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않아
감독 손재곤
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착하고 따뜻하지만 다소 밍밍한 맛
★★★☆
자연과 인간의 공존,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고, 비정규직과 고용 불안 문제 등 사회의 무거운 주제를 신선한 소재와 설정으로 풀어냈다. 동물원에 동물이 가짜일 리 없다는 선입견은 의심을 품지 않은 편견들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동물원조차도 동물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인간이 동물이 되어 겪는 경험으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웃음 속에 감춘 선한 의도가 돋보이지만, 장르영화로서의 재미가 다소 부족한 것은 아쉽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코미디 
★★★☆
말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 된다. 뻔뻔하게 느껴지던 설정이 어느새 받아들여지고 나아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의 레이스. 코미디를 위한 무리한 야심으로 현혹하는 대신 느리지만 선한 웃음을 위해 노력한 대목들이 되려 눈에 띈다. 묵직한 주제 의식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인물들의 경험을 통해 마음의 어느 한 대목을 슬쩍 건드리는 길을 택한, 부담스럽지 않은 각색과 연출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젊은 배우들부터 오랜 활동으로 대중에게 이미 친숙한 관록의 배우들까지, 그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확실하게 빛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조합한 캐스팅 안목이 특히 돋보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착해도 웃길 수 있어
★★★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수습 변호사와 사육사, 수의사, 전 원장까지 각기 다른 목적으로 힘을 합친다. 결국 동물 탈을 쓰고 모객에 나서는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북극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해당 동물을 향한 사람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활용한다. 이들이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동물원을 지켜내는 와중에 현실의 문제들 역시 소환된다. 동물권과 환경보호, 거대 자본에 의해 침해받는 노동권과 인간성을 다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해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인간도, 동물도 누구도 해하지 않는 착한 코미디.

해치지않아

감독 손재곤

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박혁권

개봉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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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녀석들: 포에버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출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17년 전 문법으로는
★★☆
7년 만에 귀환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이 뜨뜻미지근했던 이유가 윌 스미스의 부재 때문이라 여겼던 의심을 재고하게 한다. 윌 스미스가 돌아온다 한들, 부실한 시나리오 앞에서는 장사 없다. 윌 스미스-마틴 로렌스의 현란이 입담이 잠들어 있던 17년 전 추억을 기분 좋게 깨우긴 하나, 연출마저 17년 전 문법에 머물러 있는 탓에 더 이상의 재미가 전진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착용한 주요 모티브 역시 너무 구식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막장이 글로벌 트렌드인가라는 생각마저. 이런 식으로 한국식 막장이 위협받을 줄이야.

나쁜 녀석들 : 포에버

감독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출연 마틴 로렌스, 윌 스미스

개봉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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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루아나 바야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그 자체
★★★★☆
해당 단어들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대 풍경의 한 가운데에서, 영화는 오로지 여성의 시선과 존재로만 평등과 예술 그리고 평생 기억될 사랑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엔 대상화되는 존재가 없으며, 인물들은 개인의 역사와 의지를 또렷하게 지닌다. 이 당연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영화는 의외로 넘쳐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선연하게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 자연의 질감이 내는 고유의 소리들을 포착한 사운드, 회화 같은 색감과 완벽에 가까운 구도까지 이 영화는 미학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빼어나게 아름답다.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신화를 이야기하고, 인물들을 예술가와 뮤즈가 아닌 서로를 고양하게 만드는 협력자로서 그려낸 시각 역시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랑 자체다. 그 어떤 사회적 제약이나 스스로의 시간조차도 함부로 앗아갈 수 없는, 몸과 마음에 새겨진 강렬한 기억으로서의 사랑.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가히 압도적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오랫동안 타오를 사랑의 초상
★★★★☆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품위 있고 아름답다. 일방적인 관찰의 대상이 사랑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포착한 이야기, 마법 같은 순간으로 이끄는 음악, 18세기 프랑스를 보여주는 복식과 공간까지 완벽하다. 특히 두 배우 아델 에넬과 노에미 멜랑의 성취가 놀랍다. 이들은 초상화에 켜켜이 쌓인 물감처럼 부딪치고 쌓인 시선으로 오랫동안 지워지질 않을 연인을 그려냈다. 매 장면 멈춰두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운 멜로 영화는 그렇게 영생을 얻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의 증거, 사랑의 역사
★★★★
<캐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옆에 나란히 놓여 여성 퀴어 멜로의 영역을 한 층 확장시키는 수작. 오르페우스 신화를 끌어들여 돌아본다라는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초상화를 매개로 시선을 엮어 감정의 레이어를 묵직하게 쌓는다. 남성 중심의 관습이 작동하지만, 남성이 부재해 있는 공간에서, ‘결혼 초상화를 그려나가며 자기 안의 욕망에 눈 뜨는 두 여성의 아이러니한 시간을 물샐틈없는 치밀한 숏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그려낸다. 28페이지. 영화가 새겨 넣은 기억에 대한 강력한 증거, 혹은 사랑의 역사. 그 자체로 화폭이 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발레리아 골리노,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루아나 바야미

