력적인 배우인 그는 2003<피터팬> 단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후 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꾸준히 조·단역으로 활동 해왔다. 그러다 2013<선샤인 온 리스><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를 통해 주연으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특히, 핵폭발 속에서 피어난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에서 시얼샤 로넌과 연인, 톰 홀랜드와 형제를 연기해 뒤늦게 주목받기도.
 
자신이 게이라는 정체성을 남몰래 숨긴 채 영국 브롬리에서 런던으로 상경한 소심한 청년 조(<런던 프라이드>), 산속에서 독특한 홈스쿨링을 하는 벤(비고 모텐슨) 패밀리 중 장남 보 (<캡틴 판타스틱>), 엄마의 죽음을 숨기고 살아감과 동시에 미스터리한 일들로부터 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잭(<더 시크릿 하우스>) 등 조지 맥케이는 주로 공동체의 연대를 중요시 여기는 스토리에 속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2020년에 들고 올 <1917> 역시 그런 맥락 중 하나.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 1600명의 아군을 구하기 위해 공격 중지명령을 전달하고자 두 병사가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샘 멘데스의 신작으로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날 그의 2020년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캡틴 판타스틱>

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
<작은 아씨들>, <듄>, <프렌치 디스패치>
<작은 아씨들>

거장 감독들의 부름을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 루카 구아다니노의 욕망 3부작 중 마지막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9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최연소로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지금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사이, 단숨에 할리우드를 이끌 차세대 젊은 배우로 거듭난 티모시 샬라메. <레이디 버드>, <뷰티풀 보이>, <더 킹: 헨리 5> 등 매년 3-4 작품을 통해 스크린을 찾아오는 그의 2020년은 더욱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레이디 버드>에 이어 그레타 거윅 감독 X 시얼샤 로넌과 함께 한 <작은 아씨들>이 개봉을 준비 중에 있다. 크리스찬 베일의 뒤를 이어 (시얼샤 로넌)를 짝사랑하는 막역한 사이의 친구 로리 로렌스 역을 맡았다. 20세기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 신문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더 프렌치 디스패치>에도 출연을 확정 지었다. 제피렐리 역으로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크리스토퍼 왈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대작 <>을 빼놓을 수 없다. SF 소설을 대표하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84년 작품을 리부트 한 작품이다.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영화화가 난항을 겪었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티모시 샬라메는 주연인 폴 아트레이드를 연기한다.

(왼쪽부터) <더 킹: 헨리 5세>, <듄> 촬영현장

핀 울프하드 Finn Wolfhard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에즈라 밀러와 같이 퇴폐적인 분위기를 겸비한 핀 울프하드는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가 배출한 할리우드 기대주 중 하나다. 극중 사라진 윌(노아 슈냅) 절친한 친구이자, 초능력을 지닌 소녀 일레븐과 연인으로 발전하는 마이크 역을 연기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핀 울프하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스크린으로 제 영역을 넓혔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그것>과 시퀄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리치를 연기, 2020년엔 30년 만에 돌아오는 <고스트버스터즈 2>의 후속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서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 4인방의 명맥을 이을 새로운 등장인물 트레버 역으로 출연한다.

(왼쪽부터)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촬영현장, <기묘한 이야기 3>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