개봉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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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은총으로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멜빌 푸포, 드니 메노셰, 스완 아르라우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해방된 목소리
★★★★
실화를 영화화했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루고 있는 <신의 은총으로>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모여 해방된 목소리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오종 감독은, 그들의 심각한 고통과 분노를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어조로 전한다. 어떨 땐 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절제된 감정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대신 피해자들의 삶이 어릴 적 사건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꼼꼼한 디테일로 보여준다

신의 은총으로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멜빌 푸포, 드니 메노셰, 스완 아르라우드

개봉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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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 이야기
감독 바이트 헬머
출연 미키 마뇰로비치, 드니 라방, 파즈 베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시적인 무언극
★★★
브라의 주인을 찾아다니는 남자라는 설정은, 자칫하면 싱거운 페티시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브라 이야기>는 대사를 제거하는 실험적 방식을 통해 독특한 톤을 만들어낸다. 아제르바이젠의 자연과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이야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공간이 주는 울림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 안에 고독한 주인공의 (신데렐라의 구두를 브라로 치환한 듯한) 다소 엉뚱한 여정이 있다. 흥미로운 영화. 혹은 독특한 영상 체험.

브라 이야기

감독 바이트 헬머

출연 드니 라방, 파즈 베가, 슐판 하마토바, 마이아 모건스턴, 미키 마뇰로비치, 프랭키 월러치

개봉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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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즈
감독 기욤 이베르넬
(목소리) 출연 카렌 스트라스먼, 미스터 풀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블록버스터급 첩보 애니메이션
★★★
대륙의 야심이 느껴지는 중국 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설정을 뼈대 삼아 규모는 물론, 이야기와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추격 액션이 눈을 사로잡고 지구 환경을 다룬 주제를 첩보극에 잘 녹여냈다. 말썽꾼 주인공과 괴짜 조력자 콤비, 팜므 파탈과 반전 있는 악당까지 캐릭터 구성도 조화롭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의식한 부분이 많음에도 독자적 개성을 시도한 면들이 더 두드러진다.

스파이즈

감독 기욤 이베르넬

출연 카렌 스트라스먼, 미스터 풀프

개봉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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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베어
감독 왕 치
(목소리) 출연 김기두, 이다은, 서반석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주제 확실한 동물 애니메이션
★★☆
슈퍼 대디 베어의 어린 아들 구출 작전. 동물들의 화려한 군무로 시작해 눈을 사로잡고 사냥꾼에게 잡혀간 아기 곰을 찾으려는 아빠 곰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래픽 수준이 높거나 볼거리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사랑, 권선징악 교훈, 야생동물 보호 등 전달하는 메시지는 직관적이고 유익하다. 동물 캐릭터를 좋아하는 유아 관객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만하다.

슈퍼 베어

감독 왕 치

출연 김기두, 이다은, 서반석, 박성영

개봉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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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룬
감독 미카엘 헤르비그
출연 프리드리히 머크, 카롤리네 슈허, 알리샤 본 리트버그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평범한 사람들의 대단한 노력
★★★
1979년 냉전시대, 동독에 사는 사람들의 탈출기를 그린 실화 바탕 영화. 무기 하나 없이 열기구에 올라타 서독으로 향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자유를 향한 필사의 의지를 보여준다. 녹록지 않은 탈출 시도 과정과 서서히 조여 오는 비밀경찰국의 추격전이 이어지면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시종 차분한 전개와 쫓고 쫓기는 인물 개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담백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2017)로 친숙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복합적인 연기도 진한 인상을 남긴다.

벌룬

감독 미카엘 헤르비그

출연 프리드리히 머크, 카롤리네 슈허, 알리샤 본 리트버그, 데이빗 크로스

개봉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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